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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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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이슈에 대한 국내외 전문가들의 견해 및 제언이 담긴 칼럼을 제공합니다.

RMB 국제화: 잠재력과 현실의 괴리

전가림 소속/직책 : 호서대학교 교수 2023-05-29

최근 중국 인민폐(人民幣=위안화, 이하 ‘RMB’) 국제화에 대한 이슈가 언론의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중국의 경제력이 꾸준히 향상되고 글로벌 공급망에서의 위상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글로벌 경제 거버넌스에서의 역할도 확대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미국과 중국 간 패권 경쟁이 첨예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달러의 약세가 관측되는 가운데 장기적으로는 RMB가 달러와 경쟁 가능한 국제결제통화로 발전할 것이란 것이 핵심 내용이다. 다만 달러의 약세와 달러에 대한 각국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RMB를 위요한 중국의 내재적 문제점과 시스템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는 이상, 결제통화로서의 비중 확대는 쉽지 않을 것이며 이 과정에서 국제결제통화의 다극화 양상이 대두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전망이다.

2008년 미국은 자국의 경제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막대한 양의 달러를 풀었고 무역 결제에 있어 달러에 의존하던 국가들에 적잖은 경제적 손상을 끼쳤다. 또한 미국은 중국, 러시아, 이란 및 북한 등의 경쟁 및 위협요인을 관리한다는 명분으로 금융제재를 가함으로써 미국의 우방국들에도 심각한 위기의식을 불러일으켰다.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적 제재를 받던 러시아가 중국과의 밀월관계를 전개할 것이란 점은 예견된 바이었지만, 지난 2월 러시아의 무역 결제에서 RMB가 달러를 추월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리고 3월 사우디아라비아가 원유 결제통화로 RMB를 추가했으며, 4월에는 브라질이 무역결제 통화로 RMB와 헤일화를 사용할 것이라 발표하면서 국제사회는 달러의 패권적 지위를 크게 의심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최근에는 BRICS 국가들이 ‘탈(脫)달러’ 공조를 표명하기도 했다. 인구 규모 약 32억 명, GDP에서 G7을 앞지르는 BRICS의 이와 같은 결정은 국제경제의 변화를 예고하는 서막으로 평가된다. 더욱이 RMB 국제화의 움직임이 러시아를 포함한 중앙아시아에서 중동 그리고 남미로 확산하고 있어, RMB 국제화를 보는 시각이 과거와 사뭇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RMB 국제화의 시작

2015년 11월 30일, 국제통화기금(IMF)은 워싱턴에서 집행이사회를 열어 RMB의 특별인출권(Special Drawing Right, SDR) 기반통화(바스켓) 편입을 결정(편입 시점은 2016년 10월 1일부터)했다. RMB가 국제 기축통화의 대열에 합류하면서 달러와 유로에 이어 ‘세계 3대 통화’로 부상하게 된 것이다.1) RMB의 SDR 통화 편입은 중국의 세계 경제로의 통합이란 중대한 이정표를 남김과 동시에 세계 경제 여건을 더 잘 반영한 결과라 할 수 있다. SDR은 IMF 회원국이 외환위기를 겪을 때 담보 없이 필요한 만큼의 외화를 인출할 수 있는 권리로 1969년 국제준비통화인 달러와 금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도입한 가상통화다. 

이날 이사회는 RMB의 SDR의 편입 비율을 10.92%로 정했는데, 이는 미국 달러(41.73%)와 유로화(30.93%)보다는 적지만 엔화(8.33%)와 파운드화(8.09%)보다는 높은 것이다. 이런 결정이 중국의 국제정치·경제적 위상을 반영한 결과라는 점도 놀랍지만, IMF의 SDR 편입통화 수가 16개에서 5개로 축소된 1980년의 결정 이후 처음으로 이뤄진 SDR 통화군(群)에 대한 거대한 변화의 중심에 RMB가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크리스틴 라가르드(Christine Lagarde) IMF 총재는 “RMB의 기축 통화 추가 또는 포함은 중국이 취한 중요한 개혁, 중국경제의 중요한 개방 조치를 인정한 것”이라 했다.2)

