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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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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이슈에 대한 국내외 전문가들의 견해 및 제언이 담긴 칼럼을 제공합니다.

바이드노믹스 개막과 중국경제 향방

한재진 소속/직책 : 현대경제연구원 국제협력팀 연구위원 2020-12-22

1. 바이드노믹스 시대 도래

최근 미 대선에서 바이든이 승리1)하면서 향후 ‘바이드노믹스(Bidenomics)’의 도래가 미-중 간 통상관계 변화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018년 7월 미국이 중국 상품의 수입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본격화된 미-중 간의 무역전쟁이 어느새 기술 냉전으로 흘러가고 있다. 지난 2019년 5월 중국의 5G 기술 선두업체인 화웨이(Huawei)에 대한 제재에 이어 2020년 5월에는 미국 상무부에서 화웨이의 반도체 수급을 전면 차단하는 조치를 연이어 내놓고 있다. 중국입장에서는 트럼프와 달리 바이든 행정부(Joe Biden)는 중국에게 유화적일 수 있다는 기대감마저 벌써 흔들리는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미국 회계감사 기준을 따르지 않는 기업은 미국 증권시장에 상장할 수 없는 법안이 상·하원에 통과됐기 때문이다. 바이두나 알리바바뿐만 아니라, 중국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인 SMIC(중신궈지) 등과 같은 중국기업들의 미국 증시에서 퇴출 가능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2) 애초 중국이 생각하는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와 달리 대중국 통상전략에서 전방위적 압박 카드는 지양할 것이라는 판단이었을 것이다. 

지난 11월 15일 인도를 제외한 총 15개 회원국이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서명했다. 중국을 중심으로 구성된 RCEP이 발효되면 세계 GDP의 약 30%를 차지하는 거대 경제블록이 형성되면서 교역 및 투자 측면에서 회원국 간 역내 거래 확대라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중국이 새로운 바이든 행정부를 의식하지 않았다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에 적극성을 보이지도 않았을 것이다. 지난 11월 20일 시진핑 주석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CPTPP 가입을 적극 고려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러한 배경에는 바이든 행정부 출범을 대비한 선제 대응이라는 의심을 낳기 충분하다. 실제로 바이든은 통상전략 측면에서 트럼프의 ‘미국우선주의 및 관리무역’ 노선과 달리 ‘국제협력 및 무역을 통한 시장 확대’를 표방하고 있다.


2. 중국의 새로운 5년 시작

2021년은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는 시작점인 반면, 중국도 ‘14차 5개년 규획(2021~2025)’이라는 새로운 5년의 출발이 되는 해이다. 지난 10월 26일부터 29일까지 나흘간 베이징에서 중국공산당 제19기 중앙위원회 제5차 전체회의(‘5중전회’, 第十九届中央委员会第五次全体会议) 3) 가 개최됐다. 이번 회의에서는 2021년~2025년까지 시작될 14차 5개년 규획(이하 ‘14‧5’)4) 을 통해 향후 5년간의 경제개발 계획과 함께 2035년까지의 장기 계획 목표 채택 논의가 언급됐다. 구체적인 시행안은 2021년 전인대에서 선보일 예정이지만 14‧5는 중국공산당 창당 100년을 앞두고 ‘코로나19’로 지연되고 있는 13‧5에서 세웠던 샤오캉 사회(小康社會) 목표 실현이라는 광의의 정치 및 경제적 의미를 담고 있다.5) 14‧5는 시진핑 주석이 2020년 5월 중국공산당 상무위원 회의에서 처음 언급한 대로 “공급구조 개혁을 심화하고, 중국이 갖는 세계 최대 시장 이점 및 내수 잠재력 장점을 살려 국내‧외 쌍순환을 촉진하는 새로운 발전구조 구축”을 내세우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미-중 신냉전, 코로나19 확산 등 대외변수 해소를 위해 대내적인 자립도를 높여 대외의존도를 대체하려는 의도로 이해할 수 있다.

이렇게 쌍순환 전략이 경제의 선순환 사이클에 잘 융화된다면 향후 소비와 투자 등 중국 내수시장의 질적 성장에 큰 성과를 가져올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경제가 부상하면서 그동안 규제가 심했던 민간 서비스업 등 분야에서의 개방화가 빨라져 새로운 유형의 소비 트렌드 출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예를 들어, 이커머스, 라이브커머스, 이러닝 등 신소비 업종뿐 아니라, 소상점 경제(小店經濟)6) 등 민간 경제 활력 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타오바오(淘宝网) 등 플랫폼을 활용한 라이브커머스(Live Commerce)7) 형태의 실시간 상품 판매는 코로나 시대 중국의 새로운 소비 트랜드로 자리 잡고 있다. NResearch 자료에 따르면, 2020년 라이브커머스 시장 규모는 약 9,600억 위안으로 2019년 4,338억 위안의 2.2배 수준에 이를 전망이다. 

