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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특집] 높아지는 미국의 견제 수위, 韩中 반도체 산업에 대한 영향은?

CSF 2022-09-28

G2 반도체 패권 격돌

카타르의 알자지라(Al Jazeera) 방송은 미국의 반도체법 통과와 함께 반도체 기술개발에 새로운 전선이 형성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백악관은 2021년 보고서를 통해 “미국과 동맹국이 첨단 패키징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이 해당 분야에 막대한 투자를 하면서 미래 시장의 위협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2020년 미국 무역 블랙리스트에 추가된 중국 최대 파운드리 기업 SMIC(중신궈지·中芯国际)의 관계자도 중국이 고사양 반도체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첨단 패키징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자국 반도체 산업 발전 위해 칼 빼 든 미국, 압박 거세질 듯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Financial Times)는 한국 반도체 기업 매그나칩(Magnachip)의 합병 실패 사례를 예로 들면서 미국이 동맹국에 가하는 연대 압력이 계속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2021년 12월 한국 반도체 기업 매그나칩과 중국 사모펀드 와이즈로드캐피털(Wise Road Capital) 간 14억 달러(약 1조 9,000억 원) 규모의 합병이 무산됐다는 발표가 나왔다. 미국 내 OPEC 국가의 전략자산 매입을 감시하기 위해 1970년대 설립된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ommittee on Foreign Investment in the United States, CFIUS)가 합병에 개입해 거래를 무산시킨 것이었다. 미국의 국가안보에 잠재적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크리스 밀러(Chris Miller) 터프츠대(Tufts University) 교수는 “그동안 사회 인프라와 같은 보안 문제에 관여해 온 CFIUS가 존재감이 없는 작은 반도체 기업의 합병 거래에 개입했다는 사실은 전체 반도체 산업에 중대한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매그나칩 사례는 미국이 중국의 부상에 맞서면서 전개되는 긴장 관계 속에서 미국의 압력이 반도체업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준다. 


격화되는 美中 경쟁 속 한국

한편,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타이완(台湾) 방문과 중국이 타이완 인근에서 전개한 대규모 군사훈련으로 주변 국가의 긴장감이 높아진 상황에서 8월 초 박진 외교부 장관이 중국 칭다오(青岛)를 방문했다. 프랑스 르몽드(Le Monde)지는 중국이 비난하고 있는 미국 주도의 반도체 동맹 칩4에 대한 한국의 참여가 순전히 국가 경제 이익을 위한 조치이지 특정 국가를 배제하기 위함이 아님을 분명히 하고자 한 행동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外交部长)은 경제를 정치화하고 무역을 도구화하며 기준을 무기화해 전 세계 생산과 공급망을 망가뜨리고 있다고 미국을 비난한 바 있다.

상술한 내용대로 전 세계 반도체 시장 재편 신호에 위협을 느낀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견제하고 나서면서 한국과 중국의 반도체 산업의 발전 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의 압박이 중국 반도체 산업에 미치는 영향

중국 “미국 압박, 국제규범 위배... 중국 반도체 산업 발전 막지 못할 것”

8월 31일 미국 정부가 엔비디아(NVIDIA)와 AMD에 AI용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반도체를 중국에 수출할 때 사전 허가를 받도록 한 데에 대해 수줴팅(束珏婷) 중국 상무부(商务部) 대변인은 “이는 공정경쟁 원칙과 국제통상규범을 위배하는 조치이다. 중국 기업의 정당한 권리를 침해하고 이익에 피해를 줄 뿐만 아니라 미국 기업에도 심각한 충격을 줄 것이다. 과학기술 교류와 통상 협력을 저해하고 전 세계 산업망 및 공급망의 안정, 세계 경제 회복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비난하였다.

