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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월간특집] 미·중 ‘풍선 갈등’

CSF 2023-03-31

미국, 중국의 정찰용 풍선 격추

지난 2월 4일 미군이 사우스캐롤라이나 해안에서 중국의 정찰용 풍선을 격추한 후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고조되었다. 존 커비(John Kirby)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대변인은 최근 미국 상공으로 들어온 비행 물체가 항공 교통에 실질적인 위협이 된다고 밝혔다. 팻 라이더(Pat Ryder) 국방부 대변인 역시 민간 항공기에 위험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바로 격추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비행 물체가 직접적인 군사적 위협이 되는 것으로 판단하지 않았지만, 안전 비행에 잠재적인 위험 요소라고 평가했다고 밝히며 다른 정찰 풍선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미국 의원들은 비행 물체가 북미 상공을 침범한 데에 대해서 전 세계에 배치된 다양한 공중 정찰 물체를 포함한 지난 수년간의 풍선 정찰에 중국이 관여되어 있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한편, 2월 12일 중국 고위 관계자는 미국이 2022년 초부터 허가 없이 10회 이상 고고도 풍선을 상공에 날렸다고 비난했다. 이에 미국은 신속하게 중국의 주장을 부인하는 성명을 발표했으며, 정찰용 풍선의 북미 상공 침범이 미국의 군사 시설을 정찰하려는 중국의 뻔뻔스러운 시도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비행 물체 격추 사건이 미·중 관계에 새로운 긴장을 더 해주고 있을 뿐 아니라 바이든 행정부의 무(無)대책에 공화당이 맹공격을 가하는 빌미를 제공했다고 분석했다. 미국 의회에서는 확실한 정보가 없기 때문에 온라인에서 온갖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며 바이든 정부에 투명한 정보 제공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본과 영국에서도 중국의 정찰용 풍선 발견

이런 상황에서 지난 2월 12일, 일본 방위성이 과거 자국 영공에서 발견됐던 미확인 공중 물체에 대해 새로운 분석을 내놓았다. 일본 방위성은 보도자료를 통해 "2019년, 2020년, 2021년을 포함해 과거 일본 영공 내에서 발견된 특정 기구형 비행 물체를 분석한 결과, 중국이 날린 무인 정찰용 풍선이라고 강하게 추정된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해당 공중 물체가 중국의 무인 정찰 풍선으로 판단한다고 발표했다. 방위성은 "외교 경로를 통해 중국 정부에 사실관계 확인과 함께 앞으로 이런 사태가 생기지 않도록 강하게 요구했다"며 "외국의 무인 정찰용 풍선 및 기타 수단에 의한 영공 침범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일본은 미국 상공에서 격추된 중국 정찰 풍선을 바탕으로 자국에서 발견된 미확인 공중 물체와 관련된 사건을 재분석한다고 밝혔다.

영국 정부 또한 중국의 정찰용 풍선이 영국에도 이미 넘어와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됨에 따라 공식적인 정보 검토에 나섰다. 리처드 홀든(Richard Holden) 교통부 정무 차관은 2월 13일, 스카이뉴스(Sky News)외의 인터뷰에서 중국 정찰 풍선이 이미 영국으로 날아왔을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럴 수 있다"고 답하며 중국 정부에서 나온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며 러시아가 솔즈베리에서 영국에 망명한 이중간첩을 독극물로 살해하려는 시도를 한 사건을 예시로 들며 영국 내 중국 스파이 활동설을 제기했다. 리시 수낵(Rishi Sunak) 영국 총리는 이와 관련해 “미국 등 동맹들과 계속 연락하고 있으며, 국가 안보을 위해서 무슨 일이든 할 것"이라며 "타이푼 전투기 등이 포함된 신속대응경보 부대가 쉬지 않고 영공을 순찰한다"고 밝혔다. 벤 월리스(Ben Wallac) 영국 국방부 장관은 "이번 사건은 글로벌 위협에 관한 그림이 더 악화한다는 또 다른 신호"라고 말했다. 

