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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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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둥성을 통해 살펴본 중국 산업현장의 변화와 우리 기업의 생존전략

김수영 소속/직책 : 기획재정부 윤리경영과장 2022-05-19

필자가 주광저우총영사관에서 근무하던 기간은 중국에서 코로나19가 한창 맹위를 떨치기 시작하는 때였다. 2019년 12월 발발한 코로나19로 기업과 교민들이 많은 고통을 겪었고, 필자는 2020년 9월 그간의 직무를 마무리하고 귀국편 항공기에 탑승할 때까지 교민들과 어려움을 공유하면서 해결방안을 함께 모색했다. 한국발 항공기 탑승객에 대한 격리가 시작된 2월 27일부터 정기 항공편이 완전히 중단된 3월 28일까지 광둥성에 입경한 한국인 탑승객은 총 3,479명이었고 그중 971명이 중국판 시설격리를 경험했다. 이 시기에는 교민들을 자가격리로 신속하게 전환하고 시설에 격리된 사람들에겐 어려움을 덜 수 있도록 지원했다. 모든 항공편이 완전히 취소되어 한중간 인적교류가 중단된 상황에서는 전세기를 통해 기업의 필수 인력을 수송하고 가족 간의 생이별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했다. 광둥성에서만 5월부터 9월까지 15편의 전세기를 통해 총 3,328명(입경 2,285명, 출경 1,043명)에게 도움을 줄 수 있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중국의 방역 정책을 자세히 확인할 수 있었는데, 소위 인해전술식 방역 조치가 과연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광둥성을 포함한 중국 정부는 2022년 5월 지금까지도 인해전술식 방역 조치를 더욱 강화하며 끈질기게 유지하고 있다. 사회주의국가 중국이 동원할 수 있는 인적 물적 자원의 규모가 어느 정도나 되는지 짐작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이런 중국이라는 나라가 가까이 있다는 것은 경우에 따라서는 큰 위협이 될 수도 있지만, 동시에 기회 요인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중국을 파악하고자 하는 노력은 소홀할 수 없다. 


알면서도 모르는 나라 중국, 광둥성 분석부터 첫걸음

중국 영토는 960만㎢로 우리나라의 96배, 인구는 약 14억 명으로 27배에 달하는 거대한 규모다. 그러나 한 걸음 더 깊이 들여다보면 지역적으로 동부 연해안과 서부 내륙 간의 발전 격차가 매우 크고, 극심한 소득 불균형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이 때문에 중국을 한눈에 이해하기는 어렵고 도리어 평균의 함정에 빠져 오해하기 쉽다. 중국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지역별 연구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하게 되는 이유다. 

중국은 공산당을 중심으로 하는 강력한 중앙집권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중앙에서 실시하는 정책이 신속하게 지방으로 전파되며, 중앙의 정책 의지가 지방에서 빠르게 실현된다. 다시 말해, 지방에서 실시하는 정책을 제대로 알면 중앙정부의 정책이 어떤 것인지 그 모습을 좀 더 생생해 파악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정리하자면, 경제 수준이 높은 지역을 선택해 분석하면 평균의 함정을 피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중국 전체의 정책 방향도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는 의미다. 

중국을 나누는 가장 큰 단위의 행정구역은 성급 행정구로 22개 성(타이완을 포함하면 23개 성), 4개 직할시(베이징, 상하이, 텐진, 충칭), 5개 자치구(광시좡족, 닝샤후이족, 티베트, 신장위구르, 내몽골), 2개 특별행정구역(홍콩, 마카오)이 있다. 이 중 우리나라가 관심을 갖고 살펴볼 만한 지역으로 광둥성을 첫손에 꼽을만하다. 

광둥성은 한국 사람들에게는 조금 생소한 곳이다. 중국의 남쪽, 홍콩 및 마카오와 붙어있는 곳인데, 지리적으로 한국에서 다소 먼 곳에 위치했기 때문이다. 중국 정치와 경제를 대표하는 베이징과 상하이를 넘어서 광둥성까지 이해의 폭을 넓히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광둥 요리가 익숙한 것처럼,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미 광둥성을 꽤 잘 인식하고 있다. 



