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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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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대아세안 해외직접투자의 특징과 시사점

남대엽 소속/직책 : 계명대학교 중국학전공 조교수 2020-12-16

아세안의 성장성은 이미 높게 평가받고 있다. 6.5억 명의 넓은 시장과 평균 30세에 불과한 젊은 인구, 그리고 2015년 출범한 아세안 경제 공동체(ASEAN Economic Community) 등은 아세안 시장의 역동성과 성장 잠재력을 설명하기에 충분하다. 최근 발표된 IMF 전망(2020.4)에서도 코로나 사태로 2020년 전세계 경제성장률이 -3.0%를 기록하는 가운데, 아세안 주요 5개국1)은 -0.6%로 선방하고 내년에는 세계 평균 대비 2.0%p 높은 7.8%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 초국적 기업들은 낮은 인건비와 내수 시장을 노리고 대아세안 해외직접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2013년 시진핑 주석이 제기한 일대일로 구상을 중심으로 아세안과의 경제협력에 집중하고 있다. 아세안은 중국이 추진하는 해상 실크로드의 첫번째 기항지이자, 중국의 안정적 경제발전에 필수적인 원자재 수입의 주요 통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국 정부는 2015년 발표한 일대일로 구상의 6대 회랑 중 쿤밍에서 싱가포르로 연결되는 동남아 회랑을 가장 우선적으로 추진하며, 고속철도 및 도로 연결을 위해 막대한 자본을 투자하고 있다.

문제는 한국도 아세안을 매우 중요시하며, 중국과의 경쟁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2016년 사드사태를 계기로 중국에 대한 과도한 경제 의존 문제를 실감한 한국 정부와 기업들은 ‘China+1’의 개념으로 아세안 지역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문재인 정부는 ‘신남방정책’을 발표하고 아세안과의 경제협력을 강조하고 있으며, 그 일환으로 2019년에는 수교 30주년을 맞이하여 부산에서 한-아세안 정상회담과 함께 한-메콩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코로나 사태 이후 경제회복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시점에서 아세안을 둘러싼 한국과 중국의 경쟁은 더욱 격화 될 수 있다. 따라서, 중국의 대아세안 해외직접투자의 추세와 특징을 분석하고 한국 정부와 기업을 위한 시사점 도출이 요구된다.


글로벌밸류체인의 확대와 대아세안 해외직접투자의 증가

아세안으로의 해외직접투자 유입은 1990년대를 전후로 1차 성장기를 거쳐 2010년대 2차 성장기를 맞이하고 있다. 우선, 1990년대 선발 아세안 국가들이 수입대체형 공업화에서 수출주도형 공업화 전략으로 선회하며, 노동집약형 산업을 중심으로 다국적기업들의 투자가 증가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시아 외환위기(1997)와 중국의 WTO 가입(2001)을 계기로 저임금을 목적으로 ‘세계의 공장’을 찾는 해외직접투자가 중국에 집중되며 아세안으로의 유입액은 상대적으로 감소했다2).

그렇다고 중국의 부상이 꼭 아세안에 불리하게만 작용한 것은 아니다. Sohn(2016)은 중국의 부상이 아세안으로의 해외직접투자를 구축한 측면도 있지만, 글로벌밸류체인의 확대로 중국과 연계되어 아세안으로의 해외직접투자 유입이 증가한 영향이 더 크다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 장기적인 추세로 아세안과 중국의 유입액을 비교하면, 동반 증가하고 있는 추세를 확인할 수 있다. 

한편, 2000년대 이후 점진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한 중국의 대아세안 해외직접투자는 2010년을 전후로 크게 증가했다. 이는 시진핑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일대일로 구상과 경영환경 악화(인건비 상승, 정부의 환경보호 압력 강화, 외자기업 특혜 축소 등)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주대영(2015)은 2010년대 이후 삼성, LG 등 한국 전자업체들이 LCD, 반도체 등과 같은 대형 장치산업의 생산설비는 중국에 남겨 두고 백색가전, 스마트폰 같이 조립 중심의 생산 원가가 중요한 산업들을 아세안으로 이전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아세안의 해외직접투자 유입액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2000년대(2000~2009년) 2.0%에서 2010년대(2010~2018년) 6.5%로 높아졌다. 또한, 2018년 이후 불거진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로 중국을 탈출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증가하며 이 같은 추세는 향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싱가포르, 라오스, 태국향 투자 비중 증가

