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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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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디지털 통상전략에 대한 평가

유정호 소속/직책 : 국립부경대학교 국제통상학부 조교수 2023-11-08

중국의 디지털 통상전략에 대한 평가1)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4차 산업혁명은 디지털 무역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주요 국가들은 다양한 디지털 통상규범을 채택하고 있다. 미국은 TPP, USMCA 및 USJDTA를 통해 디지털 통상규범을 확립하고 있고, EU는 개인정보보호를 강조하면서 데이터법을 도입하였으며, 중국은 독자적인 디지털 통상규범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디지털 통상규범과 관련해 미국 중심의 연구가 다양하게 수행되는 상황에서(이재민, 2020; 김민정, 2021), 중국의 디지털 통상전략에 대해 검토함으로써 한국에 시사점을 제공하고자 한다.


중국의 디지털 실크로드 전략은 2015년 3월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가 발간한 일대일로 백서인 ‘정보 실크로드’에서 처음으로 언급되었으며 2019년부터 본격화되었다(정호경, 2021). 중국의 적극적 디지털 통상 전략은 2016년 항저우 G20 정상회의에서 알리바바를 통해 언급되기 시작하였다. 오바마 행정부가 중국에 대한 견제를 시작되자 전자상거래를 활용해 자국 중심의 국제무역체제를 확산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평가된다.


중국의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eWTP는 한국을 포함한 각국의 주목을 받았으나 실제 협력 건수는 5건에 그쳤다. 내용을 불문하고 사실상 중국의 eWTP 의도가 국제사회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는 것을 시사한다. 이에 따라 중국은 기존 일대일로 사업에 디지털 실크로드를 추가하는 전략으로 선회하였다. 2017년 5월 시진핑 주석은 베이징에서 열린 첫 일대일로포럼(BRF)에서 디지털 실크로드 전략을 언급하였다. 또한 가시적인 비전 실현을 위해 Wuzhen에서 열린 제4차 세계 인터넷 회의(WIC)에서 일대일로 디지털 경제 협력 이니셔티브를 시작하였다. 일대일로 구상을 주도하는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는 디지털 실크로드 관련 투자 승인 권한을 갖고 있으며, 다양한 프로젝트가 NDRC에서 추진된 것을 미루어 봤을 때 중국의 디지털 통상전략은 디지털 실크로드 하에서 운영 및 지원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디지털 실크로드는 주변 국가와의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과의 정면 대결은 피하면서 주변 국가를 포섭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5G 설비, 모바일 결제, 보안 감시 등 디지털 4차산업에서의 기술력을 이용하여 중국의 영향력이 높은 일대일로 연선국가들을 상대로 디지털 실크로드 전략을 통해 미국 주도의 통상질서 개편에 대응하고 있다. 중국은 eWTP의 실패를 교훈 삼아 자국의 앞선 기술력을 무기로 디지털 실크로드 전략을 기획한 셈이다. 디지털 실크로드는 이미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의 핵심요소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2019년을 전후하여 중국의 최고 대외정책으로 자리잡았다(Eurasia Group, 2020). 디지털 실크로드는 협약을 맺은 국가들에게 국경 간 전자상거래, 데이터 공유 및 기타 형태의 디지털 협력을 촉진하기 위해 광섬유 케이블, 5G 통신망, 모바일 결제 시스템, 보안 기술, 안면인식, 인공지능(AI), 클라우딩 서비스 등에 대한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중국의 디지털 실크로드 전략이 자국의 기술표준을 수출하고 디지털 플랫폼과 서비스를 다른 국가에 전파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2021년 제14차 5개년 규획에서 중국은 디지털 표준을 제정하고 이를 국제적으로 확산시켜 글로벌 디지털 경제를 선도하기 위한 ‘중국표준 2035를 발표했다(현상백 외, 2021). 국제사회에 기여하려는 측면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디지털 실크로드는 미국의 수출통제와 공급망 재편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인 셈이다. 2020년 말 기준 중국은 이미 최소 16개국과 디지털 실크로드 MOU를 체결했거나 디지털 실크로드 관련 사업에 투자했다. 일대일로 사업에 참여하는 전체 국가(138개국)의 1/3이 디지털 실크로드 프로젝트에 협력하고 있다. 개발도상국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한국을 포함한 일부 선진국도 디지털 실크로드 MOU 협정에 서명했다(CFR, 2020).2) 디지털 실크로드 전략 하에 한국도 중국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다.


