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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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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이슈에 대한 국내외 전문가들의 견해 및 제언이 담긴 칼럼을 제공합니다.

헝다 디폴트 위기 향방 및 중국경제 영향 진단

이치훈 소속/직책 : 국제금융센터 리스크분석본부 신흥경제부장 2021-09-30

1.헝다 그룹 유동성 위기가 국제금융시장 최대 리스크로 부각

지난 9월 헝다그룹의 은행 대출의 이자 상환이 어렵다는 인식이 퍼지자 홍콩증시가 3% 넘게 급락하면서 국제금융시장의 우려가 고조되었다. 헝다는 그동안 사업영역을 기존 부동산에서 전기차, 테마파크, 식음료 등으로 문어발식 확장을 한 가운데 작년부터 중국 당국이 부동산 기업의 자금 조달 제한 등 규제를 대폭 강화하면서 유동성 경색에 직면하였다. 특히 금년 들어 S&P와 무디스뿐만 아니라 중국 신용평가기관도 헝다의 신용등급을 잇달아 하향 조정하면서 위기감이 한층 더 고조되었다. 참고로 헝다와 그 자회사의 금년 말까지 지급해야 할 이자액이 총 7억 달러이고 특히 내년에는 만기도래 채권이 77억 달러임에 따라 최근 시장의 우려가 단기 내에 해소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더욱이 헝다가 글로벌 500대 기업으로 초대형 기업이라는 점에서 그 무게감이 상당하다. 

2.중국 정부, 헝다의 구조조정과 질서 있는 파산 유도 가능성이 우세

향후 중국 정부가 금융시장 및 고용 충격 등을 감안하여 무질서한 디폴트 및 청산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반대로 금융 불안을 불식시키기 위해 헝다에 자본을 직접 투입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으나 최근 중국 정부의 구조조정 의지와 발언 등을 종합해 볼 때 이 또한 실현되기 어렵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는 헝다 사태에 일정 수준 개입해 부분적 인수 합병과 함께 질서 있고 점진적인 파산을 유도하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시장 우려가 한창인 9월 23일 헝다그룹의 정리에 대비하도록 지시했으며, 지방정부 또는 다른 민영기업이 일부 사업부 인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헝다그룹을 3~4개 정도의 회사로 쪼개 국유기업으로 전환 시킬 가능성도 크다. 또한 이 과정에서 헝다그룹이 자산 매각과 함께 채무 재조정을 시행할 여지가 크다. 

3.헝다그룹 위기가 중국경제의 하방 압력을 가중시킬 우려

중국경제는 작년 하반기부터 금년 코로나 19 극복 등에 힘입어 주요국 중 가장 빠른 회복세를 보였으나 금년 하반기 들어 정부가 기업규제를 대폭 강화하면서 주요 경기지표가 눈에 띄게 악화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헝다 그룹의 위기는 경제 심리를 더욱 위축시킬 수 있다. 헝다그룹의 부채는 128개 은행 및 금융기관에 노출되어 있어 디폴트로 인해 은행과 채권시장에 연쇄 반응을 일으킬 경우 실물경제 부담 가중이 불가피하다. 특히 중소형은행의 경우, 당국이 작년부터 대형 은행의 부동산기업 대출을 규제에 따른 풍선 효과 등으로 관련 익스포져와 리스크가 커진 상황이다. 

더욱이 부동산 부문은 전체 중국경제의 약 30% 비중을 차지하는 주요 성장 동력이어서 업계 대표기업 헝다가 파산할 경우 부동산발 경제 심리 위축 가능성이 크다. 일부 기관은 중국 건설 부문의 구조적 하락세로 2030년까지 경제성장률이 연간 최대 2%p까지 둔화할 수 있다고 분석하였다. 실제로 금년 하반기 들어 중국 주택시장은 중국 정부의 강력한 억제 정책과 높은 가격에 대한 부담이 가세하여 가격 상승세와 거래량이 동시에 둔화되고 있다<그림1>. 


