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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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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이슈에 대한 국내외 전문가들의 견해 및 제언이 담긴 칼럼을 제공합니다.

미국 선거와 정당 정치로 본 미중 관계

서정건 소속/직책 : 경희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2022-10-25

미국의 중국 정책에 대한 이해: 국제 정치인가? 미국 정치인가?

미국과 중국 간의 관계는 국가 사이의 문제이므로 당연히 국제 정치의 영역에 속한다. 대만 해협 이슈를 둘러싼 두 국가의 충돌이나 통상 문제로 불거진 두 국가의 갈등, 그리고 기후 위기 해결을 위한 두 국가의 협력 당위성 등은 모두 국제 정치학자들이 주로 다루고 있는 주제다. 그런데 특히 미국의 경우 역사상 최초로 민주주의를 채택한 국가이자 대통령 제도를 도입한 나라다. 또한 대서양과 태평양으로 둘러싸인 천혜의 조건으로 인해 긴 시간 동안 지정학적 인식이나 전략에 익숙하지 않았던 나라다. 1) 2차 대전 이후 소련과의 냉전 당시 반공주의(anti-communism)라는 가치 지향점이 국내의 종교 및 인종 이슈와도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던 나라다. 2) 이라크 전쟁 실패와 금융 위기를 겪은 이후 국내 문제 해결에 집중하는 대통령을 원하는 여론이 형성돼 선거를 통해 대통령을 바꾼 나라이기도 하다. 이라크 전쟁 실패와 금융 위기를 겪은 이후 국내 문제 해결에 집중하는 대통령을 원하는 여론이 형성돼 선거를 통해 대통령을 바꾼 나라이기도 하다. 결국 미국과 중국 간의 관계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국제 정치적 시각과 분석 못지않게 미국과 중국 각각의 국내 정치적 현실과 제약에 대한 해석이 필요하다. 3)

흔히 미국과 중국의 현재 관계는 ‘신(新)냉전’으로 규정되기도 한다. 그런데 냉전 당시 미국과 소련 간에는 경제적 교류가 전혀 없었다. 자유 진영과 공산 진영 간의 체제 대결은 군사적 측면과 더불어 경제적 대립 구도를 포함하였다. 안보 차원의 인식 이외에 경제적 이해관계가 전혀 형성되지 않았던 소련은 미국 민주주의와 경제 시스템에 다양한 변수로 작동하지는 않았다. 주로 레이건처럼 공산주의와 대적할 것인가 아니면 닉슨, 포드, 카터처럼 화해의 대상으로 삼을 것인가 하는 안보 차원의 논쟁만이 중요했다. 이와 달리 중국은 1979년 국교 정상화 이후 미국화(Americanization) 과정을 급속히 밟게 된다. 미국에 중국은 매우 다양한 의미와 관계를 가지게 되었다는 뜻이다. 무역 거래, 군사 안보, 기술 패권, 기후 위기, 인권 증진, 소비자 보호 등 전방위에 걸쳐 중국 이슈는 미국 정치에 깊숙하게 침투하게 된다. 

이처럼 미국화를 거친 중국 이슈는 선거의 나라 미국에서 후보 간 경쟁 이슈로 등장하여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과정을 반복해왔다. 대선 국면에서는 경쟁적인 ‘중국 때리기(China bashing)’를 시도하지만 국정 운영 중에는 중국과 협력을 추구하던 형태가 이전 미국 대통령들의 전형적 방식이었다. 트럼프 시대부터 이러한 양태가 종결되었고 전 세계가 이를 주목했다. 하지만 여전히 ‘신(新)냉전’으로 확정하여 이해하기에는 미국과 중국 간의 얽힌 이해관계가 매우 복잡하다. 4) 물론 ‘신(新)냉전’을 대체할 적절한 용어를 찾기도 쉽지 않다. 다만 미-중 관계와 미-소 관계의 핵심적 차이를 분명히 해 둘 필요는 있는데 이는 미국과 중국 간에 급격한 혹은 일시적 관계 개선의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미국 선거와 정당이 미중 관계에 미치는 영향

