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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부동산과 Peak China
김동하 소속/직책 : 부산외국어대학교 중국학부 교수 2023-11-20
1. 또 다시 등장한 중국 위기론, 피크 차이나
최근에 불거진 ‘피크 차이나’는 주기적으로 등장해서 이제는 놀랍지도 않은 중국 위기론의 또 다른 표현이다. “2050년에는 중국에서 은퇴자 한 명을 부양할 수 있는 경제활동 인구가 두 명에 그칠 것이다.” 미국 정치학자 할 브랜즈 교수와 마이클 베클리 교수가 ‘중국은 어떻게 실패하는가(2022)’라는 저서에서 ‘피크 차이나(Peak China)’라는 개념을 소개하면서 제시한 논거 가운데 하나다. 저자들은 지정학적 긴장으로 외국 기업의 탈(脫)중국이 가속화되면서 중국경제가 조만간 성장 상의 정점(피크 차이나)에 도달해 미국을 넘어설 수 없을 것이라고 예견했다. 이후 중국의 2022년 GDP 성장률이 3%를 기록한 후 ‘피크 차이나론’이 다시 확산되고 있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도 2023년 세계대전망에서 ‘피크 차이나론’을 다시 언급했다. 그렇다면 정말 중국 성장은 정점에 달했을까? 최근 중국 거시경제 지표를 먼저 살펴보자.
2022년 중국의 경제 성장률은 3%를 기록했다. 분기별로 보면 1분기 4.8%에서 2분기 0.4%로 큰 폭으로 떨어진 뒤, 3분기에는 3.9%로 다소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4분기에 다시 약화됨에 따라 당초 중국정부가 목표로 했던 5.5%에 못 미치는 3%에 머물렀다. 이는 1979년 중국이 개혁개방 정책을 전개한 이래, 2020년(실적 2.2%) 이후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또한 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 때문에 실제 성장률(7.8%)이 8% 성장 목표를 하회한 후 중국이 성장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두 번째 사례이다. 이유는 명료하다. COVID-19 때문이다.
2. 리오프닝의 결과는?
그렇다면 2023년 금년 중국경제 실적은 어떨까? 먼저, 금년 2분기 중국경제는 전년도 부진에 따른 기저효과 등에 기인하여 1분기 4.5% 보다는 높은 6.3% 성장세를 기록하였다. 하지만 이는 ‘리오프닝 효과’를 한껏 기대한 시장의 예상(7.1~7.3%)을 하회한 수준이었다.
금년 연초부터 시작된 ‘리오프닝’은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1)을 중지했다는 의미이다. 중국은 감염자가 한 명만 발생해도 주거지 및 직장을 폐쇄하는 강력한 방역 정책을 유지했었다. 이에 따라 상하이 등 대도시 봉쇄에 따른 물류 대란이 벌어지면서 소비와 수출에 빨간 불이 켜졌다. 중국 리오프닝의 상징적인 조치는 65일간 봉쇄된 상하이 개방(2022.6.1)이었다. 이후 2022년 12월, PCR검사증명(지참) 폐지 등 다른 도시들의 방역조치도 점차 완화되었다. 2023년 1월 8일부터 COVID-19를 더 이상 출입국 검역관리대상 전염병에도 포함하지 않게 되면서 대외적인 ‘리오프닝’도 시작되었다.
중국은 그간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내수 부양책과 투자에 의존해 왔다. 이러한 조합은 2008년 금융위기 후 비실대는 경제를 회복시키는 데에는 유효했다(2008년 9.7%였던 GDP성장률은 2009년 9.4% , 2010년 10.6%으로 상승했다). 그러나 현재는 2008년과 다르다. 부채가 당시보다 더 많아졌고, 부동산시장이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필요한 인프라 대부분의 건설이 이미 완료되었다.
