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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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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이슈에 대한 국내외 전문가들의 견해 및 제언이 담긴 칼럼을 제공합니다.

미⸱중 금융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실화될 것인가?

왕윤종 소속/직책 : 동덕여자대학교 국제경영학과 교수 2021-02-26

중국의 부상과 미국의 봉쇄

중국은 개혁개방 이후 세계의 공장, 제조업 강국, 무역 강국으로 부상했다. 2001년 중국의 세계무역기구 가입 이후 중국 중심의 글로벌 가치사슬은 더욱 공고해졌다. 이제 실물부문에서 세계 경제에 미치는 중국의 영향력은 실로 대단하다. 시진핑 집권 이후 「중국제조 2025」이라는 제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청사진이 제시되면서 고부가가치 신산업 분야에서 미국, 독일, 일본 등을 추월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의 포부를 꺾기 위해 미·중 무역전쟁을 시도했고, 첨단기술 분야에서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중국의 간판 기업 화웨이를 비롯해 중국기업에 대한 각종 제재를 취했다. 미국의 의도는 중국 중심의 글로벌 가치사슬을 와해시키거나, 적어도 중국을 단지 저부가가치 산업 분야에서 제조기지로 머무르게 하려는 생각이다. 그러나 중국이 그저 가만히 당할 나라는 아니다. 14.5규획과 쌍순환 전략은 단순히 내수를 확대하겠다는 전략이 아니라, 중국 중심의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겠다는 대응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의 의도대로 완전한 디커플링(탈동조화)이 실현되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미국의 중국에 대한 봉쇄를 극복하고 기술자립과 공급망의 안정성을 확보하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중국이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체결 이후 「한·중·일 FTA」의 체결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은 일본, 한국과 함께 안정적인 지역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복심을 드러낸 것이다. 또한, 2020년 12월 30일 거의 7년 만에 유럽연합(EU)과 중국은 투자협정 체결에 합의했다. 유럽연합이 요구하는 기후변화와 노동권 보호에 관한 내용도 포함되어 중국으로서는 높은 수준의 규범을 수용했다. 이 역시 미국의 봉쇄를 돌파하기 위해 중국으로서는 유럽연합과의 협력이 절실했다는 것을 시사한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바이든 행정부로 정권 교체가 이루어졌으나, 미국의 중국 봉쇄전략은 큰 틀에서 변화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완벽한 미·중 디커플링은 세계 경제가 이미 긴밀히 연계되어 있다는 점에서 어려울 것이다.

속도를 내는 중국의 금융시장 개방

그런데 한 가지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이 있다. 미·중 디커플링 문제를 논의하면서 주로 무역과 같은 실물부문의 디커플링에 논의가 집중되고 있다. 금융부문에 있어서 진행되고 있는 미·중 디커플링 이슈에는 관심이 적다. 이는 중국이 국제금융시장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는 점에 기인할 수 있다. 그러나 중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미·중 무역전쟁, 그리고 코로나19 사태로 이어지는 대외적 환경의 어려움 속에서도 점진적으로 금융부문의 개방화를 지속해서 추진해왔다. 

미⸱중 무역전쟁을 전개하면서 미 재무부는 중국의 금융시장 개방을 요구했다. 그러나 실상을 보면 중국 스스로 금융시장 개방에 대해 계획을 마련하고 있었다. 특히 금융서비스시장에 대한 외국 금융회사의 접근성을 개선하고, 동시에 주식 및 채권 등 자본시장에 대한 비거주자의 투자도 개방 폭을 확대했다. 우선 홍콩을 중심으로 한 연결망을 구축함과 동시에 일정 자격을 갖추어야 투자가 허용되는 적격투자자의 범위를 확대했다. 이를 통해 중국의 금융 및 자본시장이 글로벌 금융시장과 점차 통합되어 가는 모습을 보였다. 

이처럼 중국의 글로벌 금융시장으로의 편입과 통합이 최근 들어 속도를 내는 것은 매우 특이한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1) 이는 부분적으로는 미⸱중 무역협상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중국이 미국에 준 선물로만 볼 수는 없다.2) 이에 대해서는 대체로 세 가지 측면에서 평가할 수 있다. 