실제로 2010년 중국 정부는 RMB를 SDR 통화로 포함시키고자 부단히 노력했지만 실패한 바 있다. 당시 RMB의 SDR 편입이 거부된 근거는 ‘자유로운 사용 여부’였다. RMB의 환율은 시장에서 결정되지 않고 중국인민은행이 고지한다. RMB 사용을 위한 중국 정부의 정책 결정 과정 역시 투명하지 못하다는 점 등이 RMB를 자유롭게 사용하기 어려운 통화로 규정한 대표적인 이유였다. RMB가 SDR에 포함됨에 따라 RMB 국제화가 커다란 한 걸음을 내딛게 되었다는 점은 분명하다. 하지만 RMB 국제화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고 해서 빠르게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느냐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RMB의 국제화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RMB 국제화의 다중효과

RMB 국제화는 중국의 장기 발전전략의 일환으로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위한 안정적인 국제금융환경 구축이란 목표를 가지고 있다. RMB 국제화가 실현된다면, 경제발전에서 수출의 비중이 높은 중국은 자국의 통화를 사용하여 상품과 서비스를 매매할 수 있고, 국제적 차입 또는 대출과 같은 금융 활동도 원활히 수행할 수 있게 되며 무역과 금융거래에서 야기될 수 있는 환율에 따른 위험도 효과적으로 회피할 수 있게 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중국이 자본 통제를 완화할 때, 중국의 외채가 RMB로 표시된다면 국제적 투기 세력의 RMB에 대한 투기적 영향으로 인한 외환위기를 해결할 수도 있다. 따라서 RMB 국제화는 여러 가지의 긍정적 결과를 파생하게 된다. 

실제로 많은 개도국이 외국으로부터 차입할 때, 자국 통화로 가격을 상정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 투기세력의 위험에 노출되어 통화위기는 물론 그로 인한 여러 가지 파생적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자국 기업이 외화를 차입할 때, 수입(收入)이 자국 통화로 상정되기 때문이며, 투기 세력의 영향으로 자국 통화 가치가 크게 하락할 경우 기업과 은행 도산 및 대규모 자금 인출과 추가적인 통화 감가상각이 일어나는 삼중고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통화와 금융 및 자본 철수의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이다. 1998년 아시아 외환위기가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당시 중국 정부는 자본통제를 시행하고 있었기에 외환위기의 화마에 휘말리지 않았다.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버클리(Berkeley) 캠퍼스의 아이켄그린(Barry Eichengreen) 교수는 ‘기축통화가 아닌 국가들(신흥시장국)은 외환위기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원죄(Original sin)”를 갖고 있다고 서술한 바 있다.3)

그러나 중국이 국제경제시스템과의 긴밀한 통합과 국제적 영향력 증대를 원한다면 더욱 개방적인 자세를 취해야 한다. 중국이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 허용과 태환을 담보할 수 있는 자본 계좌에 대한 개방 압력을 지속적으로 받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원죄”로부터의 탈피 방법

중국이 자본 통제를 완화하고 외환 투기 세력이 RMB를 공격함으로써 야기되는 외환위기를 막고자 한다면 국제무역과 금융거래에서 RMB가 광범위하게 사용하도록 하면 된다. 이것은 “원죄”를 제거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인 동시에 RMB 국제화의 주요 목적이기도 하다. RMB 국제화의 또 다른 이점으로는 국제관계에서 중국의 정치적 영향력 증대와 화폐 주조 이차(利差, seigniorage)를 얻거나, 외국으로부터 다량의 RMB 자금을 저리로 차입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현행 국제통화체계(International Monetary System)에서는 달러가 가격 책정과 투자 및 외환보유의 주요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 시스템은 매우 비대칭적이다. 세계 각국이 미국 달러에 대한 자국 통화의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수시로 외환시장에 개입해야 하지만, 미국은 자국 통화와 타국 통화의 환율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달러를 추종할 것이기 때문이다.

