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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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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이슈에 대한 국내외 전문가들의 견해 및 제언이 담긴 칼럼을 제공합니다.

양안 정세와 중국 지방정부의 혜대(惠臺)정책 동향

김수한 소속/직책 : 인천연구원 경제·환경연구부 연구위원 2021-10-19

1. 개요

미국과 중국 두 강대국의 전략 경쟁이 격화되면서, 중국과 대만(양안) 관계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대만해협에서의 군사적 긴장 국면이 연출되고 있으며, 이를 둘러싼 양안 당국 간의 날선 비판과 공방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정치·안보적 상황에도 불구하고 양안 간의 경제사회 교류와 협력은 중단 없이 지속되고 있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이 글에서는 최근 신해혁명 110주년 즈음의 양안 관계에 대한 정세 분석에 기초하여, 향후 양안 간 정치적 갈등이 완화되는 일정한 소강국면에 들어설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이 같은 상황에서 양안의 물밑에서 이루어지는 경제사회 분야 교류·협력의 진전이 예상된다. 중국-대만 정세에 대한 보다 정확하고 균형적 이해를 위해서는 양안 간 경제·사회 현황에 대한 파악이 전제되어야 한다. 이 같은 점에 주목하여 글에서는 양안 협력을 실제로 집행하는 중국 지방정부인 푸젠성과 샤먼시의 관련 정책 동향을 정리하여 소개한다. 

2. 신해혁명 110주년, 세계를 향한 중국과 대만의 메시지 

2021년 10월 들어 대만해협에서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었다. 미국·영국·일본·네덜란드·캐나다·뉴질랜드 등 6개국 해군은 10월 2일과 3일 대만 해역에 인접한 필리핀해와 오키나와 남서부 해역에서 '자유로운 인도·태평양 실현'을 명분으로 합동훈련을 실시했다. 항공모함 3개 전단을 동원한 6개국 해군의 연합훈련에 대하여 중국이 맹반발하고 나섰다. 중국은 사상 최대인 56대의 전투기 등 군용기를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에 보내는 도발을 감행했고, 대만은 군용기를 대응 출격시키는 한편 방공 미사일망을 가동했다. 

대만을 지렛대로 하여 중국과의 전략 경쟁에서 우위에 서고자 하는 미국, 미국에 편승하여 국가이익 수호에 사활을 걸고 있는 대만, 그리고 양안 문제에 대한 일보의 양보도 허용치 않는 강경한 중국. 격화되고 있는 미·중 강대국 전략 경쟁 상황에서 대만해협에서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을 높게 점치는 관측이 대두되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양안 모두에서 개최될 2021년 10월10일 신해혁명 기념식에서 중국과 대만 당국이 대내외적으로 어떤 정치적 메시지를 표출할지, 혹여 미중 전략 경쟁 양상을 보다 격화시키는 것은 아닌지 등에 이목이 집중되었다. 그러나 신해혁명 110주년을 기념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차이잉원 대만 총통의 연설 내용은 양측 모두 기존의 전략 기조와 방침을 다시 확인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시진핑 주석은 10월 9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개최한 신해혁명 11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국가 주권과 영토 보전을 수호하려는 중국 인민의 결의를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며 "대만 통일은 반드시 실현돼야 하고 실현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설에서 시진핑은 "중국 통일의 가장 큰 장애물은 대만독립 세력"이며 "유산을 잊은 채 조국을 배신하고 나라를 분열시키려는 자들은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하고 인민의 비난과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는 날선 경고 역시 빠뜨리지 않았다.  

하지만 이 같은 엄포와 더불어 시진핑은 "평화적인 방법으로 통일하는 것이 대만 동포를 포함한 중국 인민의 이익에 가장 부합한다"며 '일국양제(一國兩制)' 아래서 평화통일을 이루겠다며, 기존 중국 당국이 제시한 양안 관계 해결과 평화통일 방침을 재차 확인했다.1) 대만이 독립을 천명할 경우 무력 사용을 불사하겠다는 기존의 초강경 입장에서 한 단계 수위를 낮춘 메시지이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10월 10일 타이베이 총통부에서 열린 중화민국 건국 110주년을 기념하는 쌍십절 행사에 참석, 기조연설을 통해 "대만이 이제 아시아에서 고립되지 않고 있다. 권위주의 확대는 민주적인 세계 각국에 경종을 울리고 있으며 대만은 민주주의를 지키는 최전선에 있다"며 앞으로도 국제사회와 연대를 중시하고 중국에 맞서겠다는 자세를 분명히 했다.
 
