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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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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패권 경쟁, 대만의 탈중국화, 중국 청중비용 증가와 동아시아 안보 위기

함명식 소속/직책 : 길림대학 공공외교학원 교수 2022-09-27

대만해협을 사이에 두고 양안의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2016년 총통 선거부터 중국과의 차별화를 공개적으로 모색해온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의 외교정책이 중국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꿈인 중국몽(中國夢)과 충돌하며 내는 파열음이 갈수록 높아지기 때문이다. 통일 중국이라는 비전에 대해 시진핑 및 중국 공산당이 꿈꾸는 유토피아(Utopia)와 차이잉원을 포함한 대다수 대만인이 우려하는 디스토피아(Dystopia)는 같은 ‘중국인’의 이름으로 상상하는 미래의 세상이 현실에서 얼마나 판이한 모습으로 인식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대만해협에서의 전쟁 발발, 더 정확히는 대만의 탈중국 가속화 내지는 독립 시도를 저지하기 위한 중국의 대만침략은 이제 미래의 시나리오 영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얼마 전까지 한국의 다수 중국 연구자들은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에 회의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국가 간 상호의존이 극대화됐고 자유주의 국제질서가 탄탄한 규범으로 정착했다고 믿어지는 21세기에 야만과 폭력의 상징인 군사력을 동원한 무력 충돌이 가져올 실익에 대해 회의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갈수록 격화되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그리고 올해 2월 시작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불안정한 양안의 평화가 언제든지 깨질 수 있는 ‘유리그릇’에 불과함을 깨닫는 결정적 계기를 제공했다.


위기의 반복과 단절: 종결될 수 없는 양안의 긴장

지금까지 대만해협 위기는 중화인민공화국 초기인 1954-55년, 1958년 그리고 약 40여 년 후인 1995-96년에 각각 발생했다. 모든 국제분쟁이 그러하듯 과거에 발생한 3차례의 대만해협 위기 또한 각각의 국내정치적 내인과 국제정치적 외인의 상호작용으로 발생한 결과였다. 각 위기는 복합적인 결과가 합쳐져 분출됐지만 그중 가장 직접적인 원인으로, 1차 위기는 미국과 대만의 방위조약 체결 논의 진행, 2차 위기는 대약진운동과 같은 중국 내 극단적인 정치 캠페인의 추진력 마련, 3차 위기는 당시 국민당 총통이었던 리덩후이(李登輝)의 미국 방문을 언급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양안을 둘러싸고 급상승하는 갈등 구조는 기존의 위기보다 몇 배나 휘발성이 강한 에너지를 자양분으로 삼고 있다. 기존에 발생했던 여러 차례 위기와 현 상황을 구분 짓는 가장 큰 특징은 중국의 변화된 위상에서 찾을 수 있다. 미국과 패권을 경쟁하는 현재의 중국은 종합국력과 국가 목표에서 미국에 편승해 경제발전을 추구했던 지난 시절 약자의 지위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또한, 과거 국제무대에서 비동맹 노선을 지향하며 상대적으로 중립지대에 은거하던 외교 전략에서 탈피해 중국 중심의 규범과 질서를 창출하기 위한 노력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처럼 환골탈태한 중국의 국제적 위상과 평판은 시진핑을 중심으로 한 현 중국 지도부가 권력을 강화할 수 있는 든든한 지지 기반으로도 작동해왔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중국이 국제정치 질서에서 경험한 대전환은 국내 정치 영역에서 이전에 존재하지 않았던 대중으로부터의 압력과 부담이라는 새로운 변수를 유발하고 있다. 이로 인해 국내정치적 갈등과 불만을 효율적으로 통제해 권력을 유지해오는데 익숙했던 정치지도자와 공산당은 대만 문제에서 외교적 입지와 정책 운신의 폭을 크게 제약받는 낯선 환경에 노출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현재 가속화되는 양안의 대립과 갈등은 과거 3차례 대만해협 위기를 촉발한 모든 요소가 중첩되어 표출되는 것과 함께 새로운 국제정치적, 국내정치적 요인이 더해져 통제와 관리가 한층 어려워지는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그렇다면 과거 대만해협의 갈등을 증폭시켰던 요인들은 현재 상황에서 어떻게 재현되고 있으며, 이전의 결과와 판이한 미래를 예측하게 만드는 국제정치 요인은 무엇인가? 과거와 달리 대만에 대한 중국 정부의 정책을 경직시키며 정치지도자에게 선택의 여지를 줄이게 만드는 추가적인 국내 정치 요인은 무엇인가? 아울러 이 모든 특성을 일관성 있게 체계적으로 설명하고 분석할 수 있는 국제정치 이론은 무엇이며 해당 이론의 적용이 동아시아 지역 안보에 부여하는 함축적 의의는 무엇인가?