따라서 리오프닝에 따른 수혜는 3년 동안 제한되었던 이동의 자유가 해제된 데 따른 중국 내 일부(관광·식음료) 서비스업으로 국한될 것으로 보았다. 하지만 리오프닝이 반년 이상 지난 현재 소비자들은 지출보다는 저축에 몰두하고 있다.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2020~2022년 가계저축률(저축/가처분소득)은 2019년 대비 2~4%포인트 높다(2019년 29.9%→ ’20년 34.1%→ ’21년 31.4%→ ’22년 33.5%). 이러한 과다한 저축은 2023년 내수 및 부동산 소비진작을 도모하는 정부에게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2)
특히 2023년 6월 소매판매 증가율은 3.1%로 전월 두자리(12.7%)에서 급락하며 소비 위축에 대한 우려도 증대되고 있다. 7월 동 지표는 2.5%로 더욱 줄어들었다. 8월(6.8%), 9월(6.9%)에 소폭 반등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금년 3분기 소매판매 증가율은 4.2%에 머물렀다.
고정자산투자 역시 하향세이다. 수익성 악화, 해외수요 위축 등으로 기업이 투자에 신중한 태도를 드러내면서 그간 소폭의 플러스 성장세를 보이던 민간투자가 5월부터 감소로 돌아섰다 (누계, 전년동기비: 2023년 2월 0.8%→ 3월 0.6%→ 4월 0.4%→ 5월 -0.1%→ 6월 –0.2%→ 7월 –0.5%). 이에 따라 금년 3분기 실적은 3.1%에 그쳤다.
경제를 성장시키는 다른 한 축은 수출이다. 해외 경기와 수요 부진으로 리오프닝에도 불구하고 금년 1분기 0.5% 성장을 기록한 후 줄곧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월별로도 3월과 4월에 반짝 성장세를 시현했으나 5월부터는 마이너스 성장이다. 2023년 상반기 수출은 자동차를 제외한 IT제품 및 섬유・의복 등 대부분의 품목에서 부진하며 전월보다 감소폭이 확대 되었다. 수입은 내수 침체, 미중갈등 지속 등의 이유 때문에 농산품, 자동차, IT제품을 중심으로 감소폭이 전월 대비 더욱 확대 되었다. 그 결과, 수출입 모두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는 각각 –9.9%, -8.6%로 감소폭을 확대했다. 이상과 같은 ‘리오프닝’ 실적을 보면 중국경제에 ‘노란불’이 켜진 것은 확실해 보인다.
3. 중국에서 부동산이란?
중국에서 아파트를 구매할 수 있을까? 물론 정답은 Yes이다. 그러나 이 질문을 1998년에 받았다면, 정답은 No가 되어야 한다. 1998년까지 주택은 사고 팔수 있는 상품이 아니었다. 국가 혹은 국유기업만 소유할 수 있었고, 거주하는 직원은 소액의 임대료를 지불하고 퇴직 때까지 거주할 수 있었다. 이런 주택을 공팡(公房)이라고 불렀다.
1994년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표방한 중국정부는 1998년에서야 주택도 사고 팔 수 있도록 상품화 했다. 먼저 공팡을 저금리 대출과 함께 살고 있는 직원에게 판매하였다. 그리고 거주연한, 재직기간 등 일정 조건이 충족되면 일반 상품처럼 타인에게 매매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중국에서 주택에 대한 재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불과 25년 전에 일어난 일이다.
주택 사유화로 건설사들이 지어 팔 수 있게 된 아파트를 상품방(商品房)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1990년대말까지도 주택시장이 활성화 될 수 없었다. 평생 임금을 모은 것보다 더 비싼 아파트를 덥석 살 소비자는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중국정부는 2000년초 주택대출제도를 도입한다. 이제 계약금 20%만 가지면 나머지는 주택담보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구매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 결과, 2002년부터 중국의 부동산 시장은 ‘폭발적’이라는 형용사 말고는 달리 설명할 단어가 없게 되었다. 각지 상인들이 부동산 투자에 뛰어 들었다. 국가(지방정부)가 무상으로 소유하던 토지에 대한 사용권을 양도하여 개발상(디벨로퍼)에게 아파트를 짓게 하고, 지방정부 소속 건설사가 이를 건설한다. 지방소재 은행은 개발상에게 건설자금을 대출해주고, 또 주택을 사려는 소비자에게도 주택대출을 집행한다. 지방정부는 쉽게 GRDP(지역경제성장) 목표를 달성할 수 있고, 은행도 돈을 계속 벌 수 있다. 결국 부동산 공급은 이렇게 확대되어 온 것이다.
