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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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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이슈에 대한 국내외 전문가들의 견해 및 제언이 담긴 칼럼을 제공합니다.

미국의 ‘칩4 동맹’ 추진과 우리의 대응전략

고영화 소속/직책 : 베이징대학 한반도연구소 연구원 2022-10-19

최근 ‘칩4(Chip4) 동맹’ 가입 문제가 많은 언론에 보도가 되고, 국민적 관심을 끄는 주제가 되었다.

칩4 동맹은 미국이 주도하는 한국, 일본, 대만을 포함하는 반도체 동맹이며,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견제하는 것을 목표하고 있다. 미국은 반도체를 발명한 국가로서, 반도체 설계에 필요한 원천 기술(IP)과 반도체 장비를 과점하고 있다. 일본은 낸드 플래시를 발명한 나라이고, 반도체 장비와 소재 부분에서 세계시장을 리드하고 있다. 대만은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의 60% 이상을 과점하고 있다. 한국은 D램 및 낸드 플래시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65% 이상을 과점하고 있다. 이렇게 서로 다른 반도체 영역에서 강점을 가진 4개국이 동맹을 형성한다면 전 세계 반도체 시장에 대한 지배력이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5월 한국을 방문한 바이든 대통령이 첫 공식 일정으로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을 방문하면서 “이제 우리는 공급망을 회복하고 동맹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그게 우리의 전략”이라며, “오늘 삼성 방문은 아주 특별한 일정이다. 양국이 구축할 경제 협력을 상징한다”라고 말했다.

이에 중국 공산당을 대변하는 환구시보는 7월 21일 사설에서 “지난해 한국의 반도체 수출 1,280억 달러 가운데 중국과 홍콩에 대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6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렇게 큰 시장과 단절하는 것은 상업적 자살행위나 다름없다”고 칩4 동맹을 비판했다.

한편, 많은 한국 매체는 한국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가 되었고, 중국의 사드(THAAD) 때의 보복이 반복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과연 ‘칩4 동맹’을 맞이하는 우리는 도대체 어떤 상황인가? 그리고 대책은 무엇인가? 한국 반도체 기업의 중국 현지 공장의 현황을 잘 살펴보면 해답을 얻을 수 있다.


삼성 시안 반도체 공장, 세계 낸드 플래시 메모리 14% 이상 생산

삼성전자는 시안에 낸드 플래시 공장 2개를 가지고 있다. 시안 1공장(fax x1)은 2012년 70억 달러(약 8.4조 원)를 투자해 2014년 5월에 완공된 후, 약 40억 달러(약 4.8조 원)를 추가 투자해 반도체 후공정(테스트 및 패키징) 라인을 완성해서 IDM(종합반도체생산) 체계를 갖추고, 매월 12인치 웨이퍼 12만 장을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

삼성전자 시안2공장(fab x2)은 2017년 70억 달러를 투자하여 건설에 착수해 2020년 3월에 양산을 시작했고, 2019년 80억 달러(약 9.6조 원)를 추가 투입하여 규모를 확장했고, 중간에 코로나가 발생해서 2022년 2월에 완공되었다. 현재 매월 12인치 웨이퍼 13만 장을 생산할 수 있다.

삼성전자 시안1, 2공장은 삼성전자 낸드 플래시 물량의 40%를 생산한다. 2022년 1분기 삼성이 낸드 플래시 세계 시장점유율 35.3%를 차지한 것을 고려하면 세계 낸드 플래시 메모리의 14.1%가 중국에서 생산되는 셈이다.



SK하이닉스 우시 공장, 세계 D램 메모리 13% 이상 생산

SK하이닉스는 장쑤성 우시시에 2개의 D램 메모리 생산라인을 가지고 있다. SK하이닉스 우시 1라인(C2)은 2004년 착공하여 2006년부터 D램 양산에 들어갔다. SK하이닉스의 첫 12인치 웨이퍼 생산라인으로서, 매월 12만 장 웨이퍼를 생산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우시 2라인(C2F)은 2017년 6월 차입 35억 달러(약 4조 원)와 SK하이닉스 투자 8.4억 달러(약 1조 원)을 투입해 2019년 4월 완성했으며, 매월 12인치 웨이퍼 12만 장을 생산할 수 있다. 

