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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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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인사이트] 셰펑 대사의 첫 연설로 엿보는 중·미 관계의 향방

왕원(王文) 소속/직책 : 중국런민대학 충양금융연구원 집행위원장 2023-06-30

셰펑(谢锋) 신임 주미 중국대사가 5월 24일 새벽(베이징시간) 미국에 부임해 12번째 주미 중국대사로서의 임기를 시작했다. 

뉴욕 JFK 공항을 통해 입국한 셰펑 대사는 중국 국내외 취재진과 질의응답을 진행하였는데, 셰 대사가 영어로 발표한 짧은 성명은 간결하면서도 의미 있는 내용으로 가득해 곱씹어 볼 만하다. 셰 대사의 성명을 통해 중·미 갈등이 첨예한 상황에서 중임을 맡은 신임 주미 중국 대사의 생각, 더 나아가 앞으로의 중·미 관계의 발전 방향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다수의 매체에서는 성명의 첫 문단을 제목으로 선정했는데, 자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나는 중국 인민의 대표로써 중국의 국가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왔다. 이는 나의 신성한 의무이다. 나는 중국 인민의 특사로 중·미 간 교류와 협력 증진은 나의 중요한 사명이다” 

중국 국민의 ‘대표’이자 ‘특사’로써 셰펑 대사는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확고한 입장을 드러냈다. 셰 대사는 중국의 국가 이익을 수호하고 중·미 간 교류와 협력을 증진할 것이라는 주미 중국 대사로써의 ‘의무’와 ‘사명’을 소개했다.  

올해 59세인 셰펑 대사는 1993년 중국 외교부 북미대양주사(司)에서 재직한 바 있다. 당시는 덩샤오핑(邓小平)의 남순강화가 발표된 지 얼마 안 된 시점으로 미국과 기타 서방 국가가 중국에 대한 전면 제재를 점진적으로 해제하고 있었다. 그때 역시 중·미 관계 개선이 필요한 시기였다. 일례로, 1993년 여름, 미국은 화학무기 원료가 적재되어 있다는 이유로 중동 해역을 항해하던 중국 선박 은하(银河)호에 대한 조사를 요구하였는데, 이는 중국의 주권을 침해하는 패권주의적 행동이었다. 중국 외교부는 은하호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미국을 규탄하는 한편, 미국 측에 사과와 배상을 요구했다. 일부 국가도 미국을 비난하는 목소리를 내었다.

이처럼 중·미 관계는 줄곧 부침을 거듭했다. 그러나 국제 사회라는 큰 그림을 염두에 둔 중국은 외교에 있어 오랫동안 중·미 관계 안정화에 목표를 두었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마다 중국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어깃장을 놓았다면 중·미 관계가 현재까지 이어지지 못했을 것이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중국은 좀 더 능동적인 태도로 양국 관계의 장기적인 안정을 도모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셰펑 대사는 “13년 전 미국에서 업무를 보았는데, 그동안 전 세계가 많이 변화했다. 미국도 마찬가지로 크게 바뀌었다. 앞으로 미국의 각계 인사와 폭넓게 접촉하여 가까이에서 미국을 관찰하고 이해하는 한편 교류와 협력을 추진하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밝혔다. 

많은 사람이 30년간의 대미 업무 경험을 가지고 있는 셰펑 대사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특히 지난 몇 년간, 외교부 부부장(차관)을 지낸 셰펑 대사는 여러 차례 미국 측과 부딪쳤다. 2021년 7월, 셰펑 전 부부장은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과 톈진(天津)에서 만나 대중국 정책과 언행을 시정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의 16가지 항목과 멍완저우(孟晚舟) 석방 등 중국 정부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10가지 중점 사안을 내놓았다. 2022년 8월에는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의 타이완 방문 이후 니컬러스 번스 주중 미국대사를 2차례 불러 엄중 항의한 바 있다. 셰펑 대사는 앞으로 대사로서 업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 과거 인연이 닿았던 이들을 종종 마주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셰펑 대사가 성명에서 밝힌 바와 같이 “현재 중국과 미국은 상당한 이견을 보이고 있으며, 양국 관계는 심각한 어려움에 처해 있다.” 

필자는 지난 몇 년간 여러 기고문을 통해 국제 사회가 2차 세계 대전 이후 최악의 시기를 지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중·미 관계 역시 수교 이래 이례적인 어려움에 처해 있는데, 중·미 관계 향방은 양국의 발전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의 미래와도 관련이 있다. 

다행히 셰펑 대사는 성명을 통해 중·미 관계를 계속해서 안정화하겠다는 중국 측의 자신감과 의지를 전달했다.  

“지난 반세기 동안 중·미 관계는 어려움 속에서도 계속해서 발전했다. 현재 양국 관계는 이미 무너질 수 없을 수준으로 성숙했다. 양국 중 어느 한쪽도 다른 한쪽을 바꿔놓을 수 없으며,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을 대체할 수 없다. 힘을 합치면 양국 모두에게 도움이 되나 서로 맞서게 되면 양국 모두 피해를 볼 것이다. 그 여파는 국제사회에도 미칠 것이다. 중·미 관계의 향방이 양국, 나아가 세계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국제사회가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

셰펑 대사의 성명처럼 중·미 양국은 상대국을 ‘바꿔놓겠다’ 또는 ‘대체하겠다’라는 비현실적인 환상을 버려야 한다. 

