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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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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이슈에 대한 국내외 전문가들의 견해 및 제언이 담긴 칼럼을 제공합니다.

미국의 대중국 카드, ‘양면 전략’

한광수 소속/직책 : (사)미래동아시아연구소 이사장 2023-03-28

미국의 ‘양면 전략’을 주목하라

중국의 추격에 대한 미국의 전략은 단순히 ‘압박과 견제’만이 아니다. ‘압박’은 하되, ‘시장 협력’에도 매우 적극적이다(이 글은 이 점에서 시중의 매스컴 보도나 떠도는 소문과는 질적 차이가 크다). 즉, 상충되는 양면 카드를 이용하는 것이다. 이 전략의 이면에, 중국 시장 활용이 글로벌 승자가 되는 데 매우 중요하다는 인식이 깔려있음은 물론이다. 

이런 희한한 틀 속에서, 최근 우리 한국이 받는 영향은 마치 쓰나미를 연상케 한다. 반도체 규제를 비롯하여 한·중 협력 위축, 남북 관계 긴장, 그리고 과거사를 외면한 한·미·일 공조 재구축 등 어느 것 하나 심각하지 않은 것이 없다. 
 
미국 입장에서 우리 한국을 보면, 호주-일본-대만과 함께 대중국 무역에 가장 앞서서 재미를 보고 있는 ‘동아시아의 양다리 경제 선단’이다. 이 선단은 ‘친미혐중’이면서도 동시에 중국 시장과 가장 긴밀하다. 최근 미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의 반도체 및 전기차 규제에서 보는 바와 같이, 중국 견제를 위해서 미국은 이들 ‘동아시아 선단’을 역이용하는 ‘이이제이’ 전술에도 손을 뻗는 분위기다. 썰렁한 얘기다. 특히 미 상공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앞으로 중국의 추격이 더욱 현실화하고 미·중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수록, 우리가 직면하는 문제는 더욱 험난해질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양면 전략’은 참고할만한 가치가 있다. 미국은 ‘반중국’만을 고집하는 나라가 아니다. 미국처럼 중국 시장 활용을 중시하는 나라도 없다. 그들이 치켜든 ‘반중국 동맹’과는 또 다른 카드를 십분 이용한다. 

버나드 쇼의 ‘전쟁과 축제’ 패러독스

영국의 대문호 조지 버나드 쇼의 안목을 빌려 오늘날 미국의 전략을 조망해보자. 쇼는 시니컬한 문명 비평가로 유명하다. ‘나는 당당하게 살았습니다. 여러분도 당당하게 사세요!’ 70여 년 전, 건강한 모습으로 비디오에 남긴 유언은 지금 봐도 생생하다. 

그의 수많은 걸작 중에 산업사회의 아이러니를 파헤친 희곡 ‘바바라 소령’이 있다. 초점은 전쟁과 풍요의 역설적 관계, 주인공은 독실한 구세군 소령 바바라. 그녀는 처참한 뒷골목의 가난을 구제하기 위해 백만장자 군수업자인 아버지 언더샤프트에게 지원을 요청한다. 사랑하는 딸을 위해 무기상인 아버지는 기꺼이 후원에 나서고, 마침내 모두가 즐겁고 인간다운 크리스마스 축제를 맞이한다는 줄거리다. 끔찍한 전쟁 무기 판매가 인간 사회에 풍요와 안락을 가져온다는 등골이 오싹한 희곡이다. 

오늘날 미국에서, 쇼의 오싹한 패러독스는 더욱 강렬하다. 이제 미국도 여유롭게 패권을 즐기던 시절은 지났다. 중국의 맹렬한 추격 때문이다. 중국을 압박하며 전쟁과 축제 사이를 롤러코스터 타듯 곡예 중이다. 실질 구매력 규모로는, 9년 전에 중국에 추월당했다(2014, IMF). 미국의 전략 현장을 들여다보자.    

상대를 겨냥한 안보경제의 사령탑은 백악관이다, 안보 보좌관 제이크 설리반이 톱 브레인이다. 국방부의 실무진은 막강한 군사력으로 안보를 외치고, 연준은 기축통화 달러 금리를 흔들며 경제를 외친다. 우크라이나 수도를 기습 방문한 바이든은 더 많은 무기 공급을 외치고, 가파른 금리 인상 끝에 터진 SVB 은행 파산으로 연준의 파월은 마침내 딜레마에 빠졌다.1) 핵심 수단은 무기와 달러다.   

