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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의 대중국 주요 제재 내용과 영향

홍정륜 소속/직책 : 숭실대 강사 2023-06-30

문제 제기

신흥국이 부상하면 기존 패권국과 충돌 가능성이 매우 커진다는 소위 ‘투키디데스 함정’이 최근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미국은 1970년 이후 급부상한 일본 경제를 억누르기 위해 1985년 플라자 협정을 시작으로 지속적인 엔화 평가절상을 요구하면서 일본을 잃어버린 30년의 수렁으로 빠뜨렸다. 구소련과의 경쟁에서는 구소련이 재정이 취약한 점을 파고들어 우주전쟁을 통해 경제적인 붕괴를 유도하였다. 두 경쟁국을 제압한 미국은 이제 새로운 신흥국과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현 경쟁자인 중국을 부상시킨 나라는 다름 아닌 미국이다. 미국은 중국을 개혁개방으로 유도하여 시장경제를 도입하게 하였으며, 2001년 중국이 WTO에 가입하도록 승인하였다. 중국은 개혁개방으로 빠른 성장을 이어왔으며, 이를 바탕으로 WTO 가입 후에는 미국과의 경제적 격차를 급속도로 좁혀가면서 2022년에는 71% 정도까지 이르렀다.

미국은 더 이상 중국 경제의 고성장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중국에 대한 압박을 가하고 있다. 지난 트럼프 정부는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고관세를 부과하고 개별 기업에 대한 제재를 가하였다. 바이든 정부에 이르러 중국 개별 기업에 대한 통제를 넘어 전기차 배터리, 반도체 등 전략 산업으로 이어가고 있다. 특히 반도체는 스마트폰이나 가전제품, 전기차 등 여러 산업 생산에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매우 위협적이다. 미국의 대중국 견제 속에 한국 기업이 적지 않은 피해를 입고 있다. 향후 미국의 대중국 견제는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며, 과연 성공할 것인가, 그리고 한국은 어떤 입장을 유지하며 국익을 수호해야 할 것인가?

미국의 대중국 주요 제재 내용

1) 트럼프 정부의 대중국 제재

트럼프 정부의 대중국 제재는 개별 기업에 대한 제재와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고관세 부과로 분류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개별 기업에 대한 제재 중에서 화웨이에 대한 제재가 가장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화웨이는 스마트폰 업종에서 삼성전자를 위협할 정도로 급부상하였으며, 중국 시장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삼성전자에 큰 부담을 주었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가 화웨이에 대해 안드로이드 운영체계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면서 화웨이의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이 급락하였다. 화웨이의 주력 사업은 스마트폰이 아니라 글로벌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통신장비라고 할 수 있다. 트럼프 정부는 화웨이 통신장비가 국가 안보를 침해할 수 있다는 이유로 미국과 주요 동맹국에서 퇴출하였다. 더 나아가 미국 기술이 포함된 전 세계 부품을 화웨이에 판매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상당한 타격을 가하였다.1) 

한편, 트럼프 정부는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무려 25% 관세를 부과하였으며, 중국 정부도 이에 맞서 보복관세를 부과하면서 양국 간에 무역분쟁이 격화되었다. 과거 미국의 일본에 대한 견제는 엔화를 대폭 평가절상시켜 일본 제품의 가격경쟁력을 떨어뜨리도록 하였으나 미국의 대중국 견제는 고관세 부과를 통해 실행하였다.2) 

2) 바이든 정부의 대중국 제재

미국의 중국 기업에 대한 제재는 트럼프 정부에 이어 바이든 정부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2021년 6월 3일 바이든은 행정명령을 통해 기존 블랙리스트 중국 기업을 31개에서 28개를 추가해 59개로 확대하였다. 추가된 기업에 위구르족 감시용 카메라와 안면인식 기술을 개발한 CCTV 제조업체 항저우 하이크비전, 중국 최대 반도체업체인 중신궈지(中芯國際·SMIC), 중국 3대 통신업체인 차이나모바일, 차이나유니콤, 차이나텔레콤 등을 모두 포함하였다.3) 바이든 정부가 출범하면서 미국의 대중국 고관세 부과를 철회할지에 관심이 모아졌으나 여전히 고관세 부과를 유지하였다. 다만 미국의 소비자물가에 민감한 일부 품목에 대해서는 관세를 낮추기도 하였다.4) 

