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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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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이슈에 대한 국내외 전문가들의 견해 및 제언이 담긴 칼럼을 제공합니다.

앤트그룹 사건과 중국 핀테크 기업 규제 문제

김동하 소속/직책 : 부산외국어대학교 중국학부 교수 2021-04-05

1. 서론

작년 11월 2일, 알리바바 그룹이 최대주주로 있는 앤트파이낸셜 상장(IPO)이 전격 중단되었다. 온·오프라인으로 모집된 이번 기업공개는 중국 커촹판 A주 가격이 68.8위안, 홍콩 H주 가격이 80홍콩달러로 조달액 350억 달러의 세계 최대 IPO로 기록될 전망이었다. 또한 상장 후, 앤트 그룹의 기업가치는 2조 위안으로 상하이증권거래소 커촹판 시가총액의 40%를 차지할 예정이었다. 중국본토에서 515만명이 청약했고, 홍콩에서는 전체인구의 21%인 155만명이 청약에 나선 IPO가 중지된 것이다. 

그 도화선은 초기에 마윈의 설화(舌禍)로 보였다. 작년 10월 24일 상하이와이탄금융포럼(上海外滩金融论坛)에서 나온 마윈의 정부 비판은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첫째, 마 회장은 전에 연설한 왕치산 국가부주석의 P2P 금융사기사건과 같은 금융리스크 안정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중국은 금융리스크가 문제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금융시스템이 없다’라고 한 것이다. 둘째, 감독만 있지 관리는 없다며 금융관리감독기관을 비판했다. 셋째, 금융기관을 전당포 영업에 비유하며, 디지털 금융혁신 없이는 글로벌 금융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일갈했다. 넷째, 중국정부가 밀고 있는 디지털 화폐에 대한 불만을 언급한 점이다. 이는 중국정부가 디지털 위안화를 통해 기존 알리페이와 위챗페이가 양분하고 있는 모바일 결제시장에 타격을 주려는 것과, 온라인소액대출 규제 정책에 대한 불만이 배경이다. 

그러나 이후 전개되는 상황과 중국정부의 정책 발표를 종합하여 보면, 앤트 그룹과 그 수장인 마윈에 대한 문제가 아닌 중국 내 온라인 금융기업(핀테크 기업)에 대한 정부 규제 문제로 귀결된다.  


2. 핀테크 기업, 앤트그룹의 비즈니스 모델

기업 외적인 측면까지 고려하면, 이번 앤트 그룹의 IPO 불발의 원인은 ‘정치·경제적 사회 안정’에 있었다. 2004년, 세계 최대 B2B 사이트인 알리바바닷컴을 기반으로 모바일결제 서비스 알리페이로 시작한 앤트그룹은 오늘날 총 자산 3000억 위안이 넘는 '핀테크 공룡'으로 성장했다. 마이차이푸(자산관리), 마이뱅크(인터넷은행), 즈마신용(신용평가),위어바오(머니마켓펀드), 화베이·제베이(소액대출) 등 자회사 대부분은 금융업에 집중돼 있다. 앤트 그룹의 주요 수익원은 소액대출 사업이다. 2020년 상반기 기준 앤트그룹 매출의 40%가 양대 소액대출 업체인 화베이(花呗)와 제베이(借呗)에서 나왔다. 

화베이는 앤트그룹의 선소비 후환급 서비스이다. 소비자는 자회사인 즈마신용에서 받는 신용점수에 따라 구매 한도를 부여받고 온라인에서 상품을 먼저 구매한 후, 대금을 상환한다. 판매자는 화베이로부터 물품대를 선지급 받는다. 이는 은행의 신용카드 업무와 대출을 섞어 놓은 형태이다. 문제는 화베이가 조달하는 자금원에 있다. 이 돈은 알리바바 소액대출회사로부터 공급 받는데, 은행 대출과 ABS(자산유동화증권)에서 나온다. 여기에서 금융 리스크가 시작된다. 

제베이 역시 앤트 그룹의 온라인소액대출 서비스인데, 대출 한도는 알리바바 온라인 생태계의 신용도에 따른다. 즉, 온라인 구매실적이 높으면 실제 신용과는 관계없이 제베이에서 대출을 받을 확률이 크다. 제베이가 대출해주는 돈도 알리바바 소액대출회사로부터 조달된다. 아주 간단하게 보면 은행에서 빌린 돈을 몇 단계 거쳐 은행 신용시스템의 검증을 받지 않은 고객에게 재대출 해주는 셈이다.     