미·중, 양국 기업 상호 제재

미국 상무부는 2월 10일 중국의 정찰 풍선 개발을 지원하는 것으로 확인된 6개의 중국 항공우주 회사를 대상으로 새로운 제재를 발표했다. 상무부는 베이징난장우주기술, 차이나일렉트로닉스테크놀로지 등 기업 5곳과 연구소 1곳을 수출통제명단에 추가했다. 상무부는 이들 기관이 중국의 정찰 풍선 및 비행체 개발을 비롯한 중국군 현대화에 기여했다고 밝히며 이번 제재가 정찰 풍선 사태에 대한 대응임을 명확히 했다. 앨런 에스테베즈(Alan Estevez)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장은 "중국의 고고도 풍선 사용은 우리(미국)의 주권을 침해하고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며 "미국의 국가 안보와 주권을 해치는 기관이 자국(미국) 기술에 접근하는 것을 앞으로도 계속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표시했다. 

이어 2월 16일, 중국은 미국의 대표적 방산업체인 록히드마틴과 레이시온을 '신뢰할 수 없는 실체' 목록에 포함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중국 상무부는 이들 업체가 대만에 무기를 판매했다는 것이 제재 이유라고 밝혔다. 상무부는 두 기업에 대해 중국과 관련된 수출입 활동을 조사하고 중국 내 신규 투자, 해당 기업 고위급 인사의 중국 방문 및 근무 등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또한, 이미 허가한 중국 내 직원의 거주 허가를 취소하고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 계약 금액의 두 배에 해당하는 벌금을 부과하였다. 이는 미국의 수출통제 조치에 대한 ‘맞불 제재’로 보여진다. 

한편, 토니 블링컨(Tony Blinken) 국무장관은 2월 초 베이징을 방문하려던 계획을 정찰 풍선 사건 때문에 취소하였다. 

중국, 이란 등 제3국과 연대 강화로 돌파구 모색

2월 16일, 미국 기업에 제재 조치를 발표한 중국은 이란과 포괄적인 협력 강화 방안이 담긴 공동성명을 발표하였다. 중국과 이란 양국은 상호 협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무역, 광업, 농업, 자동차, 관광 및 기술 이전 등을 포함한 20개의 협정에 서명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양국 간 전략적 합의 이행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이란의 내정에 간섭하는 외부 세력과 서방 국가들이 취한 심각한 조치에 강력히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시 주석은 에브라힘 라이시(Ebrahim Raisi) 이란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중국은 이란이 핵 문제와 관련해 합법적 권리와 이익을 수호하도록 지원할 것이며 이란 핵 문제의 적절한 조기 해결을 촉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이낸셜 타임즈(Financial Times)는 미국의 중국 정찰용 풍선 격추로 악화된 미·중 관계가 중국에 있어 이란과의 관계 강화를 결심하게 된 동기가 되었을 것이라고 보도하였다.

블링컨 국무장관-왕이 전 외교부장, 뮌헨에서 만남 가져

2월 18일, 독일 뮌헨안보회의(MSC)에 참석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왕이 전 중국 외교부장이 1시간 가량 회담을 가졌다. 블링컨 국무장관은 러시아에 물질적인 지원을 하지 말 것을 중국에 경고하고 중국 정찰용 풍선의 미국 영공 침범을 비판했다. 블링컨 국무장관은 중국이 러시아에 물질적인 지원을 제공하거나 체계적인 제재 회피를 지원했을 때 발생할 영향과 결과를 경고했다. 블링컨 장관은 중국이 러시아에 치명적인 군사지원을 제공하려는 징후가 있다며, 이는 미국과 중국의 관계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정찰 풍선에 관해서는 미국 주권 침해 및 국제법 위반 행위는 용납할 수 없으며 이런 무책임한 행위가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왕이 전 외교부장은 “이른바 ‘풍선 사건’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며 “미국 측의 과도한 무력 사용이 중·미 관계에 끼친 피해를 인정하고 이를 복구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왕이 전 외교부장은 미국의 반응이 “히스테리적이고 터무니없다”라며 비난한 바 있다. 또한 왕이 전 외교부장은 기상관측용 민간 무인 비행선이 바람의 영향으로 표류했을 뿐 미국 영공에 고의로 진입한 게 아니라는 기존 주장을 반복했하면서 미국이 중국의 경제 발전을 부정하고 중국의 발전을 방해하려고 한다고 비난했다. 