한편, 중국이 스마트폰, 통신장비, 디스플레이, 전기차 등 첨단 제조업에서도 경쟁력을 갖추면서 바이든 정부는 엔비디아 등 자국기업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을 제한하였다. 더 나아가 미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한 소위 ‘칩4동맹’을 제안하여 한국, 일본, 대만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반도체법을 통해 미국에 투자하는 반도체 기업에 대해 보조금을 지급하고 그 대신 중국에 대한 반도체 칩 수출이나 생산설비 수출을 제한하고 있다. 한국과 대만은 중국에 생산시설을 가지고 있는 특수성을 감안하여 미국 기술이 포함된 생산설비 반입 제한을 유예하였으나 네덜란드와 일본은 범용 반도체 장비인 심자외선 노광장비 반입을 금지하도록 하였다.

미국의 대중국 제재의 영향

1) 중국에 대한 영향

미국의 화웨이에 대한 제재가 화웨이의 스마트폰 경쟁력을 급격히 떨어뜨린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화웨이 고객들이 삼성전자로 넘어온 것이 아니라 샤오미, 오포, 비보 등 또 다른 중국 기업으로 옮겨갔다. 다만 고가폰 시장에서 아이폰의 입지가 더욱 강화된 것은 사실이다. 통신장비 분야에서는 화웨이가 미국산 부품을 사용할 수 없게 되자 연구개발 투자를 대폭 늘려 부품 국산화에 성공함으로써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기도 하였다.5)

물론 모든 기업이 화웨이와 같이 성공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하기는 어려우며, 이 상황에서 중국 정부가 다양한 방법으로 유관 기업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중국 정부는 미 제재가 강화되면서 첨단 기업의 자금조달과 기술개발을 원활하게 하도록 상하이 증권거래소에 커촹반(科創板) 시장을 개설하기도 하였다.
 
중국이 첨단 반도체의 공급을 원활하게 받지 못할 경우, 중국 제조업은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현재 중국을 대체할 제조기지가 부족한 상황에서 미 정부가 중국에 대한 반도체 통제 수위를 조절하겠지만 장기적으로 인도가 중국을 대체할 만한 제조기지로 부상할 수 있도록 유도할 가능성이 있다.

2) 미국에 대한 영향

트럼프 정부에서 시작한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고관세 부과는 대체 수입처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여전히 중국산 수입품 수입을 유지함에 따라 미국의 물가를 상승시켰다. 특히 2022년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미국의 물가가 급등하면서 일부 품목의 관세를 다시 인하하였다.6)

바이든 정부가 미국 반도체의 대중국 수출을 제한하면서 엔비디아는 대중국 수출이 어려워졌으며, 중국 정부가 미 정부의 조치에 대한 보복으로 마이크론을 제재하면서 마이크론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도 어려워지게 되었다. 즉 중국에 대한 반도체 통제 과정에서 미국 기업이 손실을 떠안게 되었다. 국가적으로 보면 미국은 글로벌 반도체 기업을 자국으로 유치하여 반도체 관련 공장과 연구개발센터를 구축하게 함으로써 미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을 완성해가고 있다. 그 외에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자국 전기차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고 글로벌 전기차 기업을 미국으로 유치하며, 중국 전기차의 미국 내 진입장벽을 설치하였다.

3) 한국에 대한 영향

미국이 주도하는 ‘칩4동맹’이나 ‘반도체법’ 등의 정책이 한국에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2022년 기준 한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이 55%(홍콩 수출 포함)에 달하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 내 생산기지를 두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반도체 칩 수출과 생산설비 반입에 제한을 가하는 것은 매우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일단 한국은 반도체 관련 중국 수출에 유예받았으나 장기적으로 중국 시장을 잃을 가능성이 있다. 물론 미국의 제재로 인해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견제할 수 있다는 것은 긍정적인 영향이라 할 수 있다.
 
또한, 미국의 전기차 보조금 정책에서 일정 비율 이상 중국산 부품이나 광물이 포함된 전기차에 대해 보조금을 받을 수 없도록 한 것은 미국 시장에서 중국산 전기차를 견제하는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러나 한국산 전기차는 미국산 자동차에 비해 다소 불리해졌으며, 중국산 부품이나 광물을 배제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미 제재에 반발하여 중국 정부가 마이크론 반도체 구매를 금지하면서 한국 기업에 대체분을 공급하도록 강요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미 정부는 마이크론 반도체를 대체하지 않도록 한국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7) 결국 한국은 미국과 중국으로부터 원하지 않는 선택을 강요받는 상황이 되었다.

