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영역 건너뛰기
지역메뉴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전문가오피니언

전문가오피니언

주요 이슈에 대한 국내외 전문가들의 견해 및 제언이 담긴 칼럼을 제공합니다.

2022년 대만 지방선거 결과의 함의와 전망

김수한 소속/직책 : 인천연구원 연구위원/글로벌도시연구단장 2022-12-15

대만 지방선거 통해 표출된 민심 탐색을 위한 한국-대만 국제회의 

지난 11월 26일 치러진 대만의 통합 지방선거에서 집권 민진당이 패배했다. 21개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민진당은 텃밭인 가오슝, 타이난 등 5개 현급 시에서 당선자를 내는 데 그쳤다. 야당인 국민당은 13석을 석권했다. 특히 수도인 타이베이와 관문 도시인 타오위안의 시장직을 탈환하는 데 성공했다. 차이잉원 총통이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당주석직에서 사퇴하는 등 집권 민진당의 후폭풍 역시 만만치 않다. 

한편 중국의 양안관계 전담부서인 중앙정부 대만판공실은 성명을 발표하여 민진당의 선거 참패가 양안 분열을 획책하는 대만 독립 세력과 이를 부추기는 미국 등 외부 세력에 대한 반대 민심의 결과라며 환영의 뜻을 표했다. 많은 국내외 관찰자들 역시 이번 대만 지방선거의 결과가 ‘항중보대(抗中保臺)’, 즉 중국에 대항하여 대만을 보위하자는 안보 이슈에 대한 대만 시민들의 피로감이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았다.1) 중국과의 협력을 이끌었던 마잉주 전 대만 총통 역시 한 회의에 참석하여 민진당 패배 원인은 전쟁 일촉즉발 위기로까지 몰고 간 항중노선 등으로 민심을 잃었기 때문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2)

대만 지방선거 결과와 그 함의를 보다 다각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지난 12월 1일(금), 인천연구원(인차이나포럼)과 한국유라시아학회, 그리고 대만 국립가오슝대 한국연구센터가 공동으로 ‘11·26 대만 지방선거를 통해 표출된 대만 민심과 양안관계’를 주제로 한 국제세미나를 개최했다. 회의에는 대만의 국립가오슝대 하범식 교수, 국립해양대 우준팡 교수, 국방안전연구원 린쯔하오 박사 등 대만 연구자와 주장환 한신대 교수, 제주평화연구원의 이재준 박사, 세종연구소의 정재흥 박사 등이 참여해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했다. 이 글에서는 회의의 주요 논의를 중심으로 2022년 대만 지방선거를 통해 표출된 대만 민심을 살펴보고 향후를 전망한다. 



선거 결과의 함의

1) 코로나19 방역 등 실정에 대한 심판 

이번 국제세미나에 참여한 대만 학자들은 모두 집권당인 민진당의 지방선거 참패 원인은 코로나19 방역 실패 등 실정에 의한 것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또한 민진당 소속 정치인의 표절 문제가 이슈화되면서 청년층의 투표율 저조에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도 있었다.

“양안관계 등 안보 문제가 대두되는 총통선거와 달리, 지방선거는 기본적으로 민생 등 내정이 주요 이슈일 수밖에 없으며, 이 같은 측면에서 2022년 대만 지방선거는 기본적으로 코로나19 방역에 대한 시민들의 비판적 인식이 표심의 향방을 결정지었습니다.” (대만학자 A)

“코로나 방역을 진두지휘했던 천시중 위생부장이 수도 타이베이 시장 선거에서 민진당 후보로 출마했습니다. 그는 초기의 방역 성공으로 일약 영웅으로 떠올랐지만, 오미크론 등 변이종의 대유행과 국경 조기 개방에 대한 논란 속에서 10%P가 넘는 표 차이로 국민당 장완안 후보에게 참패했습니다.” (대만학자 C)

“민진당 소속 정치인의 표절 등 사건이 불거지면서 민진당 주요 지지층인 청년들이 투표장으로 발걸음하지 않는 등 집권당에 불리한 악재가 겹쳤습니다.”(대만학자 B)  


2) 안보 이슈에 대한 피로감? 지방선거의 특수성 고려 필요 

지난 8월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으로 대만해협의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다. 양안문제를 국가 핵심 이익으로 간주하여 공세적으로 대응하는 중국, 대만 이슈를 반중진영 결속의 지렛대로 삼는 미국, 그리고 미·중 갈등 국면에서 양안문제 국제화로 정상국가를 향한 대만의 발판을 만들고자 하는 민진당. 