한편, 환추왕(环球网)을 비롯한 중국 매체는 중국 반도체 산업 발전 방향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환추왕은 중국이 미국에 맞서 시장 우위를 이용해 반도체 설계·제조를 발전시키고 국내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구축하여 현재 국면을 전환하고자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환추왕은 시장조사기관 글로벌데이터(Global Data)를 인용해 첨단 반도체 패키징, 신형 트랜지스터 아키텍처 등의 발전이 가져오는 변화로 중국이 2025년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을 선도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충(张翀) 추신(初芯) 그룹 CEO 역시 밝은 미래를 점쳤다. 장 CEO는 “개방된 환경만 있다면 기술을 혁신할 수 있다. 첨단 산업에 대한 미국의 압박은 전 세계 칩 산업의 경쟁 패러다임을 바꾸지 못할 것이다. 경제 글로벌화에도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다. 중국은 제조업 기반이 탄탄하기 때문에 단기간 내 중국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 지역은 존재하지 않는다. 게다가 중국은 제조업 중심 국가인 만큼 공업생산품, 산업시스템, 인프라, 인재를 모두 갖추고 있다. 따라서 중국이 향후 전 세계 과학기술 발전에 중요한 동력이 될 것이며 중국에 대한 글로벌 자본 투자가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타이완 “미국의 반도체 SW 수출 통제, 중국에 중장기적으로 큰 충격 줄 것”

타이완의 유력 영자신문인 타이페이타임즈(Taipei Times)는 중국의 반도체 설계 기업과 파운드리 기업은 첨단 반도체 개발에 있어 세계 유수 업체보다 뒤처져 있기 때문에 미국 정부의 반도체 전자 설계 자동화(EDA) 소프트웨어 중국 수출 금지 결정이 단기적으로는 중국에 실질적인 타격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타이베이(台北)의 한 연구원의 분석을 전했다. 해당 연구원은 중국 기업이 EDA 소프트웨어를 확보해놓은 상태이지만 향후 반도체 설계를 위해 프로그램을 업데이트할 경우 제약을 받게 될 것이라며 중장기적인 영향에 대해 전망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Trend Force)도 미국의 중국 견제로 인해 “중국의 반도체 기업이 초기 설계부터 백엔드 시스템 설계에 이르기까지 차세대 반도체 설계에 있어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는 비슷한 평가를 내놓았다. 트렌드포스는 중국 최대 EDA 기업인 화다주톈(华大九天‧Empyrean Technology Co Ltd)을 예로 들며, 해당 기업이 기술 개발과 수익 면에서 미국 기업에 비해 크게 뒤처져 있고, 디지털 회로 설계 EDA, 파운드리 EDA, 차세대 가펫(GAAFET) 구조 반도체 EDA에 있어서도 미국 기업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고 소개했다.

외신 “미국의 일관된 對中 봉쇄, 중국의 경쟁국에 도움 될 것”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TIME)은 위셰캉(于燮康) 중국반도체산업협회(中国半导体行业协会)  부이사장의 발언을 인용해 미국의 반도체법과 2,000억 달러(약 275조 4,600억 원)가 넘는 인센티브 패키지가 결국 중국의 경쟁국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보도했다. 반도체법에는 미국 정부로부터 자금을 지원받는 기업의 중국 내 첨단 반도체 생산 확대를 금지하는 조항이 있는데, 이는 그간 중국 정부의 반도체 산업 육성정책을 비난해 온 미국의 태도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실제로 미국은 지난 몇 년간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견제하기 위한 움직임을 강화해 왔다. 미국은 자국 기업을 압박해 반도체 제조 설비의 중국 수출을 제한하는 한편, 네덜란드의 ASML홀딩 NV와 일본의 니콘 같은 주요 공급 업체에 대중국 기술봉쇄에 동참하도록 연대를 제안하고 있다. 타임은 또한 중국 최대 칩 패키징 업체 중 하나인 퉁푸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通富微电·Tongfu Microelectronics)의 후원룽(胡文龙) 부총경리의 말을 빌려 “미국 반도체법이 전체 산업에 더 많은 불확실성을 가져올 것이다. 중국은 이에 대응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고래 싸움’에 낀 한국 반도체 산업

중국 “반도체 산업에서의 한·중 협력 끄떡없어”

