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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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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기술패권 경쟁과 동맹국의 전략적 선택

유재광 소속/직책 : 경기대학교 국제학과 조교수 2021-05-31

미국 트럼프 행정부 하의 중국과 미국의 패권경쟁은 최근 무역 전쟁을 넘어 과학기술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집권 말기에 보여준 미국의 화웨이(Huawei) 제재는 미국이라는 현 초강대국이 부상하는 패권국의 한 기업을 향해 무역 전쟁에 버금가는 압박과 제재를 부과했다는 점에서 세계를 놀라게 했다. 화웨이와의 전면전 포성이 가라앉기 전에 이번에는 트럼프를 뒤이은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과 반도체 갈등을 벌이고 있다. 말 그대로 과학기술 분야에서조차 패권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본 글에서는 최근 미국이 주도하는 화웨이 제재와 반도체 공세(a chip offensive)의 국제정치적 함의 특히 국제 안보(security) 상의 함의에 초점을 맞추어 왜 미국과 중국이 전선을 무역에서 과학기술 분야로 옮기고 있는지 분석해 보고자 한다.

2019년 5월 1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와 70개 계열사를 거래 제한 기업 명단에 올린다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고 밝힌다. 이 행정명령에 따라 화웨이는 미국 기업과 거래하기 위해서는 미국 정부의 허락을 먼저 받아야 하는 기업리스트(Entity List)에 올랐으며 이로 인해 사실상 미국 내 기업활동이 금지되고 만다.1)  2020년 5월 15일 코로나 사태의 와중에서 미국은 화웨이 거래금지를 2021년 5월까지 1년 연장하면서 미국산 장비·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세계 모든 반도체 제조업체에 화웨이에 반도체를 공급하려면 반드시 사전승인을 받으라고 했다.2) 삼성, 대만 TSMC(Taiwan Semiconductor Manufacturing Company Limited) 등 세계 모든 반도체업체가 미국 기술을 쓰고 있음을 감안할 때 사실상 화웨이 납품을 금지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평가된 이유였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화웨이를 제재한 가장 큰 이유는 ‘국가안보’상의 이유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화웨이가 민간기업의 외피를 두른 사실상의 중국 정보기관 성격이 짙다고 판단한 것이다. 화웨이가 각국 통신망에 심은 ‘백도어’(인증 없이 전산망에 침투해 정보를 빼돌리는 장치)를 통해 전 세계 기밀정보를 중국 공산당에 제공하고 있다는 의미다.3) 트럼프 행정부의 로버트 오브라이언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미국이 화웨이 장비에서 은밀한 백도어를 발견했으며 이는 서구 국가를 염탐하는 장비”라고 주장했다.4)

이러한 미국의 의심은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 시절부터 시작됐다. 2011년 미국 국방부는 화웨이가 중국 인민해방군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밝혔으며 한 해 뒤 하원 정보위원회는 화웨이 등 중국 통신장비가 중국의 스파이 행위와 사이버 전쟁에 이용될 가능성이 있다며 장비구입 금지를 권고했다.5) 미 의회는 2018년 8월 화웨이 등 중국 기업의 통신장비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명시한 국방수권법을 통과시켰다.6)

화웨이는 그동안 중국의 정보기술(IT)을 대변하는 기업이었다. 2012년 이동통신장비 부문에서 스웨덴 에릭슨을 누르고 세계 1위에 올랐다. 이후 독보적 1위를 고수하며 2019년 기준 28%의 점유율을 차지한바 있다.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도 2019년 기준 17.6%로 삼성(21.8%)에 이어 세계 2위였다. 특히 화웨이는 중국의 기술 굴기의 대표주자였다. 2019년 매출의 41%를 해외 시장에서 거뒀다. 이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야심 차게 추진하는 21세기 육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 ‘일대일로(一帶一路)’의 최전선에 있었다. 중국과 국경을 맞댄 서남아시아부터 중동, 아프리카, 유럽으로 이어지는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많은 나라들이 중국과 경제협력을 맺을 때마다 화웨이 통신망을 깔고 스마트폰을 쓴다.7) 미국이 이런 최대 통신장비업체의 숨통을 끊은 셈이다.

