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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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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이슈에 대한 국내외 전문가들의 견해 및 제언이 담긴 칼럼을 제공합니다.

미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과 중국 반도체 굴기의 향방

조은교 소속/직책 :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 2020-12-16

1. 반도체를 둘러싼 미중 기술 패권 분쟁

최근 격화되고 있는 미중 기술 패권 분쟁으로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공급망 변화가 가속화 될 전망이다. 미국의 대화웨이 수출규제로 시작된 중국 첨단기업에 대한 제재는 이제 반도체 산업까지 확대되면서 더욱더 격화되고 있다. 2020년 5월 미국은 자국의 반도체 관련 기술을 일정 부분 사용해 화웨이에 납품하는 업체들은 반드시 미국 정부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추가 조치를 실시했다. 이에 따라, 화웨이에 반도체를 공급하는 글로벌 최대 파운드리 대만기업인 TSMC는 화웨이와의 거래 중단을 선언하고, 미국 애리조나주에 반도체 공장을 설립하겠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미국은 올해 9월부터 TSMC의 중국내 대체자로 불리는 SMIC를 수출규제 대상에 포함시키면서 전방위적인 압박에 나섰다. 반도체 공정에서 미국기업의 반도체 제조장비의 점유율이 높아 중국의 반도체 산업은 큰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게다가 코로나19 사태로 자국 중심으로 반도체 생산 거점을 전환하려는 움직임도 확대되면서 향후 반도체 산업의 글로벌 공급망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2. 미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미국이 주도해 가고 있다.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에 따르면, 2019년 글로벌 반도체 시장 매출액은 약 4.12 억불이며, 시장 점유율로 구분해 보면, 미국이 47%로, 거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국가별 R&D 집약도의 경우에도 미국이 2018년 기준 반도체 산업 매출액의 16.4%를 연구개발에 투자하면서, 선두를 차지하였다. 유럽은 16.3%, 대만은 10.3%, 일본과 중국은 각각 8.4%, 8.3%이며, 한국은 7.7%를 기록하였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을 살펴보면, 2019년 글로벌 반도체 10대 기업(매출액 기준) 중 인텔, 마이크론, 브로드컴, 퀄컴, 엔디비아, 텐사스인스트루먼트 등 6개 기업이 모두 미국기업이다. 반도체 중 가장 많이 판매되는 유형은 로직칩(logic chip), 메모리, 아날로그 칩으로 미국은 3개 유형의 반도체를 모두 유통시키고 있다. 로직칩의 경우, 인텔이 시장을 선도하고 있으며, 메모리칩은 마이크론, 아날로그칩은 미국의 텍사스 인스트루먼트가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최근에는 IP(Intellectual Property, 반도체설계자산)시장의 40%를 점유하고 있는 영국의 ARM을 미국의 엔비디아가 인수하면서 칩설계 분야에서도 미국의 영향력을 확대해 가고 있다. 

3. 미중 기술 분쟁에 따른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공급망 변화 

반도체 산업은 다른 산업에 비해 공정이 세분화되어 있으며, 가치사슬이 지리적으로 분산되어 있다. 밸류체인의 세계화는 반도체를 완성하려면 여러 국가와 기업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함을 의미한다. 미국 반도체 회사의 경우, 전 세계적으로 약 16,000개의 공급 업체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 중 약 7,300개가 미국 46개 주에 분포되어 있고, 약 8,500개 이상이 미국 이외의 지역에 분포되어 있다. 시스템반도체 분야에 팹리스·파운드리 모델이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미국은 제조시설에 투자하기 보다 R&D와 설계에만 전념하면서 일부 제조는 대만, 한국, 중국 등에 의존하고 있다. 2016년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의 보고서에 따르면 전형적인 미국 반도체 회사의 칩 생산 공정은 일반적으로 4개 이상의 국가, 4개 이상의 주(州)와 도시에 걸쳐져 있다. 

반도체 산업 밸류체인에 관련된 도시는 주로 한국, 일본, 중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아시아 국가를 포함하고 있다. 미국의 예를 들어, 대략적인 칩 생산공장은 <그림 3>과 같다. 일본에서 생산된 실리콘 웨이퍼는 미국으로 배송되고, 미국은 웨이퍼를 가공한 후, 패키징·테스트를 위해 말레이시아로 배송한다. 말레이시아에서 싱가포르를 통해 중국으로 배송되고, 중국은 최종 가공·조립을 거쳐 다시 미국으로 재판매된다. 


