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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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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이슈에 대한 국내외 전문가들의 견해 및 제언이 담긴 칼럼을 제공합니다.

중국 과학기술 수요와 공급의 시너지

김동수 소속/직책 :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2023-05-16

2023년 3월 초에 개최된 양회(两会)는 다른 해와는 달리 좀 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지난해 말 제20차 중국공산당대회를 통하여 제20기 중국공산당정치국상무위원회 등 지도부가 구성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이번 양회 중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시진핑 3연임을 확정하였다. 후속으로 향후 5년 동안 당·정을 책임질 국무원조직 개편 및 인사가 단행되었다.

이번 양회는 중국의 과학기술정책의 방향도 살펴볼 수 있는데, 한마디로 요약하면 중국공산당의 직접적인 관리 강화이다. 이전까지는 우리나라의 내각부처 중 하나라 할 수 있는 국무원 산하의 과학기술부(科学技术部)가 과학기술정책의 콘트롤타워였다면, 중국공산당 내 중앙과학기술위원회를 신설함으로써 이제 중국공산당이 실질적인 콘트롤타워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과학기술부는 주로 전략계획, 시스템 개혁, 자원조정 및 감독과 같은 관리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편된 반면, 중국공산당 내 중앙과학기술위원회에서는 과학기술정책의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는 것으로 조정되었다. 중국 과학기술 정책의 목표 또한 이에 상응하게 과학기술의 자립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다시 말해 미국과의 전략경쟁에 있어서 과학기술의 전략적 중요성이 그만큼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국무원 조직개편 내용에서조차 “과학기술의 국제경쟁과 외부 억압이 심각한 상황에 직면하고 있어 과학기술 자립을 가속화해야 한다.”1)라고 명시하고 있다.


중국 과학기술정책 환경은 2018년을 전후로 크게 바뀌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이후 2018년 초부터 시작된 추가 관세 부과의 통상 분쟁 및 미국 정부의 대중국기업 제재는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국제 패권을 둘러싼 전략경쟁의 시작이었다. 중국 입장에서는 2018년 이후 반도체를 비롯해서 산업기술 분야에 있어서 대미 기술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과학기술의 자립화 및 산업화가 중요한 정책목표로 급부상하였다. 이어진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으로 반도체, 배터리, 희토류, 바이오 등 네 개 분야에서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2022년 8월 제정된 반도체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과 인플레이션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 그리고 2023년 3월 공표된 바이오 행정명령 등은 사실상 중국을 글로벌 공급망에서 고립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로써 중국 과학기술정책의 목표는 더욱 뚜렷해졌다고 볼 수 있다. 강력한 대중국 제재가 오히려 중국의 과학기술 발전의 원동력이 되고 있는 셈이다. 과학기술 분야는 통상·산업 분야와는 달리 미·중 전략경쟁이 불거지기 이전에도 국가마다 철저하게 보호하고 있는 대표적인 분야이다. 그렇지만 미·중 전략경쟁의 심화에 따라 중국에 과학기술은 더욱 정책적으로 중요한 분야가 되었다. 그 여파로 중국 정부의 정책에 대한 서방국가의 관심도 산업에서 과학기술 분야로 확대되어 가고 있다. 지금까지는 2013년 발표된 중국제조2025의 영향으로 중국제조업의 경쟁력 강화 여부가 중요하게 받아들여졌다면, 이제는 중국이 과학기술 분야에서 미국의 영향권에서 벗어날 만큼 자립화가 가능할지가 중요한 관심사가 되고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안드로이드 시스템이 공급되지 못하면 중국 휴대폰은 사실상 몰락할 것이라던 예상이 있었으나 빗나갔고 지금 중국 휴대폰은 구글맵을 대체한 베이더우(北斗)위성항법시스템과 각종 페이시스템을 장착하며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2022년 8월 중국과기부는 <14·5 국가과학기술보급발전계획>을 발표하였다. 과학의 대중화를 통하여 더욱 활성화하고자 하는 정책적 의지를 반영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과학의 날 제정 및 학교 교육과의 연계 강화 등을 포함한 과학 대중화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제고 및 공감대 구축, 과학 대중화 지원을 통한 주요 국가시설에 과학보급 강화, 과학기술 분야 종사자의 사명감 제고, 전 국민의 과학적 자질 향상, 국제과학교류 협력 강화 등을 구체적인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중국의 과학기술발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동력을 생각해보면 하나는 중국 정부의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정책이고, 다른 하나는 과학기술 발전의 동기부여라 할 수 있다. 먼저 중국 정부의 정책적 지원은 과학기술발전에 있어서 가장 믿음직한 요소라 할 수 있다. 대부분의 과학기술 분야는 사업화 또는 상업화하기에 이른 단계여서 시장메커니즘만으로는 중장기 투자를 원활하기에 어려움이 많다. 이렇기에 공공부문에서의 투입이 필수불가결하며, 경제 규모가 크고 과학기술 분야의 정책 우선순위가 높은 중국에 사회주의의 특성마저 추가되어 긍정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다. 때로는 정부의 기술개발지원, 때로는 정부 수요가 창출하는 시장으로 과학기술 분야의 발전을 주도하고 있다. 중국 국무원의 직속기구로 중국과학원(中国科学院)이 있다. 우리나라의 국가과학기술연구회와 매우 유사한 조직이지만 2개의 대학과 약 110여 개의 연구기관을 두고 있는 매머드급 정부출연연구조직이며 공공분야에서의 과학기술 발전을 주도하고 있다. 둘째, 과학기술발전의 동기부여라는 의미는 우수한 인재가 과학기술 분야로 흡수되고 발전을 주도할만한 사회적·경제적 동기부여가 잘 되고 있다는 점이다. 발전하는 조국에 기여할 수 있다는 자긍심은 물론 경제적으로 월등히 높은 보수를 받기 때문에 우수한 인적자원이 저절로 과학기술 분야로 유입되고 있다는 점이다. 핵심 과학기술 개발에 충분한 보상이 이루어져 선순환되고 있다. 과거 1980년대 우리나라의 과학기술인력의 활력을 상기하면, 14억 인구 규모의 중국에서 이러한 동기부여는 매우 큰 효과를 발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실제 한 매체에 따르면 지난해 텐센트의 평균연봉은 약 1억 9,000만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2). 화웨이의 경우 2019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천재소년 채용을 위하여 최고 182만 위안~201만 위안(3억5375만~3억9천만 원)의 연봉을 제시하고 있다3). 1인당 국내총생산이 11,000달러 수준인 중국에서 이 정도의 급여는 우수 인재를 유인하는 데에 충분히 효과적이라고 볼 수 있다. 