런민르바오(人民日报)는 중국이 한국 반도체의 최대 수입국이자 큰 내수시장을 보유하고 있고 한중 양국이 메모리 반도체 산업과 관련해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을 이용해 중국 반도체 산업의 발전을 억제하려는 미국의 시도가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기사에 따르면, 중국은 한국 반도체의 최대 수입국으로 방대한 내수시장을 보유하고 있다라는 강점이 있다. 2020년 기준, 한국의 반도체 수출 중 대중국(본토) 수출이 가장 큰 비중(43.2%)을 차지했고 2위는 홍콩(18.3%)이었다. 다시 말해, 중국 본토와 홍콩으로의 수출이 한국 전체 반도체 수출에서 62% 가까이 차지한다는 것이다. 또한 한국 반도체 산업을 이끄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 시안(西安), 충칭(重庆), 우시(无锡) 등 지역에 공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들 기업은 투자를 늘려 현지의 생산능력(캐파)을 계속해서 확대하고 있다. 이 밖에도 한국의 많은 반도체 기업 및 관련 산업 기업이 중국에 합작회사를 두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메모리 반도체 산업에 있어 한·중 양국의 협력이 날로 심화되고 있다. 

뤼차오(吕超) 랴오닝과학원(辽宁社科院) 남북한연구센터(朝鲜韩国研究中心) 수석연구원도 반도체 산업망에 있어 한국과 중국이 깊이 있는 협력을 전개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의 회유책이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외신 “칩4 참여, 한국에 도움 될 것”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고 미국은 반도체 제조에서 필수적인 반도체 장비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데다 미중 양국 모두 한국 제품의 주요 고객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미국과 중국이 반도체와 마이크로 프로세싱 기술을 놓고 경쟁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칩4 참여를 통해 시장 지분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로이터(Reuter) 통신이 분석했다. 

한편, 파이낸셜 타임스는 미·중 반도체 패권 경쟁 속 한국 반도체 업체들의 입장과 전략에 변화가 감지된다고 전했다. 역사적으로 한국의 반도체 업체들은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방향을 이끄는 선봉 역할을 해왔으며 미국과 중국의 기술 경쟁에서 한쪽 편을 들기 꺼렸지만, 반도체법 이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 투자를 재고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국 시장에 대한 노출도가 높았던 두 그룹이 이제는 미국 생산시설에 투자를 늘리고 있는 것이다. 이는 반도체법에서 미국의 지원을 받는 업체가 미국 안보에 위협이 되는 국가에서 첨단 반도체 생산설비를 확장하거나 업그레이드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고사양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기술과 관련해 한국 업체가 소수의 미국, 일본, 유럽의 설계 및 장비 제조업체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어 미국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 역시 이유로 작용했다. 


전문가의 시선으로 본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견제

반도체 시장의 지역적 분화와 기회요인 - 김동수,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미국과 중국 간 통상분쟁이 시작된 2018년 이후 글로벌경제는 세계화에서 다시 지역화로 복귀하고 있는 듯하다. 자유무역주의에서 자국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보호주의 추세가 강화되고 있다. 이전에는 관세라는 장벽을 통하여 글로벌 경제가 경제블록화의 모습을 띠었다면 지금은 공급망 동맹 또는 지역공급망 구축을 통한 경제블록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산업 분야가 바로 반도체와 희토류·배터리·전기차, 바이오·의약이다.