다른 개도국들처럼 중국은 1980년대와 1990년대 그리고 2000년 이후 RMB를 달러에 고정(보다 정확하게는 crawling peg)시켜 왔다. 그리고 이런 환율 평가 방식을 기반으로 중국인민은행은 엄청난 양의 미국 달러 자산을 축적했다. 2014년 1월, 중국인민은행의 외환보유고는 3조 8,000억 달러를 기록했는데 대부분은 미국 달러 자산이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달러가 현저하게 평가절하하게 된다면 중국은 치명적인 위험(손실)을 모면할 수 없기에 지속적으로 달러 자산을 매입할 수밖에 없는 딜레마에 놓이게 됐다. 

“달러 함정” 방지를 위한 대책

중국은 여러 국가가 이와 같은 “달러 함정(dollar trap)”에 노출되어 있으므로 이를 회피하기 위해 일종의 ‘초(超)주권적 통화’를 글로벌 기축통화로 사용할 것을 제안해 왔다. 이는 자본주의 체제의 문제를 국가 간 원만한 정치적 협조를 통해 극복하려는 움직임이란 점에서 주목받았다. 중국은 이 “초주권적 통화”를 세계 주요 경제국의 통화(RMB 포함)로 통화 바스켓을 구성하고 각국의 GDP 규모에 따라 바스켓 구성 비율을 정할 것을 제안했다. 마침 IMF가 국제수지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중앙은행에 빌려주는 통화 바스켓제도인 SDR이 바로 이에 해당한다.

장기적으로 중국은 주요 교역 상대국의 통화가 ‘초주권적 통화’인 RMB와 연계되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SDR이 널리 수용되는 기축통화의 여부를 떠나 RMB가 다른 나라 중앙은행의 주요 준비통화 중 하나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비록 중국으로서는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작금의 경제 상황은 IMF를 개혁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임에는 분명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전 세계가 달러 신용경색(credit crunch)에 시달렸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최근에도 이와 같은 상황이 재현되어 엄청난 피해를 입은 바 있다. 미국이 비정상적인 양적완화(QE)를 실시해 달러의 홍수로 수많은 국가가 고통을 겪었다는 점은 주지하는 바와 같다. 
  
중국은 역사상 최초로 자국 통화를 국제화한 개발도상국이다. 그러나 중국 경제는 반세기에 불과한 미천한 발전 경험을 갖고 있을 뿐이다. RMB는 아직도 자본계정에서 자유로운 태환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중국의 금융시스템도 미숙한 실정이다. 따라서 RMB 국제화를 위해서는 역외 RMB 시장을 구축하고 RMB의 국제적 사용을 장려하는 정책을 사용하는 것이 선결 과제라 하겠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중국 정부는 자본 통제를 점진적으로 완화하고 동시에 RMB를 자본 계정 항목에서 더 자유롭게 태환할 수 있도록 하는 몇몇 조치를 취했다. 우선 RMB를 무역 결제에 허용하고 역외에서 보다 편리하게 RMB에 접근할 수 있도록 금융상품(예를 들면, RMB예금, RMB채권 등)을 발행했으며, 외국에 RMB 유동성(2021년 현재 40여 개국과 약 4조 RMB(약 751조 원) 규모의 통화스와프 계약 체결 중)을4) 제공한 것 등이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이에 힘입어 홍콩, 싱가포르, 대만 등 해외거점에서 RMB예금이 증가하는 변화가 있었고, RMB채권 발행과 금융 대출도 크게 늘어났다. 무역의 경우에도 RMB 결제가 급증하여 RMB 거래량도 외환시장에서 큰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23년 RMB의 지불 규모는 전년 대비 약 15% 정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며 향후 5년간 RMB의 결제량은 연평균 10~15% 신장할 것으로 전망된다.5) 실제로 지난 1년간 RMB 국제 결제 규모가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6)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뒤 중국이 러시아 원자재를 대량 수입하며 RMB 결제액이 급증해서다. 특히 올해 코로나 팬데믹(pandemic) 이후 경제활동 재개(reopening)로 전환한 뒤 원자재 수요가 급격히 확대되면서 RMB 거래 규모가 더욱 확대되고 있다. 지난 1년간, 중국이 러시아 등 서방 국가에 제재를 받는 국가들로부터 원자재(석유, 석탄 등)를 수입할 때 지급한 금액이 약 880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중국이 구축한 ‘국경 간 RMB지급 시스템(CIPS)’ 결제액도 2022년 96조 7,000억 RMB로 불어났다.7) 전년 대비 21% 증가한 수치다. 이는 러시아산 원유를 매입한 금액이 반영된 것인데, 2022년 중국은 러시아로부터 603억 달러 상당의 원유를 매입했고 이를 RMB로 결제한 바 있다.8) 제적 제재로 인한 결과이기도 하지만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경기 침체를 맞은 중국으로서도 러시아와의 거래는 호혜적(win-win)이라 할 수 있다. 

