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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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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이슈에 대한 국내외 전문가들의 견해 및 제언이 담긴 칼럼을 제공합니다.

중국 개발협력과 글로벌 발전 이니셔티브(GDI)

송지선 소속/직책 : 국립외교원 경제통상개발연구부 조교수 2023-08-16

I. 중국 개발협력의 확대

미국과 중국 간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경쟁 분야 또한 점차 확대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양국은 우위를 점하기 위해 다양한 외교안보적 수단을 활용하고 있다. 개발협력 역시 예외가 아니다. 개발도상국에 대한 미·중의 개발재원 규모는 점증하고 있으며, 특히 중국은 2021년 9월 글로벌 발전 이니셔티브(Global Development Initiative, GDI)를 발표하고 2023년 6월 GDI 중간보고서를 발간하는 등 보다 적극적으로 개발협력을 추진 중이다.

개발협력의 주요 정부 재원으로는 해외원조(foreign aid) 또는 공적개발원조(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ODA)가 있다. 특히 ODA는 한국을 비롯하여 총 32개국이 회원국1)으로 참여하는 OECD 개발원조위원회(Development Assistance Committee, DAC)에서 규정한 핵심 개발협력 재원으로, 개발도상국의 경제발전과 사회복지 증진을 목표로 한다. 다만, 비(非)DAC 회원국인 중국은 자국을 개발도상국으로 정의하는 만큼, 중국의 개발협력을 개도국 간 상호원조(mutual assistance) 또는 남반구에 위치한 개발도상국 간의 협력을 의미하는 남남협력(South-South Cooperation)으로 지칭한다(PRC, 2021). 

중국은 자국의 개발협력에 대한 공식적인 세부 통계를 제공하고 있지 않으나, 2011년부터 비정기적으로 발표해 온 개발협력 백서를 통해 전반적인 지원 규모와 추이를 확인할 수 있다2). 2021년 백서에 따르면 중국은 1950년대부터 아시아와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개발협력을 제공해 왔다. 2013~2018년 기준 중국의 원조 규모는 연평균 약 70억 달러였으며, 전체 원조의 44.7%와 36.8%를 각각 아프리카와 아시아에 지원하였다. 이 중 47.3%와 48.52%가 각각 무상원조와 양허성 차관으로 제공되었다(PRC, 2021). 


중국은 개도국에 개발협력 외에도 상업적 목적으로 제공되는 기타자금을 제공하고 있다. 중국의 개발협력 규모는 미국보다 현저히 작으나, 기타 개발자금을 포함할 경우 중국의 개발재원은 2009년부터 미국을 추월한 것으로 추정된다(Malik 외, 2021). 이후 중국이 일대일로를 본격적으로 추진하면서부터 미국과 중국의 개발재원 격차가 더 확대되었고, 2013년부터는 미국 개발재원을 2배 이상 상회하였다(그림 1 참고). 


그러나 중국의 개발협력은 목적, 효과성 등의 측면에서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아왔다. 예로, 중국은 개발협력 지원 과정에서 자국의 정치외교적⋅상업적 이익을 우선시하며, 수원국 경제에 깊이 연계한다는 비판을 받았다(Lum et al., 2009). 또한, 중국이 원조의 무(無)조건성(unconditionality)과 불간섭의 원칙을 내세우고 있으나 원조 집행 과정에서 자국 기업의 참여를 요구하는 등 높은 수준의 구속성원조3)를 제공하고, 개도국의 거버넌스와 무관하게 원조를 제공함에 따라 개도국의 발전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우려도 제기된 바 있다(Hodzi et al., 2012). 더 나아가 최근 일대일로는 부채함정외교(debt-trap diplomacy)라는 비난을 받았는데, 실제로 최빈국의 부채규모는 약 350억 달러로 추정되며 이 중 중국에 대한 부채가 37%(약 131억 달러)에 달하였다(World Bank, 2022). 

II. 중국의 글로벌 발전 이니셔티브(GDI)

이러한 가운데 중국은 2021년 9월 UN 정기총회에서 새로운 개발협력 이니셔티브인 글로벌 발전 이니셔티브(GDI)를 발표하였다. GDI는 개도국의 발전과 2030년까지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s) 이행 가속화를 목표로 한다. 아래 표는 GDI의 주요 원칙, 협력 접근법 및 중점 분야를 보여준다.


GDI의 주요 특징으로는 ▲글로벌 이니셔티브로의 추진, ▲포괄적 개발협력 지원 제시, ▲일대일로와의 차별화를 꼽을 수 있다. 