중국 정부는 작년 12월 “경제공작회의”에서 금년 경제정책의 8대 핵심과제 중 하나로 부동산 시장 안정을 언급한 데 이어 금년 3월 전인대에서도 가격 억제 정책을 재차 강조였다. 이에 발맞추어 관계 당국도 부동산 개발업체의 재무건전성 및 은행 부동산 관련 대출 총량 등 규제를 크게 강화하였다<표1>. 더욱이 정치적으로도 금년 공산당 창당 100주년과 내년 시진핑 3연임 등 대형 행사를 앞두고 있어 불균형 해소를 위한 부동산 시장 억제 등 규제 정책이 단기 내에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4. 그러나 헝다리스크는 통제 가능하고 금융 시스템 위기를 초래한 가능성은 미미

헝다그룹은 재무제표 상으로는 상황이 양호한 편으로 보인다. 최근 5년간 연평균 영업이익은 14.3조 원, 금년 상반기 영업이익은 4.8조 원 규모이다. 금년 6월 말 기준 순자산도 63조 원(자산 414조 원, 부채 351조 원) 규모이다. 따라서 금번 헝다 위기가 부동산 시장의 위축 등 펀더맨탈의 문제보다는 정부규제가 촉발한 측면이 더 큰 것으로 평가한다. 이는 역으로 위기가 커질 경우 정부가 규제 완화 등으로 대응할 수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참고로 중국 당국은 부동산 개발기업에 대한 규제와 함께, 금년 7월 후난성에서 헝다의 신규 아파트 분양을 불허하여 유동성 악화를 초래하였다. 또한 헝다 위기는 은행 NPL 증가와 수익성 감소로 이어질 수 있으나, 주요 시중은행들은 토지 등 충분한 담보를 설정하고 있어 리스크 통제가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중국 은행 대출의 40%, 중소기업 대출의 85%가 부동산 담보대출이다. 또한 중국 시중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은 작년 9월 1.96%에서 금년 6월 1.75%로 하락하였다. 또한 헝다그룹의 부채에는 과거 미국의 리먼 사태와 달리 파생 상품이 거의 없기 때문에 금융 시스템에 대한 파급 효과가 제한적으로 볼 수 있다.

한편 헝다그룹의 전체 홍콩증시 비중은 2017년 최대 1%까지 상승하였으나 최근에는 0.06%(상해 증시 대비로는 0.05%)에 불과한 수준으로 홍콩 및 중국 증시에 직접적인 영향도 미미하다<그림2>. 실제로 최근 중국 증시와 회사채 금리도 국제금융시장의 우려와 달리 상당히 안정적으로 헝다 위기와 차별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그림3>. 특히 중국의 회사채 디폴트 규모도 금년 2월을 정점으로 완만하게 감소하고 있다는 점도 시장 불안을 완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한다. 


헝다 외에 여타 부동산 개발 업체를 살펴보면 대부분은 헝다에 비해 재무 포지션이 양호한 편이다. 중국 30대 부동산 개발기업 중 세 가지 레드라인*(삼조홍선)에 모두 해당되는 곳은 헝다가 유일하며 1년 전 30대 기업의 2/3 이상이 하나 이상의 레드라인을 위반했었으나, 금년 상반기에는 동 비중이 1/3 이하(26.7%) 수준으로 축소되어 대부분 기업의 재무 상황이 개선되었다(`21년 6월 말 기준)<표2>


5. 결론: 헝다 사태 불구 금년 중국경제 성장률이 8%가 가능하나 정책리스크도 장기화할 가능성에 유의

헝다 사태가 중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고 중국 정부의 정책 노력도 지속되면서 금년 GDP 성장률이 8% 초반으로 기대치(8.4%)에 근접할 가능성이 우세하다. 실제로 주요 예측기관들은 헝다 사태 이후에도 금년 중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8.4% 내외로 유지하고 있으며, 2022년(5.5%)과 2023년(5.3%)에도 5%대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당국의 규제가 헝다 리스크와 맞물려 중국의 투자·소비 등 성장동력이 악화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특히 설상가상으로 중국 경제의 핵심축인 부동산시장이 크게 위축될 경우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이 동시에 위축되면서 경제 불안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 

끝으로 중국 정부의 추가적인 기업 규제의 방향과 수준을 가늠하기 어려운 데다 과도한 국가 개입이 복잡다기화된 경제와 괴리를 일으키는 등 정책 리스크가 장기화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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