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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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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이슈에 대한 국내외 전문가들의 견해 및 제언이 담긴 칼럼을 제공합니다.

남∙중앙아시아 그레이트 게임: 이란과 아프가니스탄을 둘러싼 중국 인도 경쟁

김연규 소속/직책 : 한양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2021-09-28

지난 몇 년간 남지나해를 포함한 인도-태평양에서의 운송로와 해양 인프라 구축을 중심으로 전개되던 미국-중국간의 세력 경쟁이 環인도양 내륙지역(Rimland)인 인도, 이란,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등으로 옮겨가고 있다. 
     
100년 전 스파이크만(Nicholas John Spykman), 멕킨더(Halford Mackinder) 등 지정학자들의 유라시아의 심장지역(Heartland)과 주변지역(Rimland)을 둘러싼 논쟁이 다시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중앙아시아와 이란, 아프가니스탄을 누가 연결할 것인가?

유라시아의 심장지역은 중앙아시아이다. 지리적으로 중앙아시아는 해양 출구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에너지와 상품 수출을 위해 인도양의 수출 항로를 뚫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특히 이중으로 내륙에 갇혀 있는 우즈베키스탄은 최근 경제개혁을 하면서 더욱 더 인도양 출구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중앙아시아-인도양 항구 연결은 아래 <그림 1>과 <그림 2>와 같이 아프가니스탄을 거쳐서 이란의 항구로 육로와 철도를 통해 이루어진다. 


미국

중앙아시아와 아프가니스탄을 연결하는 최초의 지역인프라 계획은 미국에 의해 시도되었다. 1990년대 중반부터 미국은 투르크메니스탄의 가스 (TAPI 가스관 프로젝트)와 타지키스탄의 수력발전에 의한 전기 (CASA-1000 프로젝트)를 아프가니스탄을 통과해 인도와 파키스탄으로 공급하는 다국적 사업을 기획하였으나 2000년대 중반 이후 진전이 없다. 2010년대 이후 셰일혁명으로 중앙아시아-인도양 연결은 미국의 관심에서 멀어졌으며 아프가니스탄에서의 테러와의 전쟁이 유일한 아프가니스탄 주둔의 명분이 되었다 (Wani 2020: 22).

중국

2013년 일대일로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때 중국은 이미 중앙아시아에서 정치와 경제면에서 러시아를 제치고 주도권을 장악했으며 이제 남은 일은 중앙아시아를 통과해 서유럽과 인도양 해양으로 인프라를 연결하는 것이었다 (Fazl-e Haider 2019). 중국의 인프라 연결의 우선 순위는 아프가니스탄을 통과해 이란의 항구로 연결하는 것이 아니라 파키스탄의 과다르 항구를 개발하는 것이었다 (그림 1). 2016년 CPEC 이라는 이름으로 이러한 중국의 인프라 계획이 출범하였다. 파키스탄 항구를 통해 중동의 석유가스도 육로로 수입하고 중국의 신장지역과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무역의 출구도 되는 계획이었다.

인도

<그림 3>에 나타나듯이 인도는 파키스탄이 가로막고 있기 때문에 지리적으로 이란과 아프가니스탄을 통과하지 않고는 중앙아시아와 에너지수입과 무역을 할 수 없다. 러시아를 포함한 유럽국가들과 무역을 하기 위해서도 이란을 통과하는 항구와 철도 복합 운송로 구축이 필수적이다.


반다르 압바스 항구를 통한 INSTC (International North-South Transport Corridor), 차바하르 항구를 통한 차바하르 프로젝트 모두 2003년에 인도, 이란, 중앙아시아 국가들간에 합의 되었으나 아프가니스탄의 불안과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 등으로 실질적인 결과를 내지 못했다 (Fazl-e Haider 2019). 
     
2013년 중국이 일대일로를 출범시키면서 인도-이란-아프가니스탄-중앙아시아를 연결하는 협력 라인이 다시 강화되기 시작했다. 인도는 중국의 일대일로가 출범하자 인도를 포위하는 사업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Saffari 2017).
     
인도는 중국의 일대일로보다 앞선 2012년에 인도-중앙아시아 협력 포럼인 ‘Connect Central Asia Policy’ (CCAP)를 출범시켰으며 2015년에는 모디총리가 최초로 중앙아시아 5개국과 러시아를 동시에 방문함으로써 인도-중앙아시아 관계의 중요한 이정표가 되었다 (Saffari 2017).  
     
2015년 미국이 이란경제제재를 해제하면서 인도-이란-중앙아시아 인프라 사업은 날개를 달기 시작했다. 인도-이란(차바르 항구+아프간 철도 연계 복합 운송)-아프가니스탄-우즈베키스탄을 연결하는 사업이 중앙아시아의 중국 위주의 강대국게임을 바꿀 것이라는 진단이 나오기 시작했다. 중국의 지나친 세력강화를 경계한 중앙아시아 국가들도 인도의 중앙아시아 진출을 환영하였으며 러시아도 2017년 샹하이 협력기구에 인도를 정식회원으로 가입시킴으로써 중국을 견제하기 시작했다 (Vinay 2017: 28).
    