잠재력과 현실과의 괴리

그러나 아시아·태평양 지역과 같은 중국 이외의 지역에서 RMB의 잠재적 사용과 실제 사용 사이에는 여전히 큰 격차가 존재한다. 2013년 RMB 무역 결제(trade settlement) 총액의 약 70%는 외국이 아닌 중국과 홍콩 사이에서 주로 이뤄졌다. 2021년부터 싱가포르(11.3%)와 영국(5.4%)의 비중이 크게 증가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홍콩이 48.6%를 차치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계는 분명하다. 더욱이 무역송장(trade invoicing)이 아닌 무역 결제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RMB의 진정한 국제화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중국의 자본통제 시행과 RMB의 자본계정에서 전면적인 자유 태환 부족, 국내 금융시스템의 미성숙 및 국제 거래에서 달러의 장기 사용에 따른 관성적 요인 등이 주요 원인이다. 물론 미국의 대중 압박이란 정치·외교적 부분도 간과할 수 없다. 

RMB 국제화는 ‘세계의 공장’으로서의 중국의 위상을 반영하고 있지만 그 배경에는 중국의 수요가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글로벌 원자재 시장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또한 제로 코로나 정책을 앞세워 경제성장을 희생한 중국이 경제활동을 재개하면서 원자재 수요가 급증한 것은 이미 예견된 결과다. 2021년 철광석과 천연가스 등 주요 원자재 수요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50%를 상회했다. 지난해 잇따른 봉쇄 조치로 수요가 줄었지만 원자재 거래업계에선 올해 당국의 경기부양책으로 인해 중국의 원자재 수요가 2008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막대한 구매력을 지렛대 삼아 RMB 국제화를 전개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3월 중국은 대외거래에서 달러보다 RMB를 더욱 많이 쓴 것으로 나타났다. RMB가 차지하는 비중은 48%로 달러(47%)를 사상 처음으로 추월했다. 비록 RMB의 영향력이 아직 미미한 수준이라 할지라도 장기적으로 달러 패권을 위협할 수 있는 가능을 배제하긴 쉽지 않다.

RMB 국제화의 한계와 과제

RMB 국제화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자본과 금융계정에서 자유 태환이란 근원적인 문제에 대한 개선도 중요하지만 중국의 금융시스템 전반에 대한 개혁이 없이는 역외 RMB 시장에서 충분한 심도(market thickness) 구축이 지난할 수도 있다. 아시아·태평양에 집중된 RMB 사용 권역의 확대를 위해서도 금융시스템 개혁의 심화는 불가피하다. 

