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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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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시기, 글로벌 가치사슬(GVC)의 탈(脫)중국 현상과 베트남의 공급망 역할(2) : 우리기업의 GVC 역할 공간 확보와 경쟁력 강화 과제

정혜영 소속/직책 : 건국대학교 중국연구원 연구교수 2021-04-29

베트남이 우리기업들에게 중국을 제치고 제조업 공급사슬 파트너 국가로 등장 할 수 있었던 데에는, 베트남 정부의 적극적 외자유치 정책과 무역하기 좋은 환경을 마련한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트럼프 정부가 개시한 미-중 무역전쟁 이후, 베트남은 반사이익으로 확대된 수출과 글로벌가치사슬 탈(脫)중국 이전기업에게 제공하는 지경학적 입지로 아세안 가치사슬의 중심지로 주목 받기 시작했다. 특히 베트남 정부의 강력한 다자주의 경제외교정책은 국내정치적 혼란, 코로나 질병 영향과 수습으로 경제발전에 집중하지 못한 주변 동남아시아 국가들과는 확실한 차별성을 보였다. 아래에서는 세계 제조업 GVC에서 그 역할과 위상이 강화되고 있는 베트남의 공급망 환경이 우리기업에게 주는 기회요인과 위협요인을 점검하고, 한국기업의 GVC 역할 공간확보와 경쟁력 강화과제를 살펴 보고자 한다.

1. 한국기업의 대(對)베트남 GVC 참여의 기회요인과 위협요인

제조업의 탈(脫)중국-베트남 이전 사유는 국가와 기업별로 그 전략과 내용이 상이하다. 대체로 기업들은 변화하는 무역협정과 관세장벽, 무역의 블럭화, 원료수급 • 생산 • 수출입의 규제, 미-중 경쟁에 대비한 중국의존도 줄이기, 국가전략 산업기지의 국내회귀, 미국의 ‘경제번영네트워크(EPN)’ 혹은 중국 ‘홍색공급망 협력’의 전략구상에 의한 비즈니스 환경변화에 기인하여, 탈(脫)중국 이전을 결정한다. 2019년 미국 정부가 제재대상인 중국기업 수(2018년 17개사)를 150개사로 대폭 늘리자,  중국기업(주로 회웨이 반도체 부품조달 관련)과 거래 단절을 결정한 외국기업수가 급증하게 된다. 이에, 중국 상무부는 2020년 9월 19일, 중국의 주권과 안보, 발전이익을 해치고, 차별적 조치에 동참하여, 중국기업의 합법적 권익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외국기업 및 개인을 상대로 “신뢰불가능한 기업리스트 규정(不可靠实体清单规定)” 14개 조항을 발표한다.1)

그리고 중국기업과 정상적인 거래를 중단하는 외국기업에 대해 중국 수•출입, 중국투자, 관련자들의 중국 출•입국 금지, 벌금부과가 가능하도록 했다. 2021년 1월 9일에는 중국기업을 압박하고 미국의 제재에 동참하는 제3국 기업이 중국기업과 거래를 중단하면, 그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 규정(阻断外国法律与措施不当域外适⽤办法)을 공포한다. 이어, 2021년 1월 29일, 「기초전자부품 산업발전 행동계획 2021~2023」을 발표하여 반도체, 배터리, 전자센서, 통신망 등을 중국자체 내에서 공급하고자 하는 계획으로, 탈(脫)중국 기업으로 인한 내부 공급망 위험에 본격 대비한다. 한편, 바이든 정부는 2021년 2월, 미국 내 연방정부를 향해, 향후 100일 동안 ‘반도체•전기차 배터리•희토류•의약품 및 원료’ 등에 대한 미국공급사슬현황 조사명령 (Executive Order on America’s Supply Chains (E.O. 14017)을 내렸다. 또한 ‘국방, 공중보건, 정보통신기술, 에너지, 운송, 농업, 식품 산업에 대한 공급사슬 현황을 1년간 조사·보고하도록 지시했다. 미국에서는 중국과 형성된 공급사슬의 생태계조사를 통해 중국과 직접 혹은 간접 연계된 공급사슬을 중국과 분리하는 공급망 재편(‘Make It in America’, ‘Supply American’, ‘Buy American’)을 강화하고 있는 중이다. 갈수록 격해지는 미-중 양국 전략산업의 ‘탈동조화’로 탈(脫)중국을 결정한 기업들에게는 적지 않은 비용부담과 선택이 필요해졌다. 그러나 투자기업 유치가 적극 필요한 베트남과 같은 개도국에게는 GVC 재편이 국가경제 재도약의 기회를 가져다 준다. 미-중 사이에서 경제적 균형에 의해 경제발전을 도모해왔던 아시아 국가들, 베트남, 싱가포르, 한국, 대만,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같은 국가들은 미국과 중국의 ‘GVC 재편구도’에서 위험을 피해가야 하는 ‘경우의 수’를 계산해야 하기 때문에, 중요한 통찰과 전략적 판단을 필요로 한다. 