인도는 지난 20년간 아프간의 친미 성향 정부와 가장 가까운 파트너 중 하나였다. 그동안 인도는 아프간의 댐과 학교, 도로 등 국가 기반시설(SOC) 구축 관련 400여개 프로젝트에 30억 달러(3조5천억원)를 투자했다. 인도는 아프간과의 우호 상징으로 71억루피(1천258억원)를 들여 아프간 국회의사당을 지어줬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2015년 12월 아프간 국회의사당 개관식에 직접 참석했고, 당시 모디 총리 방문 전후로 러시아제 Mi-25 공격헬기 4대를 아프간에 선물했다 (성혜미 2021).

2021년 3월 중국-이란 전략적 협력 강화와 퀸트의 등장 가능성

2020년 말 미국 바이든 정부의 등장 가능성이 점쳐 지면서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를 미국이 해제할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졌다. 중국은 미국의 이러한 정치변동으로 인도-이란-중앙아시아 협력이 강화되고 중국의 중앙아시아 계획이 약화될 것을 염려하였으며, 이러한 상황을 막기 위해 이란과의 대규모 협력을 강화하였다. 이렇게 해서 나온 것이 2021년 3월 27일에 발표된 중국-이란 경제군사 협정이었다 (김연규 2021).
     
중국-이란 협정의 핵심내용은 인도를 대체해 이란의 차바하르 항구를 개발한다는 것이며 차바하르 항구와 파키스탄의 과다르 항구를 철도로 연결한다는 내용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이란 협력강화가 그동안 인도의 남∙중앙아시아에서의 약진을 역전시킬 수 있는 중요한 게임체인저라고 분석하기 시작했다 (Duggal 2021). 중국-이란 관계가 축이 되고 파키스탄, 러시아, 터키로 연결되는 5개국 “퀸트그룹” (quint grouping)의 등장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인도-테평양 쿼드에 대항마가 될 수 있다고 보았다 (Duggal 2021). 

결론: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철군 이후 남∙중앙아시아 그레이트 게임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철수 배경은 다양하게 분석되고 있다. 대략 2가지의 방향으로 요약되는데 첫째는 셰일혁명과 에너지독립으로 미국의 중앙아시아 중동의 에너지에 사활적 이익이 걸려있지 않다는 점과 둘째, 테러전쟁에서 중국견제로 집중한다는 점이다. 
    
탈레반의 아프가니스탄 지배는 남∙중앙아시아 지정학에 중대한 변화를 일으킬 것이다. 파키스탄과 중국은 향후 아프간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도 일각에서는 탈레반의 장악을 인도의 패배이자 중국과 파키스탄의 압승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철수로 중국은 희토류 등 아프간의 핵심광물 채굴 잠재력을 이용할 수 있는 입지가 커졌다. 아프간의 희토류 매장량은 1조달러(약 1164조4000억원)에 달한다. 인도-이란-아프간 협력 라인이 구축되었으면 인도가 자체 희토류와 아프간의 핵심광물을 활용하고 이란의 석유가스 자원을 기반으로 세계의 제조업 중심지로 등장하는데 훨씬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이러한 인도를 매개로 한 전략적 이익을 포기할 만큼 더 큰 미국의 이익은 무엇인지 지켜보자 (정은혜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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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김연규. 2021. “인도·태평양 新질서와 중국-이란 군사·무역 협정 체결.” 4월 21일. CSF 전문가 오피니언.

성혜미. 2021. “20년 공들인 아프간이 탈레반 차지라니..인도 '전전긍긍'” 연합뉴스, 8월30일
(https://news.v.daum.net/v/20210830173936189)

정은혜. 2021. “셰일혁명의 나비효과…바이든, 시진핑에 탈레반 떠넘겼다.” 중앙일보, 8월22일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000235#home)

Duggal, Mahima. 2021. “What the China-Iran Strategic Cooperation Pact Means for India.” The Diplomat, April 9
(https://thediplomat.com/2021/04/what-the-china-iran-strategic-cooperation-pact-means-for-india/

Fazl-e Haider, Syed. 2019. “INSTC vs. BRI: The India-China Competition over the Port of Chabahar and Infrastructure in Asia,” China Brief, 19, no. 21 (December 10, 
https://jamestown.org/program/instc-vs-bri-the-india-china-competition-over-the-port-of-chabahar-and-infrastructure-in-asia/

Saffari, Nicholas.  2017. “India: From Encirclement to Encroachment,” June 3 Institute of International Relations Prague https://www.iir.cz/en/india-from-encirclement-to-encroachment-in-central-eurasia

Vinay, Kaura. 2017. “India's Aims in Central Asia and India-Afghanistan-Iran Triangular Relationship,” The Journal of Central Asian Studies,  24, no. 1,  (2017): 28.

Wani, Ayjaz. 2020. “India and China in Central Asia: Understanding the New Rivalry in the Heart of Eurasia,” February 2020, Observer Research Foundation (OR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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