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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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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이슈에 대한 국내외 전문가들의 견해 및 제언이 담긴 칼럼을 제공합니다.

대만인의 국제관계 인식조사 - “대만과 미국의 이익이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김수한, 전유정 소속/직책 : 인천연구원 경제·환경연구부 연구위원, 전임연구원 2023-04-24

양안관계와 대만 선거

대만해협의 긴장이 또다시 고조되고 있다. 내년 대만 총통 선거를 9개월여 앞두고 이뤄진 차이잉원 총통의 해외순방, 특히 귀국길 매카시 미 하원의장과의 회동에 반발한 중국은 사흘간의 대만 포위 군사훈련으로 대응했다. 미 공화당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대만 방어를 위해 미군 파병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거친 목소리가 대두되고 있다.1)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양안 관계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지 않도록 중국과 대만 모두 수위를 조절하고 있다는 진단도 있다. 차이잉원 총통이 대만이 아닌 미국에서 매카시 의장을 만났고 미국과 대만 모두 ‘방문’이 아닌 미국 경유라고 의미를 축소하여 묘사한 점, 중국 역시 이번 훈련 중 섬 근처에서 미사일을 발사하지 않았으며 훈련 기간도 상대적으로 짧게 설정했다는 점 등을 보면, 중국과 대만 그리고 미국 모두 이번 사안이 2024년 1월에 있을 대만 총통 선거와 맞물려 통제 불가능한 상태까지 악화하는 것을 원치 않는 분위기이다.2)

그동안 양안 이슈는 대만 주요 선거의 결과를 좌우지해 왔다. 2016년 1월 출범한 차이잉원 민진당 정부의 양안 정책에 대한 국민의 반응은 <그림 1>과 같이 주요 선거 때마다 크게 요동쳤다. 


2018년 12월 대만 지방선거에서 ‘부자 되세요’를 슬로건으로 한 국민당 한궈위 가오슝시 후보 열풍이 불었다. 한궈위 후보의 슬로건이 양안 협력을 통한 경제발전을 희구했던 대만 사람들의 마음을 파고든 것이다. 덕분에 지방선거에서 국민당은 대승을 거두었고 한궈위 당선자는 일약 국민당의 총통 후보로 부상했다. 하지만 곧이어 홍콩에서 일어난 반송환 반대 시위와 당국의 강경 진압이 연일 언론매체를 타기 시작하면서 반중 감정이 급격히 고조되었다. 홍콩에 적용되었던 일국양제(一國兩制)는 허상이며 중국과의 밀착에 따른 대만의 미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 결과 재선이 어렵다고 점쳐졌던 차이잉원은 “대만은 이겨야만 한다”라는 구호를 앞세워 2020년 1월 총통 선거에서 손쉽게 승리했다.3)

격화하고 있는 미·중 경쟁 상황에서, 대만 차이잉원 정부는 반중진영 규합을 위한 미국의 전략에 적극적으로 편승하고 있다.4) 그러나 차이잉원 재집권 이후 2020년 3월 71.5%에 달했던 양안 정책에 대한 대만 국민의 긍정적 반응은 급락하기 시작했다. 2022년 말 지방선거를 앞두고 일시적으로 반등했지만, 다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5) 

양안 이슈의 국제화를 통해 반중진영 규합을 위한 지렛대로 활용하고자 하는 미국, 미·중 경쟁 국면에서 항중보대(抗中保臺) 노선을 강화하고 있는 민진당. 국민 다수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는 새로운 양안 관계 비전을 제시하고 있지 못한 국민당. 이 같은 국내외 여건에서 대만인이 생각하는 미국-중국-대만의 삼각관계는 무엇일까? 자신들의 생존과 안전을 위해 바람직한 양안 관계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대만민의기금회(臺灣民意基金會)의 최근 여론 조사 결과를 통해 국제관계를 읽는 대만 사람들의 복잡하지만 실리적인 속마음을 살펴보자. 이는 향후 양안, 미·중관계를 포함한 지구촌 국제관계의 향방에 큰 영향을 끼칠 2024년 1월 대만 총통선거를 관측하는 데 필요한 이해의 틀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국제관계 인식조사(Ⅰ): 우크라이나 처지로의 전락 우려 

보다 정확한 여론 조사를 통한 사회적 기여를 위해 2016년 설립한 대만민의기금회에서는 양안 관계를 비롯한 각종 국내외 이슈에 대한 여러 조사를 실시하여 그 결과를 꾸준히 공표하고 있다.6)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1주년쯤인 지난 2023년 2월 실시한,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 낀 우크라이나 상황을 빗댄 설문조사의 결과가 주목받았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미국 등 서방은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와 무기 공급을 통해 우크라이나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는 있지만, 파병 등 직접적인 군사 개입은 주저하고 있다. 조사 결과에는 미·중 갈등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대만해협에서의 군사 충돌이 있을 때 미국이 어떤 행동을 취할 것인지에 대한 대만인들의 우려가 담겨 있다. 

