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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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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이슈에 대한 국내외 전문가들의 견해 및 제언이 담긴 칼럼을 제공합니다.

미국 바이든 정부의 新아시아 인프라 전략과 인도의 역할

김연규 소속/직책 : 한양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2021-05-31

2021년 3월 25일 바이든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이후 처음으로 공식 기자회견을 가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선 이후 일관되게 세계에서 유일하게 중국만이 미국에 경제, 군사, 외교, 기술적인 측면에서 경쟁하고 도전할 수 있는 국가로 규정해왔으며("the only competitor potentially capable of combining its economic, diplomatic, military, and technological power to mount a sustained challenge to a stable and open international system") 자신의 임기동안 중국이 이러한 측면에서 미국을 추월할 수 있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기자회견 다음날인 3월 26일 바이든 대통령은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와 전화통화를 가졌다. 영국총리와의 전화통화 회의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제기한 문제는 중국의 전세계 국가를 상대로 한 대규모 국가 인프라사업 프로젝트인 BRI(Belt & Road Initiative)였다. 사실상 중국의 급격한 강대국으로의 부상의 이면에 BRI가 있음을 인정하면서 영국과 미국 등이 주도해서 주로 서방과 민주주의를 신봉하는 국가들이 참여하는 개도국에서의 인프라 사업추진의 필요성을 제기하였다.

미국이 처음으로 개도국에서의 인프라구축에 대한 적극적 참여를 주요 외교정책 방향으로 제시함으로써 미국외교의 일대전환을 예고하였으며, 이를 통해 중국과의 전략경쟁을 가져가겠다는 것을 제시한 것이다.  

동남아시아, 남아시아,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등을 주로 연결하는 인프라 구축 사업에 미국, 유럽, 일본 등이 본격적으로 참여할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본 글에서는 미국 유럽 등의 아시아 인프라 구축사업은 주로 인도와의 협력과 공조하에 이루어질 것임을 살펴보고자 한다.

미국의 중국 BRI에 대한 평가와 新아시아 인프라 전략

지난 10여년 동안 미국은 중국이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 남아시아 등에서 세력권을 확장하고 특히 인도양과 서태평양 지역에서 빠르게 미국의 영향력을 잠식하는 것을 목격하였다. 중국은 그동안 아시아의 주요 개도국들을 연결하는 대규모 투자와 인프라사업을 추진해 왔으며 많은 반론과 반발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중국의 이러한 개도국 인프라 전략이 매우 미국에는 위협적이고 아시아의 주요 개도국들을 놓고 중국과 경쟁을 하고 있는 입장에서 중국이 상당한 성공을 거두었음을 간접적으로 인정을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Refinitive database에 의하면 전 세계에 걸쳐서 BRI 투자사업은 약 2600개에 달하며 규모로는 3.7조 달러에 달한다. 중국의 영향력을 줄이기 위해서 미국도 인프라 사업을 추진하지 않을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아시아개도국들의 인프라 투자 필요성에 대해서는 오래전부터 제기되어 왔다. 아시아 개발은행(Asia Development Bank, ADB)에 의하면 아시아 개도국들은 2030년까지 총 22조달러(US$22 trillion), 매년 1.5조 달러(US$1.5 trillion)가 투자되어야 한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인프라 구축을 감안하면 각각 총액 25조달러와 매년 1.7조 달러로 늘어난다. 미국의 주요 연구소들은 수년전부터 중국의 BRI에 대항할 수 있는 개도국 인프라 투자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미국정부에 촉구해 왔으나 BRI에 대한 대안적인 개도국 인프라 투자전략의 뚜렷한 방향성을 도출해내지 못했다.

바이든 정부는 BRI에 대항할 미국의 인프라 투자전략의 방향 설정에 있어 다음 몇 가지 사항을 중점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첫 째, 미국내 인프라 투자를 대폭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4월 30일 미국의회 연설에서 미국의 인프라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미국은 세계1위의 경제대국이지만, 인프라 수준은 세계 13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인용한 세계 13위 인프라의 근거는 2019년에 발표된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 세계경쟁력보고서에 포함된 인프라 분야별 각국 랭킹 수치이다.