그러나 차이잉원 역시 "우리가 바라는 것은 현상 유지"라며 "양안 관계의 긴장 완화를 기대한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이어 그녀는 양안 관계 기본원칙으로 ‘4가지 견지’를 제시했다. “자유민주의 헌정 체제의 영원한 견지, 대만과 중국의 상호 종속하지 않을 것의 견지, 주권의 침범과 병합에 대한 불용 견지 그리고 대만의 미래는 반드시 전체 대만 인민의 의지에 따라야 함을 견지해야 한다”며 “이 4가지 견지는 대만 인민이 우리에게 준 마지노선이다”라고 밝혔다.2) 연설문 어디에도 대만 독립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으며, 중화민국 타이완으로 자국을 지칭하는 등 최대한 중국 공산당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태도가 연설에 담겨져 있었다.  

이상 양안 최고 정치지도자의 연설문을 보면 중국과 대만 모두 현 정세를 악화시키지 않는 가운데, 각자가 지향하는 양안 관계 해결 기조 및 방법을 국제사회에 천명하고자 하는 목적을 달성했다.   

3. 미국 바이든 정부, ‘모호한’ 대만 전략으로의 회귀 

대만해협에서의 군사적 긴장 고조와 이에 맞물린 양안 당국 간의 날선 정치적 공방을 예상했던 많은 언론보도가 무색하게, 신해혁명 110주년을 맞이해 중국과 대만의 최고 정치 지도자가 행한 연설은 양측을 서로 자극하지 않고자 하는 노력이 깃들어 있었다. 중국과 대만의 연설은 서로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 국제사회를 향해 메시지를 표출하는 데 보다 충실했다. 

기실 이 같은 중국과 대만의 태도는, 10월 5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대만 합의'를 준수하기로 했다는 점을 밝히면서 이미 점쳐졌던 것이다. 이는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1979년 중국과 수교하면서 취했던 양안 관계에 대한 ‘모호한’ 태도로 회귀했음을 의미한다. 

미국은 1979년 중국과 수교하면서 '하나의 중국(one China)' 원칙을 인정하고 대만과 단교했다. 하지만 미국은 단교하면서도 그 직후 국내법으로 대만관계법을 제정해 실질적으로는 대만 문제에 관여할 길을 열어놓았다. 대만관계법은 미국이 중국과 수교하면서 폐기한 대만과의 공동방위조약을 대체하고자 대만에 대한 안전 보장 조항 등을 담은 법으로, 미중 수교 이후에도 미국이 대만과의 통상, 문화교류를 허용하며 방어용 무기 수출을 계속 제공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중화인민공화국만을 유일한 국가로 인정하고, 중국의 공격으로부터 대만을 방어하겠다고 명시적으로 약속하지는 않지만, 대만에 정치적, 군사적 지원을 제공한다. 이 같은 ‘모호한’ 입장이 지난 40여 년 동안 미국의 양안 관계를 대하는 태도이자 정책의 근간이 되었다.  

그러나 대만에 대한 미국의 전략은 트럼프 행정부 시기 크게 흔들렸다. 트럼프는 대선 승리 직후인 2016년 12월 2일 차이잉원 총통과 통화했다. 1979년 단교 이후 미국 대통령과 대만 총통의 첫 대화였다. 2019년 미 국방부의 ‘인도·태평양전략보고서’는 대만을 관계를 강화해야 할 ‘국가’로 명시했다. 미 대선을 앞둔 2020년에는 미국 고위 관리들이 잇따라 대만을 방문했다. 트럼프 정부가 ‘하나의 중국’ 원칙을 계속 흔들자, 차이잉원 정부는 중국의 힘에 밀려 국제무대에서 고립됐던 대만의 위상을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판단했다. 대만은 친미 일변도의 외교정책을 분명하게 선택했고, 시진핑 체제에 대한 대만 사회의 반감을 활용해 ‘탈중국’의 정치적 캠페인을 강화했다.

