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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이 초래한 극(極)질서 변화와 미‧중 세력 충돌 지역의 지정학 파급

정혜영 소속/직책 : 건국대학교 중국연구원 연구교수 2023-07-26

초기 짧게 끝날 것으로 예상되었던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세계화의 종식이 빨라지고 극(極)질서가 재편되는 지정학이 대두되고 있다. 현실주의 지정학 소환에 의한 국제체제 재편은 “국제정세를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세력 충돌 지역의 지정학적 위기 국가로 하여금 ‘발전’ 혹은 ‘쇠퇴’를 운명 짓게 만든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강대국 간 권력 관계 지형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으며, 전쟁으로 인해 가장 피해를 본 권력국가는 어떤 국가이며, 이로 인해 상대적 이득을 취하게 될 권력국가는 누구인가를 생각해 보는 문제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세력 충돌의 역학관계를 살피는 한반도의 국제정치에 큰 영향이 있다. 나아가, 왜 세계는 지금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전쟁 종식(終熄) 또는 한반도형 휴전(休戰)을 이야기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고자 한다.

먼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강대국 간 권력(power)관계 지형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으며, 전쟁으로 쇠퇴하는 권력국가는 어떤 국가인가?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전쟁이었지만, 서방세계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면서 예상과 달리 러시아가 전쟁에서 크게 고전했다. 러시아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30개 회원국 보유)의 동진을 막기 위해 우크라이나 전쟁을 감행했지만, 오히려 전쟁으로 인해 나토(NATO)의 방어성이 강화되는 결과가 나타났다. 전쟁 기간 나토는 러시아 세력을 위험 세력으로 인식하여 군사적 힘을 강화시키고 미국과 밀착했으며, 중립국인 핀란드는 2023년 4월 4일 NATO의 31번째 회원국이 되었다. 튀르키예와 헝가리의 반대로 아직 회원국이 되진 못했지만 스웨덴도 회원 비준을 앞두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미국은, 나토로 하여금 안보 측면에서 미국에 의지하게 만들었으며, 러시아로부터 유럽으로 들어오는 에너지를 차단하게 함으로써, 유럽과 러시아 관계 단절에 성공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일부 지역을 차지한 채 전쟁이 종결된다 하더라도, 유럽과 단절될 러시아는 한동안 기술력과 경제력 측면에서 대외교류 관계 범위가 축소되고, 국력이 퇴보하는 권력 상실기를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는 서방세계의 제재로 경제적 어려움이 지속될 것이며, 전쟁 배상 문제와 마주해야 한다. 전쟁 기간 국가 미래 발전을 이끌 우수한 두뇌 인재들이 유출된 러시아는, 국내정치적으로는 소기 목적한 전쟁 승리를 축하할 수 있지만, 국제정치적으로는 국제적 지위와 권력(power)의 상실, 경제교역 축소, 해외투자 감소, 에너지 수출 감소 등 이전에 향유했던 많은 것을 잃게 된다. 전쟁 전, 러시아가 예상치 못했던 서방 국가의 군사안보 단합은, 전쟁 이후 러시아와 유럽의 단절을 만들고, 단결된 나토의 주적을 러시아로 만드는 결과를 초래했다.


다음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초래한 국제질서 변화로 인해 상대적 이득을 취하게 된 권력국가는 누구인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가장 큰 상대적 이익을 취하게 될 국가는 미국으로 예상된다.1) 우크라이나 전쟁에 직접 참여하진 않았지만,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였으며, 유럽과 단결된 군사적 힘을 국제사회에 보여주었다.2)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사이버, 우주 전장으로 확대하여 군사기술의 우수성을 보여주기도 하였으며, 우크라이나 전쟁이 한창 진행 중일 때, 대만통일 문제를 꺼내 중국을 긴장시키고 압박하는 여유도 보였다. 한편, 높은 인플레이션과 에너지, 식량 가격의 상승에 시달린 유럽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가장 큰 간접 피해자가 되었다. 또한 안정적으로 수급 받던 에너지 가격이 4배나 상승하는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자신의 안보를 위한 새로운 군사비 지출,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 부담을 안게 되었다. 그동안 미‧중 갈등 속에서 중국과의 경제적 밀착 관계로 경제 이득을 취하고자 한 유럽 국가들은 경제 안보를 이유로 대중 전략수정이 불가피하게 되었다. 비록, 중국이 우크라이나 분쟁의 어느 쪽에도 무기를 제공하진 않았지만, 유럽은 적대세력인 러시아를 암암리에 지지하는 중국의 모습에서 신뢰성을 상당 부분 상실하게 되었다. 결국, 유럽은 미국을 필요로 하게 되었다.   

