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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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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이슈에 대한 국내외 전문가들의 견해 및 제언이 담긴 칼럼을 제공합니다.

바이든 정부의 배터리공급망 재편과 미·중 코발트 확보 경쟁

김연규 소속/직책 : 한양대학교 국제학부/교수 2022-03-24

뉴욕타임즈紙는 2021년 11월과 12월 2개월에 걸쳐 지난 10여 년 동안 중국의 콩고 코발트 시장 지배를 평가하는 특집 시리즈 기사를 게재하였다 (Forsythe, Lipton & Searcey 2021; Lipton & Searcey 2021; Searcey, Forsythe & Lipton 2021; Searcey & Lipton 2021). 본격적으로 시작된 전기차 시대와 배터리 원자재 부족 전망으로 리튬 코발트와 같은 핵심 광물 가격이 폭등하고 있는 현시점에서 냉전 시대 당시 소련과 미국이 전략물자 확보를 위해 치열한 외교전을 펼쳤던 콩고의 코발트 광물 시장을 중국이 언제 어떻게 지배하게 되었으며, 미국은 왜 코발트 확보면에서 중국보다 뒤쳐지게 되었는지를 돌아보는 중요한 내용이다. 

글로벌 배터리 공급망 재편과 미·중 배터리 군비경쟁 (battery arms race)

본격적인 전기차 시대 개막을 앞두고 전 세계 배터리 시장의 지형이 바뀌고 있다. 한국, 중국, 일본이 각축전을 벌이던 배터리 시장은 바이든 정부와 유럽연합이 배터리 내재화를 선언하면서 새로운 국면에 진입했다. 

글로벌 배터리산업은 반도체보다 더 한국 중국 일본 3국에 제조능력이 집중되어 있다. 배터리 셀 제조를 위한 대형 시설인 기가팩토리 숫자만 보더라도 중국은 93개인 반면, 미국은 4개에 불과하다. 미국 바이든 정부는 2021년 6월 반도체, 배터리, 희토류, 의약품 등 4대 핵심품목 공급망 현황에 대한 검토보고서를 발표하고 미국 내 독자적인 공급망 구축을 위해 총력을 기울여왔다.

2021년 6월, 제니퍼 그랜홈(Jennifer M. Granholm)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100일 공급망 검토 보고서의 일부로 미국 국가배터리 청사진 (National Blueprint for Lithium Batteries, 2021-2030)을 발표했다 (US Department of Energy 2021). 2021년 8월 5일,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030년까지 신차 판매의 약 절반을 전기차로 채우겠다는 행정명령을 발표한 바 있다. 국가배터리 청사진은 미국의 독립적인 배터리 공급망 구축을 위해 다음과 같은 5가지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 배터리 금속과 핵심 광물 확보
▷ 배터리 금속과 광물 가공 산업 생태계 구축
▷ 배터리 셀 팩 제조 공장 확충
▷ 사용 후 배터리 (EOL: End-of-Life) 재사용·재활용 산업 활성화
▷ R&D 확대와 STEM 교육 및 인재 개발

2022년 2월 24일 바이든 정부는 2021년 6월 검토보고서 이후의 진전 상황을 다시 점검하는 4대 핵심 품목 검토보고서를 다시 발표하였다. 금번 공급망 검토보고서는 4대 핵심 품목 가운데 배터리의 중요성을 특별히 강조하고 있으며 배터리 밸류체인 중 원자재 가공 및 배터리 소재 제조 기반 부족을 가장 큰 리스크라고 평가하고 탄력적인 공급망 구축을 위해 수요 촉진, 원자재 공급 강화, 소재의 국내 생산, 인력 및 기술 투자에 힘을 쏟을 것을 강조하고 있다. 

배터리 제조 측면에서는 미국 내에 배터리공장을 대폭 신규 건설할 계획이며 2030년까지 40여 개의 신규 공장 건설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2030년까지 미국 신규 배터리 제조 능력의 70%가 우리 배터리 제조 3사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 특이할 사항이다. 


