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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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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이슈에 대한 국내외 전문가들의 견해 및 제언이 담긴 칼럼을 제공합니다.

국제 녹색채권 원칙을 선도하는 중국

안지연 소속/직책 : 경희대학교 교수 2022-09-30

중국 녹색채권 시장이 화제다. 녹색채권은 ‘기후 완화, 적응 및 친환경 사업의 재원을 조달하기 위해서 발행된 채권’을 총칭하며 국제기구, 공공, 민간 기관에서 녹색채권을 발행하고 있다. 녹색채권의 발행 역사는 2007년부터 시작된다. 2007년 유럽투자은행(European Investment Bank)이 재생에너지 등의 사업 지원을 위해 최초의 녹색채권을 발행하였다. 2010년부터는 민간 및 공공에서 발행을 시작하였다. 2021년 녹색채권 시장은 누적 발행액 1조 6천억 달러의 규모(80개국, 2,045개 기관, 47개 통화)로 급격히 성장하였다. 1) 녹색채권은 금융상품이다. 따라서 금융시장이 발달한 미국, 프랑스, 독일 등이 주도해왔다. 후발주자인 중국은 2015년 중국농업은행이 3건의 녹색채권을 최초로 발행하였다. 

그러나 현재 세계 녹색채권 시장의 판도는 크게 바뀌었다. 중국의 녹색채권 2021년 발행액은 680억 달러로 미국의 819억 달러에 이어서 전 세계 2위이다([그림 1]). 또한 2021년 중국개발은행(国家开发银行)은 풍력 및 광전지 등의 탄소 저감 사업의 자금조달을 위해 116억 달러 규모의 녹색채권을 발행하였다. 이는 2021년 전 세계 인증된 녹색채권 중 최대 규모이다. 비금융기관 중 전 세계 최 대 규모의 채권 발행기관 역시 중국기업이 차지하였다. 바로 중국 중국장강삼협그룹유한공사(中国长江三峡集团有限公司)로 총 72억 달러 규모의 녹색채권을 발행하였다. 상위 8대 기관으로 중국 국가전망공사(国家电网有限公司)가 올라와 있다. 이렇듯 현재 전 세계 녹색채권 시장 규모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녹색채권 시장 현황

중국의 녹색채권 성장을 연도별로 보면 2020년에 주춤하였으나 2021년 전년 대비 약 3배의 성장을 이루었다([그림 2]). 이러한 중국 녹색채권 시장의 성장은 국가 주도의 저탄소 정책과 맞물려있다. 중국은 전 세계 탄소배출 1위 국가로서 탄소 저감을 위한 기술 개발, 녹색금융 시장을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있다.




채권 종류별로 보면 금융채와 회사채가 총발행액의 89%를 차지하고 있어서 민간 주도의 녹색채권 시장이 성장하여 온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건당 발행액은 특수채가 평균 10억 달러로 가장 높은 편이다([표 1]). 특수채는 중국농업은행, 중국개발은행, 중국수출입은행에서 주로 발행하였다. 지방채는 간쑤성, 장시성, 선전시, 쓰촨성에서 발행하였다. 즉, 일부 공공기관의 대규모 녹색채권 발행이 녹색채권 시장을 촉진 시켰다고 볼 수 있다. 

누적 발행액 중 상위 10개 기관을 살펴보면 중국개발은행과 흥업은행(兴业银行)이 각각 149억 달러, 145억 달러 발행 규모로 가장 높다([표 2]). 공기업 성격의 금융기업 위주로 녹색 채권이 발행되어왔음을 알 수 있다. 




발행통화별로는 위안화가 약 90%를 차지한다. 기타통화로는 미국 달러 9%, 유로 1%가 있다. 발행시장 역시 중국이 91%이다. 그동안의 중국 녹색채권 시장은 내수시장 위주로 성장해왔음을 알 수 있다. 


일시적 성장인가? 

중국의 녹색채권 시장의 성장 과정을 보면 일부 공공기관의 대규모 녹색채권 발행, 국영기업 위주의 발행, 내수시장 위주의 성장이 주요한 특징이다. 정부 주도의 톱다운(Top-down)방식의 일시적 효과로 보여질 수도 있다. 또한 최근 전 세계적인 ESG 투자 열풍의 일환일 수도 있다. 이코노미스트 2022년 7월 23일자 특별보고서에서는 ESG 투자의 수익성 과장 문제점을 비판하기도 하였다. 2) 그러나 최근의 변화를 보면 정부 주도 또는 ESG 투자 과열로 인한 일시적 성장으로만 이해하기는 어렵다. 최근 민간 비금융기업(예, 중국장강삼협그룹유한공사)의 대규모 녹색채권 발행이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녹색 사업과의 관련성을 보면 전력, 교통, 부동산 관련 기업이 상위 10개 기관에 포함되어 있다. 2021년 발행한 녹색채권의 조달 자금은 재생에너지(61%), 저탄소 빌딩(35%), 저탄소 교통(19%) 등에 사용되었다. 3) 또한 중국의 지역별 녹색채권 발행 증가가 대기오염 및 미세먼지의 감축과 관련성이 있음을 실증적으로 밝힌 연구도 있다.4) 


그린워싱(Greenwashing)의 수단인가?




