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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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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이슈에 대한 국내외 전문가들의 견해 및 제언이 담긴 칼럼을 제공합니다.

미·중 기술 패권 경쟁과 AI산업의 디커플링(Decoupling)

조은교 소속/직책 : 산업연구원 동북아산업실장 2021-06-14

미중 기술패권 경쟁의 핵심으로 부상하는 AI 

미국의 대화웨이 수출규제로 시작된 미중 기술패권 경쟁은 최근 반도체, AI 등의 첨단산업으로 확대되면서 더욱더 격화되고 있다. 지난 3월 미국 인공지능국가안보위원회(NSCAI)는 중국의 인공지능 및 관련 첨단산업에 대한 내용을 담은 최종보고서(Final Report)1)를 공개했다. 750여 페이지로 구성된 동 보고서는 1부와 2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는 AI관련 위협에 대한 방어전략이며, 2부는 기술경쟁 시대의 AI 혁신을 위한 미 정부의 대응 방안이다. 특히, 동 보고서는 중국의 글로벌 확장, 군사력, 경제력 등의 중심에 인공지능이 있다고 평가하고 있으며, 중국 AI기술의 부상으로 미국의 기술적 우위가 위협받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아울러, 10년 내에 중국이 AI 분야에서 미국을 추월할 수 있다고 평가하고, 인재, 지식재산, 반도체, 기술동맹 등을 통해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하여 중국의 AI굴기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미국이 중국의 AI굴기를 경계하고 나선것은 단순히 중국의 AI 기술력이 미국과 대등한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어서가 아니다. AI는 국방과 안보의 핵심기술이며, 데이터 가치사슬 경쟁의 중심영역으로 이러한 AI의 기술의 적용은 경제 및 국제질서에 지대한 파급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향후 미·중 간의 기술패권 경쟁은 AI를 중심으로 한 전방위적 경쟁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AI 굴기 

중국의 AI산업은 대규모 자본과 방대한 데이터, 정부의 강력한 정책지원, 풍부한 응용환경 등을 바탕으로 급성장을 이룩하고 있다. 스탠포드대 HAI(Human-Centered AI Institute)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최근 몇 년 전 중국은 총 저널 출판 수에서도 미국을 추월하였고 2020년 인용 수에서도 중국은 20.7%를 차지하며 미국(19.8%)을 추월하였다. AI컨퍼런스 간행물에서 이용 비중의 경우, 미국이  2020년 40.1%로 20년간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중국이 11.8% EU가 10.9%를 차지하고 있다. 


2017년 중국정부는 AI를 국가 전략 산업으로 격상시키고, 2017년 ‘차세대 AI 발전규획(新一代人工智能发展规划)’ 을 발표하면서 강력한 정책적 지원을 하고 있다. 또한, 중국 과학기술부는 2019년 ‘국가 차세대 인공지능 개방 혁신 플랫폼(新一代人工智能开放创新平台)’ 기술개발 협력사로 15개 영역 기업을 선정하고 산·관·학·연간 AI 핵심기술 연구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바이두, 알리바바, 화웨이, 샤오미, 징동, 텐센트, 이투커지, 메그비, 하이크비전 등의 AI 기업을 중심으로 생태계 조성과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는 미국이 구축해 놓은 AI 생태계에서 벗어나 자국이 주도하는 AI 생태계를 구축하고자 하는 전략으로 이해된다. 이러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에 힘입어 중국 AI 산업은 생태계가 확대되고 있다. 중국정보통신연구원(中国信息通信研究院)에 따르면, 2020년 중국 AI산업 규모는 434억 달러로 전년 대비 13.8 % 증가하였으며, 중국 AI 기업 수는 전 세계 24.7%로 미국(38.3%)에 이어 2위를 차지하였다.2)

미중 AI 디커플링 전망 

미중 기술패권 경쟁이 심화되고 글로벌 가치사슬도 재편되면서 첨단기술을 둘러싼 디커플링의 위협도 커지고 있다. 최근 미국은 반도체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시키려 하고 있으며 중국은 기술자립을 통한 독자적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현재 양국 간 디커플리은 반도체 등 하드웨어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으나, 향후 미중 간 첨단기술 디커플링에 대한 문제는 AI, 데이터 등 디지털 인프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반도체 글로벌 공급망의 경우, 중국은 세계 최대 반도체 시장이지만, 생산 및 기술 경쟁력은 매우 낮으며, 미국은 세계 최대의 반도체 기술 강국이지만, 시장은 중국에 비해 작은 편이다. 따라서, 반도체 산업에서의 완전한 디커플링은 사실상 가능성이 희박하다. 다만, AI, 데이터 등의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기술표준과 네트워크, 기술동맹 등으로 글로벌 경제질서 내에서 디커플링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김계환, 2021) 


