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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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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이슈에 대한 국내외 전문가들의 견해 및 제언이 담긴 칼럼을 제공합니다.

인도·태평양 新질서와 중국-이란 군사·무역 협정 체결

김연규 소속/직책 : 한양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2021-04-21

2021년 3월 27일 중국과 이란은 4000억 달러 (US$400 billion)에 달하는 군사·무역 협정을 체결했다고 공식 발표하였다. 중국과 이란의 대규모 군사와 경제분야 협정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최초의 양국 협정은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이미 2016년 1월 이란 방문시 처음 발표되었다.1) 2016년 2월에는 중국을 출발한 화물열차가 14일만에 테헤란역에 처음으로 도착하였다. 트럼프 정부의 이란재제 복귀와 최근에는 코로나19사태로 진전에 차질이 생겼던 것이다. 중국-이란 협정 재추진이 다시 알려진 것은 2020년 7월 뉴욕타임즈紙가 보도를 하면서부터이다.2) 3)

일대일로 무역로 구축을 통해 아시아-유럽-아프리카-중동을 연결하려는 중국에게 이란은 왜 중요할까? 이번에 발표된 군사와 무역협정은 어떠한 내용을 담고 있으며 지정학적 중요성이 급증하고 있는 인도양지역에는 어떠한 변화를 가져올 것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중국-이란 군사·무역 협정의 주요 내용

이번 협정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중국이 이란을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관계(comprehensive strategic partnership)로 격상시키면서 일대일로 (BRI)의 공식파트너로 참여시킨다는 점이다. 이란은 중국의 외교협력관계 분류에서 2번째로 상위의 관계를 부여 받았으며 중동에서는 이집트를 제외하면 유일하다. 


4000억달러 가운데 2800억 달러를 이란의 유전개발에 투자한다는 내용이 주목할 만하다.  코로나 19 사태로 급감했던 중국의 원유수요도 최근 회복됨에 따라 중국의 이란 원유수입도 급증하고 있다. 4) 미국의 금융제재에 대한 염려로 이란원유 구매를 많은 국가들이 꺼려하고 있는 상황에도 중국은 2020년 하반기 이후 다시 이란 원유를 대규모로 사들이고 있다. 


1200억 달러는 철도와 항만 통신망을 구축하는데 사용된다. 중국이 이란의 5G 통신망을 구축하고 이란 정부는 중국이 이라크,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레바논의 5G 통신망 계약 체결을 돕는다는 내용도  들어있다. 이란의 반다르 아바스(Bandar Abbas)항구와 차바하르 항구 개발도 포함되어 있다. 일대일로 차원에서 두 항구에서부터 도로를 연결해 이라크와 시리아의 지중해 항구까지 연결하는 내용이 합의되어 있다. 이란의 유전과 가스전을 개발해 송유관과 가스관으로 시리아의 바니아스항구(Baniyas)와 레바논의 트리폴리항구(Tripoli)로 연결하는 내용도 있다.

인도·태평양 아시아 지역질서의 부상과 중국-이란 밀월의 여파

20세기 동안 미국의 자유주의 세계질서 속에 아시아지역의 군사·무역 질서를 대표하는 준거틀(frame of reference)은 아시아 태평양(Asia-Pacific)이었다. 미국과 아시아의 신흥 부국들을 연결하는 무역이 중심이 되고 태평양의 무역로를 보호하기 위한 미국 해군력을 바탕으로 한 군사질서가 아시아 태평양 지역 질서의 근간이었다. 

중국이 미국과의 태평양 무역에 갇혀있지 않고 유럽, 아프리카, 중동으로 무역을 확대하기 시작한 것이 미국주도 아시아 태평양 질서변화의 시초이다. 중국의 유럽, 아프리카, 중동과의 무역 확대는 그동안 낙후되었던 항만, 철도, 도로, 송유관, 전력통신망 (해저케이블 포함) 등 새로운 인프라 건설과 함께 시작되었다. 중국과 유럽의 40여개 도시들을 연결하는 대륙철도는 이미 2010년초부터 시작되어 현재는 거의 완성이 되어있는 단계이다.  철도는 상징적인 중요성은 있지만 중국-유럽전체 물류측면에서 해상운송에 비해 비용도 비싸고 2-3%의 비중밖에 안되기 때문에 중국-유럽, 중국-아프리카, 중국-중동 무역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해상운송로의 본격 가동이 불가피하다. 
     
유럽과의 무역은 제조업 제품이지만, 아프리카와는 대부분 중국이 현지에서 채굴하여 중국의 운송해 가공하기 위한 각종 희소금속과 희토류, 중동과는 원유 가스 그리고 탈석유시대를 대비한 원전건설과 재생에너지 생산과 산업화를 위한 제품들이다.

1. 인도태평양 해상무역구도 변화

중국은 인도태평양 해상무역로를 장악하기 위하여 동남아에서 인도양에 이르는 주요 국가들의 20여개의 항구를 지분투자와 개발을 통해 장악해 놓았다. 터키, 그리스, 심지어 이스라엘의 하이파 항구까지 투자하고 있다. 북유럽의 대표적 항구들도 중국이 일부 소유하고 있다. 

차바하르 항구는 수많은 항구들 중에서도 중국에게 특히 중요하다. 아프가니스탄, 중앙아시아, 러시아를 연결하는 유라시아 내륙 무역을 가능하게 하는 전략적 항구이기 때문이다.

중국-이란의 군사협정 발표직후 이란은 인도와의 차바하르 항구개발 중단을 동시에 선언했다. 2000년초부터 인도, 이란, 중앙아시아, 러시아 등은 차바하르 항구를 이들 유라시아 대륙 국가들의 인도양 무역항으로 연결하는 남북무역로 구축계획을 논의해오던 중이었다. 중국과 인도태평양 세력권 경쟁을 벌여오던 인도로써는 큰 타격을 받은 것이다.


2. 인도태평양 군사질서 변화

중국의 인도양 진출로 가장 위협의식을 느끼는 국가는 인도이다. 인도양의 주도적 해군력은 아직 미국이 가지고 있다. 미국은 인도양에서의 중국의 세력확장을 억제하기 위해 인도의 해군력을 강화하는 전략에 역점을 두고 있다. 중국이 차바하르 항구 개발권을 확보함으로써 파키스탄의 과다르 항구와 함께 중국 인도양 해군력 강화의 중요한 지렛대 역할을 하게 되었다. 이란은 이미 2014년부터 중국과 인도양 공동해군훈련을 실시해 오고 있으며 최근에는 러시아도 동아프리카 수단의 항구를 확보하고 인도양 해군력 진출을 강화하고 있으며 중국, 이란, 러시아, 남아프리카 등은 공동해군훈련을 강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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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Putz, Catherine. “First Direct Train from China Arrives in Iran.” The Diplomat,   February, 2016.

2) Fassihi, Farnaz and Steven Lee Myers, “Defying U.S., China and Iran Near Trade  and  Military Partnership.” New York Times, July 12, 2020.

3) Fassihi, Farnaz and Steven Lee Myers, “China, With $400 Billion Iran Deal, Could  Deepen Influence in Mideast.” New York Times, March 29, 2021.

4) Bloomberg. “A Surge in Iranian Oil Exports Is Clogging Up Chinese Ports.” March 11,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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