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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지정학 변화와 중국 영향력 확대

서상현 소속/직책 :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 2023-05-10

변화하는 중동 질서: 이란-사우디 국교 정상화에서 중국의 역할

지난 3월 10일(금요일) 이란과 사우디가 7년간의 단교를 끝내고 외교를 복원하기로 합의함으로써 중동의 지정학적 불안정이 일부 해소될 전망이다. 특히 기존 양국의 평화회담 합의가 중동 국가들의 중재로 이루어진 반면 이번 합의는 중국이 베이징으로 양국 당사자들을 불러 성사됐다는 점에서 중국의 중동에서의 영향력 강화가 예상된다. 

중국의 중재로 이루어진 이란과 사우디의 관계 회복은 광범위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지만, 분석가들은 이를 기반으로 향후 양측의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주요 과제가 될 것이라고 언급하였다. 

회담 이후 이란에서는 긴장을 완화하고 지역 안보를 강화하려는 조치라며 이 협정을 환영했으며, 일부 이란 보수 언론은 이번 협상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패배’라는 데 초점을 맞춰 보도하기도 했다.1) 

이번 협상의 중추 역할을 한 중국의 영향력은 커지는 반면, 중동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미국의 지위가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을 비롯하여 그동안 중재 역할을 했던 오만과 이라크 등 국가들은 양국 합의에 환영의 뜻을 밝혔지만, 이란 최대 적대국인 이스라엘은 논평을 발표하지 않았다.

분석가들은 이란과 사우디 간 협상을 중재하려는 중국의 노력을 ‘변화하는 중동 질서’의 신호로 보고 있다. 이번 사우디-이란 회담 성사의 가장 큰 승자는 중국으로, 중국은 이 협정의 보증인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미국이 더 이상 페르시아만 안보에서 중국의 역할을 무시할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은 중국이 분쟁 문제를 해결하는 데 계속해서 건설적인 역할을 할 것이며, 대국으로서의 책임을 보여줄 것이라고 언급하였다. 그는 중국이 ‘성실’하고 ‘신뢰할 수 있는’ 대화 주최자로서 의무를 다했다고 덧붙였다.2) 

워싱턴DC에 있는 아랍 걸프국 연구소(Arab Gulf States Institute)의 모젤릭키(Robert Mogielnicki) 연구원은 이번 협상에 대해 “중동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중국의 노력을 보여주는 증거라며, 협정 체결로 중국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고 언급하였다. 그는 “중국은 특정 결과에 전념하지 않으므로 중국이 참여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위험이 낮고 이익이 큰 활동”이라며 “사우디와 이란 간의 더 나은 외교 관계는 지역 갈등 가능성을 줄이고 지역 긴장을 완화할 것이다. 이는 중국, 미국은 물론 역내 국가에 모두 좋은 일이다”라고 덧붙였다.3)

중국으로서도 미국 못지않게 중동의 지정학적 안정이 중요하다. 페르시아만에서의 분쟁 발생은 중국의 에너지 공급과 경제적 이익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이기 때문이다. 2019년 사우디 석유 시설이 후티 반군의 미사일 공격을 받았을 때 일시적으로 사우디의 석유 생산에 영향을 미쳐 단기간 국제 유가가 14% 이상 급등, 10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하였으며 중국의 에너지 공급망에도 차질이 빚어지기도 하였다.