코발트와 배터리 원자재

전기차 배터리를 만드는 데 필요한 핵심 원자재는 리튬, 니켈, 코발트, 흑연, 망간, 구리 등이다. 미국 백악관은 확보 능력과 지속가능성, 미국 업체의 경쟁력 등을 고려해 리튬, 고순도 니켈, 코발트를 특히 중요한 원자재라고 평가했다. 배터리를 만들기 위해 이들 핵심 원자재를 구매하려면 중국을 거쳐야 한다. 중국의 원자재 보유량이 많을뿐더러, 원자재 가공 비중도 높기 때문이다.

흑연의 경우, 매장량 자체는 세계적으로 풍부하지만, 아프리카 지역에서 채굴되더라도 처리와 정제는 대부분 중국에서 이뤄진다. 이 때문에 미국 등 주요국에서 사용되는 흑연 70~80%가 중국에서 수입된다. 

니켈의 경우, 캐나다, 노르웨이, 호주에서 많이 생산되는데, 배터리에 들어가는 고순도 니켈은 인도네시아에서 많이 생산한다. 인도네시아 니켈 산업에는 중국 자본이 대규모 투자돼 있다 (연선옥 2022). 광산과 염호, 사막에서 채굴하는 리튬 역시 칠레와 호주, 아르헨티나에 많이 매장되어 있는 반면, 중국 내 매장량은 10%가 채 되지 않는다. 그러나 호주에서 생산된 리튬의 90%가 중국으로 넘어간다. 가공 시설 대부분이 중국에 있기 때문이다

미국지질조사국(USGS)의 데이터에 따르면, 2019년 세계에서 약 14만 톤의 코발트가 생산되었고 그중 70% 이상이 콩고민주공화국(DRC)에서 생산되었다. 2020년에는 그 비중이 낮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60% 정도가 콩고에서 생산됐다. 코발트는 니켈(50%)과 구리(44%)의 부산물로 채굴되는데, 콩고에서는 소규모 수작업을 통해 나머지 6%를 채굴한다. 코발트의 글로벌 매장량은 약 700만 톤으로 추정되고, 절반 이상이 아프리카에 존재한다.

코발트는 일반적으로 자체 생산이 비경제적이라고 여겨질 정도로 낮은 농도로 발견된다. 이 때문에 주로 구리와 니켈과 같은 다른 금속의 부산물로 채굴된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코발트 공급은 비탄력성을 갖는다. 간단히 말해서 코발트보다는 구리 또는 니켈 가격이 코발트 산업 운영의 경제성을 결정하며, 코발트 공급이 부족해져도 수요 증가에 대응해 공급을 늘리기가 힘들다.

미-중 콩고 코발트 쟁탈전

콩고는 제2차 세계 대전 이후로 미국의 중요한 전략 광물 공급국이 되었다. 전 세계에서 매장량이 제일 풍부한 콩고 남동부 코발트 광산 텡케 풍구루메(Tenke Fungurume)가 처음 알려진 것은 1908년 벨기에 지질학자에 의해서였다. 

1930년대 콩고는 고품질의 우라늄으로 잘 알려져 있었다. 알버트 아인슈타인은 1939년 프랭클린 D. 루즈벨트 대통령에게 서한을 통해 콩고의 우라늄 확보를 요청하였다.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에 사용된 고급 우라늄은 콩고에서 공급한 원료였다 (Lipton & Searcey 2022). 알버트 아인슈타인은 당시 프랭클린 델라노 루스벨트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미국에 매장된 우라늄 광석은 순도가 낮다. 캐나다와 체코슬로바키아에 양질의 우라늄 광석이 있으나, 가장 중요한 우라늄 공급원은 벨기에의 콩고이다.”  

콩고의 우라늄, 코발트, 구리 및 기타 광석은 높은 순도 때문에 다른 지역의 광산에서 채굴된 광석과 차별된다. 심지어 오래된 광산 폐기물에서 채취한 광물에서도 충분한 코발트와 구리를 확보할 수 있을 정도이다. 