광둥성의 행정중심지인 광저우는 과거 아편전쟁이 발생한 곳으로 2010년에는 아시안 게임이 개최되기도 했다. 그리고 우리가 심천으로 발음하는 중국 최고의 첨단도시 선전은 중국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도시로 잘 알려져 있다. 

미·중 기술패권 경쟁을 대표하는 화웨이, 중국 대표 SNS 위챗을 운영하는 중국 최대 인터넷 종합서비스회사 텐센트, 세계 1위 드론 기업 DJI, 중국에서 가장 큰 신재생에너지자동차 회사 비야디(BYD), 중국 최대 종합가전기업인 메이디(Media), 중국을 대표하는 디스플레이 패널 생산업체인 CSOT 등이 광둥성에 자리를 잡고 있다. 중국 부동산 시장을 붕괴시킬 것이라는 우려를 야기한 부동산기업 헝다도 광둥성 기업이다. 중국에 대해 조금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모두 알만한 도시와 기업이라는 점에서, 우리에게 광둥성은 이미 낯설지 않은 곳이다. 


2021년 중국 광둥성 경제 규모, 한국 추월

중국 언론은 광둥성이 언제 우리나라 경제 규모를 넘어설지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2021년 초에는 2020년 경제규모가 광둥성이 1.61조 달러로 한국의 1.63조 달러를 바짝 따라붙으면서, 2021년에는 광둥성이 한국을 넘어설 것이라고 떠들썩하기도 했다. 결국 2021년에는 광둥성이 1.93조 달러로 우리나라의 1.80조 달러를 넘어서게 된다. 이로써 2021년은 한국 GDP가 중국 지방정부에 불과한 광둥성에게도 뒤처진 첫해로 기억되게 됐다. 




중국이 이렇게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덩샤오핑이 40여 년 전 개혁개방을 시작하면서 아시아 네 마리 용을 넘어서라고 광둥성에 과제를 부여했기 때문이다. 개혁개방 이후 빠르게 경제 규모를 키워온 광둥성은 1989년부터 중국 내 GDP 1등 지역으로 올라선 후 지금까지 33년 연속 중국 내 GDP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1998년에 싱가포르, 2003년 홍콩, 2007년 타이완을 추월했고, 2021년 드디어 우리나라마저 넘어섰기 때문에 중국 입장에서는 덩샤오핑의 과제를 마무리한 뜻깊은 순간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에겐 자존심 상하는 일은 분명하다. 

하지만 질적 측면에서는 우리가 많이 앞선다. 광둥성은 인구가 1.2억 명에 달해 2021년 1인당 국민총소득을 보면 15,234달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35,168달러로 광둥성보다 2배 이상 높다. 



광둥성에서 살펴본 중국 산업현장의 빛과 그림자

언론에 소개되는 중국 산업현장의 모습은 인공지능, 드론, 빅데이터, 자율주행 같은 4차 산업혁명의 실험적인 시도를 다소 과대 포장하여 소개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2020년 9월 우한홍신반도체유한공사(HSMC)가 정부의 보조금을 노린 대대적인 사기극이란 언론 보도처럼 부정적인 기사도 많다. 중국의 이러한 실패를 보면서 혹자는 즐거워하기도 한다. 중국 산업현장의 현재를 보다 균형감있게 분석하는 것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중국 경제의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는 광둥성 산업현장을 객관적으로 또 깊이 있게 살펴보는 것은 중국 경제 전체를 제대로 이해하는 지름길이며, 중국 경제를 지방단위에서 본격적으로 분석하는 시도라는 점에서 매우 의미있는 일이다. 

휴대폰 산업을 사례로 들어 중국과 광둥성의 산업현장을 살펴보자. 중국 산업현장은 매우 다양하고 복잡하지만 휴대폰 생산곡선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보여주고 있다. 아래 그래프는 연도별 중국 휴대폰 생산량을 보여주고 있다. 1996년 417만대로 시작해 2015년 20억 5천만대로 최고점을 기록한 후 2020년 14억 8천만대로 줄어들고 있다. 이 과정을 탐색기, 추격기, 성숙기, 전환기로 구분할 수 있다.