중국의 이번 협상 주도와 관련해 최근 미국 여러 언론 매체에서는 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본격화된 것으로 분석하기도 했다. 만약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 시설을 공격한다면 걸프만의 원유 수출은 중단될 것이고, 이는 중국 경제에 큰 타격을 입힐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은 이스라엘과도 상당한 정치적, 경제적 관계를 맺고 있어 이스라엘과 이란의 관계 악화는 중동에서의 중국 영향력 확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따라서 중국은 이란-사우디의 관계 정상화를 통해 중동 지역 정세 안정화를 도모하고 지역분쟁의 억지를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이번 중국의 역할 강화에 특별한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지만, 사우디의 중국 접근 확대 등으로 중동에서 미국의 역할이 축소될 수 있다. 이는 세계 질서의 변화, 특히 냉전 이후 도전받지 않는 세계 초강대국으로 군림해 온 미국의 시대가 어떻게 끝나는지에 대한 더 넓은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사우디 등은 미국이 유일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파트너였지만, 이제 이들 국가는 다른 옵션을 선택하기 시작했다. 중국은 그들에게 경제, 정치, 군사적으로 많은 지원을 할 수 있는 국가가 되었다. 러시아도 다른 선택 옵션 중 하나로 부상하고 있다.

중국의 對중동 정책

2022년 12월 시진핑 주석이 사우디를 방문하는 등 중국은 중동에서의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는 미국과 사우디 간 관계가 벌어진 틈새를 파고들어 중동에 대한 영향력을 키우려는 시도이다. 중동은 중국 전체 원유 수입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등 에너지 최대 수입처이며 중국은 교역 면에서도 중동 최대 파트너로 부상하고 있다.

경제 협력 및 에너지 안정적 확보에 중점

중국은 에너지 안보 최우선 속에서 중동에서의 경제 영향력 확대를 모색 중이다. 특히 중동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축소되거나 관계가 악화된 국가들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며 진출하고 있다. 대표적 사례로, 이라크에서 미군이 철수한 이후 중국은 이라크 진출을 확대하여 이라크 원유 최대 수입국으로 부상하였다. 또한, 바레인을 제외한 GCC 국가들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는 등 GCC 회원국과의 경제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현재 중국의 중동 최대 투자국은 미국의 전통적 동맹국인 사우디, UAE 등이며 최근 이들 국가는 중국과 경제적 협력뿐만 아니라 군사 협력도 추구하고 있다.

중국의 또 다른 중동 우방국 중 하나인 이란과는 2021년 양국 외교 장관 회담에서 향후 25년 동안 안정적인 원유 공급을 대가로 이란에 4천억 달러를 투자하는 내용을 뼈대로 하는 경제·안보 협력 협정을 체결하였다. 앞서 양국은 2016년 1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이란 방문 당시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에 관한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협정 체결을 위한 협상에 들어간 바 있다.4)

중국과 중동 국가 간 경제 협력 강화로 양자 무역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양자 무역 총액은 2022년 기준 4,229억 달러에 달해 중국은 유럽연합을 제치고 최대 교역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중국의 최대 수입품은 에너지이며 무역수지는 2022년 기준 1천억 달러 이상 적자를 보이고 있다. 


중국은 중동으로부터 전체 수입 에너지의 50% 이상을 수입하고 있는데, 사우디가 가장 큰 비중인 14.4%, 이라크가 8.6%로 뒤를 따르고 있다.


일대일로 활용

중국은 중동을 유럽과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일대일로 이니셔티브(BRI)의 주요 중간 거점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중동 국가가 BRI에 참여하고 있다. 중국-서아시아 회랑은 이란과 이라크를 거쳐 터키와 유럽으로 이어지며, 수에즈 운하를 통한 해상로는 남부 유럽과 연결된다. 중국은 BRI를 극대화하기 위해 중동 주요국과 항만 건설 및 운영 등 운송 인프라 확보에 중점을 두고 있다.

중동은 BRI 최대 투자 지역으로 주요 투자 대상국은 GCC이다. GCC는 가장 많은 650억 달러(UAE 260억, 사우디 206억 달러)를 투자받았는데 주요 투자 분야는 재생에너지, 산업단지, 인프라 등 다양하다. 이란도 130억 달러의 투자를 받아 주요 BRI 투자 수혜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2014년부터 2019년까지 중국 국영기업의 중동 투자는 216억 달러이며 동 기간 중국기업의 건설 수주 계약은 924억 달러에 달한다.


