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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 트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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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정치·외교, 사회·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주요 이슈에 대한 동향을 정리하여 제공합니다.

[이슈트렌드] 서방의 러시아 제재, 중국에 위기인가 기회인가

CSF 2022-03-10

□ 서방의 러시아 제재가 시작되면서 러시아가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중국을 통해 이 상황을 타개할 가능성과 중국의 움직임에 대해 세계가 주목하고 있음. 전 세계 주요 매체는 중국의 ‘애매한’ 메시지를 분석하며 러시아 제재가 중국에 미칠 영향에 대해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음. 

◦ 중국 은행감독위원회 궈슈칭(郭树淸) 회장은 3월 2일 “중국은 러시아 제재에 동참하지 않겠다”라고 밝히면서 “서방의 러시아 제재가 중국에 미친 영향은 현재까지 크지 않으며 앞으로도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라고 덧붙임.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서방의 제재가 강화되면서 세계에서는 중국의 반응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음. 
- 중국과 러시아는 최근 관계를 더욱더 공고히 하고 있음. 시진핑 국가주석은 2019년에 러시아 푸틴 대통령을 그의 ‘절친한 친구’라고 표현한 바 있으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만난 시진핑 국가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둘 사이의 우정에는 “한계가 없다”라고 선언함.
- 그러나 전 세계 주요 매체는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제재가 시작되자 중국이 러시아를 돕는 데 적극적인 것 같지 않다”라고 평하고 있음. 
- 3월 2일 러시아 제재에 중국은 동참하지 않겠다고 하면서도 어떤 방식으로 러시아를 도울 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은 궈슈칭 회장에 이어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겸 외교부장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드미트로 쿨레바(Dmytro Kuleba) 우크라이나 외무장관과의 전화 통화에서 현 위기에 대해 “침통하다”는 심경을 밝힘. 또한 중국이 주도하는 국제금융기구인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은 3월 3일 “우크라이나 내 전쟁 발발로 러시아 내 모든 활동을 중단한다”라고 밝힘. 
- CNN은 이같은 애매한 메시지에서 중국의 상반되지만 일관적인 두 가지 입장을 유추할 수 있다고 설명함. 첫 번째는 중국이 여전히 전쟁의 책임을 러시아를 도발한 미국과 나토(NATO)에 두고 있다는 점이며 두 번째는 중국이 미중 관계을 파탄으로 몰고갈 정도로 미국을 도발하고 있지는 않다는 점임. 
- 로이터(Reuters) 통신에 따르면 3월 1일 중국 국영은행들이 국제 사회의 제재 가능성에 눈치를 보는 바람에 중국 측 매수자가 자금을 확보하지 못해 러시아에서 석탄을 수입하지 못하는 사건이 있었음. CNN의 인터뷰 요청에 ICBC와 중국은행(Bank of China) 관계자는 응답하지 않았다고 함.
 
◦ CNN은 이를 기반으로 중국이 서방을 도발하지 않는 수준에서 러시아를 돕는 미묘한 균형점을 찾으려고 할 것이라고 분석함. 
- 러시아는 중국과의 우호적인 관계를 이용해 서방의 제재를 피해가려고 할 것임. 러시아 대외무역에 있어 중국이 차지하는 위상은 매우 높음. 그러나 중국 입장에서는 러시아에 앞서는 다른 우선순위가 있음. 
- 2020년 세계무역기구(WTO) 및 중국 세관 기록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CNN 분석 결과, 중국은 러시아 대외무역의 16%를 차지하는 1위 무역 상대국임. 그러나 세계 2위 경제 대국인 중국에게 무역 상대국으로서 러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2%에 불과함. 중국에게는 유럽연합(EU)이나 미국과의 무역액 비중이 훨씬 높음.
- 러시아에 있어 중국이 차지하는 위상은 분명함. 우크라이나 침공 전 푸틴 대통령은 중국과의 관계를 좀 더 공고히 다지고자하는 의지를 분명히 보였으며 푸틴 대통령은 지난 2월 시진핑 국가주석과의 회담에서 러시아 국영 천연가스회사인 가스프롬(Gazprom)과 국영 석유회사인 로스네프트(Rosneft)를 포함하여 중국과 15개의 계약을 체결함.
-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Peterson Institute for International Economics)에 따르면 러시아가 수입하는 반도체의 70%가 중국산이며 중국으로부터 주로 수입하는 물품은 반도체 외에도 컴퓨터, 자동차 부품, 스마트폰 등인데, 특히 샤오미(Xiaomi) 브랜드의 스마트폰이 러시아에서 매우 인기있는 것으로 알려짐. 
- 정치리스크 컨설팅회사인 유라시아 그룹(Eurasia Group)의 중국 및 동북아 분석가 닐 토마스(Neil Thomas)는 “아직까지는 중국이 서방의 러시아 제재를 위반하면서까지 러시아를 도울 가치가 있다고 보는지 알 수가 없다”라며 “중국이 서방의 러시아 제재에 명백히 위반할 시 중국도 서방의 유례 없는 경제 제재를 피해갈 수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함. 그는 “중국이 러시아 밀과 보리에 대한 모든 수입 제한을 해제하기로 했으나 이 수입 제한 해제 조치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 이미 이뤄진 것이기 때문에 중국이 러시아를 돕고 있다는 증거로 볼 수는 없다”라고 덧붙임.
- 서방의 러시아 제재는 유례없을 정도로 강력하며 이제 중국이 러시아를 얼마나 돕느냐를 가지고 러-중 우호관계가 시험에 들 것으로 보임. 전문가들은 그러나 중국의 운신의 폭이 그다지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음.