한국기업의 베트남 진출은 1998년 이후 본격 시작되었는데, 그 동안 중국에 투자한 신규법인 설립 수가 많았던 한국기업의 해외 신규법인투자는, 2017년 베트남 지역 698개, 중국 491개, 미국 543개를 기록하여, 신규법인 진출국 중 베트남은 가장 인기 있는 국가로 기록된다. 이후 한국기업의 베트남 신규법인 설립은 2020년 코로나 발발 이전까지 급속한 상승세에 있었다. <그림 1> 참조. 특히 2014년 삼성전자의 본격 진출은 대(對)베트남 투자국가 1위 (누계기준) 지위를 한국제조업이 차지하는데 일조한다. <표1> 참조. 아래에서는 베트남의 글로벌 가치사슬에서 비중 있는 역할을 하는 한국기업의 GVC 참여와 관계하여, 그 기회요인과 위협요인을 좀 더 심도 있게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한국기업이 베트남 글로벌가치사슬 안에서 점하고 있는 기회요인은, 우리기업이 선점하고 있는 베트남 내 부품공급사슬 구조에 있다. 베트남은 투자기업이 중간재를 수출하거나 재수출하는 부품공급망 구조 속에서, 저렴한 노동력으로 제품을 가공 및 조립하는 GVC 전방참여의 역할로 경제발전을 이루어왔다. 제조업의 베트남 가치사슬 전방참여와 연관된 대표국가는 한국, 중국, 일본인데, 이들 3국 중 한국의 GVC 전방참여 기여율이 가장 높다.<그림 2, 그림3> 참조. 


베트남 내에서 한국기업의 글로벌가치사슬 전방참여 비중이 가장 크다는 사실은, 산업체인의 공고화와 이익실현 측면에서, 한국기업들이 기타국가의 진출기업에 비해 가치사슬 형성에 비교우위를 지니고 있음을 의미한다. 최근 4년간, 한국기업의 베트남법인 현지 영업이익률(2018년 4.2%)과 투자수익률(2018년 22.2%)이 모두 중국에 진출한 현지기업의 영업이익률(2018년 3.2%)과 투자수익률(2018년 9.4%)보다 높게 나타난 사실에서도, 베트남은 이전하는 한국기업의 안정적인 GVC 협력국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2) 

두번째 기회요인은 성장하는 시장을 지닌 이머징 국가로써의 ‘현지시장진출’과 관련된 서비스 부가가치가 창출되는 GVC 후방참여 기회의 잠재성이다. 현재 한국기업들은 베트남의 산업가치사슬에서 전방참여에 기여함으로써 한국경제도 동반 성장하는 시너지 효과를 얻고 있다.3) 그러나 베트남 현지시장에서 서비스 가치가 창출된 공급사슬의 후방참여기회를 얻는다면, 제조업의 서비스부가가치 영역을 넓힐 수 있다. 한국기업의 대중국 수출은 중간재 수출 측면에서는 GVC형성을 공고히 했지만, 일련의 사드사태, 민족감정, 중국정부 보복조치, 외자기업 행정 규제와 압박 등의 요인으로, 중국 소비시장을 직접적으로 연결하는 GVC 참여는 실패했다고 판단된다. 한류가 중국에서 크게 인기를 끌었지만, 이를 안정적인 관광산업이나 중국 내 서비스 소비시장 진입으로 연결시키기 위해서는 여전히 높은 시장진입 장벽을 넘어야 한다. 결국 한국기업들은 중국현지 투자진출 이후, 서비스 부가가치가 창출되는 산업의 GVC 후방참여에 대한 공급사슬 참여전략도 부족했다. 