해외 “중국의 정찰용 풍선, 미국의 대중국 인식에 영향 미칠 것”

테일러 프레이블(Taylor Fravel) 미국 MIT 공과대학 안보 연구 프로그램 책임자이자 정치학 교수는 중국의 정찰용 풍선 활용에 대해 놀라움을 표시하며 “일반적으로 타국 상공에서 이루어지는 정보 수집과 감시는 인공위성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하지만 이번에 발견된 중국 정찰용 풍선은 중국이 다른 형태로 정부 수집 및 감시 작전을 수행함을 보여주었다. 이는 미국의 대중국 인식과 향후 중국의 목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테일러 교수는 이번에 발견된 중국 정찰용 풍선이 오랫동안 지속되어온 중국 정보 수집 프로그램의 일부일 것이라는 견해를 밝히면서 “그러나 아마도 인민해방군 내 뿐만 아니라 국가 당 수뇌부 사이에서도 제대로 협력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시진핑 주석이 미국과의 관계를 완화하길 원했기 때문에 블링컨 장관의 방중을 앞두고 풍선이 미국으로 향하는 것을 의도했다고는 분명하지 않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타이완 “중국 국가 안보 정책 결정에 있어 결함 드러내”

중양퉁쉰서(中央通訊社)는 중국 국방 및 외교 정책 전문가인 위안진둥(袁劲东) 시드니대학 부교수를 인용하여 “중국 정찰용 풍선 사건을 통해 중국 정부의 수동적인 태도뿐만 아니라 국가 안보 정책 결정에 있어 협력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보도했다. 위안진둥 교수는 “정찰용 풍선은 인민해방군이 관리하나 인민해방군이 이 문제에 있어 기타 부처와 협력하지 않았다. 중국 국가안보위원회 및 기타 판공실은 중국군 지휘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다. 외교부는 정찰용 풍선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관련 기관으로부터 완전한 정보를 얻지 못했다. 이는 향후 미·중 양국이 위기를 관리하는 데 있어 매우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다. 중국 측이 종종 대화를 거부하는 상황에서 위기 대처에 있어 중국의 핵심 플레이어가 누구인지 파악할 수 없어 미국 행정부가 접촉 상대를 결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중국 “미국의 ‘중국 스파이 풍선’론, 사실과 달라”

중국 관영통신 신화왕(新华网)은 “중국의 민간용 무인 비행선이 미국 영공에 진입한 데에 대해 미국 정부가 ‘스파이 풍선’이라고 날조하고 있는데, 이는 사실을 왜곡하는 행위다”라고 거친 비난을 쏟아냈다. 신화왕은 풍선을 이용해 전 세계를 감시하고 있는 국가는 미국이라면서 1940년대부터 1950년대까지 미국 해군이 고고도 풍선을 대량으로 개발하여 소련과 중국을 정찰했다고 전했다. 신화왕은 2013년 에드워드 스노든(Edward Snowden)이 폭로한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감시프로젝트 ‘프리즘(PRISM)’을 언급하며 과학기술 패권을 악용해 온라인으로 감시하고 있는 미국의 행위 역시 지탄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3월 7일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 기자회견에서 친강(秦刚) 외교부장은 민간용 무인 비행선 등 중·미 관계와 관련해 미국의 대중국 인식에 심각한 오류가 존재한다고 밝혔다. 친강 외교부장은 “미국이 중국을 최대 적수이자 가장 심각한 지정학적 위협으로 간주함으로써 미국의 대중국 정책이 이성적이고 건강한 궤도에서 벗어났다. 미국은 중국과의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고 하면서도 중국과의 충돌을 원치 않는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사실 미국 측이 말하는 ‘경쟁’이란 전방위적인 억제와 탄압, 즉 제로섬 게임이다. 만약 미국이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계속해서 잘못된 길을 따라 폭주한다면, 많이 있어도 탈선과 전복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결국 충돌과 대립 국면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중 풍선 갈등에서 드러난 미·중 간 상호 전략적 불신 - 이재영,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미·중 풍선 갈등은 미·중 관계의 전략적 신뢰 부족을 드러낸 대표적인 사례이다. 정찰 풍선 사건이 보여주는 미·중 간 상호 전략적 불신의 세 가지 근원은 서로 다른 정치 시스템, 상대국의 정책 결정 과정과 국가 내부 기관 간 관계에 대한 불충분한 이해력·인정, 미·중 간 줄어드는 세력 격차이다.1)