중국은 이제는 저렴하고 품질이 낮은 짝퉁 상품을 제조하는 개발도상국이 아니다. 이미 2016년 선주(神舟)라는 유인우주선을 톈궁(天宮)이라는 우주정거장에 도킹하는 실험을 했고, 2019년에는 창어(孀娥)라는 우주선이 오작교(鵲橋)라는 인공위성을 통하여 위투(玉兎)라는 달탐사선과의 교신으로 인류 최초로 달 이면을 탐사해오고 있다. 안면인식 시스템을 이용하여 10만여 명이 운집한 경기장에서 용의자를 수 분 만에 찾아낼 수 있는 기술력을 지녔으며 인공지능과 양자컴퓨팅 등 새로운 분야에서 관련 논문과 특허를 가장 많이 창출하고 있는 나라이다. 지금 당장은 미국의 제재로 반도체 제조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이대로 주저앉을 것으로 보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심지어 반도체 노광장비 제조업체인 굴지의 ASML 회장조차 오히려 대중국 제재가 중국의 자립화를 앞당길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을 정도이다. 중국의 빠른 과학기술의 발전을 옆에서 바라보는 우리는 오늘 해야 하는 일이 무엇인지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중장기적 차원에서 미국과 중국 주도의 차별화된 과학기술 생태계에서 우리의 생존전략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하고, 우수한 인재를 과학기술 분야로 유인하는 기제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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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국무원 구조조정안(国务院机构改革方案) 내 해당 부문 원문 “面对国际科技竞争和外部遏制打压的严峻形势,必须进一步理顺科技领导和管理体制,更好统筹科技力量在关键核心技术上攻坚克难,加快实现高水平科技自立自强。”
2) 뉴스핌(2023년 3월 24일 보도), “삼성·SK 보다 높다...평균연봉 2억인 중국 기업, https://www.newspim.com/news/view/20230324000225
3) https://baijiahao.baidu.com/s?id=1761887260311781402&wfr=spider&for=p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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