대만해협을 배회하는 위기의 유령

국공내전을 거치며 서로 다른 정치체제를 설립한 중국과 대만은 수많은 위기를 겪으면서도 오랜 기간 서로 공존하는 방법을 모색해왔다. 두 체제의 상생이 가능했던 가장 큰 이유는 ‘하나의 중국, 두 개의 체제’를 근간으로 한 중국의 통일전략에 장제스(蔣介石) 사후, 중국이 대만의 안보를 위협하지 않는 한, 상호교류와 협력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는 대만의 잠정적 묵인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제 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이 세력을 확장하면서 주변국에 긴장과 위협을 초래하는 경우가 빈번해지자 대만 내부에서 중국 주장의 실효성과 신뢰성에 강한 의문이 제기돼 왔다. 특히 홍콩 반환 이후 합의됐던 50년 자치에 대한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서 대만에서는 중국 위협론에 따른 불안감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더불어 대륙 출신 대만인의 영향력이 점차 감소하는 반면 대만 출신 정치인의 비중이 점점 높아지는 현실을 고려할 때 대만인 사이에서 중국 정치체제에 대한 반감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반영하듯 현재 양안에서 증가하는 갈등의 기저에는 과거 세 차례 위기를 초래했던 전통적인 쟁점이 그대로 투사되고 있다. 1차 대만해협 위기의 직접적인 도화선이 됐던 미국-대만 상호방위조약 체결 논의는 미중 패권경쟁이 속도를 더하는 오늘날 미국과 대만 사이의 관계를 강화하는 다양한 법령 제정으로 이어지면서 중국을 자극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 정부는 2019년과 2020년 미국과 대만 고위관리의 상호 방문을 허용하는 대만여행법과 대만의 군사력과 외교력을 향상할 수 있는 대만보증법을 각각 실행에 옮겼다. 이에 더해, 2019년 국방수권법에 미국과 대만 군함의 상호 방문을 허용하는 내용을 명문화했으며, 같은 해 6월 국방부가 발간한 「인도태평양 전략 보고서」에 대만을 ‘국가’로 적시하며 대만과의 긴밀한 협력 필요성을 강조했다.
  
2차 위기는 마오쩌둥(毛澤東)이 중국 내부에서 정치 권력을 강화하고 사회주의 체제 조기 달성을 목표로 조직한 정치 캠페인과 깊은 연관이 있다. 정풍운동, 대약진운동 등을 통해 지배력의 공고화를 시도했던 마오쩌둥은 대중동원의 정당성 마련과 정치 캠페인 활성화의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대만해협의 위기를 고조시켰다. 이는 ‘위대한 중화민족의 부흥’이라는 강력한 민족주의 레토릭과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사상’ 확립을 모멘텀으로 제20차 공산당 전국 대표자 대회에서 3연임을 추진하는 시진핑이 대만의 탈중국화를 좌시할 수 없는 중대한 도전으로 인식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2차 위기 때와 유사한 측면이 있다.
  