취임 직후부터 ‘트럼프 지우기’에 나섰던 바이든 미 행정부였지만, 중국에 대한 압박과 견제라는 트럼프의 유산만은 계승하여 확대 강화했다. 대만을 지렛대로 삼아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입장 역시 지속했다. 그러나 이번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은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대만과의 실질적 교류와 간접적 군사 지원을 지속하며 중국-대만의 군사적 충돌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미국의 양안 관계에 대한 암묵적이며 모호한 지침을 재확인한 것으로 비춰진다. 

바이든 대통령은 9월 유엔총회 연설에서 “미국은 중국을 억제하지 않고, 신냉전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으며, 10월 6일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린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원 회담에서 연내 미중 정상회담 개최를 합의하기도 했다. 역대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양국 관계의 전환점이 필요하다는데 미중 간의 공감대가 조성된 것으로 풀이된다. 시진핑과 차이잉원의 연설 역시 이 같은 미국의 태도에 보조를 맞추어 발언 수위를 조절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4. 양안 간 ‘차가운 평화’와 제도화 단계의 중국 혜대(惠臺)정책

미중 강대국 전략 경쟁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 충돌과 갈등이 소강국면으로 이어질 경우, 양안 관계 역시 정치적으로 경색 국면이 지속되지만 군사적 충돌이 발생하지 않는 소위 ‘차가운 평화’ 상황에 놓일 것으로 점쳐진다. 이 같은 상황에서 강경한 군사적 압박 조치를 지속하는 가운데도 물밑으로는 대만과의 경제 사회적 교류·협력을 확대 강화하고자 하는 중국의 강온(强溫)의 양면 전략이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난 3월 2021년부터 2015년까지를 계획 기간으로 하는「국민경제와 사회발전 14차 5개년 규획과 2035년 장기목표」(이하 14·5규획)가 전국인민대표대회 인준을 받아 통과됐다. 규획의 18편(編)에서는 ‘양안 평화발전 및 국가통일 추진’을 “해협 양안 융합 발전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대만 동포·기업의 대륙 첫 가족 건설”을 슬로건으로 하여 대만에 대한 온건 전략과 정책을 총괄적으로 제시하고 있다.3) 

대만과 마주하고 있는 중국 지방정부인 푸젠성과 샤먼시가 바로 이 같은 온건 방안인 혜대(惠臺)정책을 실제 집행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푸젠성과 샤먼시의 <14·5규획>에는 양안 교류·협력에 대한 정책이 매우 구체적으로 제시되어 있다. 

<표1>과 같이 푸젠성 지방정부는 제조업 및 농업, 그리고 3차 서비스업에 걸쳐 대만과의 교류 협력 확대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대만기업의 중국 상장 지원 및 화폐 직접 결제 등 제도적 일체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갈수록 반중 정서가 높아지고 있는 대만의 사회적 조류에 조응, 양안 문화 동질성 회복을 위한 일련의 소프트파워를 활용한 공공외교 전략 역시 강화되고 있다. 


푸젠성 샤먼시는 양안 교류 협력의 선도지역이다. 샤먼시는 <14·5규획>에서 “양안 통합의 신모델·신경로·신영역을 적극 탐색하고, 양안 동포 복지(福祉)를 위해 양안 융합과 대만 동포·대만 기업의 대륙 진출의 요람(登陸的第一家園)의 시범지로서 선두에 서도록 한다”는 정책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샤먼시의 양안 정책은 <표2>와 같이 경제·산업 및 인프라 조성 등에 있어 단순한 경협 수준을 넘어서, 양안 교류 협력 특별법 마련 등 제도화 단계에 이르렀음을 알 수 있다. 