3. 중국정부의 우려

2020년 상반기 앤트그룹의 신용대출 잔액은 2조1536억 위안(약 363조원)이나, 앤트그룹 자본금은 전체 대출의 1.68%에 불과하다. 레버리지(차입투자) 비율이 60배에 달한다. 나머지 돈은 어디서 온 것인가? 하나는 제3자 금융기관과 공동대출을 제공하는 것이고, 나머지는 소액대출 채권 여러 개를 모아서 ABS 상품으로 만들어 자금을 융통한 것이다. 앤트그룹은 이렇게 만든 ABS를 은행 등 금융기관에 담보로 제공해 돈을 빌리고, 그 돈으로 신용대출 서비스를 제공하고, 또 그 대출채권으로 ABS를 만들고 이런 과정을 반복하며 지렛대 효과를 냈다. 2008년 미국에서 일어났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비슷한 방식이다. 중국 당국은 여기서 야기될 리스크를 염려한 것이다. 

21세기경제보에 따르면 앤트그룹의 화베이·제베이는 현재까지 7686억300만 위안어치 ABS를 발행했다. 특히 2018년 이전 앤트그룹의 ABS 발행 규모는 급격하게 팽창했다. 2015년 60억 위안어치에서 2016년 662억 위안어치로 10배 넘게 증가한 것이다. 앤트그룹은 산하에 제3자 결제, 민영은행, 온라인소액대출, 펀드판매, 보험, 증권, 소비금융 등 금융 관련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지만 실제 은행처럼 엄격한 관리감독을 받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앤트그룹에 리스크가 발생하면 중국 금융시스템에 혼란이 불가피하다. 

실제, 상하이 와이탄 금융포럼에서 저우자이 재정부 부부장은 핀테크 대기업들이 금융안전을 위한 균형을 잡고 시장규칙을 잘 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핀테크가 과도하게 금융소비를 일으키는 것을 방지해야 하며, 감독규제를 피하고 불법으로 제도차익을 가져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했다. 또한 선도업체가 모든 성과를 독식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중국의 온라인금융에 대한 규제는 네거티브 관리시스템으로 기업들은 자유롭게 진입할 수 있으며, 마음껏 혁신할 수 있었다. 이러한 환경에서 알리바바를 포함하여 텐센트, 징둥, 바이두, 디디추싱, 바이트댄스 모두 방대한 고객 빅데이터에 기반하여 신용점수를 만들어 소액대출금융서비스를 제공, 본업보다 금융업 이익이 더 커져가는 상황이었다. 앤트그룹은 중국 전체 단기소비대출의 1/4규모를 차지하고 있다. 은행들이 지켜야 하는 바젤3의 핵심은 자본충족율 규제이다. 이는 은행의 부실경영이 사회에 위험으로 전가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앤트그룹의 중소기업에 대한 신용대출은 4217억 위안에 불과하다. 반면 1조7320억 위안의 대출은 개인소비대출이다. 만약 대출자가 1억명이었다고 가정하면 1인당 1.7만 위안을 대출한 것이다. 대졸 신규취업자의 연봉(3~4만위안)으로 가늠하면, 부채비중이 50%가 넘는다. 실제 중국의 네티즌들은 앤트파이낸셜이 제공하는 소비대출 금융상품 제베이와 화베이를 통해 부족한 자금을 빌려 생활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대출규모가 커질수록 나중에 상환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며, 이런 대출상품들이 ABS를 통해 금융기관들 투자자산으로 흘러 들어가면, 중국판 ‘리만브라더스 위기’가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4. 핀테크 기업 리스크와 중국정부 대응

앤트그룹이 야기한 핀테크 기업에 대한 중국정부의 우려는 다음 두가지로 집약된다. 첫째, 알리바바 및 앤트그룹 가진 정보(빅데이터)가 중국정부가 통제 불가능할 정도로 방대해진 점이다. 현재 알리바바 생태계가 구축하고 있는 빅데이터는 8.8억명에 이를 정도로 엄청나다. 나아가 알리바바는 해외 인터넷 금융기업의 M&A를 통해 인도, 태국 등 제3국의 빅데이터도 구축하고 있다. 알리바바는 본업인 전자상거래에서 시작해 전자결제, 물류, 외식배달, 클라우드, 엔터테인먼트, 미디어, 인공지능(AI), 반도체, 여행, 스마트시티 관리 등 이미 중국인의 일상 모든 곳을 파고든 상태다. 중국인이 무얼 먹고 어떤 옷을 사며 어디에 사는지를 모니터링 할 수 있을 파워가 마윈에게 있다. 

둘째는 공산당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작년 6월 알리바바 부총재 장판(蔣凡)의 스캔들 사건이 그 예다. 장판의 사생활 추문이 터졌을 때 알리바바가 30% 지분을 가진 시나닷컴이 개입해 순식간에 장판과 관련된 모든 부정적인 관련 보도를 온라인에서 내렸다.  중국 공산당 선전부 부부장이자 인터넷판공실 주임인 쉬린은 ‘여론 업무의 주도권을 굳건하게 장악해 당의 영도 약화를 방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알리바바가 자본의 힘으로 미디어를 장악해 여론 주도에 나서는 걸 막아야 한다는 경고인 셈이다. 