첫째, 서로 다른 정치 전통, 가치 시스템, 문화이다. 중국의 비민주적 정치체제는 불투명성으로 인해 미국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 반면 중국은 미국의 적대적인 태도를 비난하면서 이로 인해 중국의 권위와 정당성이 훼손된다고 여긴다. 미국은 중국의 자본주의 시스템이 국영기업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당이 깊숙이 개입한다고 믿고 있어 중국 기업의 모든 활동이 중국공산당의 첩보 수집과 연관이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예를 들어 정찰 풍선 사건 이후 미국은 최근 미국 전역에 설치된 중국 상하이전화중공업(ZPMC, 중국교통건설 국영기업의 자회사)의 대형 크레인이 미군 물류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면서 이를 중국의 ‘트로이 목마’라고 의심했다. 

중국은 이에 대해 중국과의 경제협력을 저해하는 피해망상적 태도라고 반발했다. 이러한 전략적 불신이 쌓이는 이유는 미국이 중국의 서로 다른 시스템과 가치를 인정하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중국 역시 미국의 지속되는 공격에 대해 미국이 원하는 방식인 모든 것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외교로 대응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중의 서로 다른 정치 시스템과 문화 사이의 충돌이 상호 전략적 신뢰 부족의 근간에 자리 잡고 있어 정찰 풍선 사건으로 촉발된 미·중 갈등이 소강상태에 들어가더라도 단기간에 완전히 해소되기는 어렵다. 

둘째, 상대 국가의 정책 결정 과정, 국가 내부 여러 기관 사이 관계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인정하지 않는다. 정찰 풍선에 대해 미국은 중국의 행동이 실제보다 더 전략적인 의도가 있는 것으로, 더 주도면밀하게 사전에 설계된 것으로, 그리고 더 많은 내부 조정을 거친 것으로 인식한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중국 내부에서 정찰용 풍선을 직접 관리하는 인민해방군이 국가안보위원회 및 기타 판공실 등 다른 부처와의 정책 소통이나 조정이 부족해서 일어난 일일 수 있다. 미국에 대한 대처를 담당하는 외교부 역시 정찰용 풍선에 대해 사전에 알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시진핑 주석도 블링컨의 방중을 통해 미·중 갈등을 조율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놓칠 정도로 풍선 사건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전략적 이득이 더 큰 것 같지는 않다. 

이는 시진핑 주석이 사건 발생 직후 좡궈타이 중국기상국장을 재빨리 해임하고 쉬쉐위안 주미중국대사 대리가 워싱턴포스트 기고문(2.17)에서 정찰 풍선 사건은 오해에서 비롯된 것으로 양국 관계가 더 나빠지지 않도록 이 문제를 봉합하고 싶다는 입장을 내비치는 등 최대한 빨리 사태를 수습하고 싶어 했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다.2)

미국 내부에서는 이 사건을 구실로 대중 강경 정책을 더욱 강화하여 내부 결속을 다지는 계기로 삼았다. 미국 내부의 반중 정서를 내년에 있을 대선에서 승리하는 데 필요한 표심으로 전환하는데 이번 정찰 풍선 사건은 아주 좋은 핑곗거리가 될 수 있다. 즉 공화당은 언론보도로 정찰 풍선의 존재가 알려지자 조치를 취하지 않은 바이든 정부에 대해 공세를 시작했고, 이에 바이든은 전투기로 풍선을 격추하여 미국의 주권 수호 의지와 능력을 과시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 미국은 문제해결을 위해 양국 주재 대사와 외교 채널 외에 중국의 어떤 부처나 조직을 주로 상대해야 하는지 애초에 파악하기 어려웠다. 따라서 미국은 중국의 정찰 풍선 개발을 지원하는 6개 항공우주 회사를 대상으로 새로운 제재를 발표했지만, 실제 이러한 기업들과 이번 사건과 어떤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지 밝히기는 쉽지 않다. 그리고 미국 기업인 AXT의 중국 내 자회사도 풍선 사건에 연루되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미·중 사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정찰 풍선 관련 공급망 속에서 어떤 기업에 실질적인 책임이 있는지를 추궁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고, 자칫 잘못하면 미국 기업에도 피해가 돌아간다.