필자가 저서 <미국의 불안(가제, 美国的焦虑)>에서 여러 차례 언급한 바와 같이 미국 일각에서는 조너선 스펜스 예일대 역사학과 교수가 <근대 중국의 서양인 고문들>에서 묘사한 청왕조 말기의 모습이 재현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중국을 변화시키고자 한다. 몇 년 전만 해도 많은 미국인 학자들은 <역사의 종말>처럼 중국이 미국의 말을 듣고 미국과 같은 모습을 보이는 제2의 일본이 될 것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최근 들어 미국의 엘리트들은 중국을 바꿀 수 없다는 사실을 점차 깨닫고 있다. 그러면서 동시에 중국이 ‘미국을 대체’할 수 있다는 새로운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그러나 셰펑 대사의 성명은 중국은 미국은 대체할 의사가 없다는 중국의 입장을 재천명하고 있다.

사실, 필자는 미국 싱크탱크와의 대화에서 ‘중국의 정부 부처는 ‘미국을 대체한다’는 내용의 지도 문건에 대해 논의하거나 이를 발표한 적이 없다’라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절대다수의 중국인에게 있어 국제 문제를 처리하는 미국의 방식은 비용을 낭비할 뿐 효과는 별로인 것으로 보인다. 많은 군비와 병력을 세계 도처에 투입하고 전 세계 곳곳에 군대를 파병하여 문제를 일으키는 건 합리적이지 않을 뿐 더러 불필요한 행동이다. 그러나 미국의 많은 엘리트는 ‘배중사영(杯弓蛇影)’의 고사처럼 불필요한 의심을 하고 중국의 의도를 추측하는데, 정말이지 이해하기 어렵다.

미국이 이처럼 ‘소인배의 마음으로 군자의 깊은 속을 헤아리고(以小人之心度君子之腹)’ 있기 때문에 현재 중·미 관계가 셰펑 대사가 말한 바대로 ‘다시 한번 역사의 갈림길에 서’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셰펑 대사는 공항을 나서자마자 신임 주미 중국 대사라는 직무에 대한 심정을 전했다. “이처럼 중요한 시기에 주미 중국대사로 임명되어 영광스러운 한편, 막중한 책임을 느낀다.”

셰펑 대사가 앞으로 담당할 대미 업무는 분명 쉽지 않을 것이다. 셰 대사는 성명의 마지막 부분에서 주미 중국 대사의 업무를 3가지 측면에서 설명했다. 

첫째, 원칙에 대하여 셰펑 대사는 “시진핑 주석이 ‘상호 존중, 평화적 공존, 상생협력’이라는 3가지 원칙을 내놓았는데, 이는 새로운 시대 중국과 미국이 어우러질 수 있는 근본적인 방안이다. 중국과 미국 양국이 서로 마주보고 나아가고(相向而行), 중·미 양국, 나아가 세계인의 공동 이익을 위해 힘을 합치기를 바란다. 중·미 3개 공동성명의 원칙에 따라 타이완 등 민감한 사항을 적절히 처리하는 한편, 대화를 강화하고 갈등을 관리 및 통제하며 협력을 추진하여 양국 관계가 다시 정상 궤도에 오르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둘째, 입장에 대해 셰 대사는 “어려움에 굴복하기 않고 노력을 경주하며 책임감을 느끼고 사명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셋째, 방법에 대해 셰 대사는 “미국의 각계 인사와 광범위하게 접촉하고 열린 마음으로 소통할 수 있기를 바라며 여러분의 지지와 참여를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필자는 여러 차례 가까운 거리에서 셰펑 대사와 접촉한 적이 있다. 2019년 가을, 홍콩에서 개최된 웨강아오대만구(粤港澳大湾区) 포럼에 초청을 받아 참여하였는데, 당시 홍콩은 시위가 정리되는 상황이었다. 중국 외교부 홍콩 사무소인 홍콩 주재 특파원공서(特派员公署) 특파원이었던 셰 대사는 포럼에서 “현재 ‘폭력 시위’라는 바이러스가 홍콩에 만연해 있다.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는 아니지만, 사스보다 더 치명적이다”라고 질책했다. 그때 현장에 있던 필자는 정의로 가득 찬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그날 밤 열린 소규모 만찬에서 홍콩에서의 업무가 쉽지 않다는 셰 대사의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2023년 초 친강(秦刚) 전 주미대사가 외교부 부장으로 임명되어 귀국하고, 셰펑 전 외교부 부부장이 주미대사에 임명된다는 소문이 돌 당시, 셰 대사는 필자가 소속된 싱크탱크의 ‘거시 정세 포럼’에 참석하여 기조연설을 하여 중국 국내외 관심을 받았다. 당시 셰 대사는 “중·미 싱크탱크, 재계인사의 양국 대화와 협력에 대한 장기적인 지지와 참여”를 호소하며 보여준 친화력과 따뜻한 태도는 주미대사로서 전한 첫 번째 연설에서 보여준 모습과 동일했다.  

셰 대사는 말한다. “중국과 미국 모두 위대한 국가이다. 양국 국민 역시 위대하다.”

셰 대사의 말처럼 200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변방에 있던 작은 국가에서 전 세계 유일한 초강대국으로 거듭난 미국의 위대함을 경시할 사람도,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문명사가 끊임없이 이어져 오천 년이라는 유구한 역사를 가진 중국의 위대함을 과소평가할 사람도 없다. 

중국과 미국, 두 위대한 국가는 “국력이 강대하면 반드시 경쟁한다(国强必争),” “경쟁 관계에 놓여 있는 국가는 반드시 전쟁을 벌인다(国争必战)”는 강대국 간 비극 대신 인류 문명사의 새로운 장을 펼쳐나가는 인류 역사상 위대한 일을 할 것이다. 셰펑 대사의 주미 대사 취임이 강대국 간 협력이라는 험난한 과정을 진전시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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