세 번째 기회요인은, 베트남은 다른 아세안 국가들 보다 투자 및 무역 제도 면에서 환경적 우월성을 제공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서는 이러한 베트남의 제도환경이 중국을 앞지른 것으로 분석하고, 한국기업들이 GVC 체인을 심화하는데 유리한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고 평가하였다.4) 베트남 정부에서 제공한 기업 세제혜택이나 공장부지 제공조건 등은 결국 투자기업의 영업이익률, 투자수익률로 직결된다. 또한 글로벌 가치사슬의 성격이 지역별로 폐쇄화, 블록화 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베트남 정부가 적극적으로 가입하는 다양한 다자간 무역협정은, 기업들로 하여금, 세계 각지의 주요 수출시장 접근을 더욱 용이하게 한다. EU-CEPA, AEC, CPTPP, RCEP, 등의 다양한 메가FTA 체결 의미는 단순한 양자협정의 확대로 넘어설 수 없는, 글로벌 공급망의 재편과 블록화 현상을 극복하게 해주는데, 베트남은 폐쇄화 되어가는 GVC 블록에 모두 편승, 유럽과 인도 등 제3의 지역과도 교역이 강화되는 추세에 있다. 지역별로 강화되고 있는 원산지 기준, 고관세, 환경규제 강화 분위기를 넘어서는 교역의 허브국가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기업의 대(對)베트남 글로벌 가치사슬 참여 위협요인도 존재하는데, 먼저, 미-중의 GVC 탈(脫)동조화가 강화되는 시점에서의 베트남 수출입 구조의 위험성이다. 베트남의 전체 수입에서는 중국과 한국이, 수출에서는 미국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제품 제조에 필요한 부품을 제공하는 국가로 중국은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한국기업들은 중국에서 생산한 부품을 베트남에서 용이하게 조달 받기 위한 지리적 근접성으로 베트남 북부 전자산업제조에 투자했는데, 이러한 베트남의 북부 투자입지는 대만, 일본, 중국 기업들에게도 수출입이 용이한 전자산업이 집적지이다. 애플은 중국에서 부품을 조립했지만, 자신들의 협력사를 대만기업으로 설정함으로써, 부품공급의 안정성을 더했는데, 대만 협력사들은 미국정부의 전략산업 대중국 디커플링 정책에 신속 대응, 베트남 공장의 상품생산량을 늘리고 있다. 대만 위스트론(Wistron , 애플렵력사)의 중국 충칭 공장과 대만공장의 생산량 비율을 70%: 30% 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말, 미국이 대량의 상품을 발주하면서, 주문조건으로 중국에서 생산되지 않는 상품을 구매한다고 밝혀, 충칭 공장의 생산비율을 50%로 낮출 계획에 있음을 밝혔다. 10년 이상의 장기 준비가 필요한 기업들의 생산설비 이전은, 현재 본격 이전이 아닌 생산량 비율조정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이 역시 관련된 1,2차 벤더들과의 부품공급망 사슬 재조정을 필요로 한다. 수출입과 관련한 베트남의 지리적 입지는 제조업에 강한 대만과 중국 회사들의 지리 근접성으로 탈중국 기업들의 이전후보지로 주목 받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베트남의 이러한 입지는 미국의 입장에서 볼 때, 미국에게 무역적자를 가중시켜주는 주목해야하는 국가 1순위 후보로 비쳐진다. 2020년 12월16일, 미국 재무부는 무역대표부(USTR)가 추진한 ‘교역촉진법(2015)’에 의해 베트남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 바가 있다.5) 


