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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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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인사이트] 사우디-이란 국교 정상화... 중재자로 나선 중국

왕이웨이(王义桅) 소속/직책 : 런민대학 국제관계학원 교수 2023-04-28

3월 10일 저녁, 중국,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3개국이 베이징에서 발표한 공동 성명은 순식간에 전 세계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은 2016년 초 이후 단절되었던 외교관계를 2개월 안에 정상화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오랫동안 얼어붙었던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간 관계가 해빙기에 접어들었음을 알리는 신호였다. 

역내 국가 간 모순이 심화되는 등 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를 잇는 중요한 연결고리인 중동지역의 불안정한 정세는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중국이 어떻게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관계 정상화를 이끌게 되었는지, 미국은 이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는지 등과 관련하여 왕이웨이(王义桅) 런민대학(人民大学) 국제관계학원 교수의 견해를 살펴보고자 한다.

중국, 사우디아라비아, 이란의 공동 성명 발표 의미

중동지역은 ‘제국의 무덤’이라고 불렸다. 유럽, 미국 등 그 누구도 지난 수백 년간 중동지역의 평화를 가져오지 못하였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간 갈등은 3가지로 나뉜다. 첫째, 수니파 종주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 간의 종파 갈등이다. 둘째, 미국 패권주의를 포함한 제국주의, 식민주의로 인해 심화한 양국 간 갈등이다. 셋째, 이란의 핵무기 개발 등 양국 간 해묵은 갈등이다. 이란·이라크 전쟁 기간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라크를 지원하기도 했다. 
  
얼어붙은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해 중국은 오랫동안 노력을 기울였다. 중국은 일대일로 이니셔티브 등을 통해 장기간 중동 지역에 투자를 전개했다. 현재 사우디아라비아는 중국을 통해 에너지 전환을 실현하고자 하고, 중국은 첨단 과학 기술 연구·개발을 위해 투자금 유치를 희망하고 있다. 한편, 이란은 오랜 기간 미국의 제재를 받았는데, 중국이 은행을 설림함으로써 이란은 미국의 제재를 피할 수 있게 되었다.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중국의 결제 시스템을 통해 원유를 판매하게 되었다.

중동 지역은 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를 잇는 연결고리이지만, 파편화되어 있다. 중국의 지혜는 중동지역이 갈등의 ‘온상’으로 전락하지 않고 ‘연결고리’로써의 역할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중국이 내놓은 인류운명공동체 구축에 있어 종교를 뛰어넘어 더 높은 차원의 포용을 실현해야 한다.

중국이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중재자로 나선 이유

우선, 중동지역의 불안정한 정세는 오랫동안 지속되었는데, 이는 본질적으로 지정학적인 결과이다. 중동지역은 오랜 기간 강대국에 이용되었다. 서방 사회는 수니파와 시아파 간 갈등, 심지어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 간 갈등까지 부풀려 막대한 이익을 챙겼다. 미국은 세력 간 균형, 지정학적 요소를 조작하여 자국의 금융, 군사상의 패권을 유지했다. 이는 중동지역이 오랜 기간 불안정한 근본적인 원인이다.

또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발발 이후,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은 미국을 믿지 않고 있다. 현재 세계 최대 에너지 생산국이자 수출국으로 거듭난 미국이 OPEC과 경쟁하면서, 미국과 이들 국가 간 관계의 성격이 바뀌었다. 그리고 미국이 러시아에 제재를 가하면서 러시아인의 합법적인 해외 자산 역시 제재 대상이 되어 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게 되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OPEC과 수니파를 이끄는 종주국으로 대량의 페트로 달러는 미국에 두고 있다. 이 때문에 사우디아라비아로써는 과도하게 집중된 리스크를 분산해야 하는 시점이 온 것이다. 현재 미국은 유럽, 중동에서 인도 태평양으로 중심축을 이동해 중국에 대응하고 있어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안전 보장이 이루어지기 힘들므로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는 큰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오랫동안 미국과 이란 간 외교적 교류가 없었기 때문에 미국은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사이의 앙금을 이용해 유럽-중동지역의 정세를 통제했다. 그러나 이제 중동지역 내 세력 균형이 깨졌다. 그리고 중국이 아프가니스탄 문제의 평화로운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한마디로 중국은 사우디아라비아에도, 이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양국 모두 미국을 신뢰할 수 없다고 여기고 있으며, 미국이 파괴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중동 지역 내 미국의 철수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종교전쟁을 꾀하지 않고 평화를 소중히 여겨 대화를 추진하는 중국의 모습이 긍정적인 효과를 보았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발발 이후 중동 지역이 동쪽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만큼 중국의 노력이 결실을 보게 된 것이다.