탐색기에는 OEM 방식으로 톈진과 베이징에서 주로 생산했다. 1996년 417만 대 중 톈진에서 207만 대, 베이징에서 103만 대가 생산됐다. 당시 광둥성에서 생산된 수량은 32만 대에 불과했다. 추격기가 시작되는 2007년이 가장 주목할 가치가 있다. 구글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내놓았고, 애플이 아이폰을 만들어 터치스크린과 애플리케이션 갤러리 등을 소개해 휴대폰의 새장을 열었기 때문이다(이 시기 부터는 스마트폰이란 표현을 써야 하지만 여기서는 휴대폰으로 통일해서 표현한다). 휴대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두에서 새로운 기술혁신이 발생한 건데, 그동안 글로벌 휴대폰 업체가 누려온 기술적 우위가 사라졌다는 말이다. 이 때문에 기존기업이나 후발 주자나 모두 동일한 출발선상에 다시 서게 된다.

이 시기에 중국 정부는 엄격했던 휴대폰 공장 설립 요건을 철폐한다. 그 이전까지는 휴대폰을 제조하려면 2억 위안 이상의 자본금과 2년 이상의 계속 경영 그리고 연구개발 능력 및 환경보호 인증이 필요했기 때문에 주로 자본과 기술을 갖춘 외국 유명 브랜드가 중국 시장을 점유할 수 있었다. 공장설립요건 철폐로 광둥성에 수많은 중소기업이 생겼고 짝퉁 휴대폰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2008년에는 중국에서 생산한 6억 8천만대 중 광둥성의 휴대폰 생산량이 2억 4천만대로 35.5%를 기록한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광둥성은 중국 최대 휴대폰 생산기지로 군림하고 있다. 

광둥성이 이처럼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중국 전자제일거리로 불리는 선전의 화창베이에 숙련된 인력이 많았고, 타이완과 거리가 가까워 타이완 기업들로부터 휴대폰 생산에 필요한 핵심부품을 저렴하게 공급받을 수 있었던 덕분이다. 특히 미디어텍(Media Tek)에서 턴키 솔루션(Turn-key solution)을 대량으로 공급받을 수 있었다. 턴키 솔루션이란 휴대폰 구동에 핵심적인 소프트웨어를 탑재한 반제품을 말한다. 여기에 글로벌 시장과 폭넓게 연결된 홍콩이 바로 인접해 있다는 지역적 이점까지 결합되면서 광둥성은 짝퉁 휴대폰 생산의 메카가 될 수 있었다. 

다음은 성숙기를 거쳐 전환기로 이어진다. 짝퉁 휴대폰의 급속한 성장은 중국 자체 브랜드 휴대폰이 발전할 수 있는 기본 토양을 형성했다. 중국 자체 휴대폰을 본격적으로 생산하기 시작한 해는 2011년이다. 중싱(ZTE), 화웨이, 쿨패드, 레노버, 오포, 비보 등이 대표적인 중국 브랜드인데, 레노버를 제외한 5개 기업이 모두 광둥성 기업이다. 

휴대폰 생산량이 2015년 20억 5,167만대로 정점을 찍고, 2016년 18억 9,211만 대로 처음 마이너스 성장을 보인 후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모습은 중국 시장에서 양적 성장의 여지는 더 이상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질적 성장이 필요했지만, AP나 운영체제에 있어 핵심기술과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화웨이 CEO 리처드 유(위청둥)는 2019년 8월 광둥성 R&D 기지에서 자체적으로 개발한 <하모니OS>를 공개했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구글이 안드로이드OS 기술지원을 중단함에 따라 취한 불가피한 조치였다. 하지만 하모니OS가 독자적인 모바일 앱 생태계를 구성해 안드로이드OS를 성공적으로 대체하리라고 전망하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 여기에 더해 미국은 화웨이 반도체 공급망에 대한 통제를 단계적으로 높여갔다. 화웨이는 반도체 공급제한으로 스마트폰 등의 생산에 큰 타격을 입었고, 자칫하면 회사의 존립 자체가 위태로워질 수도 있다.