셋째, 미국과 중국 사이에 세력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는 인식이다. 중국 입장에서 보면, 미국이 중국을 가장 심각한 지정학적 위협으로 간주하고 중국과의 충돌을 원치 않는다면서도 중국과의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는 미국의 논리가 이해하기 어려웠다. 특히 3월 7일 양회 기자회견에서 친강 외교부 장관은 “미국의 중국에 대한 인식과 실제 중국의 국제적 위상 사이에 심각한 편차가 있고,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미국의 대중 정책이 이성적이고 건강한 정상 궤도를 완전히 이탈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3)

이처럼 미국이 줄어든 미·중 세력 격차를 근거로 중국을 가장 심각한 지정학적 위협으로 간주하는 상황에서, 기상관측용 풍선이 편서풍의 영향을 받아 항로를 이탈하여 불가항력에 의해 미국 영공에 진입했다고 중국이 아무리 주장해도 미국은 이를 믿기 어려운 것이다. 미국은 중국의 주권 침해 행위라고 비난했지만, 중국은 미국의 과잉 대응이라고 맞받아쳤다.

미·중 양국의 줄어든 국력 격차를 반영하듯 미·중은 이제 군사·경제 수단 외에도 국제법을 동원해 정찰 풍선 사건을 둘러싼 자국 행위의 적법성을 다투고 있다. 국제법상 중국 풍선의 미국 영토 상공 진입은 사전 허가가 없어 정찰 목적 여부에 상관없이 미국 주권과 시카고 협약 관련 규정 위반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풍선이 비행한 18km 상공을 우주와 영공 가운데 어디로 분류하는지 그리고 불가항력에 의한 미국 영공 진입인지에 따라 국제법 위반 여부가 결정된다. 미국의 중국 풍선 격추 행위가 국제법 위반인지는 영공을 침범한 풍선이 소규모 무력 사용인지, 이에 대한 자위권을 인정할 수 있는지와 관계된다. 결론적으로 중국 풍선의 미국 영공 진입이 국제법 위반인지는 추가적인 정보가 필요하지만, 미국의 풍선 격추 행위는 국제법상 적법하다고 해석할 수 있다. 중국도 향후 중국 영공에 미국 풍선이 진입할 경우 격추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미국의 행위를 국제법 위반이 아닌 “관습국제관례(일반 관행)” 위반으로만 지적하고 있다.4)

마지막으로 풍선 사건에서 드러난 미·중 간 상호 전략적 불신은 한중관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한국의 한 고위급 관료가 정찰 풍선 사건에 대해 미국 편에 서자 쑨웨이둥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2월 15일 정재호 주중 한국대사와의 공식 회동에서 “한국 측이 시비곡직을 분별하고 객관적이고 이성적이며 공정한 판단을 내리기를 희망했다”고 밝혔다. 중국 측의 항의에 대해 우리 고위급 당국자는 정찰기구로 다른 나라 영토와 주권을 침해해선 안 된다는 원칙적 입장이라며 이에 대응했다.5) 2024년 미 대선과 대만 총통선거가 가까워지면서 미국이 케빈 매카시(Kevin McCarthy)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등 대만 카드를 활용한다면 미·중 간 상호 전략적 불신의 골은 더 깊어질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미·중 전략경쟁에 연루되지 않으면서 우리의 국익을 최대한 챙길 수 있는 예방적인 외교 정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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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Lieberthal, Kenneth, and Wang Jisi, “Addressing US-China strategic distrust,” The John L. Thornton China Center at Brookings, 2012 https://www.brookings.edu/wp-content/uploads/2016/06/0330_china_lieberthal.pdf(검색일: 2023.3.20.).
2) 박병광, “미중 ‘정찰풍선’ 사건과 ‘투이불파’의 미중관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이슈브리프 421호, 2023.2.23., pp. 3-4.
3) 『上观新闻』, 2023.3.7., “秦刚谈中美无人飞艇事件:美方违反国际法精神,制造了这场外交危机,” https://www.yicai.com/news/101694377.html(검색일: 2023.3.20.).
4) 심상민, “중국 정찰 풍선 격추 사건의 국제법적 검토,” 아산정책연구원 issue Brief 2023-5, 2023.3.7., pp. 4-9. 
5) 『한국일보』, 8면, 2023.2.16., ““한국, 이성적 판단을” 정찰풍선 거론한 중국”