추격자 중국은 어떤가? 연준의 파월이 ‘인플레는 일시적’이라며 금리 인하를 밀어붙이자, 중국 정부는 재빨리 금리를 인상했다(2021년 봄). ‘양털 깎기’에 ‘노 땡큐’로 응답한 것이다. 3연임의 시진핑은 전방위로 보폭을 넓혀 나간다. 최근, 푸틴을 만나 미국의 압박에 정면 대응을 다시 다짐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평화 협상도 중재에 나섰다. 베이징에서 사우디와 이란이 화해하자, 시진핑이 ‘바이든의 뺨을 때린 격’이라는 충격이 전해졌다. 넉 달 만에 바이든과도 또다시 협상한다. 핵심은 추격이다.   

하나의 카드, ‘한·미·일 공조’

영원한 ‘패권 축제’를 꿈꾸는 미국의 대중국 전략은 전면적이다. ‘전쟁은 우연이나 오해에 의해서도 발발할 수 있다.’ 어딘지 전쟁 냄새가 나는 이 말은, 국방부 차관 출신으로 하버드대학에서 ‘예정된 전쟁’을 출판한 그레이엄 엘리슨 교수가 말한 것이다. 지금 미국은 우크라이나는 물론, 동아시아와 유럽에 미사일 등 각종 첨단 무기를, 그리고 호주에는 13척의 핵잠수함도 배치한다. 재래식 무기에 속하는 전략폭격기와 상륙용 장갑차도 미군의 위용을 홍보하는 데는 그만이다(군사전문가 김종대 전 의원 참조). 연합 군사훈련은 남중국해에서 대만해협과 한반도 주변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런 미국의 모습은 여전히 ‘힘센 사춘기 소년’임을 말해준다(마리오 꾸오모, 전 뉴욕 주지사 3연임). 

미국의 동아시아 숙원 전략인 ‘한·미·일 군사 공조’도 그 일환이다. 악화일로로 치닫는 남북, 북·미, 한·중 관계는 일본의 재무장과 ‘한·미·일 공조’에 가속 엔진 역할을 한다. 한·중 무역도 싸늘한 분위기다(반면에 호주와 중국의 무역은 최근 다시 호전되고 있다). 우리의 민족자존이 걸린 한·일 역사문제는, 1951년 미국이 주관한 ‘샌프란시스코 조약 체제’ 이래 뒷전이다. 학계에서는 독도 영유권 갈등과 위안부, 강제 징용 배상 문제 등의 근본 원인이 샌프란시스코 조약 체제에서 나왔다고 본다. 이건 시나리오가 아니고 우리 눈앞의 현실이다. 화해가 절실한 이 땅에 전쟁 불사 주장도 튀어나온다.     

서울을 보자. 지난 주말, 시청앞 광장에서는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는 집회가 어김없이 열렸다. 사람들은 ‘굴욕적인 친일 외교’, ‘친일의 뒤에는 미국이 있다’는 글을 펴들고 있었다. ‘한·미·일 동맹’이 서울 한복판에서 숨가쁜 고비를 맞고 있는 것이다. 독일을 보자. 우크라이나 지원을 반대하는 수십만 명의 서명이 이어진다. 독일과 러시아를 잇는 ‘노드스트림’을 폭파한 것은 ‘미국의 소행’이라는 퓰리처상 수상자의 날카로운 폭로도 있다. 하지만, 무기상에게 이 정도는 통과 의례인지도 모른다. 버나드 쇼는 그들 무기상들이 평온과 안락의 축제를 지키는 문명을 지적하지 않는가? 오싹한 일이다. 

또 다른 카드, 중국 시장 집중

노회한 미국은 초거대 중국 시장을 놓고 ‘압박’ 카드만 흔드는 바보가 아니다. 압박 견제와 시장 활용,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이용한다. 바이든이 시진핑과 진지한 접촉을 이어가는 이유는 싸우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들이 벌이는 갈등과 협력의 수위를 가늠하고 조정하기 위해서다. 거기에 세계 최대의 개도국 시장과 선진 시장의 절묘한 보완구조, 그리고 치열한 경쟁이 오버랩 되어있다. 백악관의 주인을 결정하는 힘은 언제나 월스트리트 자본가들이 쥐고 있다. 지금 그들이 중국 시장에 어떻게 몰두하는지를 들여다보자. 투자와 무역, 그리고 중국 현지 주재 기업들 순으로 들여다본다.  