미국과 중국 사이의 경쟁을 놓고 미국 국내 정치적 요소들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할 때 미국 국내 정치는 주로 미국 민주주의를 의미한다. 제도 차원에서의 대통령, 의회, 대법원, 정당 등을, 과정 차원에서의 선거, 여론, 언론, 씽크탱크 등을 포괄한다. 이 중에서도 미국 특유의 민주주의 영향을 살펴본다면 선거와 정당을 빼놓을 수 없다. 1789년 조지 워싱턴 임기 첫 해 이후 한 번도 쉬지 않고 2년마다 연방 차원에서의 선거를 치러 온 나라가 미국이다. 또한 소선거구 단순 다수제인 연방 선거 제도가 건국 이후 한 번도 바뀌지 않은 탓에 양당제(two-party system)를 유지하는 나라가 미국이다. 2년마다 치러지는 미국 선거는 대외 정책의 일관성과 독립성 차원에서 커다란 변수일 수밖에 없다. 양당제인 미국의 정당 정치 경우 두 정당 내부에 다른 목소리를 가진 계파(faction)들이 대외 관계 변화에 영향을 미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두 정당이 모두 찬성 혹은 반대 어느 한 쪽으로 입장을 정한 초당파적(bipartisan) 이슈, 한 정당이 다른 정당과는 정반대의 입장을 가지고 있는 당파적(partisan) 이슈, 당내가 단합되어 있는 정당이 있는 반면 당 내부에 이견이 존재하는 정당이 있는 분열 이슈(wedge issue), 두 정당 모두 내부적으로 분열되어 있는 동 시 분열 이슈(cross-cutting issue) 등이 존재한다. 5)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한 비판, 티베트 등 중국 접경 지역의 인권 및 민주주의 문제, 타이완에 대한 무기 수출과 중국 압박 이슈 등은 공화당과 민주당이 의견 일치된 초당파적 이슈다. 다만 결의안 통과 등 의회의 상징적인 조치가 주를 이룬다. 
 
한편 미국 정치 특징 중 하나인 양극화(polarization) 상황에서 중국 문제가 당파적 이슈가 되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안보 혹은 통상과 관련해 두 정당이 중국 문제에 있어 정반대의 정책을 제안하기에는 당내 사정이 매우 복잡하기 때문이다. 공화당의 경우 중국을 안보 위협으로 인식하는 매파 그룹, 세계 최대의 수출 시장으로 바라보는 친(親)기업 및 농업주(州) 그룹, 낙태 혹은 종교 등 보수 정당이 용인할 수 없는 사회 문제가 만연한 나라로 비판하는 사회적 보수주의(social conservatism) 그룹 등 다양한 당내 세력이 존재한다. 민주당의 경우에도 포용 정책으로 중국을 국제 정치-경제 질서에 안착시켜야 한다는 중도 그룹과 중국 수출을 억제하고 국내 경제를 지켜야 한다는 전통적 보호 무역 그룹, 그리고 기후 변화 및 비확산 등 영역에서 중국과 협력이 불가피하다는 새로운 진보파(progressives) 등으로 인해 당내 입장 정리가 쉽지 않다. 따라서 현재 미국 정당 정치에 있어서 중국 이슈는 동시 분열 이슈(cross-cutting issue)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11월 미국 중간 선거와 미중 관계

올해 미국 중간 선거는 11월 8일로 예정되어 있다. 하원 의원 435명을 전원 새로 뽑고 상원의 1/3인 24개의 상원 의석을 놓고 유권자가 선택한다. 잘 알려진 대로 미국 중간 선거에서는 대통령 소속 정당이 의석을 잃고 선거에 지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양당제를 구축한 이래 링컨의 첫 중간 선거였던 1862년부터 트럼프 중간 선거였던 2018년까지 40차례의 중간 선거 결과 대통령 소속당이 의석을 잃은 경우는 36회에 달했다. 특히 1934년 이후 중간 선거에서 대통령 당은 하원에서 평균 28석, 상원에서 평균 4석을 잃었다. 대통령 지지율이 관건인데 50퍼센트 이하면 대통령 정당이 평균 37석을, 50퍼센트 이상이면 평균 14석을 상실해 온 역사적 추세가 있다. 

