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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대일로 전후 중국 해외건설 관행의 변화

최필수 소속/직책 : 세종대학교 국제학부 부교수 2023-05-30

문제 제기

안정성과 수익성보다 정치적ㆍ전략적 고려를 우선시한다고 알려진 중국의 해외건설 비즈니스 행태는 일대일로를 통해 더 심해졌는가? 일대일로의 가장 중요한 본질은 개도국에 중국 기업이 인프라를 건설하는 현상이다. 일대일로는 인프라 건설 외에도 다양한 협력 프로그램들을 망라하고 있지만 가장 많은 자금이 투입되는 분야, 가장 가시적인 성과가 나는 분야, 그리고 가장 문제가 많이 발생하는 분야가 바로 인프라 건설이다. 이러한 문제들은 곧 서방이 중국을 비난하는 소재가 되기도 한다.

중국의 해외건설 수행에 따른 문제 제기는 일대일로 전부터도 있었지만, 일대일로를 계기로 본격화됐다. 중국이 작정하고 개도국에 대한 영향력을 넓히려 한다는 위기감이 기존 선진국들을 자극한 탓이다. 미국과 유럽은 이러한 중국의 행태를 비판하면서 자신들도 중국처럼 개도국에서 적극적으로 인프라 건설에 나서고 있다.

중국도 서방의 비판을 의식하고 2019년 무렵부터 일대일로의 방향조정을 천명했다. 2021년에는 작고 아름다운 프로젝트를 추구하라는 시진핑의 지시가 있기도 했다(최필수ㆍ신종호, 2022). 이런 맥락에서 과연 일대일로가 중국 인프라 건설기업들의 행태를 악화시켰는가, 그리고 방향전환을 설정한 이래 이러한 행태가 변했는가를 점검하는 것은 향후 일대일로의 성격을 가늠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된다.

중국의 해외건설 관행

이제까지 일대일로 프로젝트, 특히 인프라 건설과 관련된 프로젝트들은 어떻게 수행돼 왔는가? 사실 일대일로가 발표되기 전부터 중국은 중국식 관행을 해외건설 프로젝트에서 사용해왔다. 특히 개발자금의 불모지였던 아프리카에서 중국은 이른바 앙골라 모드(Angola Mode)라는 중국 특유의 패키지 딜(package deal)을 선보였다. 인프라 건설의 대가를 금전적으로 기대하기 어려운 나라에서 중국 자금으로 중국 기업이 건설하고, 그 대가로 석유ㆍ구리ㆍ코발트와 같은 자연자원을 가져가는 것이다. 이를 위해 불안정하거나 부패한 정권과도 협력을 서슴지 않고 있다(셰르주 미셸 외 2009, 하워드 프렌치 2015, Ben Simpfendorfer 2011).

또한 중국은 각종 건축자재는 물론 근로자들까지 중국 본토에서 가져다 쓰기 때문에 해외 비즈니스에서 현지조달(Local Contents)의 비중이 낮다. 또한 수익성이 나쁜 프로젝트에도 응찰하고, 저가로 수주하며, 건설과 납품을 유기적 연결하곤 한다. 이는 OECD 개발원조위원회(DAC)가 규정하는 비구속성(Untied)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 것이기에 서방의 비난의 대상이 됐다(최필수 외, 2011; 최필수 외, 2013).

이렇듯 사례 위주의 정성적 분석으로 회자되던 이 주제가 AidData(2021: 20-22)에 의해 정량적으로 수행됐다. AidData는 2008년부터 2017년까지의 중국 해외 프로젝트 데이터를 수집하여 세계은행의 세계거버넌스지표(WGI) 및 신용평가기관들의 국가신용등급과 비교분석한 결과, 일대일로가 출범한 후 중국의 해외 비즈니스 관행이 더 위험해졌다고 평가한다. 더 위험한 국가에 더 많은 투자ㆍ원조ㆍ대출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AidData(2021)의 분석은 중국 해외투자의, 그리고 일대일로의 성질을 체계적으로 분석한 정량적 연구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해외건설 매출액과 WGI 지수를 활용한 본 연구의 분석

본 연구는 2003년부터 2021년까지 중국국가통계국이 제공하는 중국의 국가별 ‘해외건설 매출액(对外承包工程完成营业额)’을 종속변수로 설정했다. 중국이 해외에서 수행한 건설 프로젝트들의 매출액을 집계한 것이다. 이 통계치가 보유한 국가 수는 211개이다. 이 중 설명변수 값이 존재하지 않는 13개국을 제외한 198개국에 대한 해외건설 매출액을 채택했다.


