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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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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이슈에 대한 국내외 전문가들의 견해 및 제언이 담긴 칼럼을 제공합니다.

중국, 안면인식에 관한 첫 번째 법원 판결 등장

황선영 소속/직책 : 동아대학교 조교수 2021-06-22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 속에서 안면인식 기술의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 접촉을 최소화하고자 하는 언택트 시대에 접촉 없이 본인 인증이 가능하다는 요구와 맞아떨어지면서 안면인식 기술은 더 주목받고 있다. 안면인식 기술은 이미 우리 실생활 속에서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 안면인식 기술은 공항, 철도 등의 출입 관리를 넘어 이미 의료, 금융 그리고 인터넷 결제 등에서도 보안 강화와 이용의 편의성을 이유로 사용되고 있다. 날로 안면인식 기술이 보편화 되는 현 상황에서 최근 중국 법원은 ‘중국 제1호 안면인식’ 판결을 내려 큰 관심을 받았다. 

안면인식 기술

안면인식기술(Face Recognition technology, 人脸识别技术)은 인공지능 기반의 생체기술 중 하나로 열적외선 촬영, 3차원 측정, 골격 분석 등을 통해 얼굴 형태나 열상(Thermal Image)을 스캔·저장·인식하는 기술이다.1) 안면인식 기술 구동 방식은 먼저 카메라에 잡힌 얼굴 이미지에서 눈·입·콧구멍·턱 간의 각도와 거리, 뼈 돌출 정도 등의 특징점 파악을 기반으로 얼굴 이미지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 뒤 인식할 대상 얼굴 이미지를 다양한 방식으로 획득한 후 마지막으로 대상 얼굴 이미지를 데이터베이스에 있는 기존의 얼굴 이미지들과 비교, 선별하는 프로세스를 거친다. 

중국 안면인식 기술 현황

코트라(KOTRA)에 따르면 2022년까지 글로벌 안면인식 시장은 연평균 20% 성장이 예상돼 90억 달러(한화 약 10조 4400억 원) 수준의 시장 규모가 형성될 것으로 예측한다.2) 

최근 IBM, MS, AWS 등은 안면인식 기술 개발이 인종차별, 인권 침해 등을 야기한다는 이유로 안면인식 기술 개발 및 사업 포기 중단을 선언하면서 이미 안면인식 기술에서 세계 선두 주자라는 평가를 받는 중국 기업의 성장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안면인식 기술은 중국 정부의 강력한 부양 정책으로 고속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였다. 중국은 2015년부터 '중국제조 2025'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IT기술, 신(新)에너지, 로봇, 바이오의약 등 전략산업을 육성해오고 있다. 이후에도 다양한 육성 정책들을 바탕으로 인공지능 관련 산업들을 육성해오고 있다. 특히 올해 중국은 공산당 창립 100주년을 맞이하는 해이며 제14차 5개년 계획이 시작되는 해로 중국의 발전 목표를 재설정하고 있다. 더욱이 미국과의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기술 자립 실현을 위해 5G, 인공지능 등 신산업 육성을 통해 과학기술 역량 강화에 집중할 것으로 예측된다.3) 이런 상황에서 안면인식 기술에 대한 수요 증가와 중국 정부 주도의 강한 정책적 노력이 집중되면서 안면인식 기술 분야는 더 성숙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안면인식 기술은 센스타임(Sense Time), 메그비(Megvii), 클라우드워크(CloudWalk), 이투커지(Yitu) 등 유니콘 기업이 주도하고 있다. 중국에서 안면인식 기술과 관련한 특허 신청 건수는 매년 증가추세에 있으며 2012년 608건에서 2017년 2,847건으로 4배 이상 증가하였다. 중국 안면인식 시장 규모는 매년 30%의 성장을 지속하고 있으며 올해 예상되는 시장 규모는 530억 위안으로 지속적인 심화와 보급으로 2025년에는 1,000억 위안을 넘을 것으로 예상한다.4)


중국 제1호 안면인식 사건(약칭 : 궈빙 사건)5)

2019년 저장이공대학 부교수 궈빙(郭兵)은 항저우야생동물원세계(이하 ‘야생동물원’)의 2인 연간회원권을 1,360위안에 구매하였다. 구매과정에서 궈빙은 야생동물원 입장의 신원 확인 방식을 지문인식으로 선택하고, 자신의 얼굴 사진과 지문을 동물원 시스템에 등록하였다.

2019년 7월과 10월 야생동물원은 2차례에 걸쳐 궈빙에게 입장 방식이 지문식별에서 안면인식식별로 업그레이드되었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 야생동물원은 연간회원권 입장의 신원 확인체계가 안면인식으로 바뀌었음을 알리고, 이를 거부하는 경우 입장이 제한된다고 하였다. 야생동물원 측은 안면인식 기술의 도입 이유는 방문객 증가에 따른 소비자의 입장 편리를 위해 입장 방식을 변경한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궈빙은 안면인식 정보는 고도로 민감한 개인정보로 안면인식에 동의하지 않기로 하고, 야생동물원에 연간회원권 환불을 요구하였으나 동물원은 이를 거절하였다.