<CSF 중국 정찰용 풍선 관련 기사>

<중국 매체 사이트>
신화왕(新华网) 「起底美国监控全球的黑历史」, 2023.03.03. http://www.news.cn/world/2023-03/03/c_1211734876.htm 
환추스바오(环球时报) 「2小时里18次点名美国,秦刚这场记者会传递了什么信号?」, 2023.03.07. https://lianghui.huanqiu.com/article/4BywxBDYJs8 

<타이완 매체 사이트>
중양퉁쉰서(中央通訊社) 「氣球事件北京回應被動 專家:暴露中共國安決策缺陷」, 2023.02.15. https://bit.ly/3nEkUcv

<해외 매체 사이트>
가디언(The Guardian) 「Chinese spy balloon may have been blown off intended course – report」, 2023.2.15. 
https://www.theguardian.com/world/2023/feb/15/japan-says-aerial-objects-spotted-in-recent-years-were-likely-chinese-spy-balloons 
가디언(The Guardian) 「Pentagon releases selfie of US pilot flying above Chinese spy balloon」, 2023.2.22. 
https://www.theguardian.com/world/2023/feb/22/pentagon-pilot-selfie-chinese-spy-balloon 
뉴요커(The New Yorker) 「What’s Behind the Chinese Spy Balloon」, 2023.2.18. 
https://www.newyorker.com/news/q-and-a/whats-behind-the-chinese-spy-balloon 
뉴욕 타임즈(New York Times) 「China Sends Spy Balloons Over Military Sites Worldwide, U.S. Officials Say」, 2023.2.13.
https://www.nytimes.com/2023/02/08/us/politics/china-spy-balloons.html 
비비씨(BBC) 「Ukraine war: Blinken says China might give weapons to Russia」, 2023.2.20.
https://www.bbc.com/news/world-us-canada-64695042 
스카이뉴스(Sky News) 「Rishi Sunak says UK 'in touch with allies' after minister claims China may have sent spy balloons over airspace」, 2023.02.13.
https://news.sky.com/story/possible-that-hostile-china-has-sent-spy-balloons-over-uk-says-minister-12809936 
스카이뉴스(Sky News) 「US releases photo of Chinese 'spy balloon' taken by pilot before it was shot down」, 2023.02.22.
https://news.sky.com/story/us-releases-photo-of-chinese-spy-balloon-taken-by-pilot-before-it-was-shot-down-12817535 
알자지라(Al Jazeera) 「Blinken postpones China trip as balloon over US fuels tensions」, 2023.2.3.
https://www.aljazeera.com/news/2023/2/3/blinken-postpones-visit-to-china-because-of-balloon-incident 
알자지라(Al Jazeera) 「Blinken meets China’s Wang Yi, warns against helping Russia」, 2023.2.19.
https://www.aljazeera.com/news/2023/2/19/blinken-meets-chinas-wang-yi-warns-over-russia-spy-balloons 
유로뉴스(Euro News) 「China and Iran strengthen cooperation amid Western pressure」, 2023.02.15.
https://www.euronews.com/2023/02/15/china-and-iran-strengthen-cooperation-amid-western-pressure 
CNBC 「U.S. sanctions six Chinese tech companies for supporting spy balloon programs」, 2023.2.10. 
https://www.cnbc.com/2023/02/10/us-sanctions-six-chinese-tech-companies-for-supporting-spy-balloon-programs.html 
USA 투데이(USA Today) 「How many spy balloons have been spotted? Questions mount after flying objects shot down」, 2023.2.13. 
https://www.usatoday.com/story/news/politics/2023/02/13/spy-balloons-spotted-shot-down/11247285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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