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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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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이슈에 대한 국내외 전문가들의 견해 및 제언이 담긴 칼럼을 제공합니다.

교묘하게 진화하는 중국 상표 브로커, 예방 방법은?

이종기 소속/직책 : JK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2023-04-28

들어가며

중국 상표 브로커로 인한 우리 기업의 피해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다행히 최근 몇 년간 중국 당국이 악의적으로 타인의 상표를 선점하고 표절하는 행위에 대해 강력한 제재를 가하고 있어 상표 브로커로 인한 피해가 조금씩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걸어본다. 하지만 문제는 중국 정부의 강력한 단속에도 상표 브로커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 않고 있는 데다 수법도 날로 교묘해지고 있어 우리 기업이 이를 예방하고 대응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

이번 글에서는 상표 브로커가 어떻게 진화하고 있고, 어떤 방식으로 우리 기업을 괴롭히는 지, 우리 기업은 어떻게 이를 예방할 수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진화하는 상표 브로커

최근 중국 상표 브로커들은 전통적인 방법에서 벗어나 점차 교묘하고 은밀한 수법을 쓰고 있다. 기존에는 주로 개인이나 소기업이 소규모로 타인의 유명상표를 표절하는 데 그쳤다면, 이제는 정보컨설팅, 정보기술개발 등 관련 회사를 세워 전문적으로 상표를 선점하고 있다. 이들은 인터넷에 정통하고 기업의 정보를 포착하는 데도 능숙하며, 중국 상표 실무와 법리에도 밝아 우리기업 상표출원의 허점을 파고든다. 게다가 상표대리사무소가 상표 브로커 역할을 한다든지, 단속을 피하고자 해외기업으로 위장하는 등의 다양한 수법을 사용하고 있다.

최근 중국 상표 브로커들의 상표 선점 양태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중국 상표 브로커들은 무신사, 쿠팡, 11번가, G마켓 등 우리나라 전자상거래 플랫폼이나 SNS 등을 매일 들여다보면서 호시탐탐 선점 기회를 노린다. 기존에는 신문이나 뉴스, 잡지 등을 통해 먹잇감을 찾았다면 지금은 이러한 온라인플랫폼이나 SNS를 통해 타깃 상표를 찾는다. 먹이를 찾는 매의 눈으로 등록도 하지 않은 괜찮은 브랜드는 없는지 살피다가 중국에 출원되어 있지 않다면 바로 선점해 버리는 식이다. 온라인에 노출되는 순간 중국 상표 브로커의 타깃이 된다고 보면 된다. 

우리 기업 상표등록의 허점을 노리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의 기업은 자사의 비즈니스 관련 업종에만 상표를 등록해 놓는다. 하지만 연관성 있는 업종에도 등록 해 놓는 것이 좋다. 그렇지 않으면 중국 상표 브로커들이 빈틈을 이용하여 관련 상품을 선점해 버린다. 예컨대, 만약 우리나라 화장품 회사가 ‘A’ 상표를 3류(화장품류)에만 등록해 놓았다면, 상표 브로커는 21류(화장도구), 44류(미용업), 41류(미용교육업) 등 조금이라도 연관된 상품류에 ‘A’ 상표를 몽땅 등록해 놓아버린다. 이 경우, 우리 기업이 화장품 외에 화장도구에 ‘A’ 상표를 쓰려고 하면 상표권 침해를 구성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우리 기업의 비즈니스 확장에 큰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실제 중국 상표 브로커에 의해 선점된 상표 유형별 피해 현황을 보면 동일, 유사상품류뿐만 아니라 타분류에 선점한 경우도 거의 30%에 달하고 있어, 그만큼 우리 기업이 등록해 놓지 않은 타상품류를 상표 브로커들이 많이 선점하고 있다. 


최근에는 해외기업으로 위장하는 상표 브로커도 나타나고 있다.

일부 기업이 조세부담을 줄이려고 세금이 없거나 아주 낮은 국가나 지역에 법인을 설립하는 데, 이를 조세피난처라고 한다. 중국 상표브로커도 이와 유사한 수법을 사용하고 있다. 

최근 중국 당국이 단속을 강화하자, 일부 상표 브로커는 이를 피하고자 국외에 주소지를 둔 기업 명의로 출원하고 있다. 즉, 기업 등록이 매우 간단한 지역이나 국가(홍콩이나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도미니카 등)에 기업을 설립하고, 해당 기업 명의로 우리 기업의 상표를 선점하는 식이다. 중국 기업이라면 중국 당국의 감시와 감독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지만, 해외기업으로 위장하게 되면 당국의 예봉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표대리사무소가 상표 브로커 행태를 보이는 경우도 있다.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상표대리사무소가 가방(18류), 선글라스(9류), 스포츠용품(28류) 등에다 상표를 출원하는 식이다. 상표대리사무소라는 이름을 내걸고 상표 브로커로써 활동하는 것이다. 