디지털 실크로드 전략이 이렇게 확대될 수 있었던 배경은 중국이 정부 주도 정책에서 기업 지원 정책으로 선회했기 때문이다. 특히, ICT 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이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 지원 분야는 전자상거래 플랫폼, 통신장비,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으로 구분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전자상거래는 알리바바, 통신장비는 화웨이,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은 틱톡을 들 수 있다. 알리바바는 거대한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하면서 알리바바닷컴, 티몰, 타오바오와 같은 전자상거래 플랫폼에 더해 알리페이와 차이니아오와 같은 금융, 물류 플랫폼으로 사업으로 확장되기도 하였다.


전자상거래 플랫폼 추진 초기 중국은 인터넷 사용자가 400만에 불과하다는 점, 물류·유통망이 부재했다는 점, 온라인 결제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다는 점에서 성장에 어려움을 겪었다(Yi, 2017). 이를 극복하고자 알리바바는 알리페이를 출시하며 금융 플랫폼으로 확장하였고 차이오니아를 추후 설립하면서 물류 분야까지 확대하게 되었다. 통신장비 기업인 화웨이는 네트워크와 장비를 생산하면서 중국 정부로부터 경제적, 외교적 지원을 받았으며, 틱톡의 경우에도 2016년 출시된 이후 짧은 동영상 플랫폼이라는 특징으로 빠르게 성장하였다. 중국 정부의 ICT 기업 지원으로 글로벌 경쟁력 확보와 플랫폼의 국제적 확산이라는 성과를 거두었으며, 한국에 대한 영향력도 함께 확대되었다.


중국 정부는 2007년 제12차 5개년 개발 계획을 발표하면서 정책적으로 전자상거래와 관련 기업을 지원하기 시작하였다(Jiang et al., 2021). 이를 위해 중국은 2015년부터는 국경 간 전자상거래 촉진을 위한 시범 도시 사업을 5차례 추진하였다. 첫 번째 시범 도시는 알리바바가 위치한 항저우였다. 중국은 항저우에 국유기업을 설립하고 알리바바, 공상은행, 은태백화점을 시범 업체로 선정하여 전자상거래를 지원하였다. 시범 사업의 목적은 전자상거래에 관련된 일련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장기적으로 국경 간 전자상거래의 표준을 개발하는 것이었다.3) 


중국은 시범 사업 추진을 통해 국내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성장을 목표로 하였다(Wang, 2022). 시범 도시를 통해 전자상거래 플랫폼 및 네트워크 구축에 필요한 경험치를 쌓았으며  점차 도시별 특색을 가진 사업으로 발전하였다. 국유기업은 전자상거래 플랫폼 구축에 필요한 사항을 상무부에 전달하고, 중국 정부는 국경 간 전자상거래 구축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 과정을 반복하였다. 전자상거래와 네트워크 등 주요 첨단산업을 정책적으로 지지하고, 도시별 시범 사업을 추진하여 기업이 내수시장에서 경험을 축적하고 경쟁력을 확보하여 세계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한 것이다(Naughton, 2020). 이는 첨단산업의 특성상 최신기술의 확보와 활용에 가장 적합한 형태가 기업 활동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디지털 실크로드의 주요 참여자는 ICT 기업이며 중국 정부는 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동시에 방향성을 제시해주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에 더해 중국 내 ICT 기업이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인터넷 진입 제한 정책이 유지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외부 진입이 차단된 상황에서 인터넷은 정부가 아닌 기업에 의해 소유·운영된다. 이는 중국 기업이 경쟁 없이 인터넷 플랫폼을 통해 전문적 기술을 습득하고 학습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알리바바, 화웨이 등 통신 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밑거름이 되었다(Naughton, 2020). 다만, ICT 기업에 대한 관리가 중국 국유기업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 ICT 기업의 글로벌 확장은 중국 정부의 정보 수집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경계가 필요하다.


