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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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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이슈에 대한 국내외 전문가들의 견해 및 제언이 담긴 칼럼을 제공합니다.

중국의 택소노미(Taxonomy) 현황 및 전망

장정재 소속/직책 : 부산연구원 책임연구위원 2023-04-20

택소노미에 대한 관심 증가

세계적으로 탄소중립이 최대 관심사로 부상하였고 국가마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제시하는 등 각종 실천적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탄소배출을 최소화하고 기후테크로 대변되는 신산업 발굴을 위한 녹색 정책금융 개발 및 활성화는 최대의 이슈가 되고 있다. 유럽연합의 ‘그린 택소노미(Green taxonomy, 녹색분류체계)’ 주창으로 세계적으로 투자 및 금융에서 화두가 되었고 영국은 EU와 별도로 독자적인 녹색분류체계를 수립하고 있다. 미국 및 캐나다 역시 녹색분류체계를 준비하고 있으며 러시아 국가개발은행은 EU의 Green taxonomy와 유사한 정책을 발표(2021.11.)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계속 확산되고 있다. 

그린 택소노미, 즉 녹색 분류체계는 녹색 산업의 ‘녹색(그린)’과 ‘분류하다’는 뜻의 그리스어 ‘tassein’과 ‘법·과학’을 의미하는 ‘nomos’의 합성어로 ‘분류체계’를 뜻한다. 유럽연합(EU)은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친환경적인 활동을 정리해 놓은 분류체계로 ‘그린 택소노미(Green taxonomy)’를 통해 어떤 기업이 친환경 투자 대상이고 그렇지 않은지를 분류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친환경을 위장한 ‘그린워싱(Green Washing)’ 기업을 판별하고 그린 택소노미 기준에 포함할 경우 녹색채권 발행을 통해 투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린워싱은 ‘화이트워싱(Whitewashing, 불쾌한 사실을 숨기기 위한 눈가림)’에서 유래된 말로 ‘그린(Green)’이 결합되어 ‘위장된 환경주의’를 의미한다. 그린워싱이라는 개념은 1986년 미국의 환경운동가 제이웨스터벨트(Jay Westerveld)가 피지여행 에세이에서 처음 언급하였다. 그가 방문한 피지의 호텔들은 지역의 관광자원(바다, 산호초 등)을 보호하기 위해 고객들에게는 수건 재사용을 권장하지만, 실제로는 세탁비용 절감 측면이 더 크다는 것을 인지하고 비판하였다. 또한 피지의 호텔들이 환경보호를 강조하면서도 새로운 방갈로를 계속 짓는 것은 모순된 것으로 환경친화적이지 않은 기업이 환경친화적인 기업인 양 각종 프로젝트 전개하는 것을 비판하였다. 

결과적으로 녹색분류체계 제시를 통한 녹색채권 발행은 산업계의 온실가스 감축 기술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고, 탄소저감 사업 및 친환경 시설 투자 장려로 탄소중립이라는 도전적 과제에 제도적 대응이 가능하다. 세계적으로 투자자들은 ESG 가치, 특히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EU를 중심으로 국가마다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정책지원은 투자자들로 하여금 장기적으로 ESG 분야에 투자하는 것이 더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게 만들었다. 그뿐만 아니라 경기 침체 국면에서 투자유치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데 친환경 기업들에는 우호적인 투자 기조가 나타남에 따라 기후금융 시대가 본격화되고 있다. 

기후금융 시대의 화두는 녹색채권으로 환경보호 프로젝트 추진에 자금 조달을 위한 채권발행을 한다. 재생에너지, 신에너지(전기, 수소) 차량, 수자원 보호, 쓰레기 처리 및 에너지 효율 개선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2021년 전 세계 글로벌 채권 발행규모는 8,590억 달러로 추정되며, 이중 녹색채권이 4,818억 달러로 전체의 56.1%에 달한다. 녹색채권 자금의 사용처로는 친환경에너지, 에너지 효율 건축물, 전기차 부문이 있으며 해당 부분이 전체의 8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1) 