우선 화폐 기능 면에서 RMB는 교환수단으로서의 기능과 가치척도의 기능을 대변하지만 가치저장의 기능에 있어서 아직 그 영향력이 미미한 수준이다.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 따르면, 2023년 3월 RMB의 글로벌 통화 점유율은 2.5%에 불과하다. 달러(39.4%)와 유로(35.8%)의 뒤를 잇고 있다고는 하지만 의미를 부여하기는 힘든 상황이다.9) RMB가 장기적으로 달러의 패권을 위협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는 점은 분명하다. 미국이 러시아를 제재하면서 나타난 결과를 세계 각국이 목격했고, 달러에 대한 환위험을 덜기 위해서라도 중국과 제휴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과 긴밀한 관계를 갖고 있지 않은 국가들이 최근 RMB 블록(bloc)에 합류하면서 세력 규합에 따른 ‘눈덩이 효과(snowball effect)’ 혹은 ‘세력전이(power transition)’를 우려하는 소리가 작지 않다. 만약 가치의 척도와 저장의 기능이 동시에 담보되지 않는다면 소유보다는 사용의 빈도가 높아질 것이고 이는 유통 질서의 교란을 가져올 수도 있다. 따라서 이변이 없는 한 추세적 흐름은 지속될지언정 급격한 변화는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리고 금융의 시장화와 완벽한 감독체계를 포함한 금융시장 개혁 외에도 중국 정부에 대한 평판 개선과 시장 신뢰 제고가 이루어져야 한다. RMB가 진정한 주요 국제통화가 되기 위해서는 무역계정과 결제, 투자와 중앙은행에 있어 상당한 진전이 수반되어야 한다. 중국은 자국 경제를 외국인에게 전부 개방했지만 자본계정과 통화만큼은 아직 개방하고 있지 않다. 이는 부의 유출에 대한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중국은 그간 자본계정 폐쇄를 통해 국내에 돈을 묶어 두고, 관리변동환율제도로 자본을 통제함으로써 정부가 경제를 관리해 왔다. 이러한 중국 정부의 조치가 적잖은 성과를 발휘하기도 했지만 중국 경제의 대외적 신인도에 있어서는 오히려 부정적인 결과를 낳았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2015년 6월부터 2016년 1월까지 폭락한 상하이종합지수는 정부 주도의 주가 부양 실체를 단적으로 드러낸 사례라 하겠다. 기업의 건전성과 경제 주체 간 생태계가 견고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중국은 양적 성장을 지향하는 ‘계획’에서 질적 성장을 추구하는 ‘규획’으로의 전면적 전환을 강조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기능적 측면에서의 신속한 확장에 주력하고 있어 경제 규모에 준한 내실 성장 여부에 의문을 지울 수 없는 상황이다. 중국의 통계를 불신하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또한 중국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CIPS의 1,300여 개 회원사 중 40%가 중국 기업이고 대부분 간접참여 형식이란 점도 경제실질의 부족으로 지적되는 부분이다. 그리고 하이브리드(hybrid) 디지털화폐를 지향하는 e-CNY의 국제금융거래 역시 지지부진한 상태인데, 이는 디지털화폐로서 RMB의 기능성과 가성비 및 매력 여부를 떠나 브랜드 가치에 있어 시장 신뢰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술한 바와 같이 중국과 인도,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의 신흥국 경제규모가 G7을 추월할 것이란 것은 자명하다. 그리고 도전국에 대한 미국의 기술적 우위가 축소되는 상황에서 지속적인 무역적자를 감수하지 않으려는 미국의 움직임도 RMB 국제화의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 중 하나다. 미국의 패권적 지위가 과거와 같지 않고 국제사회의 미국에 대한 불만이 점증하고 있지만 현행 국제체제에서 달러를 대체할 수 있는 대체재는 아직 없다. 