◦ 전문가들은 제재 대상이 아닌 에너지 분야에 있어서도 중국이 러시아를 도울 폭은 상당히 제한적이라고 설명함. 
- 서방이 러시아 은행들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인 스위프트(SWIFT) 결제망에서 배제하면서 러시아는 중국의 국제위안화결제망(CIPS)을 스위프트에 대한 대안으로 보고 있지만 스위프트 멤버 기관이 11,000개가 넘는 것에 반해 CIPS에 속한 은행은 겨우 75개임. 게다가 스위프트에 따르면 러-중 무역에도 위안화보다 달러와 유로 거래가 압도적이었음. 
- 러시아 국제정치 연구기관인 카네기 모스크바 센터(Carnegie Moscow Center)도 보고서에서 비슷한 문제를 지적하고 있음. 카네기 모스크바 센터에서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과 러시아가 스위프트와 같은 달러 중심 시스템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각각 러시아의 금융메시지전송시스템(STFM)과 CIPS를 각각 개발했음. 하지만 이로 스위프트를 대체하기에는 역부족임. 2021년 기준 STFM에 가입되어 있는 중국 은행은 단 한 곳이며 러시아 공식 통계 결과에 따르면 러중 무역에서 위안화로 이루어진 거래는 17%에 불과함.
- 두 번째 문제는 러시아가 최첨단 무기 시스템에 필요한 고가의 칩을 미국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임. 러시아가 중국으로부터 수입하는 컴퓨터 칩은 대부분 저가로 최첨단 무기 시스템에 필요한 고가의 칩이 아님.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한 미국 고위 행정부 관리는 “중국이 단독적으로 러시아 군사력의 핵심적인 니즈를 충족해주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힘. 
- 유라시아 그룹 토마스 닐 분석가는 “중국의 소규모 기업들 중에는 제재 대상인 러시아에 미국 기술을 수출하는 곳이 있을지도 모르나 이란에 대한 제재 위반으로 미국의 2차 제재를 받은 화웨이(Huawei)의 전철을 밟을 강심장을 가진 빅테크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함.
- 레베카 하딩(Rebecca Harding) 무역 경제학자가 제기한 또 다른 문제는 중국이 원유와 천연가스 수출에 경제적 의존도가 높은 러시아를 돕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점임. 
- 러시아의 가장 큰 에너지 시장은 EU 시장인데 러시아는 EU 국가들의 천연가스 중 40%, 원유의 26%를 공급하고 있음. 하딩 무역 경제학자는 “중국과의 에너지 무역도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지만 러시아의 원유 수출에 있어 EU 시장은 중국 시장의 2배 규모”라고 설명함. 
- 러시아 천연가스의 주요 수출 대상국인 독일은 최근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송을 위해 만든 새 해저 가스관인 ‘노드 스트림2(Nord Stream 2)’ 승인 절차를 중단함.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중국과 러시아를 연결하는 파이프라인 ‘시베리아의 힘(Power of Siberia)’의 용량은 노드 스트림2의 5분의 1에 불과함. 

◦ 일각에서는 러시아 제재가 중국 경제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하는 한편 중국이 세계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도 설명함. 
- 보이스오브아메리카(Voice of America)는 3월 3일에 발간한 기사에서 “단일 국가로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원유를 수입하는 중국 입장에서는 러시아 제재로 인한 원유 가격 상승이 중국 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함. 
- 캐피털 이코노믹스(Capital Economics)의 아시아 수석 경제학자인 마크 윌리암스(Mark Williams)는 “현재까지는 에너지 분야에 대한 제재는 가해지지 않았지만 제재가 에너지 분야로까지 확대되는 경우 중국 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은 더 커질 것”이라고 경고함.
- 이는 중국 기업에게도 어려운 상황임. 독일 소재 중국 연구기관인 메릭스(MERICS, the Mercator Institute for China Studies)의 제이콥 건터(Jacob Gunter) 선임 분석가는 보이스오브아메리카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기업들은 사면초가에 처했다”고 설명함. 중국에 있는 모기업이 서방의 제재를 위반할 시 미국이나 EU 국가에서 운영되고 있는 중국 기업은 2차 제재를 피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임. 
- 이렇듯 중국도 서방의 러시아 제재로 인한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중국이 이 위기를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고 분석함. 마크 윌리암스 아시아 수석 경제학자는 “러시아가 에너지 분야 제재로 발이 묶인 사이에 중국이 러시아 에너지 교역 상대국들과 좀 더 호의적이고 장기적인 에너지 공급 계약을 체결할 가능성도 있다”라며 “중국이 러시아 수출이 막힌 틈새를 파고들어 입지를 다지는 순간 중국 경제에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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