이 지정에 대해, 2021년 1월 15일, 미국 USTR은 대베트남 보복관세를 유예하겠다는 성명을 발표6) 하여, 베트남은 한 차례 무역위기를 무사히 넘겼다.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의 표면적 배경은 환율조작이지만 베트남의 지나친 대미무역 흑자와 중국의 대베트남 불법 우회수출 가능성에 대한 배경이 주요하게 작용했다. 7)  중국과 베트남간 단기수입과 베트남의 대미 단기수출이 늘어난 품목은, 중국기업의 대베트남 생산시설 이전 업종이거나, 중국의 대베트남 수출증가 품목(컴퓨터, 전자, 전기, 기계부품)이다.  또한 ‘미-중 무역전쟁’과 관련하여 보복관세를 주고 받는 미-중 무역 정체품목(ex.철강)이기도 하였다.8)  이 ‘환율조작국’ 유예결정은 향후 ‘베트남의 GVC 생태계에 중국기업이 어떻게 개입하는지 상황에 따라 결정하겠다’는 미국 측의 암시도 포함되며, 이로 인해 ‘베트남이 챙기는 이익도 무시하지 않겠다’는 의도를 말해준다. 만약, 베트남이 ‘환율조작국’으로 적극 지정되고, 대미 수출품에 상계•보복 관세가 부과되거나 베트남 동화가치가 절상압력을 받는다면, 우리기업들이 베트남을 통해 생산하여 미국으로 수출하는 산업에도 직격탄을 받는다. 수출의 둔화는 무역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베트남 경제의전반적 성장이 지체되는 것을 의미하고, 대미 수출정체에 따른 한·중·일의 중간재 공급사슬에도 직접적 영향이 있다. 결과적으로, 베트남에 많은 투자를 하는 한국기업들의 수익환수에도 제동이 걸린다. 미국과 중국의 공급사슬이 경쟁하고 있는 상황으로 보건데, ‘환율조작국’으로 표현된, 미국의 대베트남 무역흑자 완화 요구는 베트남이 지니는 글로벌가치사슬 구조에 대한 미국의 ‘근본적 무역구조개선 요구’인 것이다. 또한 한국, 일본, 중화권 기업들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 형성된 GVC 체인으로, 이익을 챙기는데 대한 미국의 불만이기도 하다. 결국, 베트남 정부는 미-중 사이에서 자국이 지니는 ‘지경학’에 대해 고도의 균형성을 발휘해야 하는데, 탈(脫)중국-베트남 이전을 고민하는 다국적기업들을 적극 유치하되, 원료수입과 부품수입에 있어 중국과 적극 분리된 산업균형을 마련해야 하는 과제로도 연결된다.

두 번째 위협요인은 베트남 부품조달 생태계 자체가 지닌 취약한 부품산업 기술발전과 그 사슬망이다. 베트남의 전자산업은 외국투자기업들이 주도적으로 생산하고 있는 산업에 의지하고 있다. 스마트폰은 삼성전자와 마이크로소프트, DTV는 LG전자, 삼성전자, TCL, 세탁기는 LG전자, 삼성전자, 하이얼, 파나소닉, 냉장고는 파나소닉, 하이얼이며, 에어컨은 LG전자와 캐리어 등이 생산한다. 한정된 베트남의 부품생태계에 다수 외자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진출한 결과, 외국투자기업들은 베트남에 진출 후, 소재부품 조달애로, 진출 이후 예상외 비용증가, 위탁생산과 사업파트너 발굴애로, 숙련공 인재확보, 원자재 조달처 확보 등의 어려움에 직면한다. 베트남 현지는 저렴한 노동력만 제공할 뿐 부품을 조달할 만한 기술수준이 아직 미약하기 때문에 공급사슬망 부족과 경쟁현상이 존재하는데, 베트남 빈그룹이 스마트폰, 자동차 생산에 가세하면서 기술인력의 확보문제는 더욱 가중된 상황이다. 2020년 10월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베트남 방문은 공급사슬 점검과 부품공급 안전성에 대한 위기 점검이기도 했다. 삼성의 경우, 부가가치가 낮은 부품을 현지 베트남업체 외주를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데, 부품생산업체가 부족하고, 다양하지 못하며, 기술력도 취약하여 공급사슬망에서 중국을 대신할 만한 부품공급망을 단기간 내 베트남기업이 대처하기는 힘들어 보이는 판단 하, 이에 적극 대처하기 시작했다. 최근 삼성은 베트남 주요 대학과의 산학협력을 강화하기 시작하였으며, 기능올림픽국가대표의 훈련지원, 베트남기업 생산성 향상을 위한 컨설팅 실시, 제조전문 컨설턴트 및 금형 전문가 양성을 기업CSR활동과 관련하여 지원하기 시작하였다. 베트남의 취약한 부품산업 생태계를 위협하는 다국적 전자산업 기업들의 생산증가와 공급사슬 경쟁상황에 대비하기 위하여, 현지인력의 직업훈련 및 기술훈련에 선제적으로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운영하고 있었던 ‘스마트폰 R&D 센터’ 확장을 통해, 현지인 생산력 강화를 돕고, 공급사슬을 공고화한다는 방침이다.9)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베트남 교육계의 고등기술교육 수준제고, 산·관·학 협력연구시스템의 정착 등 현지국가의 기술교육환경 질적 제고가 필요하다. 세 번째 위협요인은 저렴한 노동력을 제공해 왔던 베트남 노동환경 생태계의 변화조짐이다. 한국의 베트남 GVC 전방참여는 베트남의 저렴한 노동력을 이용한 부가가치창출에서 기회요인을 지녀왔다. 그러나 최근 베트남 정부는 자국 노동환경을 개선을 위한 변화된 정책을 발표하였다. 베트남 정부는 베트남 내에서 일어나는 파업의 70%가 외자기업에서 일어나는 노무문제10)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노동환경 개선을 위하여 노력하여 왔는데, 베트남 노동자의 최저임금을 지속적으로 인상하고 노동환경개선을 위한 법제노력을 추가하고 있다.11) <2021년 노동법 개정>안에 의하면, 복수노조 설립허가, 불시 근로감독제도 도입, 외국인 노동허가 연장을 과거 무제한에서 최대 2년-1회 제한, 직장 내 성희롱 방지조약 등 ‘양성평등’ 강화실현 (기업들은 여성노동자 고용을 선호함)에 관한 처벌 조항을 새롭게 명시하고 있다. 근로계약해지 관련 조항에서도 근로자 퇴직에 관한 조항을 세분화하고, 근로자의 실업급여와 퇴직금수령, 사회보험을 배려하여 그 범위를 명확하게 하였다. 또한 기업과 노동자의 고용관계 범위를 강화, 외국인 사회보험가입 비중도 넓혔다. 기업에게는 사회보험료 가입의 부담이 늘어나는 것이다. 12)