미·중간의 화웨이를 둘러싼 경쟁은 최근 반도체 전쟁(a chip war)로 확전되고 있다. 그 중심에는 미국의 중국으로의 반도체 칩 공급제한과 반도체 생산설비인 파운드리 시설의 미국 내 생산 독려가 자리하고 있다. 파운드리란 반도체 산업에서 외부 업체가 설계한 반도체 제품을 위탁받아 생산·공급하는 공장을 가진 전문 생산업체를 지칭한다.8) 그동안 전통적으로 미국은 인텔이 주도하여 설계를 그리고 이 설계를 받아 생산 공급하는 일은 주로 대만 TSMC가 담당하였다. 하지만 미국이 화웨이를 제재하고 TSMC는 미국의 압력에 화웨이의 신규 주문을 거부할 의사를 밝혔다. TSMC는 미국 내에 반도체 공장을 지으라는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도 받아들였다. 서부 애리조나주에 공장을 짓기로 한 것이다. 아울러 미국은 중국의 최대 반도체 생산업체인 SMIC(Semiconductor Manufacturing International Corporation)도 제재하기에 이른다.

미국이 대중국 기술전쟁에 돌입한 이유는 중국의 노골화된 미국 패권 도전을 최첨단 기술 분야의 우위를 통해 방어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반도체는 이미 2000년대 경제성장의 핵심에 서 왔고 5G 통신기술 및 인공지능(AI) 등이 중심이 된 4차산업혁명 기술은 미래 경제성장은 물론 군사기술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평가된다.9) 미국은 반도체 설계의 우위를 제조에서의 우위로 연결시켜 빠른 과학기술 성장에 기반한 중국의 경제적 안보적 도전에 대응하겠다는 심산이다.

이러한 미국의 계산은 새롭게 들어선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이미 공공연하게 밝히고 있는 바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2021년 4월 12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화상으로 열린 ‘반도체 정상회의’에서 “중국 공산당은 반도체 공급망을 지배하려고 공격적으로 계획하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삼성과 TSMC등 반도체 제조업체에 ”미국의 경쟁력이 당신들이 어디에 어떻게 투자하느냐에 달렸다”며 투자 확대를 강하게 요청했다.10) 미국이 반도체 공급망을 국가 안보 차원에서 바라보고 있음을 보여주는 말이지만 역설적이게도 초강대국 미국이 이제 반도체 공급망의 미국 리쇼어링(reshoring)을 주문할 정도로 중국의 도전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방증이다.

중국은 이미 반도체 분야에 대한 공격적 투자를 시작한 상태이다. 2019년 기준 15.7%에 불과했던 반도체 자급률을 오는 2025년까지 70%로 끌어올린다는 목표 아래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원천기술의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사회주의 체제의 특성을 활용해 자국 기업의 외국 기업 인수·합병 지원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반도체 산업의 자립에 사활을 걸 것으로 예측된다.11) 중국은 지난 2021년 3월 5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연례 전체회의에서 공개한 14차 5개년 계획 및 2035년까지의 장기 목표 강요 초안의 7대 중점 과학기술 연구 항목 중 하나로 반도체를 제시하기도 했다.12)

미·중 파운드리 경쟁은 최근의 반도체 공급 부족과 맞물리며 한국의 발 빠른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아직 반도체 공급 부족의 정확한 원인은 논쟁 중이다. 코로나 이후 IT 기기 수요 급증한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짐작되고 있지만 전반적인 산업의 디지털 전환 흐름이 겹치면서 이런 공급 부족이 심해졌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반도체 공급 부족의 원인이 부분적으로 미·중 패권경쟁에 기인하고 있다는 주장도 존재한다.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 대만 TSMC 마크 리우 회장은 이 공급 부족이 최근 글로벌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에 대해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 최대 원인”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생산이 부족한 게 아니라 미·중 갈등으로 불안해진 기업들이 반도체를 사재기하며 생긴 일이라는 것이다.13)

미·중 패권경쟁은 한국을 비롯한 기존의 미국 동맹국들의 전략적 이익에 대한 계산을 복잡하게 하고 있다. 지난해 영국, 독일, 호주, 뉴질랜드 등 미국의 핵심 동맹국은 미국의 압박에도 5G 사업에 화웨이 제품을 일부 쓰겠다는 태도를 취해왔다.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는 미국의 압박에 직면하면서 최근 5G 관련 화웨이 장비 사용을 금지하였다.14)