첫째, 미·중 무역전쟁에서 미국이 공격수라면 중국은 수비수이다. 중국이 맞대응에 나서기는 했지만 어디까지나 첫 공격은 미국이 시작했다. 중국은 미국의 일방적 조치에 대해 다자주의 원칙에 맞지 않는다고 항변했지만, 결국 협상에 나섰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정부는 중국이 다자무역질서를 존중하는 국가라는 이미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중국은 자본자유화 및 금융서비스 분야에 있어서 그리 개방적이지 않다. 무역자유화를 강변하면서도 금융부문의 폐쇄성은 중국경제의 이중성이다. 제조업 강국을 지향하면서도 금융 강국으로의 행보도 소홀히 할 수 없다는 인식이 중국을 자연스럽게 개방으로 인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둘째, 금융시장 개방이 속도를 내는 분야는 주로 자본 유입 및 금융서비스 분야이다. 자본유출과 해외직접투자와 관련한 분야에 대해서는 여전히 강력한 제한조치가 취해지고 있다. 자본 유입은 중국의 주식과 채권시장의 발전에 있어서 외국인 투자자의 참여를 확대하는 것이고, 이러한 개방 확대는 중국 금융시장의 발전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또한, 금융서비스 분야의 외국인투자 확대 역시 월가가 가장 반기는 분야라는 점에서 중국으로서는 자신의 우군으로 월가를 선택했다고 볼 수 있다. 총 금융자산 규모가 2020년 6월 말 기준 48조 달러에 달하는 중국 금융시장에 월가는 호시탐탐 눈독을 들여왔다. 월가는 정치적으로 중립적이지만 트럼프의 국수주의적 행태에 대해서는 상당히 못마땅하게 생각해왔다. 월가는 글로벌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을 중시하면서 달러의 위력을 과시하고 싶어 한다. 중국은 아직 금융부문에 있어서 미국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월가로서는 중국에서 취할 이득이 많다고 생각할 것이다.

셋째, 위안화 국제화를 장기적으로 추진하려면 자본자유화는 어차피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이다. 덩치만 크다고 해서 자국 통화가 국제통화로 인정받는 것은 아니다. 중국 정부는 위안화 국제화의 기반 조성을 위해서 다양한 국가의 파트너가 필요하다. 언젠가 위안화가 결제통화에서 투자통화, 그리고 안전자산으로 인정받는 준비통화로 승격되려면 국제금융시장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하다. 위안화 국제화는 중국이 경제적으로 미국을 앞서는 최종적인 승부처이다. 달러 패권에 도전하는 것은 아직은 시기상조이지만, 이미 도전장을 내민 중국으로서는 속도는 조절하겠지만 해야 할 일을 할 수밖에 없다.

미·중 무역전쟁을 벌이면서 미국은 중국의 환율조작 문제를 강하게 제기했지만, 2020년 1월 1단계 무역협정의 타결로 환율 문제는 일단락되었다. 적어도 금융부문에 있어서 미·중 갈등은 해소되는 모습을 보였다. 금융부문의 미⸱중 디커플링 가능성은 없어 보였다. 그런데 난데없는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외국기업 책임법이 뭐길래?

미국이 준비한 카드는 의외로 트럼프 행정부가 아닌 미 의회가 주도했다. 이는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된 기업에 대한 회계감사 강화를 넘어서 중국기업이 외국 정부의 통제 속에 있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는 자료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20년 5월 상원을 통과한 「외국기업 책임법(Holding Foreign Companies Accountable Act)」이 바로 그것이다. 12월 5일 미 하원을 만장일치로 통과했고, 12월 19일 트럼프 대통령은 동 법안에 서명했다. 동 법은 회사 정관에 중국 공산당 관련 내용이 있는지를 보고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자료 제출을 거부하면 해당 기업의 주식은 미 증시에서 퇴출당한다. 미 증시에 250개 이상의 중국기업이 상장되어 있어 중국기업으로서는 미 증시를 떠나든지 아니면 미 증시에서 거래되기 위해 자료 제출에 응해야 하는 상황이다. 중국기업들이 월가의 도움을 받아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발판으로 미 증시에 상장을 추진하였는데, 이제 미 증시를 떠나야 하는 위기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한 것이 아니라 미 의회가 만장일치로 추진하였다는 점에서 중국으로서는 더욱 뼈아픈 조치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중국의 글로벌 금융시장 침투를 저지하는 디커플링 조치로 볼 수 있다. 

