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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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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외교 2022년 전망

주재우 소속/직책 : 경희대학교 중국어학과 교수 2022-02-25

1. 서언

중국 전략사상은 두 가지 관념에서 출발한다. 하나는 역사의 시류이다. 다른 하나는 상대성이다. 이런 관념은 중국의 외교전략사상에도 투영된다. 역사의 시류라 함은 세계의 시대적 조류를 의미한다. 이는 인류사의 큰 흐름 속에서 나타나는 역사적 추세를 말한다. 역사의 흐름이라는 거대 담론에서 중국은 세계의 판세를 읽고, 이에 근거한 인식과 판단에서 전략사상을 고안해낸다.
 
중국 전략사상이 상대적이라 함은 중국의 전통 철학에서 강조하는 음과 양의 조화에서 균형을 찾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의 시각에서 보면 모든 현상이 모순적이기 때문에 여기에서 균형을 찾아야 조화(평화)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방식으로 균형을 찾는 행위를 중국인들은 평화적인 해법이라 일컫는다. 자고로 중국 철학자, 사상가와 전략가들은 이런 전략을 설파해왔다. 손자병법에서 도교까지 이들의 전략사상은 균형과 조화를 핵심으로 한다.
 
2022년은 이런 이유로 중국 외교에 의미가 있는 한 해가 될 것이다. 중국은 현재의 세계를 ‘백 년 동안 전무했던 대변혁(百年未有之大變局)’을 겪고 있는 세상으로 규정한다. 이는 1987년 13차 당대회에서 중국이 발표한 세계의 시류가 평화와 발전이라는 대명제의 인식에 근거한 것이다. 이런 세상이 지속되면서 중국은 100년 만에 처음으로 세계가 대변혁을 겪고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런 시대적 조류가 중국에게 ‘전략적 기회(戰略的機遇)’를 부여하고 있다고 확신한다. 이런 인식과 판단에 근거해 2002년 16차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이하 ‘당대회’)에서 장쩌민(江澤民) 총서기는 향후 20년을 ‘백 년 동안 전무했던 대변혁’이 중국에게 부여한 ‘전략적 기회의 시기’라고 명명했다.1)
  
이 기간 동안의 목표로 중국식 사회주의를 위한 기초 작업의 완성을 주문했다. 이는 경제 발전과 번영에 집중하자는 당의 요구였다. 그리고 이의 실현을 위해 그는 덩샤오핑(鄧少平)이 내세운 ‘확고한 입장에서 냉철하게 관찰하며, 도광양회하고 유소작위 한다(站稳脚跟、冷静观察、韬光养晦、有所作为)’라는 전략의 계승을 강조했다.2) 그는 시대적 조류가 평화와 발전인 만큼 전쟁의 발발 가능성도 없는 데다가 평화의 힘이 국제정세의 흐름을 지배하는 환경인 만큼 중국도 순응하며 이에 기여해야 한다는 점을 외교의 책무로 부각시켰다.
 
그리고 올해로 지난 20년의 ‘전략적 기회’는 종결되었다. 그러나 중국공산당은 오는 당대회에서 중국의 ‘전략적 기회’가 지속되고 있음을 또 다시 공지할 것이다. 왜냐면 백 년만의 대변혁은 아직도 현재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백 년만의 대변혁은 중국의 향후 100년을 결정하는 중대한 변곡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백 년 만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이 대변혁 속에서 중국공산당은 오는 2049년까지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으로 올라서기 위한 정지작업을 새로운 ‘전략적 기회’의 달성 목표로 상정할 것이다.
 
올해 하반기에 개최 예정인 중국공산당 20차 당대회는 ‘전략적 기회 2.0’을 규정하는 장이 될 것이다. 이번 당대회에서 중국은 새롭게 정의한 ‘전략적 기회 2.0’의 개념을 소개할 것이다. 그리고 이번 당대회에서 탄생하는 개념에 따라 새로운 전략사상이 마련될 것이고, 나아가 향후 몇십 년 동안 중국 외교를 이끌어 나갈 새로운 전략 지향점과 목표가 설정될 것이다.