본 연구는 AidData와 마찬가지로, 세계은행의 국가별 거버넌스 지표(WGI)들을 설명변수로 채택했다. WGI는 6개의 하위 지표로 구성된다. 바로 부패통제(Control of Corruption), 정치적 안정과 비폭력(Political Stability and No Violence), 국민의견 반영(Voice and Accountability), 법치(Rule of Law), 규제의 질(Regulatory Quality), 정부 효율성(Government Effectiveness)이다. 전 세계 거의 모든 나라에 걸친 이 데이터 중에서 본고는 중국의 해외건설 매출이 발생한 198개국을 선정하여 분석을 진행했다.

본고는 지면 관계상 부패통제와 정부효율성 관련 상관계수의 변화만을 <그림 1>에 소개했다. 이들 지수를 포함한 전체 연구결과는 다음과 같이 정리된다. [1] 모든 상관계수는 2003년 이후 약 10년간 거의 줄곧 약화됐다. 즉 일대일로 전까지 중국 해외건설 비즈니스 관행이 악화된 것이다. [2] 모든 상관계수가 2013년 즈음부터 상승하기 시작한다. 상관계수 값의 최저년도는 2013년(부패통제, 법치, 규제의 질, 정부 효율성)이 가장 많고, 2014년(국민 의견 반영)과 2011년(정치적 안정과 비폭력)도 하나씩 있다. 중국 해외건설 비즈니스 관행이 일대일로를 즈음하여 개선됐다는 것이다. [3] 저점을 찍고 반등하여 플러스(+)로 전환된 항목들(규제의 질, 정부 효율성)도 있지만, 나머지 4개는 반등은 했지만, 여전히 마이너스(-)이다. 2021년에도 마이너스(-)인 4개의 항목은 2003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해석과 토론

이러한 연구결과에 대한 자세한 해석이 요구된다. 먼저 왜 일대일로 출범 이후 중국 해외건설 비즈니스 관행이 개선됐는가? 이는 두 가지 차원에서 해명될 수 있다. 중국 자신의 합리성이 증가하고 제도화가 이뤄졌다는 것과 중국의 해외건설 경험이 축적되면서 비즈니스 관행도 개선됐다는 것이다.

첫 번째부터 알아보자. 시진핑 지도부는 2013년 출범과 동시에 신창타이(新常態, new normal) 담론으로 무분별한 투자 행위를 단속했다. 이것은 주로 지방정부의 국내 투자에 대한 단속이었지만, 이와 함께 해외투자 행위도 단속의 대상이 됐을 수 있다. 시진핑 지도부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반부패 캠페인도 무분별한 투자 행위에 제동을 거는 역할을 했을 것이다. 특히 2015년 하반기 외환보유고 1조 달러 유출 사태 이후 이러한 기조가 강화됐다. 그때 이후 중국 정부는 해외투자를 빙자한 무분별한 외화유출을 제도적으로 단속했다. 또한 시진핑 지도부는 투자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인 금리에 대한 자유화를 실시했다(2013년 대출금리, 2015년 예금금리). 은행들이 엄격한 투자수익 원칙에 따라 대출 행태를 바꾸면 그것이 곧 수익성을 우선시하는 비즈니스 행태로 나타날 것이다.

