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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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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이슈에 대한 국내외 전문가들의 견해 및 제언이 담긴 칼럼을 제공합니다.

미국의 對중국 연합 전략과 한‧중 정치경제 구조 진단

이치훈 소속/직책 : 국제금융센터 신흥경제부 부장 2022-07-26

미국의 연합전략 가시화 속에 국내 對중국 강경 대응 여론 증대


미국이 지난해 중국 견제를 목적으로 쿼드(2021년 3월), 오커스(2021년 9월) 등의 군사·안보 동맹을 구축한 데 이어, 금년 5월에는 경제안보 협의체인 IPEF(인도 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 Indo-Pacific Economic Framework)를 출범하면서 미국의 對중국 견제 전략이 새로운 국면에 진입하였다. 특히 IPEF는 참여국들의 영향력이 상당한 가운데, 시장개방을 추구하는 전통적 무역협정과 달리 새로운 공급망 체계 형성 등 첨단 기술 안보를 목표로 하는 특징이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참고로 IPEF에 참여 13개국은 글로벌 인구의 32%, GDP의 41%를 차지하고 있어 정식 발효될 경우 그 규모가 RCEP(인구 30%, GDP 31%), CPTPP(인구 7%, GDP 13%)를 상회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른 한편으로 바이든 행정부는 과거 트럼프 행정부 때 중국에 부과한 고율의 관세 인하를 검토하는 등 기존의 대중국 압박 전략의 틀을 전면 수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의 대중국 압박 전략의 구조적 변화는 그동안 전통적 무역 제재에도 불구하고, 중국경제의 글로벌 영향력이 일대일로와 RCEP 등을 기반으로 오히려 확대되면서 새로운 견제 수단이 절박해진 데 주로 기인한다. 


이러한 국제환경 하에 우리나라도 새정부가 출범하면서 對미국 안보 의존도를 강화하는 한편 對중국 정책은 강경 기조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이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과거 중국과의 경제·정치적 마찰 사례와 관련이 있다. 2000년 우리나라가 농민 보호 차원에서 중국산 마늘에 대한 관세를 30%에서 315%로 대폭 인상하는 세이프가드 조치를 시행한 직후 중국이 우리나라 핸드폰과 폴리에티렌 제품의 수입을 전면 중단하면서 한‧중 통상 갈등이 발생한 바 있다. 특히 2016년 사드 배치로 인해 반중 감정이 노골화된 이후 중국은 미국과 달리 합리적인 룰에 근거하여 대외정책을 수행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커졌다. 2019년에는 코로나 발생에 대한 중국 책임론이 제기되었고 2022년 들어서는 동계올림픽 진행 과정에서 중국 정부가 제로코로나 정책을 무리하게 추진하면서 반감이 한층 더 커졌다. 이에 따라 이제 우리나라가 미‧중 양국 사이에서 한쪽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고 있다. 참고로 우리나라는 1992년 수교 이래 중국과의 경제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군사·안보적으로는 미국과 긴밀히 협력하는 안미경중(安美經中)의 투트랙 전략을 견지해 왔다. 


본고에서는 이 같은 한‧미, 한‧중 간 기류변화를 반영하여 한‧중 간 상호 정치경제의 연결 구조를 살펴보고 對중국 정책의 강경 기조 전환 환경을 점검하고자 한다.


우리나라의 對중국 정책 우위 요인 : 전략적 가치 및 반도체 공급 우위 등


먼저 우리나라의 對중국 강경 대응 가능 요인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로 최근 들어 국제사회에서 反중국 정서가 확대된 반면 우리나라 위상은 강화하면서 전략적 가치가 상승한 점을 들 수 있다. 중국의 입장에서는 최근 중국에 대한 국제사회 경계심이 커진 상황에서 연합 전선 구축을 통한 미국의 견제가 강화됨에 따라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우리나라와의 선린관계 유지가 더욱 긴요해졌다. 


