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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인사이트] 중국 경제, 대차대조표 불황 단정하긴 일러

장밍(张明) 소속/직책 : 중국수석경제학자포럼 이사 2023-09-26

최근 리처드 쿠(Richard C. Koo) 노무라종합연구소(NRI) 수석연구원의 주장이 화제가 되고 있다. 6월 말, 리처드 쿠 연구원은 부동산 버블이 꺼지면 중국이 ‘대차대조표 불황’에 진입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통화 정책과 구조적 개혁에 시간을 쏟지 말고 재정 정책에 힘을 실어야 한다는 해법을 내놓았다.

그렇다면, 대차대조표 불황이란 무엇인가? 리처드 쿠 연구원은 저서 ‘대침체의 교훈(The Holy Grail of Macroeconomics)’에서 자산 가치가 크게 하락한 후 대차대조표 불황에 빠진다고 밝혔다. 자산가격이 상승하는 동안 기업은 빚을 내 많은 자산을 사들이는데, 자산가격 거품이 꺼짐에 따라 대차대조표상의 부채는 유지되는 반면 자산 가치는 크게 줄어들어 이들 기업은 부채를 상환할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하지만 생산, 경영상에는 문제가 없기 때문에 여전히 정상적인 매출을 기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이들 기업의 생산·경영 목표는 ‘이윤 최대화’에서 ‘부채 최소화’로 바뀌고, 과거의 부채를 상환하는 데 향후의 매출이 활용된다. 많은 기업이 이러한 선택을 한다면, ‘구성의 모순’이 발생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기업 부문의 대출 수요가 줄어들고 통화승수가 급락하여 총수요가 계속해서 감소할 것이다. 이때 정부가 확장재정 정책을 펼쳐 추가 수요를 제공하지 않는다면, 해당 국가는 장기 침체에 빠질 것이다. 이것이 바로 전형적인 대차대조표 불황이다.

통화 정책으로는 왜 대차대조표 불황에 대응할 수 없을까? 기업의 경영 목표가 이윤극대화에서 부채 최소화로 바뀌면, 과거의 부채를 상환하기 전까지는 대출금리가 0으로 떨어져도 기업은 신규대출을 실행할 동력이 없다. 통화 정책 전달 경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리처드 쿠 연구원은 이에 대해 사실 케인스가 내놓은 ‘유동성 함정’의 미시적인 기반이라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대차대조표 불황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리처드 쿠 연구원은 재정 정책이 유일하고도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모든 기업이 부채 상환에 몰두하여 총수요가 부족해졌을 때, 정부가 반드시 이를 메우기 위해 나섬으로써 경제 성장률 둔화를 막아야 한다. 한 국가의 정부가 국채를 발행하여 자금을 조달하고 더 나아가 확장재정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는 뜻이다. 유효수요 증가의 관점에서 봤을 때, 감세보다 재정 지출을 늘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 감세를 시행할 경우 가계가 소비보다는 저축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복잡다단한 국제 정세와 막중한 국내 개혁·발전·안정 과제 속에서 중국의 올 상반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5.5%를 기록했다. 중국 경제가 이처럼 호전세를 보였지만, 여전히 큰 압력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첫째, 인플레이션 지표 하락세가 뚜렷해지고 디플레이션 압력이 점차 커지고 있다. 2023년 6월, 중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0%를 기록했다. 생산자물가지수(PPI)는 마이너스 5.4%까지 떨어지며 9개월째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갔다. 둘째, 청년 실업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지난 6월, 중국의 전체 실업률이 5.2%로 집계되었는데, 그중 16~24세 청년실업률은 역대 최고치인 21.3%를 기록했다. 셋째, 중국 경제를 이끄는 삼두마차인 소비, 투자, 수출 실적이 모두 시장 전망을 하회했다. 6월 중국의 사회소비재 총매출액(소매판매)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3.1% 증가하였지만, 전달인 5월(12.7%)과 비교하여서는 크게 줄어든 수치다. 누적 고정자산 투자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3.8%를 기록하였는데, 그중 부동산 투자가 전년 동기보다 7.9% 감소하며 14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세를 이어갔다. 달러를 기준으로 한 중국의 수출입액은 각각 마이너스 12.4%, 마이너스 6.8%로 집계되었다. 넷째, 통화지표가 약세를 보였다. 6월 협의통화(M1) 증가율이 3.1%에 불과했는데, 이는 2022년 1월 이후 최저치였다.

냉정하게 말하면, 현재 중국의 지속적인 경제 회복·발전 기반은 여전히 불안정한 상태다. 그렇다고 해서 중국 경제가 대차대조표 불황에 빠진 것은 아니다.

