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영역 건너뛰기
지역메뉴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주요 이슈에 대한 국내외 전문가들의 견해 및 제언이 담긴 칼럼을 제공합니다.

미중 전략경쟁관계는 신냉전도, 패권경쟁도 아니다

주재우 소속/직책 : 경희대학교 외국어대학 중국어학부 교수 2021-01-29

언론지상에서는 미국과 중국의 전략적 경쟁관계를 패권경쟁으로 묘사하면서 새로운 냉전 시대(‘신냉전’)의 개막을 알리고 있다. 이런 언론의 주장이 세간의 주목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과연 미중의 전략적 경쟁관계가 패권경쟁으로 향하는지는 국제정치학계의 검증이 필요하다. 국제정치학계가 언론의 표현을 그대로 수용하는 것은 직무유기다.

이런 과오가 발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미중관계를 ‘세력전이(power transition)’이라는 프레임에서 이해하려는 데 있다. 세력전이 이론은 패권국과 신흥 부상 세력 간의 국력의 우위가 교차되는 과정에서 권력의 권좌를 유지하려는 패권국과 이를 대체하려는 신흥 세력 간에 전쟁이 불가피한 것으로 결론을 내린다. 신흥 세력의 도전 동력은 기존의 국제질서의 지배구조와 제도를 변화시키려는 패권 야욕에 의해 구동된다. 이런 야욕의 대부분이 외교적으로 평화롭게 해결되기가 만무하기에 전쟁이 불가피해진다는 것이 세력전이론의 핵심 논쟁이다.

경제 규모나 군사력 등에서 같이 하드파워 측면에서 미중 간에 세력전이 면모가 나타날 수 있다. 이의 중간과정을 전략적 경쟁의 시기로 규정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전략적 경쟁관계가 패권경쟁을 의미하지 않는다. 패권을 위한 경쟁은 기존의 국제질서의 지배구조 내에서 권력 교체를 통해 지배국의 위치에 오르는 것을 지상최고의 목표로 삼기 때문이다. 따라서 패권경쟁은 신흥부상국이 기존의 패권국을 대처해 국제질서의 ‘룰 메이커(rule-maker)’ 지위와 위상을 석권할 의지를 전제한다.

그러므로 미중 간의 전략적 경쟁관계를 패권경쟁의 성질의 것으로 규정하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다. 패권 지위를 유지하려는 미국의 의지는 확고하나 중국이 이를 대처하겠다는 결의는 쉽게 보이지 않는다. 중국은 개혁개방 이래 ‘반패권’원칙을 견지하고 있으며 자신도 패권을 노리지 않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게다가 미중의 전략경쟁관계는 양국이 상이한 가치와 이념에 근거하여 각자의 국익문제에서 첨예하게 대립하는 양상을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냉전시대의 미국과 소련 간의 패권경쟁에 비유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미소 양국은 자신의 가치와 이념으로 세력 확장을 통해 세계를 지배하겠다는 패권 야욕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각자의 가치와 이념으로 세계를 통일하겠다는 야망이 있었다. 대신 미중의 전략경쟁관계의 속성은 일방의 행위에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미국이 중국의 행위를 변화시키기 위해 취한 징벌적 조치에 중국이 대응하는 식이다.

따라서 미중의 전략경쟁관계는 통상적인 개념에서의 경쟁관계가 아니다. 왜냐하면 징벌적 조치와 대응 과정은 ‘나선형 효과(spiral effect)’가 부재하기 때문이다. 즉, 냉전시대의 군비경쟁과 같이 ‘안보 딜레마(security dilemma)’의 결과를 초래하지 않는다. 안보 딜레마의 발생이 가능했던 것은 이를 저지할 수 있는 ‘게임의 룰’, 즉 법규, 규범과 제도의 부존 때문이다.

 50년대 후반 이후 미소 양국이 연쇄적으로 체결한 핵무기 관련 일련의 조약은 핵실험에 관한 것이었다. 70년대 초에나 전략 핵무기의 생산과 배치를 제한하는 합의서(SALT, ABM) 정도가 전부였다. 이들이 안보 딜레마를 방지할 수 있는 능력과 효력은 없었다. 이의 검증 절차가 결여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국제질서는 제도, 법, 규범 등을 갖추고 있다. 엄밀히 말하면 오늘날 미중 패권경쟁의 잠재적 무대는 질서의 기초가 부재한 사이버와 우주 공간이다.

미중의 전략적 경쟁관계가 패권을 획득하기 위한 새로운 냉전의 시작이 아니다. 미국이 중국의 행위를 변화시키기 위해 징벌 조치를 취하면 중국이 맞대응하거나 회피하기 위한 일종의 ‘숨바꼭질’ 놀이 중이다. 미중의 전략경쟁관계의 본질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위해 이를 냉전시대의 미소 패권경쟁과 비교분석할 것이다. 그리고 미중 전략경쟁관계가 생성된 연유를 역사적으로 고찰할 것이다. 미국이 중국의 행위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 취하는 징벌 조치의 목적과 의미를 조망하면서 우리의 정책에 시사하는 바를 도출하면서 결론을 맺을 것이다.