먼저 대아세안 해외직접투자를 국가별로 살펴보면, 싱가포르가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싱가포르가 아세안의 금융허브로 실제 삼성전자와 같은 다수의 다국적기업들은 싱가포르에 지역 본부를 설치하고 아세안 투자와 사업을 총괄 지휘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세계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2009년을 기점으로 전후 10년 기간의 투자 비중을 비교하면, 최근 10년간 인도네시아향 투자가 8.8%p 증가한 반면 태국향 투자는 9.1%p 감소했다. 과거 아세안의 제조 중심기지 역할을 수행하던 태국의 매력이 감소하고, 인도네시아의 높은 성장 잠재력(세계 4위 인구 대국 2억 7천만명)과 역사 최초의 문민정부(조코 위도도 대통령)의 안정적 경제 운영에 대한 해외 투자자들의 기대가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한편, 중국의 대아세안 해외직접투자는 라오스, 태국, 말레이시아향 비중이 증가한 반면, 인도네시아, 미얀마, 캄보디아향 비중은 감소했다. 이는 세계의 대아세안 해외직접투자 비중과 다른 양상이다. 특히, 최근 10년간 세계의 인도네시아향 해외직접투자는 크게 증가했지만, 중국의 인도네시아향 해외직접투자는 11.4%p 감소했다. 그리고 중국과 대륙으로 연결된 라오스, 태국, 말레이시아 등 인도차이나 반도 국가들에 대한  투자를 확대했다. 이는 시진핑 집권 후 본격 추진된 일대일로 구상 중 ‘인프라 연계(设施联通)’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국경도로 및 고속철도 건설과 밀접한 연관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3)

라오스를 제외한 CLMV 국가들에 대한 투자 비중은 감소했다. 이는 전체적으로 중국의 대아세안 해외직접투자가 증가하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ASEAN-5 국가들에 대한 투자가 증가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 최근 10년간 중국의 싱가포르(13.7%p), 태국(3.7%p), 말레이시아(2.6%p)향 투자 비중은 확대되었다. 그렇다고 전통적인 사회주의 우방 국가인 캄보디아, 미얀마와 중국의 관계가 소홀해진 것은 아니다. 캄보디아, 미얀마의 해외직접투자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과거 대비 각각 7.5%p, 0.7%p 증가한 24.5%, 22.2%(아세안 평균 6.4%)를 차지하고 있다.


제조업과 함께 일대일로 관련 산업 중심

산업으로 구분해 살펴보면, 중국의 전체 해외직접투자 중 가장 높은 순위는 ‘임대 및 비즈니스 서비스업’이 차지하고 있다4) . 그리고 제조업 투자는 5위로 9.2%에 불과하다. 이는 중국 해외직접투자의 전략과 목표를 잘 설명해준다. 중국 정부는 2002년 16차 당대회에서 ‘저우추취(周出去)’ 전략을 발표하며 중국 2002년 16차 당대회에서 ‘저우추취(周出去)’ 전략을 발표하며 중국 기업의 글로벌화 추진을 선언했다. 정부의 목표는 분명했다. 중국 기업의 수출을 확대함과 동시에 글로벌 M&A를 통해 기업의 발전과정에서 단기간에 습득하기 어려운 선진 기술과 브랜드를 확보해 글로벌 경쟁력을 빠르게 업그레이드 할 목표를 설정했다. 즉, 그린필드 위주의 제조업 투자는 우선순위가 아니었다.
 
한편, 중국은 아세안에서 ‘제조업’을 중심으로 ‘전력 등 인프라 생산 및 공급업’과 ‘건설업’에 집중하고 있다. 중국의 대아세안 투자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누적 금액 기준 20.8%에 달하며 이는 향후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최근 들어 중국의 대아세안 제조업 투자가 증가하며 2018년에만 중국의 대아세안 투자 중 32.8%가 제조업에 투자되었다. 이처럼 제조업 투자 비중이 높은 원인은 아세안의 낮은 임금과 우호적인 제조업 투자환경이 중국 기업들의 제조업 투자를 유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외 일대일로 구상을 중심으로 중국의 인프라 투자가 집중되며 ‘전력 등 인프라 생산 및 공급업’과 ‘건설업’ 등에 대한 투자도 상대적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의 대아세안 해외직접투자의 특징은 2010년을 전후로 빠르게 증가하기 시작해 글로벌밸류체인의 확대 및 일대일로 구상과 맞물려 제조업과 인도 차이나 반도를 중심으로 실행되었다는 점이다. 이는 한국 기업의 대아세안 투자에도 영향을 미친다. 한국의 전체 해외투자에서 중국 비중은 2001∼2010년 43.2%에서 2011∼2019년 상반기 31.0%로 낮아진 반면, 아세안 비중은 13.4%에서 21.4%로 상승했다.

그리고 한국의 해외직접투자도 제조업 비중이 평균적으로 30%를 상회한다. 한국 기업은 아세안 진출 시, 로컬 기업뿐만 아니라 중국 기업들과의 경쟁도 고려해야 한다. 2017년 필자의 현지 시장조사 결과를 되돌아보면, 아세안 시장에서 중국 기업은 이미 가성비뿐만 아니라 품질과 서비스 측면에서도 한국을 빠르게 뒤쫓고 있었다. 중국과 로컬 기업들 사이에서 생존할 수 있는 한국 기업들만의 특화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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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67년 아세안 설립을 주도한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태국, 필리핀

2)박번순, 2019, 『아세안의 시간』, 지식의 날개,

3)2015년 중국 정부는 일대일로 구상에 대한 종합 비젼을 제시하며, 5대 핵심운영 이념으로 정책구통(政策溝通), 시설연통(設施聯通), 무역창통(貿易暢通), 자금융통(資金融通), 민심상통(民心相通) 등을 발표했다. 

4)‘임대 및 비즈니스 서비스업’에는 기업 인수합병 목적의 M&A 투자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피인수기업의 산업을 구분하기 어려운 특징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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