그중에서 반도체 산업은 정보화 시대의 핵심 소재 분야로서 매우 중요하지만, 산업의 특성상 설계와 제조장비는 미국과 유럽, 일본이 삼분하고 있는 반면, 제조는 사실상 한국과 타이완에 집중되어 있다. 이러한 이유로 미국, 유럽, 일본은 각각 반도체 공급망 리스크를 상대적으로 취약한 반도체 제조시설이라고 보고 여러 법적 제도까지 정비하면서 자국 내 또는 지역 내 제조시설 강화에 나서고 있다. 미국은 반도체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 of 2022)을 통하여 자국의 반도체 제조기업은 물론 TSMC와 삼성전자 그리고 SK Hynix의 투자를 유치하고 있으며 차량용 반도체의 공급 차질을 경험하면서 유럽지역 내 반도체 제조시설 확충의 필요성을 인식한 유럽연합도 반도체법(European Chips Act)를 제정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일본은 경제안보법을 제정함으로써 TSMC 공장을 유치할 수 있도록 대규모 보조금을 지원할 예정이다. 결국 이러한 움직임은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설계, 제조, 장비 등의 기능상의 분업 형태에서 북미, 유럽, 일본 및 동북아시아 등의 지역 내 완성된 독립적 산업생태계 구축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미국과 유럽연합 및 일본의 독립적 반도체 생태계 조성 추진은 중국을 배제하는 부수적인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세계반도체무역통계(World Semiconductor Trade Statistics, WSTS)는 8월 자료에서 2022년 반도체 시장의 규모는 전년 대비 13.9% 증가한 6,332억 달러 규모일 것으로 예측하였고 2023년에는 4.6% 성장한 6,624억 달러 규모일 것으로 내다 보았다. 2022년 상반기까지의 실질 통계를 포함하여 예측한 바에 따르면 지역별로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반도체 시장이 전년 대비 10.5% 성장한 3,788억 달러로 전체의 59.8%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었다. 미주지역은 전년 대비 23.5% 성장한 1,501억 달러 규모로 전체시장의 약 23.7%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지역별 시장 규모는 앞으로 글로벌 공급망을 통하여 생산조달 된다기보다 점차 해당 지역에서 생산 및 조달되는 비중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반도체 기업은 분화된 반도체 시장별로 맞춤형 전략을 세워 대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북미 시장은 첨단반도체 및 고급 사양 반도체를 제조하여 공급하고, 중국 시장은 장비 투자 등의 어려움을 고려하여 일반사양의 범용 반도체를 공급하는 등으로 전환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유럽연합 및 일본의 독립적인 공급망 구축의 노력은 이들 국가가 중국 반도체 기업을 견제하고 중국 시장으로의 진입을 일정부분 포기함을 의미하므로 우리나라 반도체 제조기업에는 오히려 기회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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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F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견제 관련 기사>

<중국 매체 사이트>
런민왕(人民网), 影响韩国半导体产业高速发展的内外因素, 20226.6 http://world.people.com.cn/n1/2022/0606/c1002-32439429.html  
환추왕(环球网), 投资金额高、预期效果存疑,美打造“芯片铁幕”困住了谁?, 2022.9.3
https://world.huanqiu.com/article/49Uqd7LeCRW 

<해외 매체 사이트>
르몽드(Le Monde) 「South Korea's chip industry is at the heart of China-US rivalry」, 2022.7.13
https://www.lemonde.fr/en/economy/article/2022/08/18/south-korea-s-chip-industry-is-at-the-heart-of-china-us-rivalry_5993973_19.html 
로이터(Reuters) 「S.Korea to attend preliminary meeting of U.S.-led chipmaker group」, 2022.8.18
https://www.reuters.com/technology/skorea-attend-preliminary-meeting-us-led-chipmaker-group-2022-08-18/ 
알자리라(Al Jazeera) 「South Korea’s SK Hynix to launch US chip plant in 2023: Sources」, 2022.8.12
https://www.aljazeera.com/economy/2022/8/12/south-koreas-sk-hynix-to-launch-us-chip-plant-in-2023-sources 
파이낸셜 타임스(Financial Times) 「Chipmakers caught in crossfire of rising US-China geopolitical tensions」, 2022.8.21
https://www.ft.com/content/ffa21fd7-b8d9-4a15-be2b-cce21d12371d 
타이페이타임즈(Taipei Times), 「US ban on chip tech could hurt China」, 2022.8.16 
https://www.taipeitimes.com/News/biz/archives/2022/08/16/2003783577 
타임(Time)「China Attacks U.S. Chip Handouts While Warning of a Market Slowdown」, 2022.8.18
https://time.com/6206951/china-us-semiconductor-chi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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