반도체 가치사슬에 참여하는 국가들은 각각 반도체 가치사슬에서 특화 분야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유럽 등은 반도체 설계 및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으며, 일본, 미국, 네덜란드 등 유럽국가에서 소재 및 장비를 공급하고 있다. 중국과 대만은 파운드리 등의 제조분야와 제조·테스트·패키징(ATP)에 특화되어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 미중 기술 패권 분쟁의 격화 등으로 이러한 반도체 산업의 글로벌 가치사슬에는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TSMC 등의 외국계 반도체 생산기업을 유치하고, 미국 내에서의 R&D 및 생산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면서 공급망을 미국내에 두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1) 최근 일본 경제산업성은 인텔, TSMC 등 글로벌 반도체 생산기업을 일본으로 유치하려는 계획을 수립하였다. 이는, 투자유치 확대의 목적도 있지만, 일본 반도체 소재·장비 업체들의 자국내 유턴을 촉진하기 위한 정책으로 파악된다. 일본은 반도체 생산기업을 보유하진 못했으나, 소재·장비 분야에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역으로 생산기업을 유치하여 자국의 소재·장비 기업의 해외지출을 막고, 자국 내에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하겠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이러한 일본의 전략은 중국으로 기술이 유출되는 것을 방지하고, 대만, 미국 등과 함께 중국 포위망을 구축하고자 하는 계획도 포함되어 있다. 일본은 중국의 일본기업 인수·합병을 저지하기 위해 촌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2) 이처럼, 글로벌 반도체 산업을 둘러싼 불확실성 증대에 따라 각국은 자국에 자급자족 체제 구축의 입장을 표명하고 있어, 향후 반도체 산업의 글로벌 공급망에는 큰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반도체 제조 및 시장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는 중국을 배제시키기 위한 미국의 전략과 파운드리 세계 1위 업체인 대만 TSMC 공장의 미국 이전 등으로 중국 반도체 산업은 큰 도전에 직면했다. 


4. 기술자립을 위한 중국 반도체 산업의 쌍순환(雙循環) 전략

중국 정부는 일찍이 반도체 굴기를 외치며, 반도체 펀드 마련을 통해 자국 반도체 산업의 육성에 나섰으나, 중국은 여전히 해외기업 의존도가 높은 편으로 중국의 반도체 소재 및 장비 자급률은 15% 수준에 불과하다.3) 게다가, 최근 미중 기술 분쟁의 격화로 화웨이, SMIC 등이 미국의 제재를 받게되면서 중국 반도체 산업 성장에 치명타를 입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SMIC는 미국 제재로 화웨이와 TSMC와의 거래가 중단되면서, 중국 정부 차원에서 육성에 나선 기업이다. 중국 정부는 2014년 1,390억위안 규모의 1차 반도체 펀드에 이어 2019년에 2,042억 위안의 2차 반도체 기금을 조성하면서, SMIC에도 보조금 혜택을 제공했었다. 화웨이에 이어 SMIC까지 미국이 숨통을 틀어쥐면서 중국의 반도체 굴기는 큰 위기에 봉착했다. 또한, 최근 칭화유니(紫光集团), 훙신반도체(HSMC) 등 부실기업이 속출하는 등 중국 반도체 시장은 혼돈이 가중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최근 미·중 반도체 경쟁에서 중국이 완패할 수 있다 라는 말이 돌자,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밑바닥부터 시작하겠다는 자세를 내비치고 있다. 지난 10월 22일 중국은 장쑤성 난징(南京)에 난징반도체대학을 설립했다. 중국 최초의 반도체 대학으로 국내외 수석 엔지니어들 및 관련 전문가를 초빙하여 직무별·개인별 맞춤형 수업을 통해 전문인력을 양성할 예정이다. 이는 미국의 반도체 제재 강화에 대응하여 향후 안정적인 자력갱생의 토대를 마련하겠다는 것으로, 결코 반도체 굴기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또한, 일본 닛케이 신문에 따르면, 화웨이는 미국의 압박에 대응하기 위해 핵심 반도체 재고 2년치를 비축하고, 반도체 설계전문 자회사인 하이실리콘 인재 유치에 속도를 내고 있다.4) 아울러, 미국의 추가 공격에 대비해 연구개발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2년 동안 미리 쌓아둔 재고로 제품을 생산하고, 그 기간에 기술개발을 통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전략이다. 아울러, 최근 발표된 중국의 ‘쌍순환(雙循環)’ 전략 등 정책드라이브가 덧대어지면서 중국의 반도체 굴기는 지연될 순 있으나, 멈추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세계 최대의 반도체 소비시장을 보유한 중국은 큰 시장의 강점을 활용하여, 반도체 양산속도와 제품개발 등은 조절하면서 내부적으로는 인재양성과 연구개발에 투자하며 자립할 수 있는 힘을 키워나갈 전망이다. 중국은 이제 반도체 산업의 자력갱생과 기술자립을 위한 장기전에 돌입했다. 배수의 진을 친 중국의 반격이 과연 어떠한 결과를 가져올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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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ITIF(2020), <An Allied Approach to Semiconductor Leadership>

2) 산업연구원(2020), <일본정부, 세계적 반도체업체 생산개발거점의 일본유치 계획 수립>

3) 中国经济时报(2020.5.14.), “半导体材料国产化率约15%,金太阳涉足抛光片及抛光液研发”, http://finance.sina.com.cn/stock/relnews/cn/2020-05-14/doc-iirczymk1667958.shtml(검색일자 2020.11.10.)

4) 日経新聞(2020.5.29.),“ファーウェイ、米半導体先端品の在庫を2年分確保”, https://www.nikkei.com/article/DGXMZO59678910Y0A520C2FFE000/(검색일자 2020.11.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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