먼저 투자를 보자. 미·중 양국의 상호 금융 투자 총규모는 3조 3천억 달러다. 치열한 대립과는 180도 다른 천문학적인 규모다. 한국 GDP 규모의 두 배 수준이다. 이 수치는 2020년 말 기준으로, 그 후에도 미국의 중국 투자는 계속 증가 중이다. 이 자료는 미국의 금융 데이터 전문 기업인 로디움 그룹의 발표다.2) 그중 미국의 대중국 투자는 1조 2천억 달러, 중국의 대미국 투자는 2조 1천억 달러다. 중국의 미 재무부 채권(TB) 매입 1조 달러(현재는 8,600억 달러로 축소)를 제외하면 양국의 상호 금융 투자 규모는 비슷하다.3)

미·중 투자는 2000년 이후 본격화했다. 처음에는 미국의 중국 투자가 많았고,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는 중국의 미국 투자가 많았다. 2018년 트럼프의 관세 폭탄 제재를 계기로 중국의 미국 투자가 정체되었다가, 2021년, JP모건 은행이 중국에 100% 지분의 증권사를 세우며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었다. 이를 미·중 금융 밀착으로 보는 이들도 있다.    

직접투자를 보자. 애플과 테슬라, 월마트 등 미국이 자랑하는 초국적기업 1, 2, 3위를 비롯하여 미국의 대다수 초국적 대기업들은 중국에 거대한 직접투자의 둥지를 틀고 있다. 그들은 ‘세계에서 가장 값싸고 질 좋은 제품’을 중국에서 만들어 미국으로 가져간다. 이것이 중국의 핵심 경쟁력이다. 심각한 미·중 무역수지 불균형은 여기서 기인한다. 미국의 초국적 기업 활동을 두고, 금융 황제라 일컫는 앨런 그런스펀은 ‘미국은 해피한 나라’라고 그의 저서 ‘격동의 시대’에서 말한다.
 
그들은 중국에서 어떻게 제품을 만드는가? 애플의 CEO 팀 쿡에게 ‘중국제 아이폰에 미국 부품도 있느냐?’고 물으면, ‘유리판은 미국제’라고 답한다. 아이폰의 95%가 중국에서 나온다. 미국의 대중국 직접투자 규모는 3천 5백억 달러 정도다. 우리 돈으로 1천 3백억 원짜리 미국 공장 3천 5백 개가 중국 대륙 곳곳에서 돌아간다. 중국의 대미 직접투자도 1천 5백억 달러를 넘는다. 다만, 미국의 제재로 더 이상의 투자가 사실상 막혀있다.

무역 흐름은 어떤가? 무역전쟁과 압박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정부 이래 무역은 연평균 6,500억을 넘었고, 바이든 정부 들어와서는 7,500억 달러로 증가했다(중국 상무부). 하루에 태평양을 건너는 양국 상품이 20억 달러 수준이다(이와 대조적으로, 최근 한·중 무역은 움츠러드는 모습이다). 

중국 현지 시장에서 활동하는 미국 기업들은 뭐라고 말하는가? 이들 미국기업들의 83%는 중국 밖으로 이전하여 제조하거나 소싱할 계획이 없다. 그들의 2/3는 중국을 최고의 시장으로 꼽는다. 이는 주중 미국 상공회의소가 지난 2022년 5월 발표한 중국백서에 나온 내용이다.4) 이들 상공회의소 회원 기업들은 ‘중국과 미국의 경제적 탈동조화가 양 당사자의 경제적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중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이 글로벌 승자가 되기 위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2021년 미국의 중국에 대한 실제 투자는 전년 대비 53.2% 증가했다(중국 상무부).  

이처럼, 미국은 중국에 강온 양면 전략을 펼친다. 그러나 이런 ‘양면 전략’으로, 중국의 추격을 뿌리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전문기관들은 거의 없다. 제이크 설리반 현 백악관 안보보좌관도 중국의 시장 추월을 인정한다(2021.3, 바이든 정부 출범 직후). 중국의 시장 규모는 구매력평가를 기준으로 하면 23.6조 달러로 미국의 22.6조 달러를 1조 달러 능가한다. 하지만 국제환율 기준으로는 미국이 25.0조 달러로 중국의 18.3조 달러를 크게 앞선다(이상 IMF, 2022.10).  