주목할 것은 중국의 디지털 플랫폼이 국제사회로 확장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아프리카, 중동, 동유럽 일부, 라틴 아메리카, 동남아 등 디지털 전환을 위해 무선 네트워크와 광대역 인터넷와 같은 인프라 투자가 절실한 국가가 대상이 되고 있다. 중국의 디지털 실크로드 투자는 인프라를 제공하거나 자금 조달을 지원하고 있어 향후 많은 국가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디지털 실크로드에 따른 중국의 타국에 대한 정보 수집 가능성은 수혜국이 필터링, 콘텐츠 조정, 데이터 현지화 및 감시를 할 수 있게 해줌으로써, 기술 기반의 권위주의 모델을 채택하는데 악용될 수 있다. 현지 네트워크를 운영하는 중국 기업은 정치상황에 개입할 수 있는 감시 기능 개발을 지원하기도 하며, 인터넷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검열하는 방법에 대한 교육을 제공하기도 한다. 또한 중국 기업이 데이터 유출을 통해 정치에 개입함에 따라 민주주의를 훼손할 가능성도 충분히 존재한다(CFR, 2020). 


미국은 이러한 중국의 디지털 확장을 차단하고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2020년 4월 트럼프 행정부는 ‘클린 네트워크’ 계획을 발표하면서 일대일로 연선국가들이 중국의 디지털 실크로드 전략에 합류하는 것을 억제하고자 하였다(김상배, 2022). 클린 네트워크는 이동 통신사와 모바일 앱, 클라우드 서버를 넘어 5G·해저케이블·앱에 광범위하게 적용된다. 미 국민의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사실상 전 세계 인터넷 비즈니스와 글로벌 통신업계에서 중국 기업들을 몰아내겠다는 뜻이다. 


미국의 클린 네트워크 전략은 동맹국에게는 받아들여진 측면이 있으나 중국산 저가 인프라 장비를 구매해야 하는 제3세계 국가에게는 경제적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미국은 바이든 행정부 들어 대중국 견제를 위해 동맹국가와의 연대를 강화하고 있다. 2020년 말 G7 정상회의에서 미국은 ‘더 나은 세계 재건’을 출범시키기로 하였다. G7 국가를 중심으로 디지털 인프라를 포함한 프로젝트에 수천억 달러를 투자하는 것이다.


미국이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에서 디지털 통상규범을 논의하게 된 배경에도 중국 플랫폼을 견제하기 위한 공통의 디지털 통상규범을 회원국 간 수립하고 이를 전 세계 표준으로 삼기 위함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미국 주도의 디지털 통상규범의 수준이 과도하게 높고 구속성이 강할 경우, 한국을 포함해 국내 합의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국가나 참가국 가운데 역량을 갖추지 못한 국가들이 협상에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데 미국의 딜레마가 있다. 다만, 디지털 경제가 IPEF의 핵심 의제라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고 참가국 중 다수가 디지털경제동반자협정를 체결한 점을 고려할 때, 디지털 통상규범이 조속히 마련될 수도 있을 것이다.


디지털 통상을 둘러싼 국제규범의 파편화는 한국의 미래전략에 새로운 기회와 도전을 제기하고 있다. 디지털 통상환경의 대립은 단순히 기술·경제적 사안이 아니라 외교·안보적 선택이다. 특히, 다자무역체제에서 미국의 공백이 확대되는 사이 중국식 디지털 통상전략의 확장은 한국의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대세계 시장 진출에도 큰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디지털 경제가 크게 확대되는 현시점에서 디지털 통상환경의 대립에 한국 정부가 적극적 전략 수립과 대응에 미비하다면 한국은 경제적 피해뿐만 아니라 외교·안보적 전략에서도 종속적 선택지만 갖게 될 가능성이 크다. 향후 디지털 경제의 경쟁력 강화에 데이터의 확보가 매우 중요한 쟁점인 만큼 디지털 통상규범 도입을 위한 실효성 높은 전략과 범정부 차원의 정책 마련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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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본 원고는 저자가 발간한 “디지털 통상규범 고찰과 중국의 디지털 통상전략 평가” 논문을 바탕으로 수정·보완하여 작성한 것임(정인교·류예리·유정호, 무역통상학회지 23(4) 2023.08, pp.59-76)

2) 2016년 한중경제장관회의를 통해 인천-웨이하이 시의 디지털 실크로드 MOU를 체결했다.

3) 국경 간 전자상거래에 필요한 네트워크는 거래→외환결제→물류→통관→관세환급 등으로 국경 간 거래에 필요한 일련의 디지털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포함한다.


[참고문헌]

정인교·류예리·유정호(2023), “디지털 통상규범 고찰과 중국의 디지털 통상전략 평가” , 무역통상학회지 23(4), pp.5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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