중국은 줄곧 미국 중심의 단극체제(Unipolar System) 세계질서에 대해 신형대국관계를 통한 질서 개편을 희망해 왔다. 그러면서도 각국의 주권을 존중하는 국제질서의 다극화를 추구해 왔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세계 곳곳에서 다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지만, 그 내용은 결코 중국이 추구하는, 중국에게 협력적인 극(極)이 분화되는 다극체제(multipolar System)는 아니다. 다극화를 위한 단절이 중국의 네트워크 관계 영향력이 확대되기 힘든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제사회에 일어나는 단절(斷切)과 극성(極性)의 분열은 개별국가의 이익 추구가 우선시되는 불안정한 질서이며, 미국의 의도가 반영되어 단절되는 다극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러시아↔유럽 단절, 미국↔러시아 단절, 미↔중 단절, 중국↔동북아(한국, 일본) 단절, 세계↔남반구 단절은 미국과 동맹국의 관계 강화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단절이다. 미국에 유리한 단절이며, 이로 인해 형성된 다극화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세계가 왜 지금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한국형 휴전(休戰) 혹은 종식(終熄)을 언급하기 시작하는가?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이 가져올 한반도 지정학의 파급은? 

2023년 4월, 중국, 브라질 등 개발도상국에서 우크라이나의 평화 협상을 시도할 '평화클럽' 창설을 제안했다. 이후, 남아공, 인도네시아 등 남반구 국가가 우크라이나 전쟁의 평화를 언급하고 있다. 유럽 국가는 현 전쟁을 교착상태로 평가하며, 대체로 2024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지만, 전쟁 지원에 대해서는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3) 세계가 지금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언급하는 이유는, 예상보다 길어진 교착상태의 피로감과 경제적 어려움, 강대국 권력 분포의 현 상태 유지(status-quo)에 만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① 유럽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경제적 어려움, 안보적 위험을 겪고 있다. 러시아가 더 이상 유럽으로 세력을 확대하지 못하도록 우크라이나가 전쟁에서 승리하거나 완충지로 남기 위한 상태를 원하며, 전쟁 종식을 바라고 있다. 전쟁 장기화에 대한 지원 부담과 우크라이나 재건을 담당할 유럽의 역할 부담을 우려한다. ② 미국의 입장은 지원했던 우크라이나가 영토를 회복하고 전쟁이 종식되기를 바라지만, 전쟁으로 러시아가 지나치게 쇠퇴하여 중국의 굴기가 유라시아, 나아가 태평양으로 확대되는 것을 세계 대전략 차원에서 원하지 않는다. ③ 중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부담이 거의 없었던 국가이다. 전쟁으로 인해 러시아와는 경제적으로 가까워졌으며, 오히려 틈새 외교를 통해 세계평화를 중재하는 국가의 이미지가 커졌다. 평화와 전쟁 종식을 주장하는 중국은 전쟁을 지원한 미국에 대해 부정적 이미지를 간접적으로 부각시킴으로써, 개도국과 분쟁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주장하는 자국의 개도국 외교에 대한 명분과 실리를 얻었다.4)