금년 2월 베이징동계올림픽에서 인권 문제 등으로 인한 선진국의 외교적 보이콧과 이에 대해 중국이 강경하게 대응하여 대외 갈등이 커졌다. 최근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중국의 러시아 지원설이 대두되면서 글로벌 反중국 정서가 더욱 공고해졌다. 실제로 서베이 결과, 코로나19 발생 후 선진국을 중심으로 중국에 대한 비호감 인식이 상당하다.


중국의 입장에서 경제 안보에 필수적인 타이완 및 일본과 정치적으로 대립하는 가운데 우리나라와의 추가적 갈등은 경제 블록 등 對아시아 정책에 큰 장애요인으로 작용한다. 참고로 일본의 경우, 2012년 센카쿠 분쟁 이후 중국과의 갈등이 본격화되면서 기업의 脫중국 등 중국과의 디커플링 현상이 뚜렷해졌다. 중국의 핵심 이익인 타이완의 경우 2016년 차이잉원 총통 취임 이후 反중국 정책으로 전환되었다. 타이완 내 反중국 정서가 고착화됨에 따라 향후에도 수년간 親중국 정권이 수립될 가능성이 적은 상황이다. 글로벌 측면에서도 G7 정상회담에서 이례적으로 최근 2년 연속 신장 인권·홍콩 민주주의 및 타이완 해협 평화를 공동성명으로 채택하면서 선진국의 반중국 정서를 잘 반영하고 있다. 


두 번째로 우리나라의 반도체 공급력을 들 수 있다. 중국의 입장에서 반도체는 최대 취약점이다. 우리나라는 첨단산업의 핵심 소재인 반도체 공급국으로서 경제 안보적 중요성이 매우 크다. 중국은 전 세계 반도체 수요의 약 50%(자체 수요 35%)를 차지함에도 불구하고 중국 내 생산율은 15.9%(자국 기업 5.8%)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중국에 있어 반도체의 안정적인 대외 공급처 확보가 첨단산업 육성뿐만 아니라 경제 시스템 유지에 필수적이다. 특히 미국이 반도체를 미‧중 기술 안보의 핵심으로 인지하고 네덜란드 노광장비 등 핵심 설비의 對中 수출을 막는 등 중국의 기술 개발 차단 노력을 크게 강화하고 있다. 참고로 우리나라는 반도체 공급국 중 중국과 정치적 대립이 가장 적은 국가로 중국의 반도체 수입국 중 2위이며 비중도 20%를 차지하고 있다. 다만 우리나라의 對중국 수출 중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40%에 달함에 따라 반도체의 중국 판매가 중단될 경우 전체 수출 위축이 불가피하다는 부작용도 상존한다.


다른 한편으로 우리나라의 대중국 투자 익스포저가 축소된 점도 과거에 비해 대중국 정책을 자유롭게 하는 요인으로 기대된다. 우리나라와 중국의 상호투자 규모는 여전히 상당하나 최근 2~3년간 축소되어 무역 등 실물경제에 비해 크게 낮다. 국제투자대조표 상에 나타난 對중국 자산과 부채는 각각 609.5억 달러(비중 6.3%)와 612.6억 달러(5.1%)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對중국 강경 대응 부담 요인 : 중국 시장 및 공급망 의존성 등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우리나라의 대중국 정책 우위 요인에도 불구하고 강경정책을 제한하는 요인도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 먼저 중국發 수요 충격을 들 수 있다. 우리나라는 중국의 최종 수요 변화에 따른 충격이 매우 큰 산업 구조이지만, 중국은 우리나라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낮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對중국 수출 비중은 31.2%(홍콩 5.8% 포함)로 對미국·EU 및 일본의 합(29%)을 상회한다. 반면 중국의 對한국 수출 비중은 4.5% 수준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의 GDP 대비 수출 비중도 41.7%로 미국(10.8%), 일본(18.9%)뿐만 아니라 중국(19.9%)보다 두 배 이상 커 여타 주요 국가에 비해 해외 수요 의존도가 큰 경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G2發 수요 충격을 비교해보면 중국경제에 대한 높은 의존도로 인해 중국發 수요 충격이 미국發 충격에 비해 2배 이상 큰 것으로 추정된다. 참고로 전체 수출기업 중 34.1%(15,694개 사)가 중국으로 수출 중이며 이 중 53.8%가 수출의 절반 이상을 중국에 집중하고 있다. 중국에 수출의 100%를 의존하고 있는 기업도 23.1%에 달한다. 반면 미국으로 수출하는 기업은 전체 수출기업의 20.1% 이고 이 중 對美 수출이 전체 자사 수출의 절반인 비중은 40.8%, 100% 미국에만 수출하는 기업은 12.5%에 그친다. 중국의 최종 수요로 우리나라에 창출된 부가가치는 미국의 최종수요에 비해 약 2.5배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한‧중 간 무역 충돌이 전면적으로 발생할 경우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이 중국보다 6배 큰 것으로 추정된다. 