이러한 역사적 경향과 더불어 올해 중간 선거는 민주당이 크게 고전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40년 만에 최악인 인플레이션,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불거진 유류 비용과 주택 가격 폭등, 팬데믹 이후 높아진 범죄율, 그리고 국경에서의 혼란상 등 대부분의 이슈가 바이든 행정부와 민주당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 6월 연방 대법원에서 기존의 낙태 허용을 뒤집는 판결을 내린 이후 이에 대한 대부분 유권자의 비판을 등에 업고 민주당은 반전 기세를 올리기 시작했다. 8월을 지나면서부터는 인플레이션 감축법 통과로 인한 처방전 약값 인하, 학자금 대출 탕감 발표 등을 통해 현재 상원 선거를 박빙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중간 선거 특성에 더불어 6석만 새로 얻으면 다수당이 되는 하원 공화당의 상황과는 달리 현재 117대 상원의 50석 대 50석 분포가 중간 선거 이후 어떻게 달라질지는 예측을 불허하는 상황이다. 

대통령 후보가 투표용지에 빠져 있는 선거임에도 불구하고 올해 미국 중간 선거는 일련의 중국 관련 정책들을 등장시키는 계기로 작동한 바 있다. 우선 세계 반도체 칩(chip) 생산의 75퍼센트 정도가 아시아에서 생산되는 현실에 경종을 울리고 공급망 확보와 국가 안보 차원에서 반도체 산업을 미국 내에서 육성하려는 반도체와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이 7월에 통과되었다. 반도체 사업자들에게 연방 정부가 520억 달러를 지원하는 미국식 산업 정책(industrial policy)의 본격적 행보가 아닐 수 없다. 정부가 나서서 시장의 승자와 패자를 결정한다는 이유로 인해 산업 정책 자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팽배했던 나라인 미국에서 중국 견제라는 화두가 다양한 논의를 모두 덮어버리는 형국이다. 6) 우리에게도 크게 불리한 미국 내 최종 조립 조항(final assembly requirement)을 포함시킨 인플레이션 감축법 통과 역시 기후 위기와 중국 경쟁, 이 두 가지를 모두 잡으려는 바이든 행정부와 민주당의 입법 전쟁은 성공적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한 가지 유의할 점은 불리한 조건하에 반전을 노리는 민주당이 몇 가지 중국 견제 법안들을 주도하였지만 과연 직접적인 선거 효과가 어느 정도인가의 문제다. 국내 언론에 대서특필된 대로 반도체 법이나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가지는 중국 견제 의도와 효과는 분명해 보이지만 이러한 법안들이 실제로 미국 유권자들에게 어느 정도 반향을 불러일으킬지는 미지수다. 지금 미국 유권자들이 심각하게 생각하는 이슈는 인플레이션, 자동차 기름값, 아파트 렌트, 이민 문제, 범죄율, 기후 위기 등에 국한되어 있다. 달리 말해 중국과의 경쟁을 포함한 어떤 외교 정책 이슈도 선거의 핵심 사안이라 인식하는 유권자는 많지 않은 실정이다. 반도체와 과학법은 공급망 위기를 겪고 있는 미국의 대안적 성격을 담고 있으며 인플레이션 감축법의 핵심 내용은 주로 최저 법인세 설정, 처방전 약값 인하, 에너지와 기후 변화 조치 등이다. 물론 중국 견제라는 슬로건을 표방하고 있지만 중국으로 대변되고 상징되는 미국의 내부 문제들을 해결하려는 시도로도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중국 견제’ 레토릭이면 초당파적 합의가 가능해질 수 있다는 미국 국내 정치 정서를 이용한 민주당식 개혁 법안으로 해석해 볼 수도 있다는 뜻이다.


중간 선거 이후 미중 관계 전망 

만일 이번 조지아(Georgia) 연방 상원 의원 선거에서 어떤 후보도 50퍼센트를 얻지 못하고 동시에 조지아 결과가 상원 다수당 향방을 결정짓게 된다면 올해 미국 중간 선거 결과는 11월 8일 선거일이 아닌 조지아 결선 투표가 예정된 12월 6일이 되어서야 알 수 있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원에서는 공화당의 다수당 가능성 전망이 워낙 지배적이기에 현재 예측해 볼 수 있는 118대 의회(2023년 1월 3일 개원) 시나리오는 두 가지다. 첫째, 상하원을 모두 공화당이 지배하거나 둘째, 상원은 민주당, 하원은 공화당이 다수당인 경우다. 어떤 결과이든 모두 바이든 행정부와 대립각을 세울 수밖에 없는 분점정부(divided government)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특히 공화당이 하원만 장악하는 경우 어차피 상원 민주당과의 불협화음으로 인한 입법 정치(law-making politics) 난맥상이 예상되는 만큼 공화당 주도 하의 극단적인 입장 천명 정치(position-taking politics)가 대신 극성을 부릴 전망이다. 입법 가능성은 낮지만 정치적인 파장은 클 수밖에 없는 국내외 정책 노림수를 이민, 에너지 등과 관련하여 둘 것이다. 또한 바이든의 둘째 아들 헌터(Hunter Biden)에 대한 부패 혐의 및 국가 안보 위협 조사 위원회 활동에 공화당은 매달릴 것이며 바이든 탄핵을 공공연히 외칠 것으로 보인다. 실상 2024년 대선을 염두에 둔 정치적 공세에 해당된다.