첫째, 대차대조표 불황은 일반적으로 자산가격 급락으로 인해 발생하나, 현재까지 중국의 자산가격 거품은 꺼지지 않았다. 일본경제의 거품이 꺼지기 시작한 것은 부동산 시장과 증권시장이 모두 쇠락하면서다. 그러나 현재 중국의 부동산 시장과 증권시장 가격은 급락할 기반을 갖추지 않았다. 중국 부동산 시장을 살펴보면, 1선, 2선 도시의 부동산 실수요는 여전히 많고 현재 부동산 대출 및 매입 규제 정책이 완전히 폐지되지 않은 상태다. 3선, 4선 도시의 경우, 창의적인 정책이 시행되어 도시로 유입되는 농민공의 주택 수요가 충족된다면 부동산 시장의 공급 과잉 압력이 효과적으로 완화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지방정부가 원가 가산법 방식으로 부동산개발기업으로부터 상품주택(매매가 가능한 주거·상업·기타 용도의 건축물)을 매입한 후 이를 저소득층을 위한 임대주택과 공공임대주택으로 전환한다면, 상품주택 재고를 처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필요한 주택을 중복적으로 건설하지 않고도 도시로 유입되는 농민공과 청년층의 주택 수요를 충족할 수 있다. 주목해야 할 점은 2021년 이후 새롭게 시행된 일련의 부동산 규제(부동산개발기업의 대차대조표와 관련된 ‘3개 레드라인’ 정책, 상업은행의 대출 집중 관리 강화 등)가 지나치게 엄격하여 최근 중국 정부가 조정에 나섰다는 사실로, 이는 굉장히 현명한 결정이다. 

둘째, 전체적으로 봤을 때, 중국 기업 부문은 장기 디레버리징(부채 축소) 국면에 진입하지 않았다. 2008년 말부터 2023년 3월 말까지 중국 비금융 기업 부문의 레버리지 비율은 95.2%에서 167.0%까지 상승했다. 해당 지표는 2020년 6월 165.3%에서 2021년 12월 154.1%까지 하락한 바 있으나, 2022년 초부터 현재까지 다시 지속적인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실제로 국유기업과 비교하여 민영기업의 레버리지 비율은 지난 몇 년간 전반적으로 다소 하락하고 있으나 모든 민영기업이 대출을 꺼리는 것은 아니다. 일례로 ‘3개 레드라인’ 정책의 영향으로 중국의 부동산개발기업은 2021년부터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민영기업이 중국 부동산개발기업의 중심 세력이다. 다시 말해, 업계 규제로 민영기업의 자금 조달이 제한된 반면, 비(非)민영기업은 적극적으로 디레버리징에 나서고 있다. 

셋째, 현재 중국 경제는 유동성 함정에 빠지지 않았으며 통화정책 완화는 여전히 정책 효과가 크다.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소비와 투자가 살아나지 않는 현상을 유동성 함정이라고 일컫는다. 하지만 이는 중국에 적용되지 않는다. 우선, 대규모 가계대출 조기상환 현상이 나타난 이유는 바로 현재 신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기존보다 현저히 낮아 신규 대출로 기존 대출을 상환하는 가계가 늘었기 때문이다. 또한 현재 PPI가 마이너스 5% 이하인데, 이는 기업의 실제 융자금리가 10%에 가깝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의 투자를 독려하기 위해 중앙은행은 명목금리를 크게 낮춰야 한다. 사실, 과거 중앙은행은 오랫동안 건전한 통화정책을 펼쳐왔기 때문에 현재 중국 통화정책 완화 여지는 충분하다. 지준율 인하이든 금리 인하이든 마찬가지다.    

상술한 내용을 다음과 같이 종합할 수 있다. 첫째, 중국은 아직 심각한 자산 거품 붕괴 단계에 접어들지 않았다. 둘째, 중국의 기업 부문은 지속적인 디레버리징 단계에 진입하지 않았다. 셋째, 중국 경제는 아직 유동성 함정에 빠지지 않았다. 따라서 현재 중국 경제는 대차대조표 불황에 진입하지 않았다.

현재, 중국 경제는 2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첫째, 인구고령화 현상이 심각해지고 기존의 투자 및 수출을 원동력으로 한 경제성장 모델이 지속되기 어려워짐에 따라 중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계속해서 둔화하고 있다. 둘째, 중국 국내외 불확실성 증가로 인한 단기 충격 때문에 중국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보다 현저히 낮아져 지속적인 공급과잉형 수급불균형 현상이 나타났다. 앞서 이야기한 낮은 인플레이션 수치와 높은 실업률 모두 공급과잉형 수급불균형 현상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이러한 문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우선, 중국 정부는 새로운 개혁개방을 통해 중국 경제를 활성화하고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데 힘을 기울여야 한다. 관련 구조적 개혁은 어떻게 해야 ‘국영경제와 민영경제의 공동 발전(两个毫不动摇)’ 정책을 확고하게 시행하여 민영경제 발전을 독려할 수 있는지, 어떻게 해야 중국 내 각종 요소의 자유로운 이동을 통해 전국적으로 통일된 대시장을 조성할 수 있을지, 어떻게 해야 교육·의료·양로 등 공공서비스 분야의 개혁을 추진하여 청년층의 출산 의지를 북돋을 수 있을지, 어떻게 해야 인구보너스가 사라지는 상황에서 인재보너스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을지, 어떻게 해야 리스크를 통제하면서 높은 수준의 대외개방을 이뤄낼 수 있을지 등의 내용을 포함하나 이에 국한하지 않는다. 

또한, 중국 정부는 재정·통화정책을 한층 확대하여 공급과잉형 수급불균형 문제를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 재정정책과 통화정책 간 연계를 강화하고, 재정 정책이 보다 적극적이고 중요한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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