아울러 투자 부문도 2021년에는 중국의 디지털 뉴딜 정책으로 신형인프라 및 신형도시화 계획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 양회(兩會)에서 정보망(5G, AI, 데이터센터, 산업인터넷), 교통망(고속철도 및 도시철도), 에너지망(초고압설비, EV 충전소) 등 7대 분야에서 3대 네트워크로 구성된 신형인프라 계획을 발표했다. 모건 스탠리(2020)에 따르면, 중국은 2030년까지 EV 충전소, 초고압 그리드, 산업용 IoT, 5G, 고속철도, AI & 데이터 센터 등 7대 분야의 인프라 투자에서 약 1,780억 달러를 투입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모두 새로운 내수시장의 질적 향상 도모를 위한 쌍순환 전략의 목표와 부합하는 조치로 보여진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의 이면에는 부작용도 늘 따라다니고 있다. 


3. 중국경제가 짊어질 부담

국제통화기금(IMF)는 지난 10월 중국경제가 2020년 1.9%로 비교적 양호한 상태로 마감할 것으로 기대했다. 1분기 –6.8%로 급락했으나, 2분기 및 3분기 코로나 확진자가 줄면서 각각 3.2%, 4.9%로 반등하고 있다. 2021년은 8%대의 성장이 예상되면서 사실상 코로나로 인한 침체 국면은 벗어나는 형세다. 

다만 코로나19 충격이 길어지면서 쌓인 부채가 향후 문제가 될 가능성은 매우 커지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2020년 1분기 중국의 총부채는 약 38조 달러로 지난 2008년 6조 달러의 6배를 넘어서고 있으며, GDP 대비 총부채 비중도 274.4%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채무자가 정해진 시한에 원리금 상환을 받지 못하는 지급불능 상태인 회사채 디폴트(Default) 증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중앙청산소(China Central Depository & Clearing Corporation) 발표 수치에 따르면, 2020년 10월 누적기준으로 중국의 회사채 디폴트 규모는 약 940억 위안이며 지난해 동기대비 약 10%가 급증하고 있다. 경기부양을 위한 재정확대 기조가 2021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향후 부채 문제는 중국경제가 직면한 최대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크다.

또, 앞서 살펴본 대로 미-중 통상분쟁의 기술 냉전 단계로의 발전 우려도 생각해볼 만하다. 본격적인 기술전쟁이 시작된다면 환율전쟁 등 새로운 갈등으로 확산하여 결과적으로 트럼프 행정부보다 더 전방위적 다툼으로 심화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중국에 대한 기술력 제어는 이미 많이 늦어 보인다. 2030년 정도에는 미국과 대등한 수준의 중국을 만날 수 있다는 예상이 단지 ‘중국제조 2025’에 쓰여 있는 허황한 목표가 아니라는 걸 많은 지표를 통해 객관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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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조 바이든(Joseph Biden) 민주당 대선 후보가 2020년 11월 3일 실시된 미국의 제46대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함. 11월 7일(미국 현지시간)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는 총 선거인단 538명 가운데 대선 승리에 필요한 선거인단 과반인 279명을 확보함.

2) 미국 국무부는 12월 3일(현지시간) 중국 공산당원이나 그 가족의 미국 방문을 제한하는 규정 도입을 발표하기도 함.

3) 중국공산당 설립 이후 5년마다 열리는 당 전체회의를 말하며, 19기는 2017~2021년까지 기간을 의미함. 통상 5년을 기준으로 할 때, 1년 차는 1, 2차 회의가, 2년 차 3차, 3년 차 4차, 4년 차 5차, 5년 차에는 6, 7차 회의가 개최되는데, 5차 회의는 주로 경제개발 관련 현안을 다룸. 

4) 중국의 경제사회 발전 지표를 의미하는 5개년 계획은 1953년부터 시작되었으며, 올해는 13차 5개년 계획이 종료되는 해임. 

5) 중국의 사회발전 단계는 기본적인 의식주 문제가 해결되는 원바오 사회(溫飽社會)를 거쳐 의식주는 물론 인민들의 문화생활 향유 단계를 의미하는 샤오캉 사회(小康社會)를 달성하고 마지막으로 따통 사회(大同社會)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샤오캉 사회는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이 되는 2021년까지 달성한다는 게 목표임.

6) 2020년 7월 14일 상무부 등 7개 부처에서 ‘소상점경제 추진행동에 관한 통지’를 배포, 도시, 지역사회 및 도매시장 등 소상점 집중지역 육성, 2025년까지 소상점 집중지역 1000곳 조성으로 ‘100개 도시 1000개 지역 1억개 소상점’ 목표 설정.

7) 라이브 스트리밍(Live Streaming)과 전자상거래(E-Commerce)의 합성어로 실시간 동영상을 통해 상품을 판매하는 방송을 말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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