베트남 노동-보훈사회부(MOLISA)는 노사간의 사회적대화 촉진, 결사의 자유, 단체교섭 강화, 근로기준관련 기업사회책임 법률시스템을 완성, 기업사회책임(CSR) 커뮤니케이션 촉진, 노동감독원 및 제도의 역량강화, 법 집행을 위한 취약한 모니터링 시스템 강화, FDI 기업의 CSR 노동관행에 대한 정보수집 등을 강화하고 있다. 기업들은 이전보다 증대된 노무관리환경의 어려움과 비용증가, 숙련노동자 수급경쟁 격화, 기술훈련노동자의 유출 위험성 증대 등 변화하는 노무 환경에 대비해야 한다. 베트남 정부는 아이폰을 생산하는 애플 협력업체 폭스콘(Foxconn)이 ‘탈(脫)중국-베트남 이전’ 일환으로 생산량을 늘릴 경우, 근로자 평균급여 1000만~1200만동 (433~519달러) 수준인 일자리 5만개 이상이 추가로 창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2019년 ‘베트남 기업 생산성 및 경쟁력 보고서’에 따르면, 베트남의 제조업 노동생산성 및 산업경쟁력 지수는 중국과 말레이시아의 1/4,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의 1/3, 인도와 태국의 1/2 그리고 한국과 일본의 7%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베트남인 노무전문가들도 베트남의 단순 일자리 창출이 더 이상 경쟁력이 될 수 없는 한계를 지적하고 있는데, 글로벌 기술기업들과의 협력을 통해 노동생산성과 산업경쟁력이 질적으로 향상되어야 함을 언급하고 있다.13)