상표대리사무소의 상표 선점 행위가 심각해지자, 중국 정부는 4차 상표법 개정 시(2019년 11월1일 시행) 상표대리기구가 법률서비스업(45류)이 아닌 다른 상품류에 출원했을 경우 이의신청 및 무효심판의 사유에 해당하도록 규정했다.1) 

그러자 상표대리사무소들이 새로운 수법을 동원하였다. 예컨대, 상표대리사무소가 개인과 내통하거나 혹은 개인을 부추겨 우리 기업의 상표를 선점하도록 했다.

실제 사례를 보면, 중국으로 선글라스와 의류를 수출하고 있는 우리나라 K기업의 경우, 여러 건의 상표가 선점된 사실을 발견하였다. 여러 명의 중국인이 여러 상품류에 걸쳐 상표를 선점했는데, ‘출원인’은 각기 서로 다르지만 상표대리사무소는 원저우밍자대리사무소(温州名嘉知识产权代理有限公司)로 동일했다. 출원인의 거주지가 각기 다른 지역인데도 상표대리사무소는 동일하다는 것은, 상표대리사무소가 각기 다른 개인들에게 ‘K사의 상표가 요즘 인기가 좋으니 당신이 등록해 놓으면 나중에 고가에 되팔 수 있으니 출원해 놓으세요’라고 부추겨서 출원하도록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에 K사는 적극 대응에 나서 일부 상표의 등록을 저지하기도 했다.


상표 브로커는 상표 실무나 법리에 밝아 상표 출원 시 여러 건의 상표 출원에 있어 여러 기업 또는 개인 명의를 사용하기도 한다. 심사관에 따라 유사 여부 판단이 많이 다르다는 점을 악용해, 출원한 상표가 거절되면 동일한 상표를 다시 출원하든가(심사관이 다르면 등록받을 가능성 있다는 점을 노림) 약간만 변형하거나 개조해 재출원하기도 하고, 심사관의 거절이유를 조목조목 반박하는 거절불복심판을 제기하는 등 보다 상표 법리에도 능통한 상표 브로커도 있다.

그리고 우리 기업이 이의신청이나 무효심판을 하면 동일 상표를 다시 출원하는 등의 수법으로 우리 기업을 괴롭히고 대응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상표 브로커 예방전략

상표 브로커의 수법이 날로 진화해 우리 기업이 대응하기가 점차 어려워지고 있는데,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가장 좋은 해법은 바로 예방이다. 

이러한 상표 브로커를 예방하려면 어떤 준비를 하면 좋을지 살펴보고자 한다.

전략 1: 중문 브랜드 네이밍을 적극 고려해 보자

지금까지는 한글과 영문으로 된 브랜드만 가지고 중국 시장에 진출하는 우리나라 기업이 많았다. 하지만 중국 시장을 제대로 파고들고 중국 상표 브로커로 인한 피해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중문 브랜드 네이밍을 병행하는 것이 좋다. 

중국 시장 공략 시에는 중국만의 언어습관과 문화를 고려해 다른 나라와는 좀 차별화된 전략을 세워야 한다. 중국은 중국어로 모든 외래어를 대체하고 중국어로 바꾸어서 발음한다. 일상생활에서 영어를 그대로 쓰는 일도 거의 없다. 따라서 중문 브랜드 네이밍을 통해 강력한 마케팅 효과를 볼 수 있다. 많은 글로벌 기업이 자존심을 버리고 중문 브랜드 네이밍으로 중국 시장에 진출하는 이유이다. 코카콜라는 '可口可乐'라는 네이밍으로, 우리나라의 소주 ‘처음처럼’은 '初饮初乐'라는 네이밍으로 중국 시장에 진출했다.2)

전략 2: 연관성 높은 상품까지 등록해 두자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경우 수출 상품 또는 취급 서비스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상품류에만 상표를 출원하고 있다. 

중국 진출 시 상표 브로커를 염두에 둔다면 관련 분류의 상품도 출원을 해놓는 것이 좋다. 특히, 최근에는 한 기업에서 연관성 있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생산하거나 한 매장에서 함께 진열하여 판매하는 토탈패션, 토탈뷰티가 보편화되고 있는 만큼 관련 상품 또는 서비스까지 출원하는 것이 좋다.

전략 3: 제35류에도 등록해 두자

중국의 제35류는 ‘만능 상표’라고도 불린다. 대부분의 기업 판매가 타오바오, 웨이상, 틱톡 등 SNS를 통한 마케팅과 연계되어 진행되기 때문이다. 우리 기업이 활용할 만한 중국의 제35류에는 ‘시장마케팅업’, ‘수출입대리업’, ‘타인을 위한 판매대행업’, ‘광고업’, ‘인플루언서를 통한 상품홍보업’, ‘인플루언서를 통한 마케팅업’ 등이 있다. 