따라서 작금의 RMB 국제화는 일종의 통화 블록화 현상이라 할 수 있다. 미·중 패권경쟁이 달러와 RMB의 통화패권 경쟁으로 확대되면서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 결과다. 하지만 RMB는 달러보다 우선 유로의 문턱을 넘지 않으면 안 된다. RMB의 달러 대체가 쉽지 않은 이유다. 2017~2021년간 SDR 통화바스켓의 조정 결과를 보면 RMB의 비중이 10.92%에서 12.28%로 증가하는 동안 달러도 41.73%에서 43.38%로 증가했다.10) 반면 유로는 30.93%에서 29.31%로, 엔은 8.33%에서 7.59% 그리고 파운드는 8.09%에서 7.44%로 축소됐다. RMB의 부상이 달러를 대체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기타 결제통화의 파이를 잠식한 것이다. 유럽 경제가 아직은 견조하기에 유로와 RMB와는 아직 상당한 간극이 존재하나, 유럽 경제의 성장이 둔화하고 신흥국의 경제성장이 지속된다면 유로가 RMB로 대체되어 종국에는 달러와 RMB의 양강구도를 형성하게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중국이 RMB의 기능적 성장에만 주력하고 국제적 신용도 제고 없이 양적 성장만을 고집한다면 RMB 국제화는 기대에 못 미칠 수도 있다. RMB의 국제화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중국의 지속적인 경제성장과 금융시장의 확대 및 적극적인 대외진출이 선결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기 위해 자본계정의 통제가 해제되고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이 축소되어야 하며 중국의 경제적 역량과 통화를 무기화하지 말아야 한다. 하드파워의 소프트한 운용을 소프트파워로 인식한다면 국제사회의 반발을 살 수 있고 RMB의 신뢰에도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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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管濤, “人民幣國際化的發展歷程”, 新浪, 2023년 1월 4일, https://finance.sina.com.cn/zl/china/2023-01-04/zl-imxyyrat5892151.shtml (최종방문일: 2023. 05. 19.)
2) “해럴드 경제 “위안화 기출통화, 中 경제력 더욱 커지나?”, 헤럴드경제, 2015년 12월 2일, http://biz.heraldcorp.com/view.php?ud=201512021107020670437_3 (최종방문일: 2023. 05. 19.)
3) Barry Eichengreen, Ricardo Hausmann and Ugo Panizza, “The pain of Original Sin”, U. C. Berkeley University, 2003년 8월, https://eml.berkeley.edu/~eichengr/research/ospainaug21-03.pdf (최종방문일: 2023. 05. 16.)
4) “人民幣國際化, 走到哪爾了?”, 新華網, 2023년 4월 23일, http://www.news.cn/world/2023-04/23/c_1212170784.htm (최종방문일: 2023. 05. 12.)
5) “‘摸著石頭過河’的人民幣國際化,要迎來‘引爆點’了嗎”, 新華網, 2023년 4월 20일, http://www.news.cn/world/2023-04/20/c_1212139498.htm (최종방문일: 2023. 05. 15.)
6) “2022年人民幣國際化報告”, 中國人民銀行, 2022년 9월 23일, http://www.pbc.gov.cn/goutongjiaoliu/113456/113469/4666144/2022112414465947776.pdf, (최종방문일: 2023. 05.14.)
7) “Vast China-Russia resources trade shifts to yuan from dollars in Ukraine fallout”, The Japan Times, 2023년 5월 13일, https://www.japantimes.co.jp/news/2023/05/12/business/china-russia-trade-shift-yuan/ (최종방문일: 2023. 05. 18.)
8) “러시아와 밀착한 중국, 위안화 국제 결제 급증”, 한국경제신문, 2023년 5월 12일,  https://www.hankyung.com/economy/article/202305129938i (최종방문일: 2023. 05. 13.)
9) “Vast China-Russia resources trade shifts to yuan from dollars in Ukraine fallout”, The Japan Times, 2023년 5월 13일, https://www.japantimes.co.jp/news/2023/05/12/business/china-russia-trade-shift-yuan/ (최종접속일: 2023. 05. 18.)
10) “Quinquennial SDR valuation review”, IMF, 2022년 8월 1일, https://www.imf.org/en/About/Factsheets/Sheets/2023/special-drawing-rights-sdr (최종방문일: 2023. 05.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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