이에 궈빙은 2019년 10월 28일 항저우시 푸양구인민법원(富阳区人民法院)에 소를 제기하였다. 2020년 11월 20일 푸양구인민법원은 야생동물원 측이 궈빙에게 계약불이행에 따른 손실과 교통비 총 1,038위안의 손해배상을 지불하고 궈빙이 연간회원권 구매 때 제출한 사진을 삭제하도록 판결하였다. 그러나 양 당사자 모두 판결에 불복하고 항소하였다.

마침내 2021년 4월 9일 항저우 중급인민법원이 최종 판결 내렸다. 중급인민법원은 “궈빙은 야생동물원이 지문인식을 통한 신원 인식을 한다는 내용을 인지하고 스스로 연간회원권 구매를 결정하였다. 이를 위해 야생동물원에 개인정보를 제공한 것은 양측에게 모두 구속력이 있다할 것이다. 그러나 야생동물원이 마음대로 입장 방식을 변경하면서 안면 인식 정보를 등록하지 않으면 정상적인 입장이 불가능하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은 소비자 신뢰의 이익을 침해하고, 신의성실의 원칙을 위반한 것으로 위약책임을 구성한다. 소비자보호법 제29조는 경영자가 소비자의 개인정보를 수집, 사용하는 경우 반드시 합법성, 필요성, 정당성의 원칙을 준수하여야 하며, 신용정보 수집, 사용의 목적, 방식과 범위를 명시하고, 소비자의 동의를 거쳐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고객의 동의 없이 개인정보 수집을 강제하는 것은 위법이므로 1심 법원이 궈빙에게 한 손해배상액 부분은 타당하다. 또한, 야생동물원이 이미 수집한 사진을 안면인식 활성화 정보로 처리하려고 한 것은 사진의 수집 목적을 넘는 것으로 정당성 원칙에 어긋난다. 궈빙이 연간회원권을 구입할 당시 사진을 제공한 것은 지문인식을 통한 입장을 위한 것으로 안면인식에 활용하도록 허락했다고 볼 수 없다. 또한, 이후 야생동물원이 궈빙에게 안면인식을 활성화하라고 요구하는 등 수집된 사진을 활용해 정보처리 범위를 넓히려는 것은 사전 수집 목적을 넘는 것일 뿐만 아니라 궈빙의 얼굴특징 정보의 인격적 이익을 침해할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라고 판시하고, 당초 수집한 궈빙의 사진을 포함한 얼굴 특징 정보 삭제를 요청하였다. 중급인민법원은 1심 판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야생동물원이 지문 식별 시스템 사용을 중단함에 따라 이제는 지문을 입장 방식에서 사용할 수 없게 된 만큼 수집된 궈빙의 지문 정보도 삭제하라고 판결하였다. 

시사점 및 마무리

중국은 2025년까지 인공지능 기술 혁신과 과학기술 발전을 통해 세계의 중심이 되고자 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아직 중국에는 관련 기술의 발전만큼 개인정보 보호나 정보 유출 시 책임 부담에 관해 규율하는 개별 법제가 없다. 개인정보보호법 입법을 준비하고는 있지만 얼마나 실효성 있는 법제가 나올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다. 

궈빙 사건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안면인식에 관한 제1호 중국 법원 판결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큰 판결이다. 안면인식 정보는 자연인의 생체정보로 민감한 개인정보이다. 자연인의 생리적·행동적 특징을 심도 있게 나타내는 안면인식 정보는 인격적 속성이 강하며, 일단 유출되거나 불법적으로 사용될 경우 개인 차별이나 신변·재산적 안전에 불의의 피해를 볼 수 있으므로 더욱 신중하고 엄격하게 보호해야 한다. 항저우 중급인민법원의 최종심 판결에도 경영자는 개인정보 수집과 이용을 위해서는 소비자의 충분한 인식과 동의가 필요하다는 원칙을 지킬 것을 요구하였다. 

중국은 아직 개인정보보호법을 입법하지는 않았지만 2021년 발효된 민법전 인격권편은 개인정보보호를 위한 중국 민사법 제도의 기본틀은 마련되었다 할 수 있다. 또한, 이번 판결에서 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해 소비자보호법상의 개인정보 보호 조항을 활용하여 판결하였다는 측면에서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법원의 태도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분명하고 강력한 개인정보보호를 위해서는 하루빨리 구체적인 관련 법·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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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유진투자증권, 차세대 인증 FIDO와 생체인식, 2016.10.25. /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 생체인식기술 (Biometrics)의 효과적 활용과 문제점, 2004.

2) 김수현, 미국 안면인식 기술, 어디까지 왔을까, 2019.10.29. KOTRA

3) 김성은, 무협 "中 기술 자립도 향상..韓 수출기업 기술혁신 가속해야", 머니투데이, 2021.03.12.

4) https://www.iyiou.com/analysis/20191213120190

5) 浙江省杭州市富阳区人民法院民事判决书(2019)浙0111民初6971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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