이처럼 휴대폰 생산 그래프는 새로운 기술혁신을 도약의 기회로 삼았다는 점과 핵심기술이 성장의 한계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 4차 산업혁명을 압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런 모습은 신재생에너지자동차, 드론, 인공지능 같은 다른 분야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

자동차산업을 보면, 광둥성은 2021년 자동차를 338.5만 대를 생산해 중국 전체 생산량 2,652.8만 대의 12.8%를 차지한 중국 최대의 자동차 생산기지다. 광둥성 자동차 제조업은 800여 개의 제조기업이 견고한 산업 클러스터를 구성하고 있다. 이러한 광둥성 자동차 산업을 대표하는 기업이 광치그룹이다. 그런데 광치그룹은 혼다 어코드와 오디세이 그리고 도요타 캠리 등 일본계 자동차를 합자 생산하는 기업이다. 다시 말하면 내연기관 자동차에서는 중국 광둥성 자체 브랜드가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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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사정은 광둥성이 신재생에너지자동차라는 새로운 분야에 보다 일찍 관심을 기울인 배경이 됐다. 현재 광둥성은 중국에서 가장 큰 신재생에너지자동차 소비시장이면서 동시에 생산기지다. 2021년 한 해에만 선전과 광저우 두 도시에서 27만 대 이상을 소비했다. 광둥성 신재생에너지자동차 회사인 비야디는 58만 대를 판매해 8년 연속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비야디는 배터리 생산에서 시작해 신재생에너지자동차를 거쳐 모노레일 시장까지 진출한 중국 최대 신재생에너지자동차 회사다. 비야디가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투자의 귀재로 오마하의 현인이라고 불리는 워런 버핏이 2008년 비야디 지분을 9.9% 매입하면서부터다. 비야디는 <포천(Fortune)>이 선정한 ‘세상을 바꾼 혁신 기업’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광둥성 정부도 정책지원을 강화했다. 2018년에 발표된 <신재생에너지자동차 산업혁신 발전 가속화에 관한 광둥성 인민정부 의견>은 신재생에너지자동차 라이프 사이클 전체를 포괄하는 종합정책이다. 충전 인프라의 경우, 고속도로 휴게소 주차 총수의 50% 그리고 공공 주차장 주차 총수의 30%에는 급속충전시설을 설치해야만 한다. 전기차 보급도 강화되었는데, 시내버스를 보면 선전은 2017년, 광저우는 2018년에 전기버스로 100% 전환됐다. 택시면허를 새로 받거나 갱신할 때는 신재생에너지자동차만 가능하다. 광둥성 이공계 대학은 전기차 관련 전공을 설치해야만 하고, 기존 주유소에 수소주입시설을 함께 설치하는 새로운 시도도 하고 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선지 중국의 신재생에너지자동차는 소득이 낮은 일반 대중의 삶에 이미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점이 큰 강점이다. 전기동력을 이용하는 교통수단을 기준으로 본다면 전기자동차와 전기오토바이를 포함해 소득이 낮은 계층에서부터 중저가 자국 브랜드 전기자동차가 빠르게 확대되는 추세다. 물론 고소득자는 테슬라 자동차를 많이 이용한다. 