2. 우리기업의 GVC 역할 공간 확보와 경쟁력 강화 과제

섬유, 신발, 봉제산업, 스마트폰 전자산업의 베트남 글로벌 벨류체인 구축은 한반도라는 지리적 한계를 넘어, ‘중국+1’ GVC 네트워크 구축을 실현 가능하게 하였다. 베트남에서 구축한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생산은 베트남 전체 수출의 40%를 미국과 유럽으로 향하도록 하는데, 동남아 지역에서 한국 미래산업의 경쟁력 확보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는 1990년대, 태국을 중심으로 형성된 일본의 자동차산업 GVC에 견줄 만하다. 태국정부는 1961년, 자동차산업에 대한 중간재 (반 조립품) 수입관세를 대폭 인하하는 정책을 도입했는데, 이때, 일본 닛산과 도요타는 이 정책을 적극 활용, 태국에서 자동차 및 오토바이 생산 GVC를 완성하였다. 이 과정에서 일본은 자국브랜드의 자동차가 다닐, 태국 전국 고속도로 건설을 도왔다고 언급해도 지나침이 없을 정도로, 태국자동차 생태계 구축에 적극 개입하였다. 이로 인해 태국이 국가전략산업으로 관광서비스업에 집중할 수 밖에 없었다는 평가도 있다. 일본 자동차 부품업체들은 1990년대 태국의 고도 성장기를 함께 이끌었는데, 태국에는 19개의 일본 완성차 조립 및 제조공장, 10개의 모터사이클 제조업체, 523개 1차 벤더와 1667개의 2차 벤더 및 기타 부품공급업체들이 있으며, 이들 부품공급업체는 지금도 전세계 자동차 공장에 부품을 수출하는 글로벌가치사슬을 형성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한국과 해외에 1차 협력사 600개, 2차협력사 3000여개를 두고 있는데 이들 협력사의 4-6%가 베트남으로 이주했다고 보고 된다. 삼성전자와 함께 베트남에 동반 진출한 스마트폰 1차 벤더인 한국업체는 28개사(삼성전자 부품의 80% 조달, 일본과 중국 업체도 일부 포함됨)는 베트남을 전세계 1위의 전화기 부품, 컴퓨처, 전자제품 부품 수출국으로 올려놓았으며, 새로운 글로벌 가치사슬을 만드는데 일조하고 있다. 삼성 베트남의 현지 1차 벤더업체는 LG와 빈(Vin)스마트폰 같은 현지 스마트폰 생산업체에도 부품을 공급하기 시작하였으며, 현지 2차 벤더업체 190여 개사를 포함하면 215개가 넘는 서플라이 체인이 베트남삼성과 형성되어 있다. 이로써 베트남 전자산업의 성장은, 컴퓨터산업 대국이었던 태국을 대체해, 전세계 전자산업 부품생산기지로 새롭게 부상했다. 삼성전자 측의 발표에 의하면, 2014년-2019년 사이 1차 협력사로 선정된 베트남기업은 4개에서 42개로 늘었으며, 2020년에는 50개로 증가되었다고 밝혀, 삼성이 현지 베트남기업 부품제조업의 성장에도 기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글로벌 가치사슬의 탈(脫)중국 현상에 맞물려, 변화하는 베트남 공급사슬 환경안에서 우리기업의 GVC 역할 공간에 대한 전략과 경쟁력 강화과제를 고민하는 일은 한국경제의 미래와 직결된다. 팬더믹 이후시기, 재편되고 있는 글로벌 가치사슬망은, 미-중 사이에 일어나는 무역의 단순 이동과 재편이 아닌, “기술, 자본, 지식” 의 이동을 통해 경제우위를 확보하고자 하는 세계정치패권 경쟁구조와 맞물린 공급사슬변화이다. 또한, 4차 산업혁명이 불러오는 기술에 따른 부가가치창출 방식의 변화를 의미하기도 한다. GVC가 블록화 되어가고 있는 상황 하, ‘국가간에는 정치경제적 이해가 유사한 상황이나 입장을 공유하는 국가들과 연대가 강화’되고 있는 관점에서 볼 때, 한국은 이미 베트남과 이익을 공유하고 있는 GVC 공동체이다. 그러나 베트남에서는 중국과 공급망을 분리하고자 하는 ‘일본·중국·대만’ 같은 경쟁기업들의 움직임이 함께 진행 중이고, 베트남 정부도 자신만의 브랜드 기업을 육성하고자 전폭적인 자국기업지원에 나섰다. 이러한 상황은, 한국기업들에게 ‘부품공급망과 인력공급망’의 안정성, 기술격차유지, 투자비용증가, GVC 경쟁에 따른산업 재편구도 마련 등 적지 않은 과제를 안겨주고 있다. 따라서 우리기업과 정부는 GVC 산업재편과 해외에서의 경쟁력 강화를 모색하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
 
먼저, 해외에서 이루어지는 산업별 GVC 구도를 전반적으로 재검토하고 ‘탈(脫)중국-베트남 이전기업’인 일본, 중국, 대만기업들의 리쇼어링(Re-shoring 본국이전)과 니어쇼어링(Near-shoring, 제3국이전)의 변화를 심도 있게 살펴보아야 한다. 중국에서 애플과 협력하는 협력사는 미국과 중국의 디커플링 선언 이후, 제3국(인도, 베트남)에서 가동 중이던 공장의 생산량을 대폭 늘리기 시작했다. 대만정부는 중국에 있었던 부품산업클러스터 ‘복제-이전’을 위해 기업들을 설득하고, “Re! Chain 이니셔티브”를 통해 자국기업들의 부품공급체인을 한 곳으로 모으고 있다. 한국기업들은 협력 중에 있는 해외 현지업체들과의 ‘유대관계 강화’점검과 더불어 ‘GVC 제휴전략’이 필요한데, “기술, 자본, 지식”의 이동을 통해 이루어지는 현지기업과의 유대관계 강화 방식은 개별기업의 현지화 전략 정도에 따라 검토가 필요하다. 