SK하이닉스 우시 1, 2라인에서 생산한 제품은 SK하이닉스 D램 물량의 48%를 차지한다. 2022년 1분기에 SK가 세계 D램 시장의 27.3%를 차지했음을 감안하면 세계 D램의 13.1%를 중국에서 생산한 것이다. 



SK하이닉스 다롄 ‘솔리다임’ 공장, 세계 낸드 플래시 5% 이상 생산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말 다롄시에 있는 인텔(Intel)의 낸드 플래시 메모리 반도체 공장을 인수 완료하고, 2022년 2월 솔리다임(Solidigm)으로 상호를 바꿈과 동시에, 5월에는 낸드 플래시 제2공장도 착공했고, 낸드 플래시 생산능력을 확장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에 인수되기 이전인, 2021년 4분기 인텔(솔리다임) 낸드 플래시 세계시장점유율은 5.4%였다.

SK하이닉스의 솔리다임 인수 이후, 두 회사의 낸드 플래시 실적을 합산한 결과, 2022년 1분기 낸드 플래시 세계시장 점유율 18.0%를 기록하여 세계 3위를 차지했으며, 2022년 2분기에는 시장점유율 19.9%를 기록하면서 세계 2위에 등극했다.


메모리 반도체 안정적 공급, 미국에 유리

미국이 한국 기업의 중국 현지 반도체 공장에 대해서 우려하는 것은 메모리 반도체 기술의 유출일 것이다.

하지만 메모리 반도체는 소품종 대량생산을 하는 특성이 있어서 반도체 설계는 한국에서 100% 이루어지고, 중국공장은 생산 역할만을 하기 때문에 반도체 설계기술의 중국기업으로의 유출은 있을 수 없다. 

또한 AI, 빅데이터 등이 발전하면서 세계 메모리 반도체 수요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므로 세계 10% 이상의 D램과 10% 이상의 낸드 플래시 생산에 차질이 생겨 가격이 급등하는 것은 미국과 세계 모든 국가에 좋은 일이 아니다. 


한국의 칩4 가입, 중국에 유리할 수 있어

중국에서 가장 큰 반도체 기업은 삼성전자 시안공장과 SK하이닉스 우시 공장이다. 

한국이 칩4에 가입하지 않음으로써 삼성전자 시안공장 및 SK하이닉스 우시/다롄 공장이 미국의 제재를 받게 되고, 미국산 반도체 장비, 소재가 원활하게 공급이 되지 않는다면, 중국의 관련 IT 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어마어마하게 클 것이다. 

미국이 이미 중국 메모리 기업에 대해 28nm 이하 공정에 적용되는 EDA, 장비, 소재의 수출 제한 조치를 취한 상태에서 반도체 장비를 독자적으로 만들어 내기 전까지는 중국 메모리 공장의 증설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칩4 가입을 통해 한국 기업의 중국 현지 공장이 기존 공장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SK 다롄 낸드 플래시 2공장 증설이 성공적으로 완성되어, D램 및 낸드 플래시를 싼 가격에 중국에 공급하게 된다면, 메모리를 활용해서 많은 IT 제품을 만들어 수출하는 중국에게 확실하게 도움이 될 것이다.

중국에서 메모리 반도체를 구매하는 것은 핸드폰, 컴퓨터, 가전제품 등을 만들어 다른 나라에 수출해서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것이다. 전 세계 IT 제품의 60~80%를 생산하는 중국이 메모리 반도체를 사지 않겠다는 상황은 중국 IT 산업 전반에 너무 큰 마이너스 파급효과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절대 발생할 수 없다고 본다.


우리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 ‘샌드위치’가 아니라 소위 ‘꽃놀이패’ 상황

메모리 반도체 전 세계 시장의 65%를 과점하고 있는 한국은 지금, 미국과 중국 모두에게 꼭 필요한 파트너가 되었다. 단군 이래 대한민국의 전략적 중요성이 이보다 높았던 적이 있는가?

지금의 상황은 ‘샌드위치’가 아니라 소위 ‘꽃놀이패’라고 할 수 있다.

미국과 중국 양쪽에 모두 대안이 없는 상태에서 우리에 대한 압력이나 회유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정부든 기업이든 쫄 필요 없이, 미국이 칩4 동맹 회의에 부르면 미국에 가고, 중국이 대책 회의에 부르면 중국에 가서, 우리는 그저 메모리 반도체의 안정적인 공급의 중요성만을 부각하면 된다. 어느 한쪽을 선택할 필요가 절대 없다. 그저 느긋이 기다릴 때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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