우크라이나 전쟁은 세계 곳곳에 지정학적 파급효과를 남겼다. 서방-자유주의 국가의 연대강화, 러시아-중국 권위주의 국가의 연대강화로 인해, 세계 곳곳에서 ‘탈세계화’, 즉 단절이라는 반작용 현상이 일어났다. 전쟁 이후, 러시아의 국력과 국제적 입지가 축소된다면, 유라시아 지역에서는 중국의 상대적 권력이 강화할 것이다. 이에 대한 역학관계로 미‧중 충돌의 지정학 위기 지역에서는 미국과 중국이 경쟁하고 갈등하는 양상이 커질 것이다. 중간자적 국가의 외교가 더욱 어려워지며 그 위험성이 커지는 것이다. 서방과 단절된 러시아는 중국, 북한과의 연대 강화를 통해 국력을 회복하고자 할 수밖에 없는데, 이러한 힘의 구조는 한반도 불안정성을 더한다. 한반도는 전통적으로 미국-일본-중국-러시아의 강대국 이해관계와 힘의 논리에 의해 국제정치가 결정되어 왔던 지역이다. 패권을 유지하고자 하는 미국, 새로운 세계질서를 꾀하면서 지역 강대국으로 부상하는 중국,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힘을 소진한 러시아가 갈등과 경쟁의 축에서 다시 부딪힐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유럽-미국’ 대 ‘러시아-중국’의 대리전으로 가정하자면, 전쟁의 종식으로, 미국의 대중국 견제 전선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강화된다는 의미를 배제하기 힘들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변화하는 극(極)질서와 미‧중 세력 충돌 지역에서 증대되는 불확실성은 한반도 국제정치가 지정학에 더욱 민감해야 하는 이유를 제공한다. 해양과 대륙 세력 충돌지의 (세력)균형 방식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와 세력충돌 지역에서 권력국가를 다루는 국가전략을 다시금 돌아보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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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프랑스 국제관계전략연구소 소장인 파스칼 보니파스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경제적 · 안보전략적 이익의 최대 수혜자로 미국을 지목한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경제적 목적을 달성했는데, 1980년대부터 40년간 러시아-유럽의 가스공급을 차단하고자 하는 소원이 노르트스트림의 좌절로 실현되었다. 한편, 나토와 미국의 강화된 군사 유대관계로 인하여, 프랑스는 드골대통령의 자립전략 실천이 미국으로 인해 자유롭지 않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나아가,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철군에서 보았듯, 미국의 세계평화유지가 자신의 국익에 따라 좌우되는 것이 아닌지 의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파스칼보니파스, “우크라이나전쟁이후 세계지정학적 재편”. 『제6차 국가전략 콜로키움』, 주한 프랑스대사관, 국회도서관, 박홍근국회의원. 2023.07.05
2) 한경오피니언, ”美가 우크라이나를 지원해야 하는 이유”, 2023.01.27.
3) 2023년 1월에 발표된 독일인 설문 조사(Forsa Institute)에 따르면, 조사참여자의 80% 이상이 우크라이나가 승리하는 것보다 협상을 통해 전쟁이 종식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한다. YouGov 여론 조사에 따르면, 2023년 2월 스웨덴 응답자의 63%는, 러시아 군대가 모든 점령지에서 물러날 때까지 우크라이나를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기타 서방국가들은 우크라이나를 끝까지 지원해야 한다는 응답에 회의적이다. 즉 덴마크 56%, 영국 53%, 미국 46%, 스페인 44%; 독일 40%, 프랑스 37%, 이탈리아 29%는 우크라이나의 승리를 위한 지지에 소극적이다. Matthew Smith. One year on: European and American attitudes to the war in Ukraine, February 24, 2023, YouGov PLC.
4) 중국이 제시한 중재안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철군 없이 대화와 협상을 통해서 휴전에 도달하는 것을 요구한다는 점을 볼 때, 중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일부를 점령한 현 상황으로 전쟁이 마무리되는 것을 원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동규. 2023,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중국이 직면한 도전과 대응”, 아산정책연구원 이슈브리프


[참고문헌]
국회미래연구원, 2022.12.31. “세계질서 변화와 주요국의 대전략: 미래질서 전망과 한국 중장기 외교전략에의 함의”, 연구보고서. 22-13호
김유석. 2023. “6·25전쟁과 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 휴전(종전) 협상 비교연구”, 『한국군사학논총』. 2023, vol.12, no.1, 통권 25호 pp. 3-27
이동규. 2023,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중국이 직면한 도전과 대응”, 아산정책연구원 이슈브리프
파스칼보니파스, “우크라이나 전쟁이후 세계지정학적 재편”. 『제6차 국가전략 콜로키움』, 박홍근 국회의원, 주한 프랑스대사관, 국회도서관, 2023.07.05
중앙일보, 2023.04.14 "올해 전쟁 끝 안 끝난다" 기밀문서 담긴 美의 우크라戰 전망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55066#home (검색일: 2023.07.07)
중앙일보, 2022.05.18 “르노, 러시아 정부에 3조원 자회사 매각…‘2루블’만 받은 까닭”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072046#home (검색일: 2023.07.06)
한경오피니언, 2023.01.27, ”美가 우크라이나를 지원해야 하는 이유” https://www.hankyung.com/opinion/article/2023012782821 (검색일: 2023.07.08)
BBC News 코리아, 2023. 02. 05. 북대서양조약기구: 나토 가입 의사 밝힌 스웨덴과 핀란드, 튀르키예가 가로막는 이유 https://www.bbc.com/korean/international-64527529 (검색일: 2023.07.07)
Colonel (Ret) Ann Wright, June 13, 2023, “A Ceasefire and Armistice in the Russia-Ukraine War Will Take Much Longer Than We Want”. CODEPINK
Common Dreams, Jun 12, 2023, “Vienna’s International Summit for Peace in Ukraine Issues a Global Call for Action” https://www.commondreams.org/opinion/vienna-summit-for-peace-in-ukraine(검색일: 2023.07.06.)
Matthew Smith. “One year on: European and American attitudes to the war in Ukraine”, February 24, 2023, YouGov PLC. 
https://yougov.co.uk/topics/international/articles-reports/2023/02/24/one-year-european-and-american-attitudes-war-ukrai (검색일: 2023.07.08.)
Mead, Walter Russell. “The Return of Geopolitics: The Revenge of the Revisionist Powers”,  May/June 2014, Foreign Affairs Vol. 93, No. 3 (MAY/JUNE 2014), pp. 69-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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