종합 국력으로 본다면, 미국은 중국보다 압도적 우위에 있다. 그러나 향후, 중국 시장 규모의 확장은 점차 종합 국력으로도 나타날 것이다. 중국이 바라는 ‘미·중 다원화 시대’는 이런 그림 속에서 어른거린다. 

한국의 길

지난해로 한·중 수교 30주년이 지났다. 그러나 그동안 7천억 달러가 넘는 흑자를 안겨준 한·중 무역에 먹구름이 다가온다. 중국을 배제한 미국의 공급망 새판 짜기는 우리 경제에 직격탄으로 다가온다. 최근에는 수개월 연속 무역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우리는 한·미동맹에 올인하는 만큼, 중국 시장에도 올인해왔다. 그렇게 해서 ‘3050클럽(인구 5천만 이상, 일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의 7위로 올라서기도 했다. 일본도 제치는 맹렬한 기세다. 이런 판에 정부는 ‘친미혐중’에 방점을 찍는다. 예일대 폴 케네디 교수는 한국에 이렇게 조언한다. 미·중 양국에 대한 외교 역량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려라! 폴 케네디 이외에도 미국의 중국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에 조언할 것이 많다.    

최근 미국의 한국 정책에 이상기류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바이든 미 대통령은 반도체와 전기차 등 한국의 첨단 산업을 유치하고 한국 기업들도 대거 투자에 응한 상황이다. 그러나 미국은 IRA를 내세워 우리 반도체와 전기차 투자에 각종 까다로운 규제를 걸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 기업들은 철수를 고려하는 등 반발한다. 미국 내에서조차 반발이 나온다. 미국 반도체협회는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을 배제하고 사업을 하라는 거냐?’고 비난한다. 이런 반발에 미 당국은 밀당 협상으로 나서고 있다. 시장의 눈치를 보는 것이다.        
우리 기업들이 이런 어려움을 처음 겪는 것은 아니다. 삼성전자가 애플과 다투던 9년 전으로 돌아가 보자(2013). 미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애플이 삼성전자의 특허를 일부 침해했음을 인정하고, 애플의 스마트폰 제품의 수입 금지를 결정했다. 그러자 오바마 대통령이 애플을 위해 막무가내 거부권을 행사했다(2013.8). 상대는 삼성전자였다. 미국은 늘 국제 협상에서 지재권 보호를 ‘전가의 보도’처럼 주장해왔지만, 바로 그 미국이, 특허침해 제품의 수입 금지 결정을 대통령이 거부한 것이다. 쏟아지는 비난은 시간과 함께 사라지면 그만인가?  달 후(2013.10), 이번에는 ITC가 삼성 스마트폰에 대한 수입 금지를 결정했다. 오바마는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이런 험로에서 살아남은 기업이다. 최근에는 용인에 반도체 300조 투자를 발표하고 팔을 걷었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미래다. 편협하지 않은 글로벌 인식으로 무장해야 한다. 그것이 각자도생 시대의 생존 역량이다. 3조 달러가 넘는 상호 투자와 연간 7천억 달러의 무역을 이어가는 미·중 양국의 ‘경제 협력’을 잊으면 안 된다. 

남북한도 미·중처럼 투자를 앞세워 협력할 수 있어야 한다. 거기에 한반도의 미래가 있다. 우리 한국 사회가 글로벌 전략을 재정비하는데 미국의 치밀한 ‘양면 전략’처럼 좋은 참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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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08년 9월, 뉴욕에 금융위기가 덮치기 한 달 전 베이징 올림픽이 끝났다. 올림픽이 끝나면 중국에 거품이 터진다는 게 서방의 기대였으나, 실제 터진 것은 뉴욕이었다. 당시, 중국의 경제학자들은 ‘우리가 옳았다!’고 소리쳤다. 이번에는 어떨까?
2) Rhodium Group, https://www.us-china-investment.org 파이낸셜타임즈는 2021년2월 5일 이 자료를 인용 발표했다.
3) 이 수치는 미 정부의 공식 통계와는 차이가 크다. 중국의 대미국 투자 수치는 큰 차이가 없지만, 미국의 대중국 투자 수치는 로디움의 집계가 정부의 공식 통계치보다 무려 6배 가까이 크다. 왜냐면, 투자 주체들이 홍콩과 캐이맨 군도 등 역외 조세 회피 국가를 많이 이용하는 탓이다.  
4) 第 24 期《美国企业在中国白皮书》  the 24th edition of the American Business in China White 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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