첫째, 중국은 대외적으로 GDI가 글로벌 협력 이니셔티브임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GDI의 궁극적 목표로 국제사회가 2015년 UN에서 채택한 글로벌 발전 목표인 SDGs 달성을 제시하고, GDI의 중점 분야가 17개의 SDGs 목표 달성에 직접적으로 기여한다고 설명하였다. 또한, GDI 우호그룹을 설립하고, GDI 협력 접근법 중 하나로 포괄적 참여(extensive participation)를 선정하였다. 그리고 포괄적 참여 접근법은 다른 국가들과 UN 개발기구들을 중요한 협력 파트너로, GDI 우호그룹 국가들을 주요(main) 행위자로 언급하고 있다(CIKD, 2023). 또한, 이행 과정에서 세계은행, UN, G20, BRICS 등 다자개발기구 및 소다자협의체와의 협력을 강조하였다(CIKD, 2022). 이는 곧 중국이 GDI를 단순 국가 이니셔티브가 아닌, 글로벌 차원에서의 개발협력 이니셔티브로 설정하였음을 보여준다.

둘째, GDI는 포괄적 분야와 국가에 대한 지원 의지를 밝히고 있다. GDI가 선정한 8대 중점분야는 빈곤, 식량, 보건, 기후, 디지털 경제, 연계성 등 사회⋅경제⋅환경 분야의 주요 이슈들을 포함하고 있다. 또한, GDI는 아프리카를 비롯하여 아시아, 중남미, 태평양 지역 등을 대상으로 하며, 2022년 발표된 GDI의 1차 협력사업 50건 역시 상기 대륙별 국가들을 대상으로 한다. 

셋째, GDI는 목적, 재원, 체계, 지원 분야 등의 측면에서 일대일로와 차별화되는 별도의 단독 개발협력 이니셔티브로 이해될 수 있다. 일대일로가 차관과 경제지원을 통한 경제성장과 인프라를 중심으로 하는 반면, GDI는 발전(development)과 글로벌 도전과제 해결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인도적 지원, 식량원조, 기술원조, 지식공유 등 ODA와 유사한 재원을 주로 활용한다. 또한, 상무부를 중심으로 하는 일대일로와 달리 GDI는 중국 국제개발협력청(China International Development Cooperation Agency, CIDCA)이 담당한다. 즉, GDI가 일대일로를 대체하기보다 추가적으로 발표된 별도의 이니셔티브로 이해될 수 있으며, 서로 차별화된 지원방안과 접근법을 제시함으로써 상호보완적인 관계라 할 수 있겠다. 
 
III. 중국 GDI의 함의

이러한 중국의 GDI는 개발협력을 통해 국제사회에서 자국의 입지를 강화하려는 노력으로 해석될 수 있다. GDI를 글로벌 이니셔티브로 설정하고, SDGs 달성과 기후변화 등 글로벌 도전과제 해결을 핵심목표로 제시하며, 개도국의 동참을 독려하고, 재정지원을 확대한 부분은 개발협력에서의 글로벌 리더십을 확대하고자 하는 중국의의지가 투영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GDI의 주요 협력 파트너로 제시된 UN과 세계은행 등 국제기구에 대한 중국의 기여금 증가와 영향력 확대(GCD, 2021)를 고려할 때, 개발협력이 국제무대에서 중국의 중요한 외교안보적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중국은 GDI를 통해 DAC 회원국의 공백을 메움과 동시에 개도국에 DAC 회원국의 개발협력 모델에 대한 대안을 제공하려는 것으로 이해된다. 특히, 기후변화, 식량⋅에너지 안보, 팬데믹, 인도적 위기 등 글로벌 복합위기가 심화되는 가운데 일부 DAC 회원국의 개발협력 예산이 감소4) 되거나 우크라이나 등 특정 국가에 집중됨에 따라 중국은 개도국의 확대된 개발협력 수요를 충족시키려 할 수 있다. 

특히 GDI는 중국과 DAC 회원국 간의 개발협력 담론과 접근법에서 근본적인 차이를 노정하였다. GDI는 개발협력을 통한 개도국의 SDGs 달성, 글로벌 도전과제 해결 및 글로벌 공공재 창출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에서 DAC 회원국과 지향점이 유사하다 볼 수 있으나, 개발협력 가치와 원칙에서 근본적인 차이를 보인다. 예로, 중국은 거버넌스, 책무성, 민주주의, 자유 등 DAC 회원국들이 강조해온 개발협력 가치에 대해서는 별도로 언급하지 않는다. 