군사 안보 협력

무기 수출을 확대하는 등 군사 안보 분야에서의 중국과 중동 국가 간 협력도 강화 중이다. 최근 중동 국가들의 중국산 무기 수입은 증가 추세로 2016~2020년까지의 총수입량은 2011~2015년 대비 25% 증가하였다. 무기 수입 증가 추세에도 불구하고, 2010년부터 2020년까지 세계 최대 무기 수입 지역인 GCC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무기 판매 비중은 전체의 2% 미만이며 수출품 대부분도 무인 항공기(드론) 등이다. 드론은 미국이 기술 유출 우려로 판매를 제한함에 따라 중국이 중동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게 되었다.


중국은 미국의 중동 패권 저지와 영향력 확대를 위해 중·러·이란 3자 협력을 확대 중이다. 3개국 모두 미국이 주도하는 중동 영향력에 반감을 품고 있으며 일부 사안에 따라 국제사회에서 공조하고 있다. 예를 들어, 시리아 내전에는 3개국 모두 외교적으로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을 지지한다. 이란 핵 문제와 관련해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이란의 핵 협상을 지지하지만, 미국의 대이란 제재 완화를 우선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이란은 미국과의 핵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자, 중국과 러시아와의 협력을 강화 중이며 상하이협력기구(SCO) 및 BRICS 가입을 추진 중이다.

중국은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봉쇄 시도에 중동과 아프리카 등 상대적으로 미국의 영향력이 약화되고 있는 지역을 중점 공략하고 있다. 이는 중국이 중점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BRI의 최대 수혜 지역이 이들 지역임이 우연이 아님을 보여준다. 중국은 교역과 투자 증대를 통해 경제 영향력을 확대함으로써 미국의 봉쇄를 돌파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 봉쇄를 강화하기 위해 중동을 포함한 인도양-태평양 전략을 새롭게 수립하는 등 중국 봉쇄를 강화하고 있어 향후 중동에서 미-중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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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AlJazeera, “What to expect after Iran, Saudi Arabia agree to restore ties”, 11 Mar 2023 https://www.aljazeera.com/news/2023/3/11/what-to-expect-after-iran-saudi-arabia-agree-to-restore-ties(검색일 : 2023. 4.23)
2) AlJazeera, "Changing global order’: China’s hand in the Iran-Saudi deal", 11 Mar 2023 https://www.aljazeera.com/news/2023/3/11/changing-global-order-china-restores-ties-with-iran-and-saudi(검색일 : 2023. 4.23)
3) Ibid.
4)  The new York Time, “China, With $400 Billion Iran Deal, Could Deepen Influence in Mideast”, March 29, 2021.    https://www.nytimes.com/2021/03/27/world/middleeast/china-iran-deal.html(검색일 : 2023. 4.25)

[참고문헌]
AlJazeera, “What to expect after Iran, Saudi Arabia agree to restore ties”, 11 Mar 2023. https://www.aljazeera.com/news/2023/3/11/what-to-expect-after-iran-saudi-arabia-agree-to-restore-ties(검색일 : 2023. 4.23)
AlJazeera, "Changing global order’: China’s hand in the Iran-Saudi deal", 11 Mar 2023 https://www.aljazeera.com/news/2023/3/11/changing-global-order-china-restores-ties-with-iran-and-saudi(검색일 : 2023. 4.23)
CHINAMED DATA(https://www.chinamed.it/chinamed-data/middle-east, 검색일 : 2023. 4.26)
SIPRI Arms Transfers Database(https://www.sipri.org/databases/armstransfers, 검색일: 2023.4.27.)
The new York Time, “China, With $400 Billion Iran Deal, Could Deepen Influence in Mideast”, March 29, 2021.    https://www.nytimes.com/2021/03/27/world/middleeast/china-iran-deal.html(검색일 : 2023. 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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