결론

트럼프 정부는 미국의 국익을 위해 동맹국에까지 희생을 강요하는 정책을 추진하면서 동맹국의 반발을 불러왔다. 그러나 바이든 정부는 동맹국과 협력하여 중국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고 있어 중국에 대한 제재가 더욱 체계적이고 조직적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동맹국들이 중국에 반도체 칩이나 반도체 생산설비를 수출하지 못하여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바이든 정부는 기본적으로 미국에 반도체 투자를 하는 기업에 대해 보조금을 주는 방식으로 동맹국에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물론 바이든 정부의 반도체법이 미국 내 안정적인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한 것이므로 동맹국을 위해 만들어진 법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미국의 대중국 제재는 반도체에 대한 통제를 어느 정도 수위로 유지하느냐에 따라 그 효과가 크게 달라질 것이다. 최첨단 반도체에 그치지 않고 일반 기술 수준의 반도체에 대한 통제가 진행될 경우 중국의 제조업은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이다. 실제로 미국 정부는 네덜란드에 압력을 가하여 일반 기술에 해당하는 심자외선 노광장비의 대중국 수출을 금지하도록 하였다. 이에 맞서 중국 정부는 낮은 수준의 반도체부터 자립도를 높이기 위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미국 협조 없이 반도체 자립을 달성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반도체 부족으로 인해 관련 산업이 무너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중국이 스마트폰 등 관련 산업의 제품을 생산하지 못할 경우 미국은 적절한 대체 공급처를 찾기 어렵다. 베트남이 중국의 생산을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려우며, 인도가 중국을 대체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문제는 미중 반도체 갈등 과정에서 한국이 적지 않은 피해를 입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양국으로부터 원하지 않는 선택을 강요당한다는 것이다. 미국이 중국에 대한 반도체 통제를 강화하면서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막아주기도 한다. 반면, 한국 기업이 중국에서 반도체를 생산하고 판매하는데 부정적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한국 기업이 중국에서 반도체를 생산하여 판매하는 것이 미국이 필요로 하는 소비재를 원활하게 공급하는 데 기여한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설득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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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차대운, 화웨이 오늘부터 반도체 못 산다…美 전면 제재 개시, 연합뉴스, 2020.9.15.
2) 정의길, 김외현, 미국 ‘25% 고율관세’-중국 ‘보복’…세계 무역전쟁 가능성, 한겨레, 2018.7.5.
3) 김규환, 더 옥죈 미국의 대중 제재…투자금지 중국 기업 59개로 확대, 서울신문, 2021.6.4.
4) 조효정, 美, 352개 中제품 관세면제 부활‥인플레 해소·중국달래기 포석, MBC뉴스, 2022.3.24.
5) 정미하, 中 화웨이 창업자 “부품 1만개 이미 국산화...지난해 연구개발에 31조원 썼다”, 조선일보, 2023.3.20.
6) 조효정, 앞의 글, MBC뉴스, 2022.3.24.
7) 윤재준, 美, 한국에 마이크론 대체 물량 中에 공급하지 말라, 파이낸셜뉴스, 2023.4.24.



[참고문헌]
김규환, 더 옥죈 미국의 대중 제재…투자금지 중국 기업 59개로 확대, 서울신문, 2021.6.4
윤재준, 美, 한국에 마이크론 대체 물량 中에 공급하지 말라, 파이낸셜뉴스, 2023.4.24.
정미하, 中 화웨이 창업자 “부품 1만개 이미 국산화...지난해 연구개발에 31조원 썼다”, 조선일보, 2023.3.20.
정의길, 김외현, 미국 ‘25% 고율관세’-중국 ‘보복’…세계 무역전쟁 가능성, 한겨레, 2018.7.5.
조효정, 美, 352개 中제품 관세면제 부활‥인플레 해소·중국달래기 포석, MBC뉴스, 2022.3.24.
차대운, 화웨이 오늘부터 반도체 못 산다…美 전면 제재 개시, 연합뉴스, 202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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