그렇다면, 부동산 거품으로 경제 위기가 초래되지 않을까? 도시화율 지표만 보면 향후 25년간은 그럴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중국은 매년 1%포인트 이상의 도시화율 상승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도시화란 농촌을 현대화하거나 행정적으로 도시에 편입시키는 것이다. 주택개량사업이 우선 펼쳐진다. 2022년 중국의 도시화율은 65.2%, 여기서 1%포인트 도시화율이 늘어난다는 것은 1,400만명의 농촌 인구에게 새로 집을 지어주던지 살던 집을 개보수 해주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중국이 현재 선진국 수준의 도시화율이 90%에 도달할 2048년까지는 일정 규모의 주택 공급이 필요하다. 중국의 도시화율 목표는 2035년 75%, 2050년 80% 내외 수준이다.
4. 헝다로 불거진 중국 부동산 문제
허난(河南)성 출신 쉬자인(许家印, 1958년생) 회장이 1996년에 설립한 헝다그룹(Evergrande, 恒大集团)은 베이징, 상하이 등 139개 도시에서 부동산 프로젝트를 해내며 업계 2위 규모로 커온 기업이다. 쉬 회장은 우한철강학원(武汉钢铁学院)을 졸업하고 1982년부터 허난성 우양철강(舞阳钢铁) 생산라인에서 근무하다가 1992년 광둥성 선전시 중다그룹(中达集团)으로 이직하면서 부동산을 처음 접하게 된다. 그가 부동산업에 진입한 1996년의 광둥성 광저우에서는 ‘사회주의 시장경제’가 본격 궤도에 들어서면서 건설 광풍이 불었다. 그는 헝다그룹을 24년 만에 2020년 말 기준 자산 2.3조 위안 및 부채 1.95조 위안 규모의 거대 기업으로 키워냈다.
2021년 9월, 헝다그룹의 부도 위기설이 대두됨에 따라 이전부터 제기되었던 중국 부동산 개발기업의 과도한 레버리지에 대한 우려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에 중국 정부는 건전성 규제 등으로 디레버리징(부채축소)을 독려해왔다. 헝다그룹 사태는 부동산 의존형 성장모델의 취약성, 부동산 개발기업의 누적된 과잉부채, 기업 한계를 넘어선 정부 규제가 동시에 맞물려 나타난 결과이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경기부양 수단으로서의 인프라·건설 투자가 늘어나면서, GDP 대비 부동산 부문 비중이 꾸준히 상승해왔다. 그간 투자의 연평균 GDP 성장 기여율이 2008년~2020년 기준 50%를 기록했다. 결국 부동산 개발기업의 부채비율이 상승할 수밖에 없던 구도 하에서, 분양시장 둔화까지 가세해 경영여건이 악화되었다. 부동산 개발 기업의 부채비율은 396.5%로 제조업 기업의 108.0%에 비해 높은 수준인데, 헝다그룹은 업계 내에서도 특히 높아 2021년 상반기 기준 478.4%를 기록했다.
설상가상 앞서 언급되었던 문제를 바로잡기 위한 중국정부의 고강도 규제는 헝다그룹에게 회복하기 힘든 수준의 타격을 입혔다. 2020년부터 중국 정부는 레드라인 규제를 통해 부동산 개발기업의 디레버리징을 유도했다. 2020년 8월 20일 공표된 기준을 보면, 부동산 개발 기업은 ① 선수금 제외 자산부채율 70% 초과 금지, ② 순 부채율 100% 초과 금지, ③ 유동부채 대비 현금성 자산 1배 이상 유지 등을 지켜야 한다. 헝다 그룹의 경우 2020년 상반기에는 3개 전부를, 2021년 상반기에는 2개 기준을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헝다그룹 자산 중 미완공 주택(2020년 기준 150만 가구)은 53.8%(1.28조 위안)였다. 중국정부는 헝다그룹 부동산 프로젝트를 특별관리계정으로 설정해서, 주택구매자의 지불금이 주택 프로젝트를 완공하는 데에만 사용되도록 관리·감독했다. 헝다그룹 차입금(금융부채) 규모(2021년 6월 기준 5,718억 위안)는 금융기관 전체 대출(2021년 8월 기준 193.9조 위안)의 약 0.3% 수준이어서 중국경제 전반으로 리스크가 확대될 것으로 보는 시각은 많지 않았다.