국방부 주도의 블랙리스트

트럼프 대통령의 마지막 카드는 미 국방부 주도의 블랙리스트(military blacklist) 지정에 재무부가 동참하도록 한 것이다. 미 국방수권법에 근거해서 미 국방부는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는 기업과 거래하는 기업에 대해 제재를 할 수 있다. 화웨이를 포함해서 2020년 말까지 총 35개의 중국기업이 포함되었고, 퇴임하기 직전에 샤오미를 포함해서 9개 기업을 추가로 지정했다. 제재는 원래 이들 기업과의 거래에 한정되어 있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블랙리스트에 포함된 기업에 대해 미국 투자자들에게 주식을 2021년 11월까지 전량 매각할 것을 강제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기관투자자들이 보유한 중국 주식을 전량 매각해야 한다면 블랙리스트에 포함된 중국기업은 사실상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자본을 동원한다는 것이 어려워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하나의 금융부문의 디커플링 조치라고 볼 수 있다. 바이든 행정부도 트럼프의 행정명령에 대해서는 아직 고민 중이다. 

과거에도 ZTE와의 소송이든지 아직도 진행 중인 화웨이와의 소송에 미 재무부가 관련되었다. 이는 미 의회에서 법령으로 정한 각종 제재(sanction)에 대해 외국기업이 위반할 경우 벌금 및 과징금을 부과하는 미 행정부의 기관이 미 재무부 산하의 해외자산통제국(Office of Foreign Assets Control: OFAC)이기 때문이다. 통신장비를 생산·수출하는 중국기업인 ZTE의 경우를 보면 2010년 1월부터 2016년 3월까지 미국의 수출통제법 및 대 이란제재법 위반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 판결에 근거해서 OFAC은 12억 달러의 벌금을 부과했고, 관련 제재 위반에 가담한 임직원을 징계할 것을 ZTE에 요구했다. 처음에 ZTE는 이러한 OFAC의 시정명령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그 결과 추가 제재를 받게 되었다. 미 재무부의 시정명령을 지키지 않으면 국제금융거래가 전면 중단된다. 화웨이의 대 이란 통신장비 관련 소송은 아직 진행 중으로 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면 화웨이는 OFAC의 시정명령을 따라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퇴임하기 불과 1주일 전인 1월 14일 세계 휴대폰 시장의 강자로 부상한 샤오미를 포함 9개 기업을 추가로 블랙리스트에 포함했다. 그런데 샤오미의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이미 증권시장에 상장되어 있고, 미국인 주주도 많은 샤오미는 중국 정부와 중국 인민해방군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데 미 행정부가 샤오미와 같은 민영기업을 블랙리스트에 포함한 것은 불합리하다는 주장을 폈다. 물론 샤오미의 최고경영자인 레이쥔(雷軍)은 민영기업가이면서도 베이징 인민대표(2012), 전국인민대표(2013)에 이어 2017년 중국 공산련 부주석 및 베이징시 공상련 부주석 등 공산당 활동을 활발히 벌였다. 비록 명함용이라고는 하지만 오해의 소지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
 
샤오미는 2021년 1월 29일 워싱턴에 있는 지방법원에 국방부, 재무부, 그리고 바이든 행정부에서 새로 임명된 재넛 옐린 재무장관을 고소했다. 국방부와 재무부의 블랙리스트에 포함되어 앞으로 삼성, SK하이닉스 등으로부터 반도체를 원활하게 공급받지 못하게 되면 그야말로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을 보게 될 것이라는 점을 어필하면서 최종 소송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제재를 유예할 것을 요구했다. 특히 2021년 11월까지 미국의 기관투자자들은 샤오미의 주식을 모두 청산해야 한다. 이는 샤오미의 주가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바이든 행정부의 재무부가 트럼프의 대중국 봉쇄정책의 유산을 어떻게 청산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는 흥미로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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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중국의 금융개방 가속화 현상에 대해서는 Nicholas Lardy and Tianlei Huang(2020)의 최근 연구를 참조하기 바란다.

2)중국의 외국금융기관에 대한 지분제한 완화조치는 미중 1단계 무역협정에 포함되었다. 그러나 동 조치는 이미 2019년 3월 전인대에서 통과된 것으로 미중 무역협상의 전리품이라고 볼 수는 없다. 중국 정부가 선제적으로 취한 조치의 성격이 강하다고 볼 수 있다.


<참고문헌>
Lardy, Nicholas R., and Tianlei Huang, "China's Financial Opening Accelerates," PIIE Policy Brief 20-17, Peterson Institute for International Economics,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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