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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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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이슈에 대한 국내외 전문가들의 견해 및 제언이 담긴 칼럼을 제공합니다.

RCEP 경제공동체 탄생의 아태지역 정치경제 영향과 의의

정혜영 소속/직책 : 건국대학교 중국연구원 학술연구교수 2021-01-29

2012년부터 진행되었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RCEP: 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 협상이 2020년 11월 15일, 제37차 아세안 정상회의(The 37th ASEAN Summit)에서 8년 만에 타결되었다. 인도의 불참1) 으로 RCEP 중심에 중국이 서게 되면서 세계여론은 국제정치 측면에서 중국이 가장 큰 수혜자가 되지 않겠느냐는 전망을 했다. 미대선 결과를 기다리며, 이를 바라본 미국의 시각은 매섭기만 했다. 

세계무역의 25%를 차지하는 미국의 바이든 인수위는 철저한 계획으로 국제무역 규칙의 중심에 미국이 자리하고자 하는 미래 의지를 다시 밝히기도 했다. 아세안 국가들이 적극 중심이 되어 추진한 RCEP의 추진 배경과 타결 의의, 그리고 아시아 정치경제에 파급될 영향을 동아시아 각국 입장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RCEP 협정타결과 아시아 중심의 아태경제공동체 통합실현

전세계 인구와 GDP의 약30% (인구규모: 22억6천만명, 명목GDP: 26조3천억달러)를 차지하는 아세안과 중국이 중심이 된 아태지역경제공동체 논의, RCEP은 2012년 11월 아세안, 아세안+3 및 동아시아 정상회의(EAS)에서 협상개시 선언을 했다. 당시, 아세안은 아세안 중심성 (ASEAN centrality)을 강조하며 아세안이 주축이 되는 RCEP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였다. 2006년, 미국은 아태지역 통상질서 주도권 확보를 위해 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지대 (FTAAP) 구상을 제안하였으나 회원국의 동의를 얻지 못했고, 2008년 WTO 도하개발어젠다 DDA(Doha Development Agenda)가 사실상 좌초됨에 따라, 아시아 중시정책의 일환으로 2015년 TPP2) (TPP: Trans Pacific Partnership) 협상을 성공시켰다. 이에 대응하여 중국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과 RCEP를 성사시키기 위하여 ‘일대일로’를 전방위로 내세우며, 아시아지역에서 무역과 투자주도권을 확보하였다. 미국에게 중요한 의미가 있었던 TPP 협상타결 후, 트럼프 대통령은 수십 년간 쌓여온 대중 무역적자를 만회한다는 명목으로 신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우며, 집권과 동시 TPP에서 과감히 탈퇴했다. 그러자, 일본은 발 빠르게 TPP를 CPTPP(포괄적 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 협정, CPTPP: Comprehensive and Progressive Trans-Pacific Partnership)로 이름을 바꾸고 11개국의 메가 FTA를 주도했다. 그러나 미국이 빠진 CPTPP는 RCEP에 비해 그 규모가 작아지면서, 이번 RCEP 타결의 의미가 상대적으로 부각되었다. 

이번 RCEP 협정문의 타결 내용(구성 20개 장)은 83%가 기존 무역협정을 활용해서 이뤄졌기 때문에 개방과 교역의 규모가 이전과 크게 변하지는 않았다. CPTPP 협정문(구성 25개 장) 및 NAFTA의 재협상이었던 신북미자유무역협정 (USMCA, 구성 34개 장)과 비교하자면, 구성항목이 상대적으로 작아 낮은 수준의 규범으로 타결되었다고 할 수 있다. 여러 전문분석 기관들은 RCEP의 주요 타결내용을 “원산지규정, 전자상거래조항, 서비스무역, 관세철폐수준 확대” 의 규범항목에 중요성을 두고 있다.3)

그러나, RCEP 협정문에는 CPTPP에서 규정한 노동·환경 보호기준, 해외투자기업 보호 내용, 엄격한 서비스 및 지적재산권 보호, 국유기업 특혜제한, 투명성과 반 부패, 규제조화 내용이 약화된 수준으로 타결되어, 배타적인 요소를 줄인 “아시아식 경제통상과 무역협력을 실현” 한 것에 더 큰 의의가 있다. 따라서 아세안이 지향해 온 지역통합을 위한 자유무역거래(무관세 목표)를 한 발 앞당긴 측면이 있다.