택소노미와 한국의 상황

세계 각국은 EU와 국제표준화기구(ISO) 등의 녹색분류체계를 참고해 자국형 녹색분류체계를 마련하고 있는데 한국 정부 역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Taxonomy), 이하 K택소노미) 가이드라인’을 수립(2021.12.)하였고 개정판(2022.12.)까지 마련하였다. 한국 역시 선제적으로 ‘K택소노미’를 수립해 탄소중립을 조기에 실현하고, 기업과 시민이 적극적으로 탄소중립 실천에 나서는 등 글로벌 경쟁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 유럽연합의 ‘그린 택소노미(Green taxonomy)’에 근거한 ① 온실가스 감축 ② 기후변화 적응 ③ 물의 지속가능한 보전 ④ 순환 경제로의 전환 ⑤ 오염 방지 및 관리 ⑥ 생물다양성 보전 등 6대 환경목표 달성에 기여하는 ‘친환경 경제활동’에 대한 명확한 원칙과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이를 통해 녹색위장행위(그린워싱)를 방지하고 녹색금융 활성화를 도모하고자 한다. 

EU 택소노미나 ISO14030-3(녹색금융 분류체계) 등 해외 기준을 따르겠다면 K택소노미는 불필요했겠지만, 탄소중립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한국의 산업 특성을 고려해서 우리 기업의 도약 전략으로 이용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생각이다. 세계적 탄소중립 이행 요구에 적극 동참하고 탄소중립 기술 개발 및 확산 등으로 수출 재도약 기회를 선점하고자 한다.

본고에서는 중국 택소노미 및 녹색금융의 현황을 점검하고 이를 바탕으로 향후 전망을 제시하고자 한다. 중국은 2010년대 중반부터 녹색금융채권 발행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세계 2위 녹색채권 발행 국가이다. 2) 한국보다 앞서 시작한 중국 택소노미 수립 배경과 추진 동향, 그리고 원전 포함 여부와 관련된 주요 내용을 분석해 시사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중국의 녹색금융

중국은 제조업 기반의 산업 특성상 화력발전을 통한 전력사용 비중이 높다. 2022년 3월 10일 공업정보화부(工业和信息化部) 발표에 따르면 2021년 중국 제조업 부가가치 규모는 31조 4,000억 위안으로 전체 GDP 비중의 27.4%를 점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부터 중국의 제조업 부가가치 규모는 12년 연속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3) 그런데 세계적으로 기후변화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이 높아서 탈화석연료 움직임이 확대되었으며 최근에는 ‘탄소중립’ 정책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기후금융 시대에 돌입하였다. EU 집행위원회는 EU 공동의 지속가능발전과 금융시스템의 연계를 위한 ‘지속가능금융 행동계획(Action Plan on Sustainable Finance, 2018)’을 수립하고, 세부 추진 계획인 ‘지속가능 금융패키지(SustainableFinancePackage, 2020년)’를 채택하였다.4) 이에 따라 유럽최대자산관리사 LGIM, 아문디, 영국 EFG 자산관리사 등 투자기관들은 바스프 등 유럽 최대 3개 화학 기업 및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는 기업에 대한 투자 철회 의사를 표명하거나 탈탄소 계획의 수립을 요구하였다. 특히, 넷제로 투자자연합(NZAOA, Net-Zero Asset Owner Aliiance)에서는 회원국들에 석유·가스 자원을 탐사하고 생산하는 업스트림(up-stream) 프로젝트에 대한 직접 투자를 멈추도록 했으며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모든 기업에 대한 투자를 중지하도록 하는 지침을 내렸다.5) 

이와 같은 세계적 탈탄소 흐름 속에 중국 정부는 자국처럼 개발도상국들 입장에서는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를 제기함과 동시에 제조업의 저탄소 전환 작업 및 녹색분류체계(Taxonomy) 수립에도 적극 대응하였다.