중국-사우디아라비아-이란 공동 성명이 3개국에 미칠 영향

첫 번째 호재는 국제화이다. 중국이 평화를 실현코자 노력을 기울이는 반면, 미국은 전쟁을 일으키고자 한다. 중동 지역의 안정은 아시아와 유럽에 있어 기쁜 소식이다. 위안화의 국제화, ‘일대일로’ 이니셔티브의 5대 이념, 다시 말해 정책 소통에서부터 민심상통에 이르기까지 중동 지역 안정화는 매우 중요하다. 머지않은 미래에 인프라, 금융, 무역의 원활한 연계가 이루어질 것이다. 글로벌 경제 성장과 중국의 대외투자 추진에 있어 커다란 호재가 될 것이다.

이 밖에도, 이번 3개국 공동 성명이 발표된 후, 아랍권뿐만 아니라 이슬람 문화권 내 중국의 위상이 크게 강화될 전망이다. 우크라이나-러시아 문제에 있어서 중국에 거는 국제사회의 희망 역시 커질 것이다. 물론 중국의 영향력 증대로 미국의 위신이 크게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된다. 

3개국 공동 성명 발표 후 미국의 반응

3개국 공동 성명 발표는 전례 없는 사건이다. 오랜 앙숙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관계 정상화에 미국이 매우 놀랐다. 한편으로는, 서방 사회가 대립을 이야기하며 갈등을 야기하는 반면, 중국은 오랫동안 적대관계였던 국가들을 중재할 수 있는 문화 간 화합을 내세운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미국 사회 일각에서 이미 중국에 감탄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 같다. 미국이 처리하지 못한 문제를 중국이 해결했다고, 중국 모델과 중국의 지혜에 감탄하고 있다. 중국이 인류의 평화를 위해 실질적인 기여를 하면서 서방 사회 내 위상이 크게 높아졌다.

향후 중동 정세 전망

아랍권 내 중국의 영향력을 더욱 두드러질 것이다. 향후 이스라엘과 이란 간 수교에 있어 중국의 중재자 역할에 거는 아랍권의 기대가 크다. 인류운명공동체 구축의 첫 번째 지표는 영구적인 평화와 모두의 안전이다. 앞으로 중동 지역 전체의 항구적인 평화가 중요하다. 

미국은 골치 아픈 지역에서 발을 빼 중국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고자 한다. 한편, 중국은 상호 불간섭을 고집한다. 하지만 타국이 자국을 건드릴 때 인류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중국의 지혜, 중국의 기개를 보여준다. 중국은 평화를, 미국은 전쟁을 내세우기 때문에 국제 사회에서의 중국과 미국의 이미지가 매우 다르다. 이건 주지의 사실이다.

미국 내 유대인 자본과 앵글로색슨족이 통제하는 산업 자본 간 갈등이 켜켜이 쌓여 있다. 금융 자본은 글로벌화, 중국과의 협력을 필요로 하지만, 산업 자본은 중국에 맞서고자 한다. 우리는 중동, 더 나아가 미국 내 이익집단, 전 세계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이를 통해 국제사회 내 국제화를 계속해서 추진하고 디커플링, 공급망 마비, ‘신냉전’이라는 이름 아래 이루어지는 대중국 압박을 거부할 수 있다. 도의적인 각도에서 전 세계적으로 우위를 점하는 동시에, 국제화 속에서 중동 지역과 국제 정치 판도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다.

앞으로 중국이 중동 지역을 어떻게 ‘제국의 무덤’에서 오아시스, 상호 소통의 연결고리, 마음과 마음을 잇는 다리로 변모시키는 지는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움직임을 잘 보여줄 것이다. 중국의 지혜가 전 세계에 기여하고, 인류운명공동체의 씨앗이 싹을 틔우도록 힘을 합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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