미중 전략경쟁은 패권경쟁이 아니다.

미중 전략경쟁관계의 본질과 속성이 패권경쟁이 아님을 입증하기 위해 냉전시대의 미소 패권경쟁의 것과 비교하면 <표-1>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다음 표에서 나타나듯, 냉전시대의 미소 패권경쟁의 목표, 목적, 대상과 공간 무대는 오늘날 미중 전략경쟁관계의 것과 본질적으로 다르다. 미국이 중국의 대외적 행위의 변화를 추구하는 의미는 중국의 대외정책 의사결정에 영향력을 발휘하여 기대하는 결과를 유발한다는 것이다. 작금에 미국이 중국에 취한 징벌 조치가 이를 증명한다. 이런 압박이 결국 중국의 대외정책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쳐 행위 변화를 유인할 수 있다는 전략적 계산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런 이유로 미국의 징벌 조치가 양자 차원에 국한된 것이다. 이후 바이든 정부에서는 이를 다자 차원으로 확장시키려는 것이 미국의 전략 구상이다.

미국이 다자 협력으로 전략과 전술을 전환시킬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는 독자적인 여력과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냉전 초기의 미국은 세계 GDP의 42%를 차지해 공공재를 잠재적 동맹국의 민주진여의 참여와 공산진영의 국가 이탈의 유도하는데 활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미국의 경제력이 쇠락하면서 탈냉전시기부터 미국의 전략 변화는 불가피했다. 이의 방증이 1990년의 걸프전이었다. 이라크를 상대한 작은 국지전이었지만 미국이 독자적으로 전쟁비용을 감당하기에 역부족했다. 이에 동맹과 우방국의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함이 사실로 드러난 계기였다. 

이후 미국이 자유주의 국제질서(international liberal order)와 리더십을 수호하는데 동맹국의 적극적 참여가 필수불가결해졌다. 동맹과 우방국의 더 큰 공헌과 역할을 유발하기 위해 미국은 공공재가 아닌 가치와 이념에 어필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 다자주의와 다자협력이 미국 외교에 자연스럽게 자리매김하게 되고, 미국의 세계전략의 변화도 수반되었다. 이의 대표적인 결과가 미국의 해외주둔군의 재배치(Global Posture Review)다. 이후 이의 핵심전략인 전략적 유동성, 전방배치와 군사혁신 등이 새로이 등장했다. 동아시아 지역차원에서는 중국의 ‘원양 해군(Blue Water Navy)’사업이 90년대 후반부터 본격화되면서 이에 대한 방어대비태세가 강화되어야했다. 그 결과는 미일 방위협력지침, 이른바 ‘가이드라인’의 두 차례 수정(1997, 2015년)으로 이어졌다.


미중 전략적 경쟁관계의 생성 배경

미국은 1979년 중국과의 수교와 중국의 개혁개방정책 채택 이후 공식적으로 교역을 시작했다. 그러나 1983년 이후 미국은 대 중국 만성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미국은 적자에도 불구하고 포용(engagement)정책을 견지하면 중국 사회가 변할 것을 기대했다. 중국 사회가 더 개방되고 제도 개혁이 더 심화되면 중국 시장에서 미국의 경제이익은 물론 무역의 경상수지구조도 개선될 것을 기대했다.

오늘날 시진핑의 중국은 미국의 기대에 역행하고 있다. 미국의 실망은 지난 2020년 6-7월 사이에 전해진 미국의 중국 관련 부처의 수장 연설문을 통해 알려졌다. 인내의 한계에 도달한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관세인상을 시작으로 과학기술 탈취와 편취 등에 대한 중국 IT관련 기업에 대한 제재를 이어나갔다. 코로나 사태의 중국책임론을 공표한 트럼프 행정부의 대 중국 압박 정책을 바이든 신정부도 수용할 태세다.

미국의 대 중국 압박정책의 핵심목표는 중국공산당의 행위 변화를 실현하는데 있다. 특히 시진핑이 2013년 중국공산당의 권좌에 등극한 후 미중관계를 가치와 이념의 투쟁으로 몰아가기 시작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시진핑은 당시 당간부회의 석상에서 “자본주의는 소멸할 것이며 사회주의가 궁극적으로 승리할 것이다(资本主义最终消亡、社会主义最终胜利)”라고 호언했다.1) 이를 위해 그는 19차당대회 보고서에서 중국이 종합 국력과 국제적 영향력 면에서 글로벌 리더가 되어야하는 사명을 위해 사회주의시스템의 강화를 촉구했다.2) 시진핑의 중국이 미국을 더욱 경계하게 만든 계기는 러시아와의 군사합동훈련이었다. 비록 2007년에 중러 양국의 연합군사훈련이 ‘평화사명’의 이름으로 공식화되었으나 2005년의 첫 비공식 훈련이 도화선이었다. 중국의 연근해와 ‘중해(中海, 중국의 9단선과 1도련선 내의 해역 의미)’방어 강화를 위해 시작된 중러 군사훈련이 미국의 역내 전략이익을 견제하기 위함으로 인지되었다. 미국의 ‘항행의 자유’문제를 수면위로 부상시킨 사건이었다.