RCEP은 15개 회원국 구성에 아세안 10개국이 모두 포함하였고, 한•중•일 동북아 3국이 동시에 가입한 최초의 경제협력공동체이다. 한•중•일 FTA가 그 동안 큰 진전이 없었던 가운데 이루어진 메가 FTA이기 때문에 동북아 3국의 입장에서는 의미 있는 공동협력의 출발점이 된다. 중국과 한국은 일본과 체결한 첫 번째 FTA이다. 또한 경제성장의 잠재력이 높은 개도국과 자원이 풍부한 아세안 저개발국, 경제체력이 탄탄한 아세안 중견국가들이 포함되어 있어, 투자기회와 미래성장의 속도측면에서 긍정적 발전이 예상되는 경제 공동체 탄생이라 할 수 있다. 협정문에는 최빈국 발전단계와 경제조건을 고려한 경제공동체 협력의의와 역할을 명시하고 있어 화합을 중시하는 성격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보호무역주의와 대치됨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RCEP의 경제공동체 중심에 중국이 있다’라는 서방언론의 평가는 한•중•일 3국과 아세안의 총 교역량 중심에 중국이 있기 때문인데, 아래<표 1>는 기타지역을 제외하고 아세안과 중국 모두가 아시아 역내 교역의 중심에 있음을 무역비중(%)으로 보여주고 있다. 무역파트너로서의 중국과 아세안 역할은 회원국 모두에게 중요한 대상임을 알 수 있다.


RCEP 협정타결에 대한 중국과 미국의 입장, 그리고 한국, 일본 

①중국
서방 언론들은 이번 RCEP타결의 의미를 정치외교적, 경제안보적 관점에서, 미국에 대한 대결구도 측면으로써 중국을 최대수혜자로 평가한다. RCEP은 초기 아세안 국가들이 적극적으로 논의한 것이었으나, 미-중 무역마찰이 확대되자 중국에게도 안정적으로 무역을 할 수 있는 무역 블럭이 중요해졌다. 중국 내부에서는 기존에 논의되던 RCEP을 통해 역내 경제통합과 경제 글로벌화를 추진하여 개방형 세계경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논의가 있어 왔다. 중국에게 아세안은 한국과 일본 보다 무역비중이 큰 지역으로, ‘자유무역구’ 설립을 위해 10년 동안 노력해 온 파트너이다. 이번 RCEP의 타결로 중국은 아세안 회원국들과 자유무역협력을 발전시키고 심화된 무역과 투자를 이룰 기반을 마련했다. 중국은 팬더믹으로 저하된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향후, 5년간 한화 약 5086조원(30조 위엔)의 신 인프라건설(新基建) 투자계획4) 을 마련했는데, 철도, 공항, 도로를 포함 인공지능과 5G 등의 디지털 인프라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산업체인 발전계획을 세웠다. 이를 위해 중국의 각급 지방정부는 중앙지침에 따른 세부계획을 마련했는데, 아세안과 연결된 윈난(雲南)성의 투자계획은 다른 성 정부의 2배 규모가 넘는다. 동남아 경제권을 염두에 둔 발전 전략인 것이다. 단절되고 있는 중국의 글로벌 산업생태계를 다시 세우려면, 4차 산업을 새롭게 육성하고, 기존 산업체인 개편(중간재 조달 기반 마련)과 과잉설비 이전에서 아세안과의 협력은 중요한 부분이다. 지정학적으로, 중국정부에게 RCEP은 이웃국가와의 관계를 공고히 하여 미국의 봉쇄전략을 저지하는 중요한 지리경제적 의미가 있다. 그러나 중국은 인도와의 협력거리가 멀어짐으로써,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인도를 더욱 밀착시키는 결과를 안게 되었다. 중국은 일본과 첫 FTA를 맺었는데 제조업 강국이자 첨단기술 보유국인 일본과의 협력으로부터 자국기술혁신 기반을 마련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②미국
2017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출범과 동시, 보호무역주의, 자국우선주의를 내세우며 TPP를 전격 탈퇴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 후보자는 2020년 초, 외교전문지(Foreign Affairs)에서 ‘왜 미국이 다시 세계를 리드해야만 하는가’ 라는 글을 통해, 세계규칙을 제정해야 될 중심에 미국이 다시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20년 12월 초, RCEP 타결을 지켜본 후 바이든 인수위는 ‘미국이 여전히 환경·노동·무역·기술 및 투명성 관련 부분에서 규칙을 제정하는 중심 국가’임을 주장하면서, 좀 더 철저한 계획으로 RCEP에 대응할 것임을 다시 밝혔다. 2020년 12월,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Peterson Institute for International Economics)가 주최한 한 세미나는 ‘미국의 CPTPP 재가입 검토’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했다. 그 내용으로, 향후, 미국이 중국의존도를 줄이는 다양한 구상, 유럽 국가들의 참여 독려, CPTPP의 신규 명칭 제안, 디지털 거버넌스, 공급망 탄력성, 외국인투자 심사제도 등을 다루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중국이 향후 한중일 FTA와 같은 소규모 지역 무역협정 RTA(Regional Trade Agreement)에 협상압력을 행사해 중국이 중심이 된 동아시아 자유무역 범위를 확대할 가능성에 대한 경계도 표하였는데, 향후, RCEP을 중심으로 중국과 여타 서명국 간 경제관계가 긴밀해져 미국기업에 대한 차별적 대우가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도 지적하였다. 미국의 CPTPP 논의는 무역규제가 완화되고 높은 자유무역을 지향하며 타결된 RCEP 보다, 고차원 확대된 수준의 경제협력체 구상을 논의한 것으로, 세계정치경제에서 미국이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한 고민과 노력을 지속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유라시아,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의 일부 국가에서 중국 대외무역은 미국에게 경쟁적 상대로 부상하고 있는데, 아태지역의 무역을 주도하게 된 중국이 RCEP 안에서 정치 주도권 장악을 경계해야 하는 미국의 입지변화는 미국이 안게 된 또 하나의 세계정치 과제가 되었다.