2021년 8월에 지급정지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헝다가 부도처리 되지 않는 이유는 하청기업과 건설활동이 현재진행형인 아파트의 완공 문제 때문이다. 헝다는 2023년 8월 18일, ‘챕터 15’를 뉴욕법원에 신청했다. ‘챕터 15’는 미국 내 채권자들의 채무 변제 요구와 소송으로부터 회생을 추진하는 외국계 기업을 보호하는 규정이다. 채권자들로부터 채무 변제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헝다그룹은 위와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5. 비구이위안은 중국 경제구조 전환의 어려움을 방증
헝다 위기설(2021.9)이 대두된지 다시 2년이 지났다. 이번에는 중국 최대의 민영 부동산기업 비구이위안(Country Garden, 碧桂園)이 2023년 8월 7일 기한이었던 달러화 채권(5억달러 2건)에 대한 이자(2,250만달러) 지급에 실패하면서 두 번째 부동산 기업발 리스크가 불거졌다.
비구이위안은 2022년 기준 중국 부동산 매출 2위(민영기업 1위)로 매출액은 640억 달러, 총자산은 2,529억 달러, 총부채는 2,080억 달러인 초대형 부동산 기업이다. 6만명의 종업원에 3만 3,000여개의 하청업체를 보유한 비구이위안은 연간 70만채의 아파트를 공급한다. 이러한 비구이위안의 규모와 2년전 헝다 위기설이 오버랩 되면서 ‘피크 차이나’가 더 부각된 것이다. 또한 비구이위안이 진행하는 프로젝트의 수는 헝다의 4배 가까이 된다.
1992년에 광둥성 포산(佛山) 순더(顺德)에서 설립된 비구이위안은 1세대 농민공(농촌이주 노동자) 양궈창(杨国强, 1955년생)이 세운 민영 부동산 기업인데, 2020년에 포춘 글로벌 500대 기업 순위에서 147위까지 올라갔다. 농촌 출신 양궈창은 17살 때까지 신발을 신어보지 못했을 정도로 가난하게 살았다. 23세 때 지방정부 주택관리회사의 미장공으로 시작했지만, 1992년에는 순더의 황무지를 싼 가격에 사들여 비구이위안이라는 브랜드로 부동산 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주택이 본격적으로 상품화 되기 이전 시기이라 4000채 중 단 3채만 팔리는 실패를 겪었다. 이후 기자 출신 마케팅전문가 왕즈강(王志纲)을 만나 베이징 명문고인 징산(景山)중학의 분교를 단지 내 만들어 고급빌라를 완판시켰다. 이를 계기로 비구이위안 브랜드의 사업영역을 전국으로 확장하면서 중국의 대표적인 부동산회사로 일어섰다.
비구이위안의 위기 배경은 중국 경제구조 전환 추세를 무시한 부동산 중심 성장모델 치중, 거시경제 리스크 대응 전략 부재 등으로 요약된다. 중국은 토지공유제를 실행하는 나라이다. 건설업자들은 지방정부로부터 40~70년간 토지사용권을 구매하여 그 위에 아파트를 지어 판다. 양궈창은 정부로부터 토지를 불하받아 기본설계를 끝내고 착공(3개월), 분양(4개월), 자금회수(5개월)를 초단기에 끝냈는데 이는 타사보다 두 배이상 빠른 속도였다. 중국 부동산 회사의 마진은 분양가와 토지사용권 매입가격의 차이인데, 이를 극대화하기 위해 양궈창은 상하이, 베이징, 광저우 등의 1선 도시가 아닌 내륙에 있는 3-4선 도시를 공략했다. 하지만 이러한 모델은 부동산 경기가 호황일 때나 통하던 전략이다. COVID-19로 수요 심리가 얼어붙으며 경고등이 켜진 것이다.