3차 위기는 대만 출신으로 국민당 총통 자리에 오른 리덩후이의 미국 모교인 코넬대학 행사 방문을 대만독립 시도로 간주한 중국이 대만해협을 가로지르는 미사일을 발사하며 위협한 사건이다. 현재 차이잉원과 집권 민진당은 중국으로부터의 대만 분리를 불가역적 사실로 고착화하려는 외교를 주도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2020년 2월 라이칭더(賴淸德) 부총통 당선자의 미국 방문, 8월 앨릭스 에이자 미 보건복지부 장관의 대만 방문, 9월 리덩후이 추모 행사에 키스 크라크 미 국무부 경제차관이 대만을 방문했다. 최근에는 지난 8월 미국 권력 서열 3위인 낸시 펠로우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상·하원의원, 주지사 등 정치적으로 중량감 있는 인사들의 방문이 이어지고 있다. 전 총통 리덩후이의 일회성 방문이 촉발했던 중국의 반발을 상기할 때 미국 정부를 대표하는 다양한 정치인의 대만 방문은 중국의 대만 통일정책을 부정하는 심각한 도전으로 여겨질 것이다.


복잡성의 증가와 불확실성 감소의 역설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격화는 양안 분쟁이라는 화약고의 폭발력을 배가시키는 인화물질 역할을 하고 있다. 독일, 일본을 따돌리고 세계 경제 2위에 오른 중국은 경제력에서 미국과의 격차를 점점 좁히고 있다. 아울러 미국이 지배하고 있던 최첨단 미래산업 분야에서도 후발 추격자의 장점을 살린 빠른 약진으로 미국을 위협하고 있다. 또한, 국제기구, 국제규범, 지역안보협력기구, 지역경제공동체 건설을 주도하며 취약해진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을 대체하려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시진핑은 이와 같은 중국 굴기의 역사적 정당성을 과거 서구 침탈로 인한 민족적 굴욕에서 찾고 있으며, 중화민족의 위대한 중흥을 통한 새로운 세기로의 진입을 정치적 슬로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중국의 대만 흡수통일은 중화민족 부흥의 마지막 퍼즐을 완성하는 것이자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에 지정학적, 지경학적 우위를 확보함을 의미한다. 통일 대업 완수라는 국제정치 체스판에서의 승리는 시진핑의 장기집권 보장과 권력 공고화를 보장하는 반석이 될 것이기에 현 집권 세력은 이에 대한 어떤 역행도 용납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자유주의 국제질서와 자본주의 국제경제에서 미국과 중국의 상호의존성이 역대 어느 국가보다 높은 현실은 패권 경쟁 당사국은 물론 연관된 국가들이 얽혀있는 퍼즐이 점점 복잡해짐을 의미한다. 하지만 상호 협력, 경쟁, 갈등의 공존으로 인해 국제정치체제의 복잡성이 증가할수록 대만해협에 드리웠던 불확실성의 안개는 점차 엷어질 것이다. 그 이유는 신성한 민족주의가 부과한 ‘역사적 책무’의 완수로부터 예외적 권력 연임의 당위성을 주장해온 시진핑에게 대만 문제가 지닌 중요성을 미국이 충분히 간파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만 문제를 시진핑 체제의 아킬레스건으로 인식하는 미국은 이를 전면화해 중국을 흔들려 할 것이고, 대만해협 분쟁의 장기화는 ‘대만은 중국의 일부’라는 중국의 오랜 주장을 무력화해 대만의 탈중국화에 대한 국제 여론의 관심을 고조시킬 것이다. 민족통일의 과업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대만 내 반통일세력의 준동을 좌시하거나 패권 경쟁 라이벌인 미국의 간섭을 방임하는 것은 대내적으로는 시진핑 중심의 권력 체제에 의문을 불러일으키고, 대외적으로는 중국 위협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킬 것이다. 결국 대만해협을 둘러싸고 전개되는 미국과의 갈등에서 시진핑과 중국 공산당이 그야말로 ‘머리에 피가 날 때까지 싸울 수밖에 없는’ 국내외적 정치환경이 조성된다고 할 수 있다.