2. 중국 외교 2022년의 지향점과 목표
 
중국공산당은 ‘백 년 동안 전무했던 대변혁’이 중국에 가져다준 천재일우의 기회가 두 번 다시 오지 않는다는 확신에서 2002년부터 20년을 ‘전략적 기회’의 시기로 정의했다. 중국이 이렇게 오늘날의 세상을 백 년만의 대변혁의 시기로 규정한 근거는 다음과 같다.
 
첫째, 국제체계에 본질적인 변화가 현재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즉, 국제체계가 기존 강대국이 아닌 신흥세력을 중심으로 새롭게 조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베르사유-워싱턴 체계에서 얄타체계의 붕괴를 겪은 이후 탈냉전 체계가 확립 중이라는 인식에 근거한다.
 
둘째, 이를 입증하는 근거로 중국은 세계 경제의 중심도 근대화 100년 만에 아시아로 이전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2019년 기준 세계 GDP에서 아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34% 이상, 세계 경제성장에 대한 기여도는 63% 이상을 기록했다. 2018년 브릭스 비즈니스포럼에서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이를 아시아의 범주를 넘어 설명한 바 있었다. 그는 “신흥시장국과 개발도상국이 세계 경제성장에 80%를 기여한다. 그리고 이들 국가 경제가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0%에 근접하고 있다. 이같은 발전 속도를 유지한다면 10년 후 세계 경제의 반 이상을 차지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게다가 세계 경제의 3대국이 중국, 미국, 인도로 개편되면서 유럽 국가들은 역으로 5위 밖으로 밀릴 것이라는 점을 부각했다. 새로운 세계 3대 경제 강국 중 두 나라로 아시아 국가를 지적한 것이다.3)
  
셋째, 신흥세력과 개발도상국의 경제적 부상으로 세계 거버넌스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는 점이다. 국제조직과 기구에서 신흥세력의 발언권과 의사권이 증대한 사실이 이의 방증이다. 또한 국제기구에서 이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개혁의 목소리가 강해지면서 강대국이 표방하는 일방주의, ‘소외(‘왕따’)주의(霸凌主義)’, 보호주의 등 대신 많은 국가가 점차 다자주의를 선호하는 추세로 이미 진입했다는 것이다.4)
 
특히 이런 국제 거버넌스 체계에 대한 개혁의 목소리가 강해지면서 중국의 상대성 접근 전략은 힘을 받고 있다. 중국은 세계 무역 마찰과 갈등의 심화는 서구의 포퓰리즘이 성행하고 일방주의가 강화되는 결과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종국엔 국제 거버넌스에 문제를 야기한다고 인식한다. 하지만 중국은 그래도 세계의 평화와 발전이라는 기본적이고 결정적인 요소는 불변하다고 확신한다. 세계 안보전략의 균형이 기본적으로 유지되고 있고, 비록 경제의 세계화가 날로 발전하면서 세계의 다극화 역시 심화되고 있지만, 과학기술의 발달과 4차 산업 혁명으로 개발도상국이 더욱 발전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올해 하반기에 개최될 20차 당대회는 이런 역사적 맥락 속에서 새로운 전략적 기회를 포착하기 위한 중국 외교의 전략 계획을 수립하는 장이 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왕이(王毅) 외교부장은 두 차례에 걸쳐 중국 외교의 임무와 역점을 설명했다. 
 
2021년 12월 20일 그는 2021년 국제정세와 중국 외교 토론회 개막식 연설에서 2022년의 중국 외교 6대 임무를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첫째, 베이징 동계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책임을 다하는 것이다. 둘째, 코로나19 시기에 직면한 다양한 도전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셋째, 세계의 발전을 위한 (중국의) 목소리가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넷째, 세계 구성원 간의 동반자 관계가 심화되도록 하는 것이다. 다섯째, 중미관계가 안전하게 전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여섯째, 중국의 국가 ‘핵심 이익’을 적극적으로 수호하는 것이다.5)
  