③ 한국
한국은 그 동안 양자 위주의 FTA 정책에 집중하여 왔다. 그러나 심화된 미-중 무역갈등 속에서 제3의 국가들인 아세안과의 안정적인 다자무역협력 블럭이 필요했는데, 이번 RCEP 타결로 아세안과 지역가치사슬을 공고히 한 경제실익5) 을 얻게 되었다. 따라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신남방 정책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의 피터 패트리 (Peter Petri) 교수와 존스 홉킨스(Johns Hopkins University) 대학의 마이클 플러머(Michael Plummer) 교수는 실질소득 측면에서 RCEP의 가장 큰 수혜국으로 일본과 한국을 지목했다. RCEP 체결로 2030년까지 양국의 실질소득이 1% 높아질 수 있다고 평가했기 때문이다.6) 한국은 그 동안 양자 FTA체결 (2005년 이후 협상중단)을 하지 못한 일본과 첫 FTA를 맺었는데, 일본과 협력관계가 진전된 상징적 의미도 있다. 또한 일본상품에 대한 시장잠식을 우려한 한국정부와 한국상품의 대중 진출을 경계했던 일본정부의 입장, 미국의 한•중•일 경제통합 반대 등 여러 이유로 한•중•일 FTA는 진전이 없었는데, 동북아 3국이 이번 RCEP를 통해 모두 메가 FTA의 공동의 틀에 참여했다. 동북아 3국의 공동 다자협력 기틀마련은 동북아 정치경제 협력의 의미 있는 진전이기도 하다.

④ 일본 
근래 일본은 미국이 빠진 TPP를 CPTPP로 부활시키기 위해 적극적인 관세 양보자세를 취하였는데, 이번 RCEP 협상 타결에도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그 동안 여타 국가와 FTA 체결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일본정부는 자국경제 활력을 위한 돌파구 마련을 위해 다자무역블럭 참여에 전향적 자세를 보이고 있다. CPTPP를 이끈 아베수상은 RCEP에 대해 줄곧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으나, 스가수상은 RCEP에 대해 적극 전환된 입장을 보였다. 일본 정부는 공식적으로 ‘자유롭고 공정한 경제무역구축을 지지하며, 일본제품이 아시아권 수출확대에 기여하고자 한다’고 밝혔지만,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우려하여 협상의 마지막까지 인도가 적극 참여해야 함을 주장했다. 스가 총리는 인도가 추후 합류할 여지를 남겨놓기 위하여 적극적 역할을 하겠다고 언급하였다. 일본은 품목 수 기준, 한국에 대해 83%, 중국에 대해 86%, 아세안• 호주• 뉴질랜드에는 88%의 차별적인 관세 철폐율을 적용하며 협상을 마무리 했다.7) 한국과 일본 사이 개방도는 수입액 기준으로 한국이 76%, 일본이 78%로, 일본시장 개방도가 소폭 더 높다. 공산품 관세 철폐율도 일본이 94.1%, 한국이 91.7%로 일본이 좀 더 양보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정부는 대일(對日) 무역적자 규모가 비교적 크며, 일본이 수출규제 조처를 하고 있는 상황하, 수입 측면에선 일본이 더 많이 양보해야 한다는 요구를 하였으며, 일본이 이를 받아 들인 것으로 전해진다. 8)