많은 분석가가 제기하는 것과 같이 대만 국민은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친미 일변도로 반중 노선을 펼치는 민진당의 정책에 피로감을 느끼게 되었고 이에 대한 반대 의견을 표로 표출한 것일까? 이에 대해 회의 참여 대만학자들은 조심스러운 의견을 내놓았다. 대만 국민 절대 다수의 대만 정체성, 독립 지향 의견의 점진적 상승 등 사회구조적으로 반중의 민심이 다수를 점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선거 등 정치 과정에 이 같은 민심이 직접 반영되는 것은 당시의 돌발적 이슈와 깊이 관련이 있으며, 최소한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안보 이슈가 별다른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양안 갈등이 대만 민심과 선거 결과를 결정한 것으로 보는 외부 의견과 달리, 이번 선거에서의 영향은 매우 적었습니다. 안보 갈등에도 양안 간 상호투자와 교역이 지속되고 있으며 실제 생활에서의 제약은 적습니다.” (대만학자 A)

“관련 기관의 조사 (그림 2 참고)와 같이 대만인들의 대만 정체성 및 현황을 유지하며 독립지향의 사회 경향성은 이미 굳어졌습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양안이슈가 결정적 영향을 끼치지는 않았습니다.” (대만학자C) 



“지방선거에서 민진당이 참패했다고 하지만, 2018년 지방선거에서도 민진당의 성적표는 좋지 않았습니다. (그림 3 참고) 당시 ‘부자 되세요’를 선거구호로, 경제발전과 민생 개선을 내세웠던 국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을 거두었고, 민진당의 텃밭인 남쪽 가오슝 시장으로 한궈위 국민당 후보의 열풍이 불었습니다. 하지만 홍콩 민주화 시위 강경 진압 등으로 인해 반중 여론이 최고치에 달했던 2020년 총통선거에서는 차이잉원 총통이 손쉽게 승리, 연임할 수 있었습니다. 4년 임기의 총통선거 2년 뒤 열려 일종의 중간선거 성격을 띠는 대만 지방선거의 경우, 안보 이슈보다는 2년간의 내정에 대한 중간성적표로서 더 의미가 있습니다.” (대만학자 A)



지역별 이슈 및 전망 

회의에서는 선거를 통해 차기 총통선거의 잠룡으로 부상한 국민당 후보와 향후 민진당과 국민당 집권 전략에 관한 토론이 있었다.

(장제스 증손 장완안의 타이베이 시장 당선) “천수이볜·마잉주 전 총통 등이 수도 타이베이 시장을 거치면서 유력 정치인으로 성장, 총통에 당선되었던 전례에 비춰보았을 때, 장완안 타이베이시 당선인이 주목받는 것은 당연합니다. 또한 장제스 총통의 증손, 젊은 나이, 미국 유학 경험 등으로 다양한 이들에게 어필할 수 있겠지만, 국민당 내부의 지지세력 부족, 그리고 아직 정무적 성과가 없다는 점, 가오슝 시장 당선 후 임기 초반부터 총통선거에 매진하다 결국 선거 패배는 물론 시장직으로부터도 탄핵당하였던 2020년 한궈위 사례가 있어서 장완안이 2024년 총통선거에 바로 나서기는 무리일 수 있습니다.” (대만학자 A/C) 

(재선의 국민당 잠룡) 재선에 성공한 신베이시 허우이가 국민당 후보로 입지를 공고히 했습니다. 민진당 천수이볜 총통 집권 시 경찰처장을 역임하여 중도층 지지를 얻을 수 있다는 강점이 있습니다.” (대만학자 A) 

(양안 접경, 진먼다오) “양안 접경인 진먼다오는 국민당의 텃밭이지만 이번 현장 선거에서는 무소속으로 출마한 전임 현장이 국민당 소속 현임 시장을 이겼습니다. 중국과의 교류 지속, 지역경제 발전 등 정책 지향이 매우 유사한 두 후보의 당락을 결정한 원인은 진먼다오 거버넌스를 지배하고 있는 종친회의 영향력 즉, 종족정치라고 판단됩니다. 이 밖에 청년 정치인의 부상 등 의미 있는 현상이 관찰되었습니다. 많은 사람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과정에서 러시아와 혈연, 문화 유대성을 갖는 돈바스 지역의 친러성향을 빗대 중국과의 교류를 지향하는 진먼다오 민심의 향방을 궁금해합니다. 하지만 경제적 관점에서의 진먼다오-중국 교류 중시가 결코 양안통일에 대한 맹목적 중국 지지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대만 국민으로서 진먼다오 주민이 체득하고 있는 민주주의 가치에 대한 신념은 변함없습니다.” (대만학자 C) 