결국 중간 선거 이후 미국 정치는 곧바로 2024년 대통령 선거 국면으로 접어들게 된다. 바이든 대통령의 경우 분점정부 상황에서 국내 정책은 입법으로 해결하기 어려워진다. 따라서 행정 명령(executive order)에 더욱 크게 의존하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 경우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바이든 대통령 주도의 외교 정책 선포가 언론의 확대 재생산을 통해 세계와 한국에 파급 효과를 가지게 된다. 물론 민주당 유권자들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인 기후 위기 해결을 위해 시진핑 주석과 전격적인 행정 협약(executive agreements)을 체결하게 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의회 공화당 역시 중국에 대한 미국 내부의 비(非)호감 정서에 편승하여 중국을 몰아붙일 수밖에 없다. 트럼프를 지지하며 당선된 의원들과 더욱 영향력이 커질 트럼프 충성파인 프리덤 코커스(Freedom Caucus) 등이 새 하원 의장으로 유력한 맥카시(McCarthy) 의원과 합력하여 트럼프의 반(反)중국 입장에 힘을 실어 줄 것으로 보인다. 7)  다만 이러한 반중 입장들이 반중 정책으로 반드시 귀결된다는 보장은 없다. 관건은 중국 견제 용도의 조치와 레토릭이 우리에게도 영향을 미친다는 현실이다. 실제로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나 바이든의 ‘미국 제품 우선주의(Buy American)’나 모두 본질적으로 자국 중심의 보호 무역주의를 표방하기는 마찬가지다. 적어도 2024년 미국 대선까지 이러한 기조는 더욱 강화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미국과 중국의 갈등 사이에서 어려운 대외 관계를 풀어가야 하는 우리 입장의 경제와 관련된 방어적 결정들이 자연스럽게 두 국가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되는 흐름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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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ampbell Craig, “The-Not-So-Strange Career of Charles Beard,” Diplomatic History 25(2) (2001), p.251-274
2) Jeff Woods. 2004. Black Struggle, Red Scare: Segregation and Anti-Communism in the South, 1948-1968. (Baton Rouge: Louisiana State University Press)
3) 서정건. 2019. 『미국 정치가 국제 이슈를 만날 때: 정쟁은 외교 앞에서 사라지는가 아니면 시작하는가』 (서울: 서강학술총서)
4) Thomas J. Christensen. “There Will Not Be A New Cold War: The Limits of US-China Competitions,” Foreign Affairs (March 2021); 서정건. 2022. “미국의 인태 전략: 미중 갈등과 미국 정치”  『갈등과 병존의 인도-태평양: 각국의 인태전략』 (서울: 명인문화사)  
5) 이 부분은 다음의 졸고를 주로 참고하였음을 밝힌다. Jungkun Seo. 2019. “Building Coalitions and Making US Policy toward China,” Korean Social Science Journal 46(2): 113-124
6) 버니 샌더스(I-VT) 상원 의원은 반도체와 과학법에 반대표를 던지면서 반도체 산업 지원을 정실자본주의(crony capitalism)라 비판한 바 있다. “What I cannot understand is why so many in Congress are so eager to pay this bribe. When the government adopts an industrial policy that socializes all the risk and privatizes all the profits, that is crony capitalism. The five biggest semi-conductor companies that will likely receive the lion's share of this taxpayer handout, Intel, Texas Instruments, Micron Technology, Global Foundries and Samsung, made $70 billion in profits last year. Does it sound like these companies really need corporate welfare?” https://www.sanders.senate.gov/press-releases/news-sanders-opposes-all-blank-checks-to-chip-companies/
7) Emily Brooks. “McCarthy Says if he doesn’t win Speakership, it’s not ‘God’s Plan’,” The Hill, Oct 17,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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