또한, 인권과 젠더(성평등)와의 연계도 제한적이다. DAC 회원국들이 인권과 젠더를 개발협력의 핵심 목표로 설정하고, 관련 지원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것과 달리, 중국은 발전의 궁극적인 목표가 웰빙(CIKD, 2022)이고, 발전이 인권보호 및 증진의 필요조건이며, 중국이 성평등에 특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CIKD, 2023)는 원론적인 입장만을 표명하였다. 더불어 GDI의 주요 원칙인 사람 중심 철학이 핵심 인권 개념이라 설명하였으나, GDI 보고서에서 해당 철학에 대한 설명은 사람이 발전의 핵심 동력이며 웰빙의 개선과 폭넓은(well-rounded) 발전 실현이 GDI의 출발점이자 종착점(CIKD, 2022)이라는 다소 모호한 수준에 그쳤다. 즉, 인권이 본질적인 문제가 아닌, 발전의 이차적인 문제로 여겨진다 볼 수 있다. 

글로벌 복합위기가 심화됨에 따라 상대적으로 취약한 상황에 놓인 개도국의 개발협력 수요는 갈수록 점증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중국은 GDI를 통해 개발협력 분야에서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단, 개발협력은 단순 지원규모뿐만 아니라 효과성, 성과 등 질적인 측면 역시 중요하다. 따라서, 중국의 개발협력이 개도국의 지속가능한 발전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개발협력을 단순 자국의 지정학적⋅지경학적 수단으로 활용하지 않고, 개발협력의 핵심 목표인 개도국의 빈곤퇴치와 지속가능발전 추진에 주력하며, 수원국의 발전 수요와 우선순위에 기반한 현지 맞춤형(context-specific) 지원 등을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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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23년 7월 기준, OECD DAC 회원국은 다음과 같다: 호주, 오스트리아, 벨기에, 캐나다, 체코, 덴마크, 에스토니아, 유럽연합(EU), 핀란드, 프랑스, 독일, 그리스, 헝가리, 아이슬란드, 아일랜드, 이탈리아, 일본, 한국, 리투아니아,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뉴질랜드, 노르웨이, 폴란드, 포르투갈,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 스페인, 스웨덴, 스위스, 영국, 미국. 
2) 중국은 2011년(1차), 2014년(2차), 2021년(3차) 총 3차례의 개발협력 백서(White Paper)를 발간하였다. 
3) 구속성 원조는 공적개발원조(ODA)를 받는 국가에 조달되는 물자 및 서비스가 원조를 제공하는 국가 또는 일부 소수국가로 한정되는 경우를 의미한다. 
4) OECD에 따르면 2021년 대비 2022년 ODA 규모가 감소한 DAC 회원국은 그리스, 헝가리, 호주, 뉴질랜드였으며, 공여국 내에서 지출되는 공여국 내 난민지원 비용(in-donor refugee cost)을 제외할 경우 체코, 덴마크, 핀란드, 이탈리아, 스웨덴의 ODA 규모 역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OECD, 2023). 




[참고문헌]
CIKD (2022). Global Development Report. Center for International Knowledge on Development.
CIKD (2023). Progress Report on the Global Development Initiative. Center for International Knowledge on Development.
CGD (2021). Press Release: Report Reveals New Data on China’s Growing Power, Influence at 76 Global Institutions. Center for Global Development. November 18, 2021. 
Hodzi, Obert, Leon Hartwell, and Nicola de Jager (2012). ‘Unconditional aid’: Assessing the impact of China’s development assistance to Zimbabwe. South African Journal of International Affairs, 19(1): 79-103. 
Lum, Thomas, Hannah Fischer, Julissa Gomez-Granger, and Anne Leland (2009). China’s Foreign Aid Activities in Africa, Latin America, and Southeast Asia. Congressional Research Service. 
Malik, Ammar A., Bradley Parks, Brooke Russell, Joyce Jiahui Lin, Katherine Walsh, Kyra Solomon, Sheng Zhang, Thai-Binh Elston and Seth Goodman (2021). Banking on the Belt and Road: Insights from a new global dataset of 13,427 Chinese development projects. AidData. 
OECD (2023). ODA Levels in 2022 – preliminary data: Detailed summary note. OECD. April 12, 2023.
PRC (2021). China’s International Development Cooperation in the New Era. The State Council Information Office of the People’s Republic of China.
Tresbesch, Christoph (2023). Sovereign debt in Africa: large interest rate differences across creditors. Kiel Institute for the World Economy. https://www.ifw-kiel.de/publications/media-information/2023/sovereign-debt-in-africa-large-interest-rate-differences-across-creditors/ 
World Bank (2022). Transcript: Exceptional Uncertainty and the Global Economy: A Conversation with David Malpass and Adam Posen. January 19, 2022. https://www.worldbank.org/en/news/speech/2022/01/19/transcript-exceptional-uncertainty-and-the-global-economy-a-conversation-with-david-malpass-and-adam-posen
Zhang, Denghua (2021). China’s Third White Paper on Foreign Aid – A Comparative Analysis. ANU: Department of Pacific Affai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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