중국 택소노미는 2013년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中国银行保险监督管理委员会)의 《绿色信贷统计制度(녹색신용통계제도)》를 통해 공식화했다. 이것은 금융 관리감독에 의한 세계 최초의 녹색 신용 분류 및 통계 시스템으로, 금융 기관에서는 환경·안전 관련한 위험이 있는 기업에 대한 대출, 에너지 절약 환경보호 프로젝트 및 관련 서비스 제공 기업에 대한 대출 관련해서 통계를 작성하도록 했다. 전국의 21개 주요 은행에서 연간 2회 작성해서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에 제출하는데 에너지 절약 환경보호 프로젝트 및 관련 서비스 제공 기업들의 채권발행 현황을 알 수 있다. 

중국 인민은행에서는 2015년 12월 《녹색채권 지원사업 목록(绿色债券支持项目目录)》을 통해 녹색금융 채권 발행기준과 해당 분야 기준을 발표하였다. 중국의 에너지 구조 특성 및 신에너지 자동차 특성을 고려하여 6개 분야 38개 항목을 설정하였다. 국제적으로 석탄 등 화석연료는 녹색채권 발행 대상이 될 수 없으나 중국은 석탄 매장량이 풍부한 사정을 고려하여 녹색채권 발행 목록에 추가하였다. 다만, 석탄의 청정 및 고효율이 가능하다는 전제조건을 달아서 국제적 표준과의 충돌을 피하였다.

2019년 2월에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인민은행 등 7개 정부 부처 공동으로 《녹색산업지도목록(绿色产业指导目录)》을 발표하였는데 1급 목록 6개, 2급 목록 30개, 3급 목록 211개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원전 관련 장비 제조, 산업단지의 친환경 전환, 조립식 건물, 스마트 교통체계 구축 등은 목록에 포함되지 않은 상태이다.

2023년 전국인민대표대회의 정부업무보고(「政府工作报告) 및 <2022년 국민경제와 사회발전계획 집행현황 및 2023년 국민경제와 사회발전계획 초안 보고(关于2022年国民经济和社会发展计划执行情况与2023年国民经济和社会发展计划草案的报告)>를 통해서 저탄소녹색산업 육성 및 탄소피크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쌍공(双控, 에너지 소비 총량 및 강도 제한) 지속 추진을 밝혔다. 

이와 같이 중국의 녹색 채권 시장은 활발하게 진행되어서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시장이 되었다. 중국은 녹색채권을 통해 도시 철도 운송 프로젝트, 하수 처리 및 노후관 교체 프로젝트, 수질 및 생태개선 프로젝트, 농촌 생활 환경 개선 프로젝트 등 주민생활 인프라 개선에 투입하고 있다.6) 2020년 중국 녹색회사채권 발행액은 732.1억 위안으로 90개 기업이 참여하였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 녹색회사채 발행 규모는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채권 유형 측면에서 사모채의 성장률이 일반 회사채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녹색회사채로 조달된 자금 중 618.5억 위안(전체 84.5%)이 녹색산업 프로젝트에 투입되었다. 친환경 에너지 174.7억 위안, 친환경 교통 101.6억 위안, 생태환경보호 92억 위안, 기후변화대응 및 오염방지프로젝트 83.5억 위안, 에너지 절약 11.9억 위안 등이 투입되었다. 7) 그리고 2021년 중국 녹색채권 발행규모는 6463억 위안으로 전년도 대비 123% 증가 8)했다.


중국의 택소노미 전망

현재의 중국 녹색채권 규정은 법률적,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녹색기업채권은 국가발전개혁위원회(国家发展和改革委员会)가, 녹색회사채권은 중국증권감독위원회(中国证券监督管理委员会)의 승인받도록 하고 있는데 유사한 녹색채권임에도 규정의 일관성이 결여되어 있어서 기업들이 문제를 제기한다.9) 예를 들어 녹색기업채권 발행 시 부채 비율 75% 미만은 적용받지만, 녹색회사채권은 신용도 조사를 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녹색회사채권은 중국 《증권법(证券法)》, 《회사법(公司法)》에 의거해서 최소 순자산, 누적 채권 잔액, 회사 수익성 등 법률 규정을 엄격히 적용받는다. 국제적 관행에 비춰보더라도 녹색채권에 의한 자금조달은 특별계좌 개설을 통해 친환경 프로젝트에 투입하며 추적관리를 하지만 중국의 현실은 관리감독이 매우 느슨한 상황이다. 