샤먼시에서 수립한 정책 및 사업을 살펴보면, <표3>과 같이 양안 간 사회문화교류 특히 기업인 및 청년을 대상으로 한 지원정책 그리고 문화 동질성 회복을 위한 정책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가운데 샤먼과 3Km 내외 거리에 자리하고 있는 대만 진먼다오와의 생활공동체 조성을 위한 정책 등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어 있다. 양안이 군사적으로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던 시기 진먼다오는 중국으로부터 타이완 본섬을 방어하기 위한 군사 요새이자 자유주의 진영을 대표하는 반공 이념의 발산지로서 역할을 수행했다. 탈냉전 시기에 접어들어 진먼다오는 양안을 연결하는 지역으로 거듭나게 되었다.4) 


5. 종합 및 시사점  

신해혁명 110주년인 2021년 10월 10일, 중국과 대만 최고 정치지도자들의 공식 연설에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격화되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전략 경쟁 양상에서 양안 관계에 대한 양측의 날선 공방이 이어지고, 자칫 대만해협에서의 군사적 충돌이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예측이 난무했다. 그러나 막상 공개된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과 차이잉원 대만 총통의 공식 연설은 양측의 기본 입장과 기조를 재차 강조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단어의 선택 등에 있어 양측을 서로 자극하지 않으려고 하는 태도가 엿보이기도 했다. 양측의 메시지는 서로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 국제사회를 향한 것이라는 분석이 보다 정확할 것이다.   

이는 최근 갈등을 완화하고 최소한의 협력 분야를 모색하고자 하는 미국과 중국의 태도 변화와 맞물려 있다. 바이든 미 행정부는 전임 트럼프와는 달리,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고 그 틀에서 대만을 활용하고자 하는 전통적 모호한 외교로 회귀할 가능성이 있다. 이처럼 미중 강대국 전략 경쟁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 충돌과 갈등이 소강국면으로 이어질 경우, 양안 관계 역시 정치적으로 경색 국면이 지속되지만 군사적 충돌이 발생하지 않는 소위 ‘차가운 평화’ 상황에 놓일 것으로 점쳐진다. 

이 같은 상황에서 강경한 군사적 압박 조치를 지속하는 가운데도 물밑으로는 대만과의 경제 사회적 교류·협력을 확대 강화하고자 하는 중국의 혜대(惠臺)정책이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중국 정부, 특히 푸젠과 샤먼 등 지방의 대만 정책은 이미 초보적 경협 수준을 넘어서, 법제 마련 등 제도 수립의 고도화 단계에 이르렀음을 알 수 있다. 

양안 관계를 보다 정확히 파악하고 미래를 전망하기 위해서는 미중 강대국 전략 경쟁과 같은 국제적 요인과 더불어 상당한 단계로 이행된 양안 간 교류 협력 등의 성과와 한계에 대한 균형적 이해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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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신해혁명 연설문 및 관련 주요 분석 내용은 다음을 참고
   (http://politics.people.com.cn/n1/2021/1009/c1024-32248222.html, 검색일 2021.10.12.) 
2) 차이잉원 대만 총통의 연설문 및 관련 분석 내용은 다음을 참조 
   (https://tw.appledaily.com/politics/20211010/56KJ53YOJFGENGG6BYNPWH5GPY/, 검색일 2021.10.12.)
3) 미중 대만협정 준수 등에 대한 내용은 다음을 참조
   (https://www.bbc.com/korean/international-58799437, 검색일 2021.10.6.)
4) 진먼다오의 정체성 변화와 시사점에 대해서는 김수한(2020) 참고. 

[참고문헌]

<문헌>
김수한(2020),"칼을 쳐서 보습을 창을 녹여 낫을, 평화의 섬 진먼다오의 명소화 경험과 시사점",『동서중국 웹진』.Vol.09.

中国政府网(2020).中华人民共和国国民经济和社会发展第十四个五年规划和2035年远景目标纲要.
廈門市人民政府(2021). 上海市国民经济和社会发展第十四个五年规划和二〇三五年远景目标纲要.
福建省人民政府(2021). 江苏省国民经济和社会发展第十四个五年规划和二〇三五年远景目标纲要. 

<언론기사> 
https://www.bbc.com/korean/international-58799437 (검색일 2021.10.6.)  
http://politics.people.com.cn/n1/2021/1009/c1024-32248222.html (검색일 2021.10.12.) 
https://tw.appledaily.com/politics/20211010/56KJ53YOJFGENGG6BYNPWH5GPY/ (검색일 2021.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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