2022년 분양아파트 완공호수를 보면 비구이위안은 70만채로 1위이고 2위인 헝다의 2배가 넘는다. 대출은 막혔고 분양자금은 안 들어오고 원자재가격은 급등해서, 완공을 많이 하면 할수록 건설사 유동성 압박은 커질수 밖에 없는 구조에 몰렸다.3)
최근 뉴스(2023.9.5)를 보면, 비구이위안은 298억원 규모 이자 상환에 성공해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를 다시금 넘겼다. 비구이위안이 이번 이자는 갚는 데 성공했지만, 2024년 초까지 갚아야 할 채권 원리금 총 액수가 157억 200만위안에 달해 위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6. 전망과 시사점
중국 부동산 시장은 2016년 하반기 이후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 중립적인 통화정책 등으로 안정세를 유지해왔다. 2020년 COVID-19 대응 차원에서 확장적 거시정책을 시행함에 따라 중국 부동산 가격은 일시적으로 상승하였으나, 2021년 상반기, 금융당국과 지방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재차 강화하자 급락하였다. 가격 상승 기대가 약화된 가운데 2021년 9월부터 헝다를 비롯한 부동산 개발 업체들의 채무불이행 위기로 유동성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투자심리가 냉각되어 아직까지 회복 모멘텀을 확보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부동산 및 신용시장 데이터를 토대로 중금공사가 중국의 금융 사이클을 추출한 결과, 부동산 경기 회복은 쉽지 않은 것으로 전망되었다. 일부 증권사 연구소에서는 부동산개발투자가 적어도 2024년 상반기까지는 둔화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부동산개발회사의 토지매입, 신규착공도 줄어들어 금년 하반기 역시 부동산 개발 투자의 부진이 크게 바뀌지 않을 가능성을 예측하는 기관들이 많아졌다. 부동산 경기의 회복 지연은 부의 효과(wealth effect. 부동산·주식 등 자산가치가 증대되면 소비가 늘어나는 효과)에 부정적 영향을 끼쳐 중산층과 고소득층 소비심리를 약화시키고 있다.
7월 24일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회의에서는 수년 동안 유지해 온 ‘부동산은 주거용이지 투기나 투자 대상이 아니다(房住不炒)’라는 문구를 부동산 정책 관련해 제외하였다. 이는 중국 공산당과 정부가 현재 부동산 시장의 문제점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따라서 전면적인 부동산 대책보다는 헝다 사태를 지난 2년간 관리해온 기조 하에서 필요한 조치를 선별적으로 적절하게 취할 것으로 전망된다.
2010년 3월에 개최된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화두 중 하나는 국진민퇴었다. 국(國)은 국유기업을 상징하며, 민(民)은 민영기업을 나타낸다. 즉 2008년말부터 본격화된 미국발 금융위기로 어려움에 빠진 민영기업에 대해, 국유기업이 인수합병에 나선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후 민영기업은 산업 구조조정 명목으로 추진 중인 중국 정부의 ‘재(再)국유화’ 정책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현상은 철강․자동차․자원개발 심지어 IT 분야에서도 일어났다. 따라서 2023년에도 특히 부동산 분야에서 국진민퇴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21세기경제보도(2023.3.16)에 따르면 2022년도 중국 내 100대 부동산 기업중 중앙정부 관할 국유기업(중앙기업)은 모두 70개나 되며, 이는 전년대비 16곳이 늘어난 결과이다. 또한 중앙기업의 2022년 부동산 매출액은 중국 전체 부동산 매출액의 57.9%를 점유하고 있는데, 역시 전년비 6.1% 포인트 늘어난 결과였다. 2022년 100대 기업의 중국 부동산 시장 점유비는 47.5%로 전년비 2.4%포인트 감소했다. 이러한 구조는 일단 부동산 시장에서 리스크가 심각해지면 중앙기업이 직접 나서서 해결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한국은행 조사국(2023.8.24)에 따르면, 중국 부동산시장 부진이 지속될 경우, 우리 나라 성장세는 추가 약화될 것으로 예측되었다. 한국은행이 전망한 2023년 우리나라 성장률은 1.4%이다. 하지만 중국의 부동산 부진 지속으로 성장세가 추가적으로 둔화될 경우 금년 한국 성장률은 -0.2~-0.1%pt, 물가상승률은 -0.1%pt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또 2024년 성장률 역시 -0.3 ~ -0.2%pt, 물가 상승률은 -0.3%pt 하락을 추정했다. 부동산 부문 침체로 중국 민간심리가 위축됨에 따라 방한 중국인수 및 한국 상품수출 규모가 기준치(baseline)에 미치지 못하면서 한국의 성장 흐름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파급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중국 부동산 시장의 최근 상황과 관련하여, 우리 기업들을 위해 도출한 시사점은 아래와 같다.