청중비용 이론을 통해 본 양안 갈등의 미래

1994년 미국 국제정치학자 제임스 피어론(James Fearon)은 청중비용(audience cost)이라는 국제정치 이론을 발표했다.1) 청중비용은 외부와의 갈등에 직면한 최고 권력자가 국내적으로 상승하는 강경한 외교정책 추진 내지는 전쟁 지지여론을 외면했을 때 치러야 할 비용을 의미한다. 강경한 대외정책을 요구하는 국내 여론을 무시하고 갈등을 회피하거나 적성국의 협박에 굴복했을 때 최고 권력자는 국가의 체면과 평판을 잃은 것에 분노한 유권자에 의해 다음 선거에서 심판받게 된다는 내용이다. 청중비용이 지닌 함의의 핵심은 갈등과 전쟁 국면에서 정치체제가 수행하는 역할에 있다. 자유민주주의 체제는 유권자의 의지를 국내외에 투명하게 전달하는 장점이 있어 민주주의 정치체제 간의 갈등에서는 상대방의 민의를 정확히 파악한 각 국가가 갈등을 줄이는 노력을 기울이게 만들고, 비민주주의 국가와의 갈등에서는 전쟁 불사라는 민주주의의 단합된 민의가 분명히 전달되기에 갈등의 최고점에서 결국 비민주주의 체제가 무력 충돌을 회피하며 주저앉게 만든다는 것이다.
  
청중비용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관련 국가의 위협 신뢰 정도의 정보가 투명하게 전달되는 시스템의 존재 여부가 선행돼야 한다. 이는 청중비용 이론의 탐색과 적용이 민주주의 체제에서만 가능하다는 강한 편향을 불러일으켰다. 권위주의 정치체제의 최고 권력자는 여론에 책임질 필요가 없고, 통제와 검열을 통한 여론 조작이 항시적으로 발생할 뿐 아니라, 비민주주의 체제는 근본적으로 투명한 커뮤니케이션과 정보 전달을 위한 시스템이 허약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청중비용과 관련된 최근의 연구는 권위주의 국가에서도 청중비용이 어느 정도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중국 권위주의 체제에서 청중비용 역할에 관련된 연구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예를 들어, 강력한 민족주의의 발호, 공세적 경향의 외교 노선, 치솟는 다양한 군체성 시위에 직면한 공산당이 내부적으로 증가하는 기대와 불만을 동시에 다스리는 과정에서 청중비용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들여보는 것이다. 2)

이런 상황에서 대만해협을 사이에 두고 고조되는 미국, 대만과 시진핑 체제의 갈등은 권위주의 체제에서 청중비용을 실험할 수 있는 중요한 실험장이 될 것이다. 강력한 중화민족주의, 두 개 백 년의 꿈, 신형대국관계, 일대일로의 주창과 구체화로 시진핑 체제에 대한 중국인의 기대는 한껏 치솟아 있다. 이는 역설적으로 미국과의 패권 경쟁에서 시진핑 체제가 물러설 여지가 점차 축소됨을 시사한다. 더욱이 대만 통일은 역대 중국 지도자의 꿈이 반영된 중화민족주의 최고의 지상과제다. 시진핑 스스로 쏘아 올린 위대한 민족주의의 공이 로켓처럼 계속 순항할 것인지 바람 빠진 불량품으로 추락할 것인지를 입증해야 할 과제가 그의 앞에 놓여있는 것이다.


