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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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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해사법원 설치 논의와 중국의 해사법원 제도

정대 소속/직책 : 법학박사, 국립한국해양대학교 해사법학부 교수 2022-10-20

최근 해사법원의 설치 논의가 중요한 입법 정책적 쟁점이 되고 있다. 해사 사건은 해상에서 선박의 운항과 관련하여 발생하는 법적 분쟁이라고 할 수 있는데, 해사법원은 이러한 해사 사건의 분쟁 해결을 전담하는 전문법원이라고 할 수 있다. 해사 사건은 바다를 무대로 항행하는 선박을 둘러싸고 발생하는 사건이라는 점에서 국제적 성격이 강하다. 이러한 국제적 성격으로 인해 다수의 국제조약이 성립되어 있고, 각국의 해상법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또한, 해사 사건의 경우에는 전문성이 요구된다. 바다 고유의 위험과 선박의 기술적 특수성으로 인해 법적 분쟁의 해결에 전문적 지식과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해운물류의 특성상 분쟁 해결의 신속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이러한 해사 사건의 특수성이 해사법원의 설치 논의에 있어서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한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김영춘 의원, 유기준 의원, 정유섭 의원, 안상수 의원이 해사법원 설치에 관련한 법안을 각각 발의한 바 있다. 이어서 21대 국회에서도 윤상현 의원, 안병길 의원, 배준영 의원과 이수진 의원이 각각 해사법원 관련 법안을 발의하여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상황이다. 특히 해사법원의 설치와 관련하여 쟁점이 되는 것은 해사 사건의 범위와 해사법원의 설치 지역 등이 쟁점이 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해사 사건의 처리제도와 관련하여 영국, 미국 및 중국의 법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영국의 경우 고등법원(High Court)의 여왕좌부(The Queen’s Bench Division)에 속한 해사 전문재판부가 해사 사건을 처리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고등법원이 해사 사건에 대한 관할권(Admiralty Jurisdiction)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고등법원이 관할을 갖는 해사 사건은 모두 민사사건이다. 영국 사법부가 발간한 2021년 여왕좌부 실무지침서(The Queen’s Bench Guide)에 의하면, 해사 전문재판부는 비즈니스 및 재산법원(Business and Property Courts)의 일부를 구성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연방헌법’ 제3조 제2항에 의하면 사법권은 모든 해사 사건을 관할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연방의회는 이러한 해사 사건 관할에 대한 구체적 사항을 1789년 ‘최초법원조직법(First Judiciary Act)’에 규정하고 있다. 즉 미국의 연방법은 연방지방법원에 해사 사건, 즉 민사사건에 대한 원심 관할권(original jurisdiction)을 부여하고 있다. 이와 같이 연방법원이 해사 사건에 대한 관할권을 갖게 된 이유는 미국 건국 당시 해상과 선박에 관하여 연방정부가 중요한 이해관계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중국의 경우 독립적인 해사법원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가치가 있다. 해사법원 설립의 법적 근거로는 중국 ‘헌법’ 제124조의 “중화인민공화국은 최고인민법원, 지방 각급 인민법원과 군사법원 등 전문법원을 설립한다”는 규정과 ‘인민법원조직법’ 제15조 “전문 인민법원에는 군사법원, 해사법원, 지적재산권법원, 금융법원이 포함되는데, 전문 인민법원의 설치, 조직, 직권과 법관의 임명, 해임은 전국인민대표대회 상임위원회에서 규정한다”에서 찾을 수 있다.  

해사법원은 1984년 5월 ‘해사법원 설립에 관한 통지’가 발표된 후, 상해·천진·청도·대련·광주·무한의 6개 도시에 설치되었다. 그 이후 1990년 최고인민법원은 해구·하문에 추가로 해사법원을 설립하고, 1992년에 영파, 1999년에 북해, 2019년 2월 남경 해사법원이 설립되어 총 11개의 해사법원이 설치되어 운영되고 있다. 해사법원은 중급인민법원에 해당하는 법원으로서 해사 분쟁의 1심은 해사법원에서 심리하며, 2심은 그 해사법원이 소재한 고급 인민법원에서 심리한다.


해사 사건과 관련한 입법으로는 1992년 제정된 ‘해상법’과 1999년 제정된 ‘해사 소송 특별절차법’이 있다. 특히 해사 소송은 ‘민사소송법’이 아닌 ‘해사 소송 특별절차법’에 의한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나아가 최고인민법원이 ‘해사법원 수리 사건 범위에 관한 규정’ 등을 통하여 해사법원에서 담당하는 해사 분쟁 사건의 범위를 규정하고 있다.

특히 2016년 개정된 최고인민법원의 ‘해사법원 수리 사건 범위에 관한 사건의 유형은 108가지로 대폭 확대 및 세분화되었다. 첫째, 해사 불법행위 사건(10항목)으로 ① 선박 충돌 손해배상 사건. 파도에 의한 간접 충돌로 인한 손해배상 사건, ② 선박과 해상, 통해가항수역(通海可航水域), 항구 또는 육상의 시설 또는 기타 재산과 충돌, 접촉하여 발생한 손해배상 분쟁 사건. 선박과 부두, 방파제, 잔교, 갑문, 교량 및 항로표지 등 항해보조 설비 기타 해상시설과 충돌, 접촉하여 발생한 손해배상 분쟁 사건 등이 있다.

둘째, 해상 계약 분쟁 사건(42항목)으로 ① 선박 매매계약 분쟁 사건, ② 선박 공사계약 분쟁 사건 등이 있다.

셋째, 해양 및 통해가항수역 개발 이용과 환경보호 관련 분쟁 사건(15항목)으로 ① 해양, 통해가항수역 에너지와 광물자원의 탐사, 개발, 운송 분쟁 사건, ② 해수 담수화와 종합 이용 분쟁사건 등이 있다. 

넷째, 기타 해사 해상분쟁 사건(11항목)으로 ① 선박 소유권, 선박 우선권, 선박 유치권, 선박 저당권 등 선박 물권 분쟁 사건, ② 항구의 화물, 해상 컨테이너 및 항만 운송시설, 설비의 소유권, 유치권, 저당권 등 물권 분쟁 사건 등이 있다.

다섯째, 해사 행정사건(7항목)으로 ① 해사 행정기관의 해상, 통해가항수역 또는 항구 내의 선박, 화물, 시설과 설비, 해운 컨테이너 등 재산과 관련된 행정행위에 불복하여 제소한 행정소송 사건, ② 해사 행정기관의 해상, 통해가항수역의 운송경영 및 관련 부수적 경영, 화물운송 대리, 선원면허와 선상 서비스 등 관련 자격과 적법성 사항과 관련된 행정행위에 불복하여 제소한 행정소송 사건 등이 있다.

여섯 째, 해사 특별절차 사건(23항목)으로 ① 해사중재 합의서 효력 승인신청사건, ② 외국 해사 중재판정서의 승인, 집행신청, 홍콩특별행정구, 마카오특별행정구, 대만지역 해사 중재판정서의 승인, 집행신청, 국내 해사 중재판정서의 집행 또는 취소 신청사건 등이 있다. 

해사 사건 범위 측면, 해사 소송 관련 절차법 제정 측면 및 항구도시를 중심으로 설치된 해사 법원 운영 측면에서 볼 때, 영국 및 미국의 경우보다 중국의 해사법원 제도의 모델이 우리나라의 해사법원 설치 논의와 관련하여 유익하고 생산적인 입법 정책적 시사점을 제공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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