두 번째 대중국 강경 대응 제한 요인은 중국 GVC에 대한 우리나라의 높은 의존도를 들 수 있다. 특히 대체가 어려운 취약 품목이 중국에 집중되고 있으며 품목도 광물 및 전자부품 등으로 넓게 분포되어 있다. 참고로 취약 품목은 관련 품목 수입에서 한 국가로부터의 수입이 70% 이상을 차지하는 품목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의 전체 생산 중 중국 공급망 의존도는 19%로 주요국 평균(9%)의 두 배에 달한다. 아시아 개발은행(ADB)는 우리나라의 중국 공급망 의존도가 독일, 일본, 미국 등 4대 제조 강국은 물론 태국 등 아시아 생산기지국보다 높은 것으로 분석하였다. 기본적으로 우리나라는 국내 생산을 위한 해외 공급 의존도가 주요 선진 제조 강국은 물론 중국보다 높아 해외 공급망 변화에 취약한 구조이다.


참고로 작년 1~9월 우리나라의 수입품목 중 단일국가 의존도가 70% 이상인 취약 품목이 약 30%이며 이중 절반이 중국에 집중되었다. 한국의 對중국 수입 품목 중 전략적 취약성이 관측된 품목은 총 1,088개이며 이 중 604개가 반도체·배터리 등 차세대 산업의 필수 재료가 포함되어 있다. 이렇듯 우리나라의 중국산 수요가 과거 저가 최종 소비재에서 최근 부품 그리고 광물 등으로 확대되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시야를 좀 더 넓게 봐서 한‧중‧일 3국을 기준으로 한 소재 및 부품 산업의 GVC 연계성도 중국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추세이다. 우리나라는 전기장비, 전자부품 분야에서 對중국 의존도가 크게 상승하면서 對일본 의존도가 많이 축소되었다. 일본도 對중국 의존도가 한국보다 높아지면서 중국 중심의 공급망이 이미 구축되었다. 


다음은 한‧중 간 기술격차 축소로 인한 경쟁력 약화이다. 중점 과학기술 분야에서 한‧중 간 격차가 대부분 소멸되어 아직 상당한 격차를 유지하고 있는 일본 등 선진국에 비해 강경 대응 카드가 제한될 소지가 있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이 한국·중국·일본·EU·미국의 중점기술력을 평가한 결과 2020년 한중간 격차가 거의 없어졌다. 중점 기술력 평가 분야는 기계·에너지·항공 우주 등 11개 분야의 120개 부문이다. 해당 분야에서 미국의 기술력을 100으로 볼 때, 한국과 중국의 기술격차가 2018년 0.9%p에서 2020년 0.1%p로 축소되었다(韓 80.1%, 中 80.0%).


세부 산업별로 살펴보면, 중국은 대체로 차세대 산업에서 우리나라에 비해 우위를 점유하고 있다. 특히 주요 5개국 기준으로 최근 10년간 특허 점유율의 경우 중국이 56.5%로 1위를 기록하였다(일본 13.6%, 미국 13.2%, 한국 10.7%, EU 6.0%順). 또한 실효성 의문에도 불구, 120개 중점 과학 기술 분야의 논문 및 특허에서 중복을 제외한 유효 데이터 건수도 중국이 우리나라보다 우위를 보이고 있다.