실제 작년 12월 16일 베이징에서 개최된 2020년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는 ‘플랫폼 대기업 반독점 강화와 자본의 무질서한 확장 방지’를 2021년에 중점 시행할 것을 천명한 후 금년부터 관련 규제가 쏟아지고 있다.
 
2021년 1월 29일 기준 중국 금융관리 당국은 새로 20여개 문건을 출범시켰는데, 여기에는 은행 온라인 예금 규범화, 결제기관의 반독점 강화 등과 같은 정책이 포함되었다. 이는 1차로 정규 금융기관인 은행에 대한 온라인 금융 관리감독이 강화되고, 2차로는 핀테크 기업까지 확대될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특히 인민은행은 1월 20일, ‘비은행결제기관 조례(의견청구안)’를 공개하여 핀테크 기업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를 명시했다. 인민은행에는 ‘금융과기위원회’가 있는데, 이는 핀테크 금융기업을 관리감독하는 위원회이다. 동 위원회 역시 2021년 중점 업무로 핀테크 관리감독 강화를 명시했다. 

인민은행 판궁성 부총재는 ‘핀테크는 분야와 업계·지역경영의 경계를 초월하는 특징으로 리스크 확산 속도가 빠르고 파급력도 크다. 온라인에서는 시장독점과 불공정경쟁 조성이 쉽다. 일부 대형 IT기업들은 보조금 직접 지급 혹 업무수익을 이용한 우회적 지급으로 불공정경쟁을 이용해 독점행태를 이뤘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는 중국 금융 당국자가 앤트그룹을 포함한 핀테크 기업을 보는 시각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2월 7일, 핀테크 기업에 대한 새로운 규제가 출범했는데, ‘플랫품 경제 분야에 관한 반독점 지침’이다. 동 지침은 국무원 반독점위원회가 공포했으며, 특히 인터넷 분야 사업도 독점행위 규제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처음으로 명문화 한 《반독점법(수정안.2020.1.공개)》에 근거한 것이 특징이다. 동 지침은 6장 24조로 구성되어 있으며, 독점 혐의, 시장지배적 지위인정, 시장점유율 확정 등에 대한 기준을 명확히 제시하고 있다.    

5. 향후 전망

다음은 2020년 12월말, 중국인민은행이 앤트 그룹 경영진을 소환해 요구한 다섯 가지다. 위 조항들을 보면, 앤트그룹과 핀테크 기업들의 미래를 예견할 수 있다.
① 결제 본연 업무에 충실하라.
② 합법적으로 신용정보 사업을 전개하고 개인정보를 보호하라.
③ 금융지주회사를 설립해 자본금을 충족시켜 합법적으로 거래하라.
④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신용대출·보험·재테크 업무 규정을 위반하지 마라.
⑤ 합법적으로 펀드 판매를 하고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 법규를 준수하라.
이와 관련, 앤트그룹은 실무팀을 꾸려 금융당국의 요구에 따라 비즈니스 모델을 개편 중이며, 은행과 유사한 수준의 규제를 받는 금융지주회사로 전환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그룹 산하의 인터넷은행·소액대출·자산관리·보험·결제 등 금융 관련 사업부문을 따로 분리해 금융지주회사를 만들어 금융지주회사와 하이테크 기업으로 나뉘는 것이다. 금융지주회사를 설립하려면 납입 자본금이 최소 50억 위안 등 까다로운 요건도 충족시켜야 한다. 따라서 이렇게 되면 현재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온라인 금융사업은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3월 2일자,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징셴둥 앤트그룹 회장은 최근 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금융당국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수정계획'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앤트그룹이 결국 상장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징회장은 기업 거버넌스와 금융지주회사 설립 문제 등이 수정계획에 포함돼 있다고 했다. 앤트그룹 사태를 계기로 불거진 핀테크 기업 규제 방안이 이제 본격적으로 단계별로 실행되고 있다는 판단이다. 



<참고 자료>
- 9억 중국인 빅데이터 구축한 마윈 (유상철. 중앙일보. 2021.1.11.)

- 마윈의 개미그룹 상장유예 결정의 진짜 배후는?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 2020.11.4.)

- 30억을 3000억으로 둔갑시킨 마윈의 앤트 금융제국 (배인선. 아주경제. 2021.1.7.)

- 중국 공산당과 마윈의 복잡한 함수관계 (박승찬. 아주경제. 2020.12.27.)

- 앤트파이낸셜의 상장유예가 주는 시사점 (안유화. 아주경제. 2020.11.19.)

- 중국 정부의 반독점 규제 현황과 의의 (김영준. CSF. 202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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