중국이 대만을 무력 침공하면 대만은 우크라이나처럼 될 수도 있다고 걱정하냐?”는 질문에 51.6%가 걱정한다고 대답(매우 걱정 17.6%, 어느 정도 걱정 34%)을 했으며, 걱정하지 않는다는 답은 43.6%로 다소 적었다. (<그림 2> 참고) 


<그림 3>과 같이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면 대만 군대가 이를 저지할 능력이 불충분하다는 의견이 47.2%로, 믿는다는 의견 45.3%를 앞서고 있다.


한편 <그림 4>처럼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면 미국이 파병할 거라고 믿느냐는 질문에 46.5%가 부정적인 답변을 내놨으며, 특히 20.9%는 전혀 믿지 않는다고 답했다. 양안 관계가 격화되어 중국·대만 간 군사적 충돌이 현실화할 경우, 대만이 홀로 중국에 맞서야 하는 상황에 대한 깊은 우려가 담겨 있다.


국제관계 인식조사(Ⅱ): 대만과 미국의 이익이 항상 같은 것은 아니다

대만민의기금회는 2023년 3월 말 1,073명을 대상으로 다음과 같은 다소 긴 질문을 통해 미·중·대 삼각관계에 대한 대만 사람들의 인식을 조사했다.

“미국-중국-대만 관계는 복잡하다. 미국과 대만은 공동의 이익이 있으므로 미국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중국을 압박하는 거라고 할지라도, 이 같은 조치는 대만에도 필요한 것이다”라고 누군가 말한다면 당신은 이 의견에 동의하시겠습니까?

<그림 5>와 같이 이 질문에 대해 61.1%가 동의했다. 그러나 적극적으로 동의하는 응답은 17.9%, 대체로 동의한다고 한 응답자는 43.2%였다. 반면, 동의하지 않는 의견 역시 21.9%에 달했다.


이 설문과 함께 기금회는 대만과 미국과의 공동이익에 대해 다음과 같이 좀 더 심층적인 설문조사를 시행했다. 

미국은 대만(중화민국)의 오랜 맹방이며, 최근 미국-대만 관계는 보다 좋아졌습니다. 특히 경제와 군사 분야에서 그렇습니다. “미국이 대만에 우호적인 것에 상관없이 이는 모두 자신의 이익을 위한 것이며, 대만에 있어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라고 누군가 말한다면 귀하는 이에 동의하시겠습니까? 

<그림 6>과 같이 피조사자의 58.6%가 미국이 대만에 우호적인 것은 자국의 이익을 위한 것이며, 대만에 반드시 이로운 것만은 아니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응답자의 23.7%는 미국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대만과 우호적 관계를 강화하고 있으며 대만과의 이익이 다를 수도 있다는 점에 적극 동의하고 있다. 반면, 이 의견에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비율은 8.5%에 불과했다. 

이를 통해 현재 미국의 중국 압박이 대만에 필요하다고 다수가 인식하고 있지만 이는 절대적인 것이 아니며 상황에 따라 변화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냉혹한 국제관계에 대한 대만 사람들의 현실적인 생각을 알 수 있다.


한편 위의 조사와 함께 시행된 설문에서 양안 교류 재개가 대만해협의 긴장을 완화할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76.6%에 달했다. 

최근 양안 관계 해빙 조짐이 있습니다. 양측 정부의 농어업품 교역 재개, 진먼소삼통(金門小三通), 양안 항공노선 복원 등은 모두 긍정적 협력의 표현입니다. 귀하는 양안 교류 복원이 긴장 관계를 완화할 것이라고 보십니까? 