마지막으로 중국에 대한 강경정책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북한 리스크를 들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북한과 국경을 접해 실질적으로 위협이 된다는 점에서 여타 선진국과 지정학적 입장차가 뚜렷하다. 일본 등 여타 선진국의 경우, 북한의 안보적 위협이 상대적으로 적다. 우리나라는 전국이 북한의 미사일 사정권 내에 위치해 있어 전쟁 억제가 매우 긴요하고 장기적으로 통일을 위해서도 중국의 협조가 필요하다. 북한 입장에서 중국은 정치적 동맹일 뿐만 아니라 전체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80%를 상회한다. 특히 중국은 북한의 최대 원유 공급국으로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중국 입장에서도 정치적으로 미‧중 갈등이 격화되면서 완충지대 확보를 위한 북한과의 필요성이 커졌을 뿐만 아니라 북한의 경제적 활용 가치도 상당하다. 북한은 중국과 1,400여 킬로미터에 달하는 국경을 접한 국가로 동해 진출 교두보, 양질의 무연탄 공급원, 동북3성과 연계된 발해경제권 개발, 일대일로 종착점 등 다방면으로 활용이 가능한 국가이다.


결론: 우리나라의 경제적 실익 확보 노력과 함께 냉온전략 병행 필요


종합해 볼 때 우리나라는 중국과 갈등보다 협력관계 유지 필요성이 더 우세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중국의 입장에서 우리나라의 전략적 가치도 상당함에 따라 낮은 자세로 대응하기보다 냉온전략을 병행하면서 국제사회의 캐스팅 보트 역할도 적극 강구할 필요가 있다. 우선 막대한 내수시장 등 중국경제가 유발하는 기회요인을 활용하는 정책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 향후 2~3년내 세계 1위로 부상할 중국 수입시장 진출 확대는 우리 경제의 중장기 성장에 매우 중요한 요인이기 때문이다.  


다음은 중국 GVC 의존도 축소이다. 일본의 희토류 조달처 다변화 사례와 같이 중국 GVC 축소를 위한 한국형 도광양회 전략을 검토해야 한다. 특히 과거 요소수 사태에서 노출된 바와 같이 필수 광물의 중국 집중 현상을 완화하기 위한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다음은 대중국 정책에 있어 사안별 유연한 대응이다. 2016년 사드 갈등 이후 불거진 국내 반중 정서에 휩쓸려 정치적으로 무분별하게 중국과 대립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실익을 크게 저해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타이완 등 중국의 핵심 이익은 모호한 입장을 취하되 우리나라 국익에 입각하여 필요한 주장은 강하게 개진하고 국력에 걸맞게 국제사회에서 영향력도 행사하는 전략을 강구할 필요성이 있다. 특히 지식재산권, 기술 보안 등 한‧미 간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사안의 경우 중국을 압박하는 데 있어 미국을 적극 활용하고 지지도 표명해야 할 것이다. 반면 한‧미 간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주한 미군 비용, 첨단기술 이전 등 사안에 관해서는 중국을 간접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구조의 구축도 검토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기술력이다. 對중국 관계의 우위 확보 여부는 궁극적으로 기술 경쟁력에 있음을 인지하고 반도체 등 차세대 산업의 비교우위 유지를 위해 국가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중국의 산업 고도화 진전으로 산업 전반적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우위가 꾸준히 축소되고 있는 만큼 핵심 분야에 선택과 집중이 절실하다. 중국과의 기술격차 유지는 對中 관계 우위 점유 여부를 넘어서 많은 우리 기업의 생존과 직결된다. 참고로 현재와 같은 한‧중 간 기술력 격차 축소 추세가 지속될 경우 2~3년 뒤에는 반도체 등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분야에서 중국이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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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신정부의 한중관계 재정립 환경 진단. 인천연구원 2022.06. 이치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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