중국 녹색채권의 그린워싱(Greenwashing)에 대한 우려도 있다. 예를 들어 석탄 발전소 건설을 위한 투자는 탄소 배출을 증가시키는 행위이다. 그러나 친환경적인 건설로 포장하여 녹색채권을 발행한다면 이는 그린워싱에 해당한다. 게다가 신재생에너지, 에너지 효율화를 위한 녹색 프로젝트는 큰 규모의 자금이 투입되기 때문에 사후 보고 등의 엄격한 절차가 필요하다. 국제자본시장협회(ICMA: International Capital Market Association)의 녹색채권 원칙과 국제기후채권기구(CBI: Climate Bonds Initiative)의 기후채권표준 등에서는 조달자금의 사용, 프로젝트 평가와 선정 절차, 조달자금의 관리, 및 사후보고에 대한 규제체제를 제시하고 있다. 또한 녹색채권 인증기관 및 외부검토 기관이 필요하다. 그러나 중국 녹색채권의 규제체계는 국제 표준과 비교하여 녹색채권 정의, 제3자 공증, 조달 자금 용도 등에서 차이가 있었다. 2021년 이전까지 중국 녹색채권은 화석에너지 분야를 포함하였다. 또한 제3자 공증 절차가 없고, 광범위한 녹색채권 정의를 사용하여 왔다. CBI(2021b)에서는 2021년 중국에서 발행한 녹색채권의 32%가 CBI의 기후채권표준에 부합하지 않다고 보고하고 있다. 다만 2020년의 46%에 비하면 줄어든 수치이다.


국제기준으로 향하는 중국의 녹색채권 규제체제




중국 녹색채권 시장은 중국인민은행, 중국증권관리감독위원회,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규제를 담당하고 있다. 이들 기관은 은행 간 시장, 거래시장, 기업채권발행 부분을 책임지고 있다. 녹색채권에 발행 가이드라인, 평가와 인증, 지원 사업목록에 대한 기준을 제시한다. 2015년 이후 꾸준히 녹색채권 규제체제를 개선해오고 있다. 최근의 주요한 정책 방향은 국제기준과 유사하거나 보다 엄격한 규제체제로 이행하는 것이다. 2021년 4월 21일에 발표한 ‘녹색채권 지원 사업목록(2021)’의 중국 녹색채권 정의는 국제 기준과 유사한 수준에 근접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2021년 사업목록에서는 화석 에너지를 지원 사업목록에서 삭제하였으며, 탄소 감축에 대한 제약을 더욱 엄격히 하였다. 또한 관리 기관의 녹색 프로젝트에 기준을 통일하였고, 녹색채권 발행, 거래, 관리와 관련한 비용을 효율적으로 줄였다. 올해 7월 29일 발표한 ‘중국 녹색채권 원칙(CGBP: China Green Bond Principles)’은 ICMA의 녹색채권원칙과 비교해도 까다롭다. 녹색채권 조달자금의 100%가 녹색분류체계에 포함된 프로젝트에 사용되어야 한다. 100%를 적용한 국가는 중국이 세계 최초이다. 또한 자금 이용, 사업 선정과 평가, 자금관리, 정보공개에 대한 기준이 더욱 엄격해졌다. 


국제 녹색채권원칙의 선도와 질적 성장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20년 9월 유엔총회에서 ‘2030년 이전 탄소 배출 정점, 2060년 이전 탄소중립’이라는 3060 탄소 계획 목표를 발표하였다. 탄소중립은 중국 정부 정책에서 우선순위이며 관련한 다양한 신사업들을 양산하고 있다. 녹색채권은 이러한 자금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주요한 금융 수단이다. 그러나 내수 위주의 녹색채권 시장 성장은 공급과잉 현상을 초래하기도 하였다. 블룸버그 2022년 3월 28일자 기사에서는 중국의 녹색채권의 지나친 공급으로 녹색채권 가격이 낮아 그리니움(Greenium)을 찾을 수 없다고 보도하였다.5) 즉 지나친 양적 성장으로 녹색채권은 일반채권보다 덜 매력적인 상품이 된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녹색채권 규제체제가 더욱 필요하다. 최근에 발표된 CGBP로 중국은 녹색채권 규제체제의 국제기준을 선도하기 시작하였다. 이를 통하여 중국 녹색채권 시장은 신뢰성을 획득할 수 있을 것이며, 질적 성장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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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BI(2022a), “Sustainable Debt, Global State of the Market 2021”, Climate Bonds Initiative
2) The Economist (2022년7월23일). "Special report ESG investing" https://www.economist.com/special-report/2022-07-23 (2022년9월 26일접근)
3) CBI(2022b), China Green Finance Policy Analysis Report, Climate Bonds Initiative. 7쪽
4) Luo, Y., Tian, S., and Yang, H. (2021), Green Bonds, Air Quality, and Mortality: Evidence from the People's Republic of China, Asian Development Bank Working Paper Series 
641.
5) BloombergeNews (2022년3월28일), "China's Green Bonds Are Cheaper Than Almost Everywhere Else" https://www.bloomberg.com/news/articles/2022-03-27/world-shottest-green-bond-market-lacks-greeniums-for-now (2022년9월 26 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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