RCEP 협정타결과 아세안 각국의 입장 

2010년 이후, 아세안 국가들의 무역은 아세안 내부에서 이루어지는 거래비중을 중심으로 무역량이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한다. 2019년, 아세안 내에서 이루어지는 가장 큰 무역비중(%)을 제외하고, 그 규모가 가장 큰 아세안의 무역상대국은 중국, 미국, EU, 일본, 한국 순이었으나, 2020년 코로나 팬더믹의 위기로 관광업뿐만 아니라, 제조, 운송, 원자재 수출에서 아세안 각국의 주요 산업체인은 크게 손상되었다. 이로 인한 경제활력 저하로 각국에서는 대규모 재정투입 (3~4단계에 걸쳐 실시)을 실시했으나, 여러 경제평가 기관들은 아세안 내 무역 중심국인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의 경제성장률을 일제히 심각한 마이너스로 전망했다. 이에 아세안 내부에서는 좀 더 원활한 무역거래가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모아졌다. 아세안은 역내 관세가 없는 자유무역을 통한 공동번영을 기치로 아세안 단합과 중심성(ASEAN Centrality)을 주장하여 왔는데, 이번 RCEP의 타결로 향후, 아세안이 아태지역 국제경제의 균형과 질서를 위해 정치영향력을 발휘하고, 그 단합을 주도하고자 할 것으로 전망된다.

베트남,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브루나이는 아세안 10개국 중에서 CPTPP에도 동시 가입한 회원국이다. 이들 국가들은 중국 중심적인 RCEP이 자국무역에 있어서 완전히 TPP를 대신하기 힘들다는 판단으로 CPTPP 동시가입을 추진했으며, TPP협상초기부터 참여해 자국의 이익이 반영되는 의견을 제시해 왔다. 이번 RCEP협정 타결과 관련한 이들 국가의 공식발언은 대체적으로 통상과 무역의 경제효과 측면을 강조하고 있다. 베트남 언론은 RCEP 타결에 대해 ‘아세안이 투자 중심으로 부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 라고 평가하면서 ‘대중국 수출확대에 대한 기대감’을 보였다. 베트남의 주력 수출품 상위품목에 한국기업들이 투자한 스마트 폰, 통신기기, 섬유, 신발제품이 있는데, 베트남의 무역확대 수혜는 한국기업들에게도 간접적 영향을 미친다. 말레이시아는 ‘인도의 RCEP 가입의 중요성’을 언급하면서, ‘역내 국가들의 교역과 투자가 촉진되는 긍정적 측면과 역내 통상협력 발전’을 강조하였다. 싱가포르 역시 RCEP체결로 ‘수출과 투자, 역내 연결성 강화’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한 ‘아세안이 공동의 번영• 안보 및 이해관계를 구축하는 전략적 토대를 마련하였다’ 며, RCEP 협정타결에 대한 공식입장을 아세안 중심으로 무게를 실었다. 

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는 CPTPP 미가입 국가로서, 향후 CPTPP 가입을 공식 검토하고 있다.  이번 RCEP 협상 타결에 대한 공식입장 표명에서는 ‘글로벌 공급망 참여에 대한 기대, 농업상품과 원자재 수출, FDI 투자유입에 대한 기대’를 공통적으로 언급하였다. 태국 방콕 포스트는 RCEP이 태국에게 주는 영향력 분석에서, 인도 부재에 대한 중국의 독주 우려, 코로나 경제회생에 대한 기대감, CPTPP로 회귀할 가능성이 있는 바이든 정부 역할을 언급하였다. 필리핀의 일부 언론은 RCEP타결에 대해 인도와 미국의 시각을 대변하여 정치적 우려를 표하기도 하였으며, 아세안 개발도상국에 대한 중국의 지정학적 영향력 공고화를 우려하기도 하였다. 2019년 통계기준, RCEP 참가국은 필리핀 수출 시장의 50 %, 필리핀 수입원의 61 %, 외국인 직접 투자의 11.4 % 를 차지하는 비중을 구성하고 있다. 이로 인해, 필리핀은 한국, 중국, 베트남으로부터의 급격한 수입량 확대와 필리핀의 대외수출량 감소 위험을 내부적으로 우려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내부적으로 RCEP의 효과를 극대화 하기 위해 다양한 부분의 경쟁력 강화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했다.  