다음으로, 공장의 (반)자동화가 이루어져, 더 이상 다수의 인력채용이 필요하지 않은 섬유나 봉제기업들은 상황에 따라 비즈니스 고도화 (R&D 및 서비스 방식 개발), 생산기지의 시장 접근성 강화, 본국 회귀의 재검토 등, 변화하는 GVC 동향과 산업기술 동향에 따른 전략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기업의 양적 제조능력 보다 설계, 소프트웨어, 디자인, 브랜드, 마케팅 등 서비스 분야의 질적 생산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안은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또한 GVC블록화가 심화될 경우를 대비한, 인근국가로의 새로운 수출시장 개척, 서비스 기술개선 노력도 필요하다. 제조업 분야에서도 고부가가치 서비스를 제공하고, 한국이 지닌 한류문화. IT・디지털 서비스업이 융합된 플랫폼을 마련하여 한국의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길에 대한 적극적 노력이 필요하며, 이에 대해 정부와 기업은 공동의 힘을 모아야 하는 시점이다. 

마지막으로, 중국과 미국의 GVC 단절이 예상되는 산업의 부품 공급과 수급 단절상황에 대비하여, 1차와 2차 벤더의 리스크를 함께 점검하고 안정성을 강화하는 한편, 현지 로컬기업의 부품제조 능력을 돕는 것이다. 또한 대체 가능한 지역공급선을 마련하는 방안도 필요한데, 근본적으로는 역내 핵심 소재・부품 및 서비스체인 구조상에서 우리기업의 지재권 보호수준이 높은 ‘허브국가’를 마련해야 한다. 나아가 디지털화가 진행되는 추세 속에서, ‘한국’이 좀 더 GVC 중심허브가 되기 위한 노력(로봇 자동화, AI 및 블록체인 기반의 스마트시스템-글로벌 공급망 관리)을 가해야 하는데, 리쇼어링(본국이전 및 북한 개방에 대한 준비)에 대한 장기전략을 통해 우리기업의 글로벌 벨류체인 안전성 강화를 돕는 거시적 전략을 적극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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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商务部令2020年, 第4号:不可靠实体清单规定” http://www.mofcom.gov.cn/article/b/fwzl/202009/20200903002593.shtml

2) 조의윤. 2020. “포스트 코로나 시대, 글로벌 공급망 다변화를 위한 아세안 투자환경 점검”. 한국무역협회, 2020년 27호. ‘아세안 및 중국 진출 현지법인 이익률과 투자수익률 비교’ p12 참조.

3) 예를 들어, 베트남이 한국의 중간재를 수입하여 가공 조립한 최종재를 미국으로 수출할 경우, 베트남의  수출 중 한국의 중간재 부가가치 비중이 높아지면, 한국은 전방참여도가 높아진다. 중간재를 제공받는 베트남의 경우는 후방 참여도가 높아진다. 국경을 최소 2번 통과하는 가치사슬의 부가가치 비중을 의미하는 복합(Complex) GVC의 예는 한국에서 중간재가 수출되어 베트남에서 최종재로 생산된 후 다시 미국으로 재수출되어 소비되는 경우를 말하는데, 기존 베트남과 한국의 GVC 형태이다. 베트남 내수시장이 활성화될 경우 한국은 국경을 한번만 통과하는 단순(Simple) GVC 형태에서도 부가가치가 확대될 수 있다. 

4) 조의윤, 2020. “포스트 코로나 시대, 글로벌 공급망 다변화를 위한 아세안 투자환경 점검”. 한국무역협회, 2020년 27호.

5)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추진한 「교역촉진법(2015)」 은 2016년 2월 24일 오바마 대통령(민주당)의 서명으로 발의된 법안인데, 바이든 정부의 미 재무부는 2020년 12월 16일 이 법안에 근거하여, 베트남과 스위스를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다. 환율조작국의 지정근거는 1년 동안 200억 달러를 초과하는 대미 무역흑자, 혹은 국내총생산(GDP)의 2%를 초과하는 경상수지 흑자, 그리고 동기간 동안 GDP의 2% 초과 규모의 외환시장에 개입할 경우 지정되는데, 베트남은 2020년 6월 기준, 직전 1년간 대미 무역흑자액이 580억달러로 전년 대비 470억달러 증가하였으며, 외환시장 개입도 국내총생산(GDP) 1%미만에서 5%이상으로 증가했다는 사유가 해당되었다.