다음으로 녹색채권으로 조달된 자금의 사용에 대한 관리감독이 국제 기준보다 엄격하지 않고 요구사항도 다르다. 예를 들어, 국가발전개혁위원회의 녹색채권 발행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녹색기업채권으로 조달된 자금의 50%를 대출 상환 및 운전 자금으로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녹색회사채권 경우 조달된 자금의 70% 이상을 녹색 프로젝트 추진에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대출금 상환 및 운전 자금 이용에 많이 사용할 수 없다. 10) 궁극적으로는 중국이 국제적 탄소중립 실천에 동참하고 있으므로 현재 녹색채권 관련 미흡한 규정들은 머지않아 통일되고 명확하게 재정립될 것이다. 이미 《녹색산업지도목록(绿色产业指导目录)》을 통해 녹색산업을 정의했다고는 하지만 일관성이 부족하고 산업 경계가 모호한 측면이 있다. 에너지 절약 및 환경보호 산업, 청정에너지 산업, 생태환경 산업 및 녹색 서비스 등을 분류했으나 식별 기준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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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로이터 뉴스(2021.12.23.); 한국은행(2022). 지속가능금융의 의의와 통계 현황
2) 2022년 3월 양쯔강 보호 및 녹색 발전(长江大保护及绿色发展) 항목으로 150억 위안 녹색금융채권 발행. 《绿色债券支持项目目录(2021年版)》
3) 中国网直播(2021.9.13.). 工信部:2010年以来,我国制造业已连续11年位居世界第一. https://baijiahao.baidu.com/s?id=1710759176615432057&wfr=spider&for=pc(검색일: 2023.3.31.)
4) 김현국(2022). p.41
5) IMPACT ON(2023.4.3.), 넷제로 투자자연합 ‘석유·가스 투자에 대한 투자 지침’ 발표
6) 海南省绿色金融研究院(2022.10.26.). 绿色产业的分类:一个动态的发展过程
7) 新浪财经综合(2021.7.6.). 2020年中国绿色公司债券发行情况分析. http://finance.sina.com.cn/esg/investment/2021-07-06/doc-ikqciyzk3818082.shtml(검색일:2023.4.5.) 
8) 知乎(zhihu.com). Green Washing 현상. https://zhuanlan.zhihu.com/p/605460234(검색일:2023.03.31.) 
9) 기업채권은 중앙정부 소속 기관 및 국유기업이 발행하며 회사채권은 주식회사가 발행함. 기업채권은 고정자산 투자 및 기술 혁신에 국한되며 정부 부처가 승인한 프로젝트와 직접 관련이 있어야 하지만 회사채권은 고정자산 투자 및 기술 혁신 외 회사 자체의 비즈니스에 필요(자본 구조 개선, 재무 비용 절감 및 기업 인수 합병 지원 등)에도 채권발행이 가능하다. 
10)《上海证券交易所公司债券融资监管问答(一):绿色公司债券》

[참고문헌]
1) 21世纪经济报道(2021.3.12.), “国家气候战略中心战略规划部主任柴麒敏: 绿色低碳发展 将形成政策“组合拳””, 검색일: 2021.10.15.
2) 氢能源:“双碳”趋势下的主战场. 2022.09.02.
https://baijiahao.baidu.com/s?id=1742839691907926269&wfr=spider&for=pc(검색일: 2022.12
3) 海南省绿色金融研究院(2022.10.26.). 绿色产业的分类:一个动态的发展过程
4) 《上海证券交易所公司债券融资监管问答(一):绿色公司债券》
5) 新浪财经综合(2021.7.6.). 2020年中国绿色公司债券发行情况分析. http://finance.sina.com.cn/esg/investment/2021-07-06/doc-ikqciyzk3818082.shtml(검색일:20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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