권위주의 체제의 청중비용 증가가 동아시아 안보에 주는 시사점

중국 외교의 공세성이 감소 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고전하는 러시아 푸틴 대통령은 지난 21일 30만 예비군의 동원령을 발동한 것에 더해 핵무기 사용 가능성까지 언급하고 있다. 비록 권위주의 정치체제일지라도 중국과 달리 러시아에서는 독립 여론조사 기관인 레바다 센터(Levada Center)가 푸틴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 정부 지지율, 미국과 유럽에 대한 러시아 국민의 인식에 대한 조사를 매달 시행해 그 결과를 공개하고 있다. 권위주의 체제에서 청중비용과 관련해 흥미로운 점은 푸틴의 지지율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직전까지 60% 초반부터 후반에 걸쳐 등락을 거듭하다, 전쟁 발발 후인 2022년 3월부터 8월까지 매달 실시된 조사에서 80% 이상의 안정적인 지지를 받았다는 점이다. 비록 부분 동원령이 내려진 9월 조사에서 77%로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개전 이후의 높은 지지율은 이후 전쟁 과정과 결과에 따라 푸틴의 지지율이 다시 상승할 수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특히 푸틴의 지지율이 소폭 감소했다 하더라도 전쟁 발발 이후 같은 여론조사 기관에서 정기적으로 진행된 미국과 EU에 대한 러시아인의 부정적 인식은 각각 70%대와 60%대의 높은 비율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권위주의 체제에서 러시아 제국의 부활을 주창한 푸틴의 유라시아주의가 러시아 국민의 민족주의 정서를 강하게 자극하고 있음을 보여준다.3)


러시아 제국의 복구라는 회고적 민족주의에 기반한 푸틴의 전쟁은 이제 그의 생존을 담보하기 위한 총력전 체제로 전환되고 있다. 강렬한 민족주의에 기반한 도발, 민주주의와 달리 권위주의 체제에서 전쟁 패배가 최고 권력자의 미래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과 이로 인한 확전은 권위주의 체제에서 청중비용의 작동 가능성과 비민주주의에서 청중비용 로직이 작동하는 논리에 대한 학문적 고찰을 동시에 요구하고 있다. 현재 중국, 러시아에서 불거지는 청중비용은 국제질서의 전환기에 패권을 놓고 경쟁하는 수정주의 국가들에서 등장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는 러시아의 침공을 패퇴시키기 위한 미국과 유럽 민주주의 국가의 정치지도자가 부딪힐 청중비용의 무게와 압력 또한 증가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대만해협은 세력 전이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패권 경쟁 당사국의 지도자가 모두 청중비용 리스크로 인해 치킨게임을 전개해야 할 소용돌이의 한 가운데 자리 잡고 있다. 이런 정황은 미중 패권 경쟁의 모태가 되는 아태지역의 불확실한 국제정치경제가 점차 한 가지 확실성-권위주의 정치체제의 지도자가 물러서기에 너무 멀리 온-에 기반한 게임으로 치환되고 있음을 가리킨다. 우크라이나와 달리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는 미국이 주도하는 양자 동맹시스템에 결부돼 있고 이는 냉전과 탈냉전 시기 지역 안보를 유지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대만해협에서 시작한 태풍의 눈이 한 곳에서 소멸하지 않고 연루된 주변 국가까지 빨아들일 정도로 위력적인 모습으로 변모할 가능성이 큰 시점에 언제 발생할지 모를 위기를 예방하고 지엽적, 우발적 충돌이 전면전으로 비화하는 비극을 방지하기 위한 국제 안보 시스템 구축의 노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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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James D. Fearon. 1994. "Domestic Political Audiences and the Escalation of International Disputes." American Political Science Review. Vol. 88, No. 3. pp. 577-92.
2) Kai Quek and Alastair Iain Johnston. 2017. “Can China Back Down? Crisis De-escalation in the Shadow of Popular Opposition.” International Security. Vol. 42, No. 3. pp. 7–36; Jessica Chen Weiss and Allan Dafoe. 2019. “Authoritarian Audiences, Rhetoric, and Propaganda in International Crises: Evidence from China.” International Studies Quarterly. Vol. 63, No. 4. pp. 963–73.
3) https://www.levada.ru/en/ratings/ (검색 일시: 2022년 9월 30일). 러시아 정부의 억압적인 정치체제 하에서 완전한 자율성과 독립성이 보장된 여론 조사에 대해 의구심이 제시될 수 있다. 이런 의문에도 불구하고 독립적인 기치를 내걸고 오랜 기간 러시아 정부와 관련된 다양한 여론 조사를 정기적으로 실시해온 레바다 센터의 조사 결과는 큰 틀에서 러시아 여론의 흐름을 파악하는데 유용한 창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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