6) 공식성명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환율 조작을 돕는 불공정 행위와 정책, 관행은 미국 근로자와 산업에 해를 끼치는 것으로 해결될 필요가 있으나, 보복 관세는 유예한다.” 미재무부는 의류, 신발, 가방 등 저부가 가치 제품뿐만 아니라 휴대전화 등 고부가가치 전자제품 및 전기장비 등을 우회수출(transshipment) 의심품목으로 언급하였다.

7) 베트남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증가 추이는 2019년 이후 더욱 가파르게 확대되었는데, 2019년은 전년대비 41.2% 증가한 558억 달러(미국 무역수지 적자의 6.5%)에 달했다. 환율보고서 평가기간이었던 2019년 하반기~2020년 상반기간에는 584억 달러(미국 무역수지 적자의 7.0%)로 흑자가 더욱 확대된다. 2019년 기준, 베트남의 최대 수출국은 미국(수출비중 23.6%)이며, 베트남은 미국의 4번째 무역수지 적자국이다.

8) 베트남의 대미 수출감소 압박이 예상되는 산업은 전기, 전자, 정밀기기, 섬유제품 및 의복, 가구 및 기타 제조업으로, 한국기업이 생산하는 전자부품•컴퓨터•통신장비 제조업과 연관되어 있다.

9) 삼성은 현지연구개발인력 증원을 위해, 하노이에 동남아 최대 규모(2022년 말 완공예정, 지상 16층/지하 3층, 연면적 약 8만㎡, 3천명 인력수용규모)인 '베트남 R&D센터'를 건립하고 있다.

10)‘의류/전자업체 근로감독 보고서’에 의하면 임금 및 초과근무 급여위반, 사회보험료미지불, 반도체설비 공장의 초과근무 실태, 근무규정 시간과 휴식시간 준수, 여성노동자 고용실태와 휴가규정, 방직의류업체의 임금 미인상 실태 등이 보고된다. 

11) 2016년 까지 최저임금은 두 자릿수의 인상률을 보였으나, 2017년 이후는, 한 자릿수의 인상폭을 보인다. 2019년 대비 2020년은 평균 5.52% 최저임금 인상률을 보였으며, 2021년은 코로나 팬더믹으로 인해 임금인상폭이 동결되었다.

12) 2018년 10월 공포된, 외국인 노동자의 사회보험납부관련시행령(Decree No. 143/2018/ND-CP)과 연계하여, 베트남 정부는 2019년 11월 30일 신(新) 노동법(Law No. 45/2019/QH14)을 개정 공포하였으며, 2021년 1월 1일 발효했다.

13)“베트남 제조업 노동생산성, 한국의 7%에 불과”, 인사이드비나, 2019.04.27. 




<참고 문헌>
-“베트남 제조업 노동생산성, 한국의 7%에 불과”, 인사이드비나, 2019.04.27. http://www.insidevina.com

-베트남세관통계, www.customs.gov.vn (검색일 2021. 3.20) 

-양시환, 이종호. 2017. “글로벌 가치사슬이 산업별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 한국은행, BOK경제연구.

-정영식외, 2020. 미국의 베트남 환율조작국 지정과 영향, KIEP오늘의 세계경제 2020년 12월 24일 Vol. 20 No. 31

-조의윤, 2020. “포스트 코로나 시대, 글로벌 공급망 다변화를 위한 아세안 투자환경 점검”. 한국무역협회, 2020년 27호.

-KOTRA “베트남 최근 외국인 투자 소폭감소에도 추후 회복기대”, 해외시장뉴스, Trade Focus,  2020년 10월 12일.

-Ch-ao, Stanley “Multinational Supply Chains in a Post-Pandemic China”, China Business Review, March 5, 2021

-Hille, Kathrin“The great uncoupling: one supply chain for China, one for everywhere else”,

-McKinsey & Company, “Supply-chain recovery in coronavirus times—plan for now and the  future”, March 18, 2020, 

-Suzuki, Hiroyuki“Building Resilient Global Supply Chains: The Geopolitics of the Indo-Pacific Region”, CSIS, February 19, 2021.

-Shih, Willy C. “Global Supply Chains in a Post-Pandemic World”, September–October 2020 issue of Harvard Business Review.

-The Financial Times. OCTOBER 6 2020.

-Uren, David “No easy fix for Australia’s supply-chain dependence on China”, The Strategist, 2 Mar 2021

-“商务部令2020年, 第4号:不可靠实体清单规定” http://www.mofcom.gov.cn/article/b/fwzl/202009/20200903002593.s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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