AI 기술의 구현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인 데이터 분야에서도 미·중간의 경쟁이 치열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디커플링의 가능성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중국은 방대한 데이터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과 유럽 등 다른 나라들보다 압도적으로 유리한 고지에 서 있으며 AI 기술 개발에도 우위를 제공한다. 향후, 중국은 글로벌 데이터 강국으로 부상하여 미래 디지털 경제 경쟁력을 확보하고 글로벌 데이터 거버넌스를 주도하고자 하는 전략을 가지고 있다. 국제전기통신연합(International Telecommunication Union)과 미국 리서치 회사 텔레지오그래피(TeleGeography)의 국경 간 데이터 이동에 대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2019년 홍콩을 포함한 중국의 국경 간 데이터 이동은 다른 10개 국가 및 지역을 훨씬 능가했다. 중국에서 미국을 오가는 데이터는 2001년 45%를 차지했지만 2019년에는 25%로 떨어졌다. 현재 중국의 국경간 데이터 이동 국가 중 동남아시아는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특히 베트남은 17%, 싱가포르는 15%로 높은 비중을 보인다. 대부분의 국경 간 데이터가 미국 및 일본과 공유 된 2001년과 비교해 볼 때, 중국은 동남아로 투자국을 완전히 전환하였다. 중국은 일대일로 이니셔티브를 통해 알리바바, 텐센트, 징동 등과 같은 민간 인터넷 기업의 해외 진출을 장려했다. 이러한 인터넷 기업들은 2017년부터 성장 초기 단계에 있는 동남아 전자상거래 시장을 시작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출시하기 시작하였으며, 이어 물류 및 결제시스템 시장 등으로 생태계를 확대하였다. 현재 동남아 시장에는 텐센트의 쇼피(Shopee), 알리바바가 인수한 라자다(Lazada), 토코피디아(Tokopedia), 징동이 투자한 티키(Tiki) 등의 전자상거래 플랫폼이 시장을 점유하고 있으며, 이 중 쇼피, 라자다, 토코피디아의 시장점유율은 70%를 기록하고 있다.(조은교, 2021)


반면, 미국의 경우 국경간 데이터 이동이 브라질과 유럽 등의 다른 국가에 집중되어 있으며, 중국과의 데이터 공유는 증가했다. 다만, 인도, 일본, 싱가포르 등의 아시아 지역의 글로벌 영향력은 중국 대비 감소되었다. iPrice group(2019)에서 조사한 2019년 1분기 동남아 모바일 쇼핑앱 사용자 수 순위에 보면, 중국 인터넷 기업이 투자하고 있는 라자다, 쇼피 등의 앱과 중국의 알리익스프레스, 타오바오 등의 상위에 위치해 있으나, 미국의 이베이, 아마존 등의 5위권 밖에 위치하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데이터, 플랫폼 등의 AI 분야에서 미·중 양국 간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으며, 무엇보다 중국은 동남아로 미국은 유럽 및 남아메리카 지역으로 나눠져서 두 블록으로 나눠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중국을 중심으로 한 GVC 확장은 제조업을 중심으로 이뤄져 왔으나, 앞으로는 AI 기술을 중심으로 한 디지털 서비스 분야가 새로운 밸류체인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김계환, 2020) 향후 AI 등 디지털 서비스 분야의 밸류체인을 중심으로 미중 디커플링이 심화되면, 양국을 중심으로 별도의 디지털 전환과 첨단산업 생태계가 구축되고 표준과 시장이 따로 형성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우리에겐 또 다른 도전이자 기회로 작용 할 수 있다. 우리는 미중 양국으로 분리된 디지털생태계에서 또 다른 선택을 요구 받을 수 있고, 반면에, 확대되는 글로벌 디지털 시장에서 IT 기술과 컨텐츠를 보유한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가 창출 될 수도 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한 치밀한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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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National Security Commission on Artificial Intelligence(2021.3.2.), <Final Report>

2) 山东热搜(2021.4.19.), “中国AI企业数量居全球第二位!《2020年全球人工智能产业地图》” https://baijiahao.baidu.com/s?id=1697471587696033025&wfr=spider&for=pc



<참고 문헌>
김계환 외(2021),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가치사슬의 변화 >

정보통신기획평가원, <ICT Brief>, 2021-19호 

조은교·김계환(2021), <중국 디지털 실크로드(DSR) 전략과 시사점>, 산업경제 2월호 

山东热搜(2021.4.19.),“中国AI企业数量居全球第二位!《2020年全球人工智能产业地图》”https://baijiahao.baidu.com/s?id=1697471587696033025&wfr=spider&for=pc

NIKKEI Asia(2020.11.24.), “China rises as world's data superpower as internet fractures” (https://vdata.nikkei.com/en/newsgraphics/splinternet/)

National Security Commission on Artificial Intelligence(2021.3.2.), Final Re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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