아세안 내에서도 개발격차를 보이는 저개발국인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는 RCEP의 체결에 대한 공식적 평가에서, FDI 유입 증가와 자국의 1차산업 상품 수출에 대한 기대감을 공통적으로 보였다. 또한 자국경제개발에 필요한 자금확보를 위해 한•중•일 투자확대에 대한 기대감을 보였다. 호주와 뉴질랜드는 CPTPP에도 가입한 국가이다. 아세안 국가들과는 RCEP보다 높은 수준의 양자 FTA 체결이 이미 이루어져있기 때문에, 경제적 파급효과에 큰 기대를 나타내진 않았다. 다만 공식입장에선 서비스 분야에 대한 활발한 시장접근 기대를 나타냈다. 


향후 RCEP 경제공동체의 아태지역 정치경제 영향 

세계정치경제는 태어나고 소멸되는 무역협정과 협력들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금번 RCEP 경제공동체 탄생은 자유무역을 지향하는 아태지역 국가들의 협정으로 인도가 빠졌지만, 한•중•일이 연계된 아시아 무역블럭을 완성시킴으로써, WTO 체제 불안정성, 미-중 무역갈등 및 코로나경제 극복을 위한 아태지역 국가들의 새로운 역량과 노력의 결과였다. 그러나 미-중 무역갈등과 패권갈등 속에서 타결된 경제공동체이므로, 무역대국들과 회원국간의 이해관계가 정치경제적 협력과 경쟁을 촉발하는 양면적 성격도 지니게 되었다. RCEP 경제공동체 타결 의의를 간단히 종합하자면 다음과 같다. 

먼저, 아시아 경제권의 급격한 성장으로 글로벌 통상협력의 중심이 아태지역으로 옮겨오고 있는 측면에서, RCEP은 아시아 선진 무역국가와 개도국들에게 확대된 발전기회를 제공한다. 아세안 10개국의 무역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국가는, 가장 규모가 큰 아세안 국가간 역내 무역을 제외하면, 중국, EU, 미국, 일본, 한국 (IMF, 2019년 무역액 기준) 순인데, 한•중•일이 모두 RCEP에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동아시아지역의 통합적 무역발전 가능성도 점쳐진다. 나아가, 코로나 팬더믹의 영향으로 단절되고 정체된 산업체인을 아태지역을 중심으로 다시 활성화 시키는데 적극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둘째, RCEP 타결을 바라보는 미국의 경쟁적 시각에 의해, 향후, CPTPP의 재편 방향이 RCEP에 대해 정치경제적 대립구도로 형성 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무역주도국들이 다자주의와 자유무역을 수호하고자 하면서도, 앞 다투어 CPTPP, RCEP 등을 이용해 경쟁국가를 견제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향후, 지역간, 대륙간 경제통합의 형태인 메가 FTA 체결이 경쟁적인 구도를 보일 경우, 무역원칙과 규율을 지역이익에 맞게 정하고자 하는 무역블럭 주도국의 경쟁과 회원국들의 가입경쟁이 더욱 복잡해 질 수 있다. 양대 메가 FTA에 동시 가입한 국가들과 그렇지 않은 국가들 사이, 무역블럭과 산업체인 형성경쟁으로 인해, 아시아 각국 내 양자 FTA와 다자 FTA의 국가별 전략 검토가 예상되며, 무역블럭을 이용한 새로운 국가전략산업의 개편기회와 시장개방확대 및 재편도 예상된다.