트럼프 행정부가 시진핑의 중국에 징벌 조치를 가하며 강압적으로 나올 수 있었던 이유는 트럼프의 기본적 외교사고가 미국의 가치와 이념을 타협하는 ‘대륙 중심의 현실주의(Continental Realism)’에 기반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세계전략과 세계질서의 비전은 전통적으로 지경학의 전략계산의 지배를 받았다. 이의 예외적인 시기가 닉슨(1969-1974)과 트럼프 정부 시기다.3)

트럼프 정부가 중국의 기술탈취사건을 다자기구를 통해 해결하지 못한 것은 전담기관의 부재와 빠른 결과를 원했기 때문이다. 지적재산권 위배 명분으로 WTO에 기소도 가능하지만 재선을 목전에 둔 그에게 시간이 촉박했다. 화웨이 제재에 대한 미국의 명분은 탈세였다. 현재 국제사회에 사이버안보질서 및 수반 제도가 부존한 상황에서 미국은 국내법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산업스파이 등과 같은 간첩 혐의로 기소하는 것은 방첩 명분에서 가능하지만 외교적 후과 또한 무시할 수 없게 한다. 또한 이미 코로나 신약개발 관련 중국의 정보 탈취 혐의로 주 휴스턴 중국영사관의 폐쇄가 예정되었기에 더 이상의 외교적 갈등은 불필요했다.

또한 미국이 중국의 ‘디지털 실크로드’가 기존의 자유주의 국제질서 기반과 근간을 흔든다고 보는 가장 큰 이유는 IT, AI, 5G, Big Data 등의 기술을 악용하는 노하우를 제3세계국가에 전수하기 때문이다. 즉, 제3세계 국가 지도자들이 첨단과학기술을 장기집권과 사회 통제 및 감시의 수단으로 이용함으로써 인류 보편적 가치는 물론 민주주의 가치와 이념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범법행위를 부추기고 있다.4)

미국의 대 중국 징벌 행위의 의미와 시사점

미국의 대 중국 강압정책으로 미중 양국의 관계가 전략적 경쟁관계의 시대로 진입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양국의 패권경쟁을 의미하지 않는다. 왜냐면 기존의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근간을 훼손할 목적과 이유에서 미국의 대 중국 징벌 행위가 행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신 기존의 질서 수호와 향유를 위해 중국의 훼손행위에 대한 미국의 인내가 한계에 달하면서 자행된 결과다. 다시 말해, 미국의 입장에서는 중국공산당이 자신의 행위를 변화할 의지와 의사의 진정성을 입증하면 강압정책을 철회할 용의가 있다는 여지를 남기는 대목이다. 

따라서 미중 전략경쟁관계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다음과 같다.첫째,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수호 의지가 관건이다. 여기서 중국이 미국의 징벌 조치에 ‘다자주의’와 ‘자유무역’을 명목으로 항변하는 것에 현혹되어서는 안 된다. 다자주의와 자유무역의 근간과 가치를 중국 스스로가 폄훼하고 훼손하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진정한 다자주의와 제도주의는 이의 기본적인 가치와 이념을 존중하는 것이고 이에 기초해 구축된 제도를 준수하는 것이다. 이를 이기적으로 악용하는 행위에 징벌 조치는 마땅하다. 신자유주의와 제도주의 이론의 희망적인 주장이 다자주의와 다자협력을 추동할 수 있지만 그 이면의 암흑적인 징벌 제도를 현실적으로 확립하는 것을 심각히 고민해야한다. 그래야 사이버와 우주 공간에 더 완전한 질서의 확립이 가능하겠다.

마지막으로, 우리의 가치와 이념으로 우리 사회의 양분화를 저지해야한다. 결과적으로 미국과 중국 사이에 선택이 불가피해 보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국익은 우리가 견지하는 가치와 이념의 수호 없이 보장되지 않는 사실을 유념하면서 추구 되어야한다.


-----
1)“关于坚持和发展中国特色社会主义的几个问题”, 『中国共产党新闻』, 2019年 3月 31日. 본 연설은 시진핑이 2013년 1월 5일 신진 중앙위원회 위원, 후보위원이 18대 정신을 토론하기 위한 학습회의에서 전해진 것이다. (这是习近平总书记2013年1月5日在新进中央委员会的委员、候补委员学习贯彻党的十八大精神研讨班上讲话的一部分.)

2) 习近平, 『决胜全面建成小康社会, 夺取新时代中国特色社会主义伟大胜利』, (北京: 人民出版社, 2017年).

3) Walter Russel Mead, Special Providence: American Foreign Policy and How It Changed the World (N.Y.: Random House, 2001).

4) Newt Gingrich, Trump vs. China, (N.Y.: Center Street, 2019).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