중국이 콩고의 코발트 산업을 장악하게 된 계기는 조셉 카빌라 콩고 전 대통령이 집권하던 2007년에 체결된 60억 달러 규모의 중국-콩고 코발트 계약이다. 아리조나주에 본사를 둔 글로벌 구리 개발 업체인 미국의 프리포트-맥모란(Freeport-McMoran)도 비슷한 시기에 콩고의 최대 구리-코발트 광산인 텡케 풍구루메(Tenke Fungurume) 광산과 키산푸 광산 개발권을 확보하였다. 중국은 당시 계약에 따라 콩고에서 구리 1,200만 톤과 코발트 60만 톤을 생산할 수 있었다. 

2016년 말과 2019년 말, 경영난에 빠진 프리포트-맥모란은 중국에 2개의 광산을 매각했다. 이로써 중국은 콩고의 코발트 광산을 완전히 지배하게 되었다. 당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중국의 코발트 광산 매입을 지켜만 보고 있던 오바마와 트럼프 정부는 경제 안보에 있어 뼈아픈 실책을 저지른 것으로 평가되었다.

2019년 콩고의 신임 대통령 펠릭스 티세케디(Felix Tshisekedi)의 집권으로 미-중 간 코발트 경쟁이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헀다. 뉴욕타임즈의 특집기사도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중국의 차이나 몰리브덴(China Molybdenum)社가 텡케 풍구루메 광산의 80%를 소유하고 나머지 20%는 콩고 국영기업 제카민스(Gecamines)가 보유하고 있는데, 2019년 새롭게 들어선 콩고 정부가 전임 정부에서의 계약을 문제 삼고 나선 것이다. 계약 과정에서의 투명성은 물론이고 중국이 충분한 보상을 콩고 정부에 하지 않았다고 콩고 정부는 판단하고 있다. 2022년 2월 콩고 법원은 차이나 몰리브덴의 풍구루메 광산 운영권을 박탈하는 결정을 내렸다 (Rose 2022).

결론

전기차 확산이 본격적인 단계에 접어든 현시점에 전기차 배터리 원자재 확보가 미국과 중국 사이에 중요한 안보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핵심적인 배터리 원자재인 리튬 니켈 코발트는 아프리카, 호주, 남미 등에서 대부분 생산되기 때문에 미국과 중국의 쟁탈전이 매우 치열하게 전개되어 왔다. 본 글은 아프리카의 콩고민주공화국에 생산이 편중되어 있는 코발트를 살펴보았다. 2021년 말 뉴욕타임스의 특집기사가 조명하고 있는 것처럼, 최근 중국 광산 공기업 차이나 몰리브데넘이 텡케 풍구루메 광산 개발권을 박탈한 콩고 현지 법원 판결은 미국과 중국 간 코발트 경쟁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다시 콩고 코발트 개발권을 확보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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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연선옥. 2022. ““배터리 원료 中 의존도 낮춰라”… 각국·주요기업 골머리,“ 『조선비즈』 2.15
Forsythe, Michael, Eric Lipton & Dionne Searcey. 2021. “How Hunter Biden’s Firm Helped Secure Cobalt for the Chinese,” The New York Times, November 20. 
Lipton, Eric & Dionne Searcey. 2021. “How the U.S. Lost Ground to China in the Contest for Clean Energy,” The New York Times, November 21.
Moores, Simon. 2021. “The Global Battery Arms Race: Lithium-Ion Battery Gigafactories and Their Supply Chains,” Oxford Institute for Energy Studies, February.
Rose, Aron. 2022. “Congo court appoints temporary administrator to run China Moly's Tenke mine,” Reuters, March 1.
Searcey, Dionne, Michael Forsythe & Eric Lipton. 2021. “A Power Struggle Over Cobalt Rattles the Clean Energy Revolution,” The New York Times, November 20.
Searcey, Dionne & Eric Lipton. 2021. Hunt for the ‘Blood Diamond of Batteries’ Impedes Green Energy Push,“ The New York Times, November 29. 
US Department of Energy & Federal Consortium for Advanced Batteries. 2021. “National Blueprint for Lithium-Ion Batteries 2021-2030,” June 7, (https://www.energy.gov/eere/vehicles/articles/national-blueprint-lithium-batte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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