두 번째 요인은 해외건설 경험 축적이다. 2000년 이른바 저우추취(走出去)와 함께 시작되어 후진타오 지도부에 폭발적으로 늘어났던 중국의 해외투자 및 비즈니스 경험이 축적되어 중국 기업들이 더 수익을 추구하기 시작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중국의 해외건설 매출액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전후로 하여 급속도로 증가했다. 2009년부터는 해외건설 수주액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미 아프리카에서는 중국식 건설관행이 하나의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었다. 그런데 이 와중에 중국은 스스로 관행을 검토하고 장단점을 분석하고 있었다. 이를테면, 戴春寧(2009)은 중국 수출입은행이 관여한 프로젝트들을 분석했다. 이 책이 담고 있는 분석 대상은 베네수엘라 오리멀전 프로젝트, 인도네시아 LNG 프로젝트, 푸졘(福建) LNG 운송선 프로젝트, 캄보디아 캄차이 수력발전 프로젝트, 인도네시아 싸한 수력발전 프로젝트, 톈리(天利)방직의 모리셔스 공장 프로젝트 등이다. 北京大學海洋硏究院(2017)도 경제사회ㆍ법률ㆍ정치적 안정ㆍ문화에 걸쳐 자세한 사례 분석을 했다. 여기에는 미얀마, 에티오피아, 폴란드, 우간다, 라오스, 캄보디아, 노르웨이, 터키(튀르키에), 스리랑카, 싱가포르, 방글라데시, 러시아, 이란, 알제리 등 수많은 국가에 진출한 중국 기업의 사례가 차근차근 분석돼 있다.

이러한 사례 분석을 통해 수익성 보장, 환경보호, 기업의 사회적 책임, 현지의 법률 준수, 지역사회와의 소통, 현지 종교와 문화의 존중 등이 폭넓게 논의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이미 비즈니스 현장에서는 관행의 수정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렇다면 WGI 지표들 간의 차이는 왜 발생하는가? 앞서 살펴본대로 WGI 중 ‘규제의 질’과 ‘정부 효율성’의 경우 반등폭이 크고 이미 플러스(+) 상관계수에 접어든 반면, 다른 4개의 항목은 그렇지 않다.

지표들 간의 이러한 차이는 왜 발생하는가? 이 지표들의 스펙트럼을 <표 1>과 같이 포용성과 효율성으로 나눠서 설명해 보고자 한다.


포용성(inclusiveness)이란 민주주의나 대의정치와 관련된 발전 정도를 뜻한다. WGI에서는 ‘국민 의견 반영’이나 ‘정치적 안정과 비폭력’이 포용성 지표에 해당한다. 효율성(efficiency)이란 경제적 발전, 즉 생산과 소비와 투자에 즉각적으로 도움이 되는 측면의 발전 정도를 뜻한다. WGI에서는 ‘정부 효율성’이나 ‘규제의 질’이 효율성 지표에 해당한다.

그런데 중국의 해외건설과 상관계수가 더 높은 지표는 포용성이 아니라 효율성이다. 중국의 금융기관이나 기업들은 그 나라의 민주주의 성숙도나 대의기구의 작동에는 별로 개의치 않는 반면, 그 나라 정부의 효율성이나 규제의 질과 같은 기제에는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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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고는 필자의 논문, “일대일로 전후 중국 해외건설 관행의 건전성 변화 연구(중국지식네트워크 21호, 2023. 5.)”의 내용을 축약하여 작성된 것입니다. 연구의 방법론 등 자세한 내용은 원문을 참조해 주십시오.


[참고문헌]
셰르주 미셸ㆍ미셸 뵈레ㆍ파올로 우즈, 이희정 옮김, 2009, 『차이나프리카』, 에코리브르
최필수, 2023, 일대일로 전후 중국 해외건설 관행의 건전성 변화 연구, 중국지식네트워크 21
최필수ㆍ박영호ㆍ조충제ㆍ나수엽ㆍ여지나ㆍ박민숙, 2011, 『중국의 해외건설 현황 및 전망』,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토해양부 연구용역 보고서
최필수ㆍ박영호ㆍ권기수ㆍ정재완ㆍ이효진, 2013, 『중국의 신흥시장 진출과 한국의 대응방안: 동남아, 중남미,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보고서 13-19
최필수ㆍ신종호, 2022, 「일대일로, PGII, 글로벌 게이트웨이: 중국과 서방의 개도국 개발 프로그램들과 한국의 대응방안」, 『현대중국연구』24(3)
하워드 프렌치, 박홍경 옮김, 2015, 『아프리카, 중국의 두 번째 대륙』, 지식의날개
AidData, 2021, “Banking on the Belt and Road: Insights from a new global dataset of 13,427 Chinese development projects” (Sep. 2021).
Ben Simpfendorfer, 2011, The New Silk Road, Palgrave Macmillan
戴春寧, 2009, 『中國對外投資項目案例分析』, 淸華大學出版社
北京大學海洋硏究院, 2017, 『“一帶一路”案例實踐與風險防范』, 海軍出版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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