같은 해 12월 30일 왕이 부장은 중앙방송국과의 인터뷰에서 2022년 중국 외교의 8대 역점을 소개했다. 첫째, 20차 당대회를 위한 유리한 외부환경 조성에 전력투구한다. 둘째, 베이징 동계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 셋째, 세계 거버넌스 체계의 변혁에 적극 앞장선다. 넷째,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발생할 다양한 도전에 능동적으로 대응한다. 다섯째, 전 세계와의 동반자 관계를 심도 있게 추진한다. 여섯째, 중국의 핵심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인다. 일곱 번째, 국내의 개방 발전에 적극 주력한다. 마지막으로 여덟 번째, 최선을 다해 자국민을 위한 외교를 펼친다.6)

3. 우리에게 주는 전략적 함의
 
중국 외교 전략사상의 대명제가 평화와 발전이라는 세계적 시류에 출발하는 것은 맞다. 그리고 이런 시류가 지속되는 한 중국은 시간이 자기편이라고 확신한다. 따라서 중국은 특히 미국과의 경쟁에서 후퇴하지 않고 굳건히 대응해 나갈 것이다. 중국이 가진 자신감의 바탕에는 세계 힘의 구조 변화가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신념이 있다. 그리고 이의 연장선상에서 그들은 힘의 대비 구조를 미중관계 밖으로 확장하고 있다.
 
중국의 세계관은 1919년의 세계엔 27개국만이 존재했지만 오늘날의 지구촌엔 무려 193개국이 있다는 사실에서 출발한다. 2050년이면 세계 인구가 약 100억 명에 달할 것인데, 이 중 약 85억이 무려 신흥시장과 개발도상국에서 나올 것이란 계산도 세계관 형성에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그래서 중국은 이제 아시아가 ‘열강의 쟁탈지역’에서 ‘새로운 세계의 중심’으로, 아프리카는 ‘절망의 대륙’에서 ‘희망의 대륙’으로, 라틴아메리카는 ‘서방 모험가의 세계’에서 ‘자주 현대화의 발전 중 지역’으로 변모할 것이라 주장한다. 그러면서 세계는 ‘제국의 황혼’에서 ‘신흥의 여명’으로 진입하고, 백 년 전 커피를 마시던 자들이 타국의 운명을 결정하는 시대는 종결된다는 것이다.7)

특히 중국은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서구 열강의 패권주의, 강권정치, 일방주의, 보호주의, 민족주의와 왕따(소외)주의가 다자주의와 다자체계에 의해 억제될 것이라 확신한다. 우선 미국이 ‘평정을 잃어가고 있고(失態)’, ‘신뢰를 상실하고 있으며(失信)’, ‘의리를 잃어감(失義)’에 따라 국제질서의 설계자에서 ‘파괴자’, ‘전복자’로 전락해가는 한편, 세계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고 판단한다. 결국, 미국은 ‘신뢰 적자’, ‘거버넌스 적자’, ‘평화 적자’, ‘발전 적자’라는 이른바 ‘4개의 적자’에서 빠져나오기 힘들다는 것이다.8) 반면 중국은 축적된 경제력과 외교력을 바탕으로 세계 평화의 건설자, 세계 발전의 공헌자, 국제질서의 수호자로서, 국제사회의 파괴자가 아닌 건설자와 가교로 거듭날 것이라고 스스로 확신한다.
 
그러나 현실정치에서 중국이 미국에 보인 언행은 상당한 경계심을 노출하고 있다. 가령, 2021년 7월 26일 웬디 셔먼 미 국무차관과의 회담에서 중국 외교부 측이 제시한 이른바 ‘세 가지 마지노선(三条底线单)’과 ‘두 개의 목록(两份清单)’이 이의 명백한 실례라 할 수 있다.
 