(‘9·2컨센서스’ 국민당의 딜레마) “이번에 당선된 국민당 소속 시장들을 중심으로 중국과의 점진적 교류가 시작되리라 생각됩니다. 비록 항중보대를 내세워 지방선거에 임했던 민진당이 패했지만, 이는 코로나19 방역 등 실정에 대한 심판이었기에, 이후 총통선거 등에서도 반중-친중 논란은 계속될 것입니다. 과거 양안협력의 전제로 삼아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각자 표기하도록 한 92컨센선스에 대한 대만인들의 거부가 큰 상황에서 국민당이 어떻게 민진당과 차별성을 둔 양안전략을 새로 수립, 대만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가 중요합니다.” (대만학자 B) 

4. 종합 및 시사점  

한반도의 남북 분단과 중국과 대만 간의 양안 분단. 2차 세계대전 이후 냉전을 거쳐 데탕트 시기의 도래에도 불구하고 동아시아 국제질서를 강하게 규정하는 두 개의 분단체제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으면 격동의 국제질서에서 갈등이 점차 심화하고 있다. 한반도와 양안 분단 상황을 상호 비교하여 그 공통점과 차이점 그리고 정책적 시사점을 모색하고자 하는 시도가 줄곧 있었다. 특히 미·중 강대국 전략 경쟁이 격화, 지정학과 지경학을 넘어서 기술민족주의와 가치·이념으로까지 치닫는 상황에서 많은 관찰자가 대만해협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동아시아의 화약고가 된 대만해협의 위기가 한반도는 물론 동아시아 전역으로 확대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항중보대를 주요 선거 전략으로 삼았던 집권당인 민진당의 2022년 지방선거 결과가 단순히 친미 반중 노선에 대한 대만인들의 피로감으로부터 기인한 것이 아니라, 좀 더 복합적인 국내적 요소와 후보의 개인적인 매력 등에 의한 것이라는 이번 한국-대만 국제회의의 논의가 흥미롭다. 2년 뒤에 열릴 총통선거에서 집권당인 민진당이 양안관계와 관련하여 어떤 전략을 내올지 자못 궁금한 대목이다. 과거 2018년 홍콩 민주화 시위와 같이 모든 이슈를 압도할 외부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양안관계를 경색 국면으로 몰고 갈 도전적인 정치 이벤트를 모색할 수도 있다. 토론에서도 제기된 바와 같이 국민당이 92컨센선스라는 늪을 헤치고, 대만 국민이 지지하고 중국 역시 수용할 수 있는 새로운 양안관계 비전을 제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아울러 양안이슈의 국제화를 통해 반중진영 규합을 위한 지렛대로 활용하는 미국과 일본 등이 향후 대만 국내 정치 차원에서 어떤 태도와 행태를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
1) 대만 지방선거 패배 원인을 소개한 언론보도는 중앙일보(2022. 11. 28). “지방선거 반중카드 안 먹혔다…‘참패’ 차이잉원, 당 주석 사퇴” 참고. 
2) TVBS 新聞網. (2022.12.03.). 九合一民進黨大敗原因? 馬英九:因不得民心. 

[참고문헌]
신경진. (2022.11.28). “지방선거 반중카드 안 먹혔다…‘참패’ 차이잉원, 당 주석 사퇴”, 중앙일보.
政治大學選擧硏究中心. (https://esc.nccu.edu. tw:검색일 2022.12.3)
TVBS 新聞網. (2022.12.03.). 九合一民進黨大敗原因? 馬英九:因不得民心. (https://news.campaign.yahoo.com. tw/2022-election/article.php?id=03b4cfed-3847-348c-9e89-083a9e1f8a04. : 검색일 2022.12.3.))  
中央通訊社. (2022.11.27.). 九合一選舉綠退守南台灣 執政版圖、議會席次選舉數據一次看.(https://www.cna.com. tw/news/aipl/202211275002.aspx: 검색일 2022.12.3.)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