중국은 3월 5일 전국인민대표대회의 정부 업무보고를 통해 대만 문제에 대해 양안 관계의 평화적 발전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만 독립을 반대한다는 내용이 있긴 하지만, 대만과의 평화적인 교류와 협력을 강조하는 세부 내용이 주로 담겨 있다. 2022년 10월 중공 당대회 업무보고 때의 대만 관련 발언보다 어조가 한층 부드러워졌다는 평가가 있다. 민진당과 미국에 대한 과도한 강경 대처로 양안 관계 긴장을 높여 민진당의 집권 연장을 돕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중국의 전략적 판단을 배경으로 보기도 한다.7) 이후 중국은 대만에 대한 적극적인 우호 조치를 취하기 시작했으며, 마잉주 전 총통 등 국민당 인사의 중국 방문과 접촉이 이어졌다. 


종합 및 시사점 

1972년 닉슨 미 대통령의 전격적인 중국 상하이 방문을 통해, 미·중 간 데탕트가 시작되었다. 같은 해 9월 일본이 발 빠르게 중·일 공동성명을 발표, 중화인민공화국을 중국의 유일 합법정부로 인정하고 대만과 단교했다. 1979년 미·중 수교와 함께 미국-대만 간의 공식적인 외교관계도 끊어졌다. 이후 미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고수하되 양안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개입한다는 전략적 모호성을 견지해 왔다. 미국은 때때로 대만에 대해 매우 적극적인 우호 조치를 취하는 등, 이 같은 전략적 모호성 원칙에서 벗어나는 듯한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대만해협에서의 위기가 고조되고 미·중 충돌이 염려되는 상황에서는 어김없이 1972년 수립한 원칙으로 되돌아가곤 했다.8)

이와 같은 반복되는 냉혹한 국제정치를 경험한 대만인들이 ‘대만과 미국의 이익이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생각하고 ‘대만이 자칫 우크라이나 같은 처지로 전락할 수도 있다’라고 여기는 것은 어쩌면 너무 당연한 일일 수 있다. 

현실 국제정치에 있어 자신의 생존과 주권, 위엄 등 국익 수호를 위해서는 맹방과의 협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동맹의 이익이 항상 일치할 수는 없다. 동맹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다. 중국과 미국 사이에 낀 대만인들의 복잡하지만, 현실적인 국제관계 인식을 통해 급변하는 국제정세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보다 균형 잡힌 시각과 태도가 무엇일지 새삼 되새기게 된다. 

국제관계를 읽는 현실적인 눈을 가진 대만인들이 2024년 1월 13일에 있을 대만 총통선거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 그리고 그 결과가 미·중 관계와 국제질서에 어떤 영향을 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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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관련 내용은 다음 언론보도 참고. 김태원(2023.04.10). 
2) 관련 내용은 다음 언론보도 참고. 그레이스 초이(2023.04.11). 
3) 2020년 대만 총통 선거에 반영된 민심에 관한 내용은 김수한(2020) 참고. 
4) 미중 전략경쟁 과정에서 제고되고 있는 대만의 전략적 가치와 대만의 적극적 편승 전략에 관한 내용은 김선재·김수한(2022:85-87) 참고.
5) 2022년 대만 지방선거 결과·함의에 관한 내용은 김수한(2022) 참고..
6) 대만민의기금회 설립 취지 및 주요 조사 항목에 관한 내용은 기금회 홈페이지 참고.
7) 관련 내용은 다음 언론보도 참고. 최현준(2023.03.06).
8) 양안관계에 대한 미국의 이중억제 정책과 대만외교의 좌절에 관한 내용은 김선재·김수한(2022:82-85) 참고.  


[참고문헌]
그레이스 초이(2023.04.11). ‘’총통 선거 앞두고 대만에 수위 조절 중인 중국“. BBC. 
https://www.bbc.com/korean/articles/cx9xkrgd4nqo (검색일: 2023년 4월 13일)
김선재·김수한(2022). 탈 중국을 위한 대만 남향정책의 지속과 변화:균형과 편승의 동학. A&A. 6(1).
김수한(2020). 탈 중국의 대만 민심, KCI 브리프. 26. 
김수한(2022). 2022년 대만 지방선거 결과의 함의와 전망. CSF. 
김태원(2023.04.10). “미국, 대만 위해 기꺼이 싸워야…파병도 고려할 때”. 서울경제.
https://www.sedaily.com/NewsView/29O903XXN1 (검색일: 2023년 4월 13일)  
대만민의기금회(臺灣民意基金會) https://www.tpof.org (검색일: 2023년 4월 13일) 
최현준(2023.03.06).”대만과 평화발전 추진, 한층 더 브드러워진 중국, 왜?“, 한겨레.  
https://www.hani.co.kr/arti/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1082302.html(검색일: 2023년 4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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