둘째, 아시아와 아프리카 지역의 개도국 인프라 투자에 적극 참여할 계획으로 해당 지역 인프라 건설의 주된 목적은 개도국의 경제성장, 빈곤탈피, 기후변화 대응의 3가지이다. 이를 위해 유럽, 일본, 호주 등 동맹과 민주주의 이념을 공유하는 파트너 국가들과 공조를 하는 것이다. BRI의 투자규모를 볼 때 동맹국들의 공동 투자를 끌어내지 않으면 중국과 경쟁할 수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셋째, 중앙아시아, 남아시아,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등은 인프라연계를 통한 지역통합과 협력의 수준이 모두 매우 낮은 반면 최근 중국과 이 지역들의 인프라 연계가 빠른 속도로 심화되면서 비슷한 계획을 가지고 있던 인도가 전략적 경제적 타격을 입었다고 미국은 판단하고 있다. 이와 같이 아시아와 인도양 지역에서 중국과 인도의 이러한 힘의 불균형이 미국의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보고 향후 인프라 구축계획을 인도와 아시아 아프리카 지역의 인프라를 연결하는 방향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인도의 역할

인도는 지리적, 정치적, 문화적으로 아프리카, 중동, 중앙아시아, 동남아시아, 남아시아와 인프라 연계를 통해 연결될 수 있는 국가이다. 인도는 중국과 마찬가지로 향후 경제성장을 위해 아프리카, 중동, 중앙아시아 등의 에너지 자원 개발과 운송로 연결이 절실하며 에너지독립을 이룬 미국의 관심이 줄어든 아프리카, 중동, 중앙아시아의 에너지와 자원 개발과 운송을 놓고 중국과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다. 중국의 BRI 구축은 대부분 인도의 에너지자원확보와 무역로 확대 노선과 겹치기 때문에 인도의 인프라 계획과 충돌하는 방향으로 전개되었다.(Purushothaman & Unnikrishnan, 2019). 

2017년 4월 역대 최대 행사 규모를 자랑한 제2차 일대일로 정상회의에 참가를 거부하게 된 것을 계기로 인도는 본격적으로 중국식 개도국 인프라 개발의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제기하기 시작했으며 대안적인 개도국 인프라 구축 계획을 제시해왔다. 

인도와 중국의 인프라 구축 이해가 가장 첨예하게 충돌하는 지점이 이란이다. 이란은 중국과 인도 양국 모두에게 아시아 인프라를 통한 지역통합을 이끌어내는데 있어 핵심적인 국가이다. 인도는 이란의 항구를 통해서만 중앙아시아와 유럽까지 인프라를 남과북으로 연결할 수 있고 중국은 이란을 통과해야만 중국의 신장 지역과 인도양을 연결할 수 있다. 

트럼프정부에서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를 다시 가동하면서 이란-중국간 에너지개발 사업과 인프라 사업이 탄력을 받고 이란-인도간 에너지개발사업과 인프라 연계 사업이 주춤해지게 되었다. 바이든 정부가 들어오면서 인도-중국간 아시아지역 인프라 연계를 둘러싼 경쟁이 다른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미국과 이란 관계 개선을 통해 인도가 추진하는 아시아 아프리카 인프라 연계사업에 이란의 참여가 다시 가시화된다면 인프라를 둘러싼 인도-중국간 경쟁도 다른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참고문헌>
Asia Development Bank. Meeting Asia's Infrastructure Needs, February 2017.

Refinitive database. https://www.refinitiv.com/en/belt-road-initiative-data-insight

Purushothaman, Uma  and  Unnikrishnan Nandan “A Tale of Many Roads: India’s Approach to Connectivity Projects in Eurasia.” India Quarterly, 75(1), 69-86,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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