중국 측이 제시한 ‘세 개의 마지노선’은 우선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노선과 제도를 전복하려 하거나, 모략하거나, 비방하는 시도를 하면 안 된다고 못 박았다. 둘째, 중국의 발전을 중단 또는 저해하려는 시도를 엄금할 것이라고 밝혔다. 셋째, 중국의 국가 주권, 특히 영토 완정을 침범하려는 행위를 일절 금지한다고 강조했다. ‘두 개의 목록’ 중 하나 역시 중국에 대한 모욕과 비판을 금지했다. 다른 하나는 중국이 중시하는 것에 대한 시정 조치였다. 여기에는 중국 공무원과 유학생을 포함한 중국인들에 대한 비자 발급 제한과 공자학원 폐쇄 등과 같은 반중국 조치의 철회가 포함됐다.9)

작금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사태에 대해서도 중국은 우선 ‘중립’을 취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세계의 평화와 발전에 이바지해야 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상임이사국 중 하나로서 소임을 다 하지 않는 모습에서도 이는 역력히 드러나고 있다. 이런 중국의 처사는 언행불일치라는 중국 외교의 근본적인 고질병이 재발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지난 몇 년간 시진핑 주석이 미래 다자주의가 유엔을 중심으로 개진되어야 하고, 다자주의의 근본 규범과 보장이 유엔 헌장에 입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을 중국 스스로가 무색하게 만들어 버린 셈이다.

4. 우리의 준비전략 
 
올해 우리나라엔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것이다. 한중관계를 비롯해 한미관계, 한일관계 등은 새 정부에게 쉽지 않은 도전과제로 다가갈 것이다. 하지만 근 몇 년간의 대한민국 외교사를 돌이켜보면, 올해 출범하는 새 정부는 특히 한중관계에 비교적 여유롭게 접근해도 무난할 것이다.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중국이 당대회를 개최할 때 중국 수도인 베이징에서 한중정상회담이 개최된 선례는 거의 없었다. 특히 정권 교체 시기에는 더더욱 없었다. 1992년이 예외로 언급될 순 있겠으나, 당시 장쩌민 주석은 이미 1990년에 총서기로 선출된 이후였다. 정권 교체 시기는 중국에서 가장 민감한 시기다.
 
둘째, 중국 당대회 개최 시기에 중국 외교는 오히려 가장 소극적이다. 다시 말해, 외부와의 갈등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앞서 언급했듯 당대회에 가장 적합하고 평온한 외부환경을 조성하는 데 모두가 주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국은 우크라이나 사태뿐만 아니라 대미관계에서도 ‘낮은 자세(low-profile)’의 면모를 유지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중국의 역사적 경험주의와 전략사상의 상대성 원칙이 바로 우리가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중견국으로서 우리는 시대적 역사 조류를 견인할 수 있는 역량이 부족하다. 전략 면에서도 상대를 억지할 수 있는 독자적인 능력도 부족하다. 결국, 이를 모든 수단과 방법을 통해 절충할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우리의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면서 중국에 대해 외교를 펼쳐야 하는 것이 우리의 숙명이다. 그리고 이런 숙명은 우리의 국익보다 우리의 정체성과 가치에 우선 부합하는 선택을 할 때, 비로소 국가와 국민에게 정당한 결과를 가져다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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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江泽民, 『全面建设小康社会, 开创中国特色社会主义事业新局面: 中国共产党第十六次代表大会文件汇编』 (北京: 人民出版社, 2001).
2. 朱锋, “中国未来十年的战略机遇期: 我们必须做出新的选择吗?” 『国际政治研究』, 2014年 第2期, p. 11.
3. 史梦华, 论世界百年未有之大变局, 『運成日報』, 2021年 1月 20日.
4. 岳晓勇, “百年大变局下的中国战略机遇期2.0: 从世界和平与发展潮流的演化看新时期中国外部机遇特点”, 『政策簡報』, 2019年12月, 第22期, p. 1.
5. 中国外交部, “王毅谈2022年中国外交六大任务”, 2021年 12月 20日.
6. 中国外交部, “王毅谈2022年中国外交八大重点”, 2021年 12月 30日.
7. “为什么说现在是百年未有之大变局?” 『共产党员网』, 
https://www.12371.cn/2019/08/29/ARTI1567071473915983.shtml (검색일: 2022년 1월 25일).
8. “为什么说现在是百年未有之大变局?” 『共产党员网』, 
https://www.12371.cn/2019/08/29/ARTI1567071473915983.shtml (검색일: 2022년 1월 25일).

9. “中美天津会谈两份清单、三条底线单”, 『新华社』 2021年 7月 27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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