① 부동산에서 파급된 소비 약화 추세는 2024년 1분기까지 이어질 수도 있으므로 이에 대응한 우리 기업들의 업종별 맞춤형 전략이 요구된다. 주춤한 가계소비지출 증가세, 줄어든 주택구입, 초과저축 형성이 리스크 요인이다. 그동안 공장 폐쇄와 이동제한으로 고용여건이 악화되고 소비 활동도 제약되면서 가계소득과 소비지출이 동반 약화되었기 때문이다.
② 지역별로 차등화될 성장 폭을 주목하고 이를 반영한 권역별 대중국 마케팅 전략이 요구된다. 연초에 공표된 2023년 중국 27개 성(省)의 지역내총생산(GRDP) 목표가 전국 목표를 상회하는데, 이 중 23개 성은 5.5% 이상을 제시했다. 내수확대를 위해 중앙정부는 거시정책을 동원하겠으나, 부동산과 금융 리스크 요인이 상존한다는 점을 고려해 지방정부 차원에서 지역·권역별로 관리를 진행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③ 1선 2선 도시와 3선 4선 도시 부동산을 개별적으로 보고 판단해야 한다. 기준에 따라 다르지만 1선도시는 베이징, 톈진, 상하이, 광저우, 선전 등 5개이며, 2선도시는 타이위안, 정저우, 스자좡, 지난, 난징, 항저우, 선양, 창춘, 하얼빈, 허페이, 난창, 창사, 우한, 푸저우, 청두, 쿤밍, 충칭, 시안과 같은 성의 수도와, 경제 규모로 인해 부성급 도시로 통칭되는 둥관, 샤먼, 칭다오, 쑤저우, 닝보, 다롄 등 30개가 꼽힌다. 따라서 이들 1선과 2선 도시와 내륙에 위치한 3~4선 중소 도시 부동산 수급, 가격 등을 각기 다른 기준으로 판단해야 할 것이다.
④ 부동산에서 야기된 문제는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따라서 미국, EU 등 의 역내 공급망 강화 움직임, 다국적 기업의 중국 외 지역으로의 글로벌 공급사슬 다변화 전략, 중국 제조기업의 동남아시아 이전과 같은 현지 생산 추진 등 중국 수출입 구조적 변화를 야기할 수 있는 요인들에 대해 예의주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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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은 1단계 제로감염(零感染), 2단계 유동 제로코로나(动态清零), 3단계 사회면 제로코로나(社会面清零) 등 3단계로 구분되어 실시 되었으며, 후자로 갈수록 방역, 봉쇄단계가 완화 되었다.
2) 이정진(2023.3.6), 중국 가계 초과저축의 소비전환 가능성 점검,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3) 중국경제금융연구소(2023.8.17), 전병서의 중국경제-碧桂园부도(1). https://blognaver.com/bsj7000/223185740968
[참고문헌]
이정진(2023.3.6), 중국 가계 초과저축의 소비전환 가능성 점검,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한국은행 북경사무소(2023.7.18), 중국, 2/4분기 경제성장률 6.3%,「현지정보」.
한국은행 북경사무소(2023.10.19), 중국, 3/4분기 경제성장률 4.9%,「현지정보」.
한국은행 북경사무소(2023.9.1),「China Weekly」 .
한국은행 북경사무소(2023.10.27),「China Weekly」 .
한국은행,「경제전망보고서(2023.8)」.
CSF 전문가 오피니언, 김동하(2023.3.30), 리오프닝 이후 2023년 중국 경제 전망.
https://csf.kiep.go.kr/issueInfoView.es?article_id=49817&mid=a20200000000&board_id=4
중국경제금융연구소(2023.8.17), 전병서의 중국경제-碧桂园부도(1). https://blog.naver.com/bsj7000/223185740968
중국경제금융연구소(2023.8.17), 전병서의 중국경제-碧桂园부도(2). https://blog.naver.com/bsj7000/2231861018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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