셋째, 현재의 세계무역흐름이 미-중 무역전쟁, 팬더믹으로 인한 산업체인의 단절, 4차 산업혁명의 글로벌 가치사슬 재편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메가 FTA에 중복으로 가입된 국가들은 균형 있는 정치경제적 힘의 안배와 경제적 실익을 거두어야 하는 복잡한 과제와 마주하게 되었다. RCEP와 CPTPP의 메가 FTA의 중복 회원국들은 수출할 때, 양자 FTA와 비교하여 더 유리한 관세율을 적용 받을 수도 있지만, 무역주도국의 비관세 장벽과 무역보복 (예: 사드보복, 대륙 한한령 限韓令) 등에도 여전히 노출되어 있다. 한국과 같이 추가적인 CPTPP 가입을 검토하는 경우, 지역으로 블록화될 가능성이 있는 메가 FTA 협정 요구조건을 검토하고, 변화하는 산업체인에 따라 세분화된 가입전략도 필요하다. 특히 메가 FTA 무역에 중요한 구성원인 미들파워(middle power) 국가들이 중복적으로 메가 FTA 협정에 참여하면서, 단순한 경제협력관계를 뛰어넘어 세계정치경제에 복합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정치구조도 만들어지고 있다. 따라서 지역블럭에 중복적으로 참여한 미들파워(middle power) 국가들은 ‘미-중’ 이 자국 중심적으로 무역블럭을 형성하는 것을 경계하면서, 국제정치경제 질서회복과 재균형, 교역다각화, 안정적 글로벌가치사슬(GVC)형성에 기여하는 균형자적 역량발휘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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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도가 불참을 선언한 이유는, 매년 500억 달러 안팎의 만성적인 대(對)중국 무역 적자가 더욱 커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며, 나아가 아세안, 한국, 일본, 호주 등 RCEP 참가국과의 무역에서도 적자를 기록하고 있어 불참을 결정했다고 전해진다.

2) 오바마 정부가 추진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은 2015년 10월, 12개 회원국 (말레이시아, 베트남, 브루나이, 싱가포르,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페루, 멕시코, 칠레, 일본)으로 출범했는데, 당시, 인구 약 8억명, 무역거래 9조 693억 달러, GDP 27조 8,428억 달러 규모였다. 이후, TPP 합류를 희망하거나 검토를 한 국가는 한국,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 콜롬비아, 필리핀, 브라질 등이 있다.

3) 필리핀, 태국, 인도네시아는 온라인 애니메이션, 음반녹음, 영화제작과 배급상영 부문을 추가 개방하였으며, 포지티브 방식의 강력한 규제로 서비스 시장을 개방한 나라는 캄보디아, 미얀마, 라오스, 필리핀, 베트남, 태국, 중국, 뉴질랜드이다. 일본은 게임과 도소매 서비스의 일부를 한국에게 개방했다. (오수현 외, 2020, ‘RCEP 협정문’ 등 ) 

4) 이자연, 2020. 중국의 신인프라건설(新基建) 정책이 우리 ‘디지털 뉴딜’에 주는 시사점,’K I E T 산업경제’, 202006

5) 한국은 아세안과 품목 수 기준 91.9~94.5%의 관세를 철폐하게 되었으며, 일본과는 민감품목이 제외된 83% 수준의 상호 관세철폐 수준에 합의했다. 또한 한국은 중국•호주•뉴질랜드에 대하여 기 체결한 FTA 양허수준 을 유지한다. 아세안에 진출한 한국기업은 아세안 역내에서 원활한 수출과 투자가 이루어지는 간접적인 기반도 마련하게 되었다. 특히 서비스 분야에서는 아세안 국가들이 한국에 대해 시장 개방폭을 확대해 줌으로써, 한국의 한류문화 컨텐츠, 유통, 물류, 서비스 수출 확대의 길을 열었다. 아세안 내, 통신, 금융, 컴퓨터 관련 서비스분야, 유통•물류 및 전문 서비스분야의 외국자본 지분제한 한도가 65%까지 확대되어 투자기회도 넓어졌다. 원산지 규정이 통일되고 관련 증명절차가 간소화 되었으며, 지식재산권 보호규범이 마련되어 한국제품의 침해된 지식재산의 구제수단 마련이 가능해졌다.

6) The Economist. 2020. Nov. 21.

7) 오수현 외, 2020

8) 한국은 민감품목으로 분류된 완성차, 기계 등을 양허대상에서 제외했으며, 개방품목도 관세철폐 기간을 10∼20년으로 길게 두거나 한 동안 관세를 유지하다 감축하는 ‘비선형’ 방식의 보호장치를 마련했다. (문화일보, 2020년 11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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