무역에서의 경쟁이 반도체와 기술로 전이되는 미·중 패권경쟁을 바라보는 한국 외교·안보 지도부의 속내는 복잡할 수 밖에 없다. 원칙론 차원에서 안미경중(安美經中) 원칙을 유지하며 대응하고 있지만 이제 미·중 패권경쟁의 성격이 경제와 정치를 하나로 묶어버리는 경제의 안보 화(securitization of economic transaction) 현상을 부채질하고 있다. 안미경중이 더이상 작동하기 어려운 구조로 가고 있는 것이다. 오바마-트럼프-바이든 행정부로 이어지는 미국 행정부는 국내정치 차원의 극심한 당파성의 차이(partisan differences)에도 불구하고 중국 문제와 관련 지속적으로 중국을 경쟁자 심지어 적으로 바라보려 한다. 무역, 투자, 환율, 그리고 이제는 과학기술과 같은 과거의 절대적 이득의 영역이라 여겨진 분야가 상대적 이득의 관점에서 인식되고 있다. 한국 정부가 미국과 중국 중 한쪽을 선택해야 할 시간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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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이다비, “화웨이, 美 ‘거래금지’에 발끈…“소송도 불사”,” 조선일보 2019.05.16.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5/16/2019051602150.html (검색일: 2021.05.05.).

2)David Shepardson, Karen Freifeld , Alexandra Alper, “U.S. moves to cut Huawei off from global chip suppliers as China eyes retaliation”, Reuter, May 15, 2020. https://www.reuters.com/article/us-usa-huawei-tech-exclusive-idUSKBN22R1KC (검색일: 2021.05.20.).

3)Corinne Reichert, “US finds Huawei has backdoor access to mobile networks globally, report says,” Cnet, Feb 12, 2020. https://www.cnet.com/news/us-finds-huawei-has-backdoor-access-to-mobile-networks-globally-report-says/ (검색일: 2021.5.18.).

4)Bojan Pancevski, “U.S. Officials Say Huawei Can Covertly Access Telecom Networks,” Wall Street Journal, Feb 12, 2020. https://www.wsj.com/articles/u-s-officials-say-huawei-can-covertly-access-telecom-networks-11581452256 (검색일: 2021.05.17.).

5)Michael S. Schmidt , Keith Bradsher  and  Christine Hauser, “U.S. Panel Cites Risks in Chinese Equipment,” New York Times, Oct 8, 2012.https://www.nytimes.com/2012/10/09/us/us-panel-calls-huawei-and-zte-national-security-threat.html (검색일: 2021.05.16.).

6)Emily Birnbaum, “House passes legislation banning government from buying Huawei equipment,” The Hill, Dec 16, 2019. https://thehill.com/policy/technology/474790-house-passes-legislation-banning-government-from-buying-huawei-equipment (검색일: 2021.05.18.).

7)최원석, “[5Q경제] 과연, 화웨이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조선일보 2020.05.24.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5/24/2020052401854.html (검색일: 2021.05.20.).

8)이기문, “비메모리? 시스템? 파운드리?… 알쏭달쏭한 반도체 용어들,” 조선 비즈 2019.05.02. https://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5/02/2019050200101.html (검색일: 2121.05.19.).

9)James Johnson, “The end of military-techno  Pax Americana ? Washington’s strategic responses to Chinese AI-enabled military technology,” Pacific Review Vol. 34, No. 3 (2001), pp.  351-378

10)Jenney Leonard, Keith Laing, Josh Wingrove “In call with CEOs, Biden doubles down on a $50 billion plan to invest in chips”, Fortunes, April 13, 2021.ㅜhttps://fortune.com/2021/04/13/in-call-with-ceos-biden-doubles-down-50-billion-plan-invest-chips/ (검색일: 2021.05.20.).

11)강현우, “중국 반도체 자급률 15.9%…요원한 ‘반도체 굴기’”, 한국경제 2021.02.24. https://www.hankyung.com/international/article/202102247584i (검색일: 2021.05.21.).

12)최현준, “더 어려워진 중국 ‘반도체 굴기’…반도체 부족, 미국 제재 탓”, 한겨레 신문 2021.04.13. https://www.hani.co.kr/arti/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990850.html (검색일: 2021.05.16.).

13)최인준, “반도체 대란 원인은 美中갈등… 미·유럽 자국생산은 비현실적”, 조선일보 2021.04.02. https://www.chosun.com/economy/tech_it/2021/04/02/AY5NHEAXS5ASLMJOS4TEYOSOIM/ (검색일: 2021.05.15.).

14)Sebastian Payne and  George Parker, “Boris Johnson set to curb Huawei role in UK’s 5G networks”, Financial Times, July 13, 2020. https://www.ft.com/content/e4b7f816-00cc-4dc5-bb97-4e761200022a (검색일: 2021.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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