중국 상표 브로커의 상표 선점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기업 입장에서는 방어적인 차원에서라도 중국의 제35류 ‘타인을 위한 판매대행업’에 상표를 등록해 놓는 것이 필요하다. 상품에만 등록해 놓고 제35류에 등록해 놓지 않으면 곤란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화장품 제조‧판매회사가 제3류 화장품에 ‘ABC’라는 상표를 등록해 두었더라도 상표 브로커가 제35류 ‘타인을 위한 판매대행업’에 동일 상표를 등록했다면, 상표 등록 후 ‘ABC’라는 온라인 샵을 열어 타사의 화장품, 미용 관련 제품을 판매하더라도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만약 ‘ABC’ 온라인 샵에서 판매되는 화장품에 문제가 생기면 결국 우리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가 훼손된다.

전략 4: 저작권으로도 등록하자

창작성이 있는 도형상표, 캐릭터, 독특한 한글체 등으로 구성된 상표의 경우, 사전에 저작권을 등록해 두면 상표 브로커를 예방할 수 있다. 상표 브로커가 우리 기업의 작품을 표절해 상표로 출원하더라도 우리 기업은 저작권으로 상표브로커의 상표 등록을 저지할 수 있다.3)

상표 브로커의 상표출원일 전에 우리 기업의 저작권이 창작되고 등록까지 되었다면 저작권등록증서를 제출하는 것만으로도 상표 브로커의 상표등록을 막을 수 있다.

저작권은 기간이나 비용도 많이 들지 않고 심사도 거치지 않아손쉽게 등록할 수 있으므로, 저작권 등록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중국에 저작권을 등록해 놓으면 각종 심판이나 소송에서 증거자료로 제출할 수도 있다.
 
전략 5: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하자

중국에 상표를 등록했다고 안심할 수 없다. 동일 또는 유사 상표가
선점되었는지 수시로 확인하고 동일 또는 유사 상표가 출원되었다는 사실을 발견하면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하므로 꼼꼼한 모니터링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한 달에 최소 한두 번 정도 중국 상표국 사이트에 유사 상표가 있는지 검색해 보는 것이다. 가급적이면 모든 상품류를 검색, 모니터링하는 것이 좋다.

동일 또는 유사 상표가 ‘출원’되었는데, 상대방 상표가 출원공고 전이라면, 출원공고가 발표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이의신청을 제기하고, 출원공고 기간이라면 곧바로 이의신청해야 한다.

동일 또는 유사 상표가 이미 ‘등록’되었을 경우, 무효심판을 청구해야 하고, 만약 상대방 상표가 등록 후 3년이 지났지만 상표를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되면 불사용 취소 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마치며

이상 살펴보았듯이 중국 상표 브로커의 수법이 날로 진화하고 있어 우리 기업의 예방과 대응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선점을 피하고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사전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 제품 출시 전, 중국 진출 전 미리 상표를 출원하는 것도 방법이고, 우리나라에 출원하면서 중국에 출원하는 것이 가장 훌륭한 예방책이다. 특히 온라인 마켓이나 자사몰에 상표를 노출하기 전에 먼저 출원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

우리 기업이 중국 상표 브로커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잘 대비해서 더 이상 상표 브로커의 먹잇감이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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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상표법 제19조에 상표대리사무소는 사용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악의적 출원임을 인지하였을 경우에는 이를 수임할 수 없으며, 상표대리사무소는 상표출원대리 서비스업외에 기타 상표의 출원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하였고, 제33조, 제44조에서는 이를 위반하였을 경우에는 이의신청, 무효사유로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또한, 베이징시고급인민법원 상표행정사건심리가이드(2019.4.24)에서는 상표대리사무소에서 비상표대리사무소의 명의로 양도된 경우에도 상표법 제19조 규정을 적용하여 심리할 수 있다고 규정하였다. 이는 상표대리사무소가 제19조 조항을 위반하여 상표브로커 행태를 보인 경우 해당 상표의 양도를 할 경우에도 제19조와 마찬가지의 동일한 잣대로 심사를 하겠다는 것이다.
2) 이외에도 까르푸는 '家乐福', 서브웨이는 '赛百味', 스타벅스는 '星巴克', BMW는 '宝马', 나이키는 '耐克', 샤넬은 '香奈儿' 등으로 중문 네이밍을 쓰고 있고, 우리나라 기업의 경우에도 락앤락은 '乐扣乐扣', 뚜레쥬르는 '多乐之日', 우리은행은 '友利银行' 등으로 진출하였다.
3) 중국 상표법 제32조에 상표출원은 타인의 현존하는 선권리에 손해를 주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고, 여기의 선권리에는 성명권, 상호권, 디자인권, 저작권 등이 포함된다. 이중 실무적으로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는 것이 저작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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