중국 신재생에너지자동차 산업은 한창 양적 성장을 누리고 있다. 2020년 11월 중국 국무원이 발표한 <신재생에너지자동차 발전계획(2025~2035)>을 보면 현재 중국의 신재생에너지자동차 시장은 도입기를 지나 성장기를 향해 나아가는 중임을 알 수 있다. 시장 수요를 보면 공공교통에서 50만~80만 대, 화물운수에서 300만~500만 대, 상업 운영에서 3,000만~5,000만 대, 개인 승용에서 1,700만 대를 예상하고 있다. 공공교통 수요는 이미 일단락 되었고, 다른 분야는 2030년까지 급격하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핸드폰 시장에서 볼 수 있었던 것처럼 지금은 한창 양적 성장 중이지만 질적 성장의 문턱에서 핵심기술 때문에 발목을 잡힐 거란 지적이 많다. 광둥성이 현지의 과학기술을 평가하기 위해 만든 ‘광둥성 혁신지수’는 혁신환경지수, 혁신투입지수, 혁신산출지수, 혁신성과지수 등 4개 영역에서 20개의 세부지표를 통해 과학기술 분야의 약점과 강점을 분석하고 있다. 여기서는 혁신성과지수가 가장 낮게 나오는데 이는 그간의 발전이 주로 양적 성장이었음을 의미한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세부지표인 과학기술 공헌율이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는데 향후 질적 성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기초과학 중심의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을 확인하고 있다. 



광둥성 산업현장에서 살펴본 우리 기업들의 생존전략

우리나라 기업은 중국 시장의 변화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앞서 살펴본 스마트폰과 신재생에너지자동차 분야를 각각 살펴보자. 광둥성과 한국기업의 인연은 삼성전자로부터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성전자는 1992년 한·중 국교수립과 함께 광둥성(후이저우)에 진출하여 단일공장 최초로 누적 10억대의 스마트폰을 생산하는 등 광둥성 경제에 큰 기여를 했다. 그러다 2019년 삼성의 중국 스마트폰 사업 재조정 방침에 따라 광둥성에서 공장을 철수했다. 시기만을 고려해 보면 삼성전자는 중국 휴대폰 양적 성장의 시기를 적절하게 활용했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질적성장의 시기에 불가피한 치열한 경쟁을 회피하고 또다른 양적 성장이 가능한 보다 수월한 시장을 찾아갔다고 평가할 수도 있다. 

신재생에너지자동차 분야는 현재 진행형이다. 2018년에 SK이노베이션이 광둥성(후이저우)에 배터리 공장을 세우면서 한창 양적 성장 중인 중국 신재생에너지자동차 시장에 적절하게 진입했다고 할 수 있다(SK이노베이션은 장쑤성 창저우와 옌청에도 진출했다). 광둥성에 진출한 SK이노베이션은 중국 배터리 제조사 EVE와 합작 형태로 운영 중이며, 중국 신재생에너지자동차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다. 광둥성은 수소에너지 분야에서도 한국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광둥성 마싱루이 성장은 2019년 4월 서울에서 개최된 제8회 한-광둥 발전포럼을 계기로 현대기아자동차 남양기술연구소를 방문했고, 같은 해 12월에는 현대자동차 정의선 부회장이 광둥성을 방문해 광둥성과 현대자동차 간 협력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2020년 7월에는 현대자동차 직원들이 코로나19 상황에도 불구하고 광둥성 시장조사를 위해 출장을 왔고, 이런 일련의 과정을 거친 후 2021년 3월에는 광저우에서 현대자동차 수소연료전지 생산법인 기공식이 개최되었다. 

배터리 시장과 수소연료전지 시장은 중국의 신재생에너지자동차 시장의 양적 확대에 따라 빠르게 수요가 늘어날 것이다. 하지만 앞서 지적한 것처럼 중국 내 신재생에너지자동차 산업의 변화 추이를 살펴보면서 경쟁력 강화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양적 성장이 마무리되면 어떤 전략으로 중국시장에 대응할지 기업과 정부가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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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김수영(2021.9). 《중국의 실리콘밸리, 광둥을 가다》. 삼성경제연구소. 8-12. 155-160. 173-177. 197-199. 322-337.
당펑(2020.5). 《휴대폰의 역사》. 중국경제출판사.
루샤오둥(2018.10). 《광둥대외개방40년》. 중국사회과학출판사. 1-313.
추샤오핑(2018.10). 《광둥민영기업40년》. 중국사회과학출판사. 136. 353-378.
광둥성통계국(2020.4). <과학기술 혁신강성 건설연구>.
김수영(2022.3). <차이나 실리콘밸리 광둥성 현장을 가다>. 기획재정부 톡톡프로그램 발표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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