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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녹색채권 가이드라인에 대한 몇 가지 의문점

김혜진 소속/직책 : 경남대학교 중국학과 부교수 2023-11-27

중국, 녹색채권의 최대 발행국으로 등장


‘녹색채권’이란 국제자본시장협회(ICMA)의 정의에 의하면 “발행 자금이 전적으로 적격 녹색 프로젝트에 대한 신규 자금 조달 또는 차환 조달에 사용되는 채권”을 의미한다.1) 우리나라 환경부는 녹색채권을 “발행 자금이 6대 환경목표(온실가스 감축, 기후변화 적응, 물의 지속가능한 보전, 순환경제로의 전환, 오염 방지 및 관리, 생물다양성 보전) 중 하나 이상에 기여하는 녹색경제활동에 사용되는 채권”으로 정의내리고 있다. 2)


녹색채권은 2007년 유럽투자은행(EIB)이 6억 유로 규모로 처음 발행하였으며, 전 세계 발행량이 2007년 약 8억 달러에서 2021년 5,824억 달러로 정점에 이르렀다.3) 특히 중국은 2020년 “두 개의 탄소(双碳)” 목표를 선언한 이후 녹색채권 발행량이 급증하였는데, 바로 다음 해인 2021년에는 녹색채권 발행량이 2020년 대비 두 배 가까이 증가한 682억 달러를 기록하며 미국(835억 달러)에 이어 2위로 올라섰다. 나아가 2022년에는 또다시 2021년 발행량을 경신한 854억 달러를 기록하며 미국(644억 달러)마저 추월하여 녹색채권 최대 발행국으로 등장하였다.


중국 녹색채권 가이드라인(녹색채권지원프로젝트목록)의 특징


국제자본시장협회(ICMA)는 2007년 녹색채권이 처음 발행된 이후 그 규모가 꾸준히 확대됨에 따라, 녹색채권 발행의 객관성과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2014년 《녹색채권원칙(GBP, Green Bond Principles)》을 발표하였다. 이는 현재 국제사회에서 녹색채권 발행과 관련하여 가장 폭넓게 참고하는 가이드라인으로 기능하고 있다.


《녹색채권원칙(GBP)》은 녹색채권을 발행할 수 있는 녹색 프로젝트는 환경적 목적, 즉 기후변화 완화(mitigation), 기후변화 적응(adaptation), 자연자원 보전, 생물 다양성 보전, 오염 방지 및 억제에 기여해야 한다고 명시하면서, 그 사례로 10개의 카테고리를 제시하였다. 


한편, 중국의 대표적인 녹색채권 가이드라인으로는 중국인민은행이 2015년 발표한 이후 2021년 다시 개정 발표한 《녹색채권지원프로젝트목록(绿色债券支持项目目录)》을 들 수 있다. 현재 중국에서 녹색채권을 발행할 수 있는 녹색 프로젝트인지에 대한 판단은 기본적으로 《녹색채권지원프로젝트목록》 2021년판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녹색채권원칙(GBP)》은 궁극적으로 파리기후변화협약의 정신을 바탕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즉, 《녹색채권원칙(GBP)》에서 제시한 녹색 프로젝트는 모두 최종적으로는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목표에 수렴한다.


그러나 중국의 《녹색채권지원프로젝트목록》은 보다 중국적인 현실에 기반하여,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은 줄이되 산업은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는 것을 지향하고 있다. 《녹색채권지원프로젝트목록》에서 도출한 녹색 프로젝트는 중국이 해당 시점에 정책적으로 육성하고자 하는 녹색산업을 기준으로 하며, 산업정책의 변화 방향에 따라 《녹색채권지원프로젝트목록》 역시 각급 분류를 변경해가며 보조를 맞추고 있다.


의문 1 : 가이드라인이 규정하는 녹색 프로젝트는 진짜 “녹색”인가?


《녹색채권지원프로젝트목록》 2021년판의 가장 큰 변화는 기존의 2015년판에는 포함되어 있던 화석에너지류 프로젝트를 전격 제외하였다는 것이다.4) 기존의 2015년판에서 화석에너지류 프로젝트를 포함하였던 것은, 중국에서 화석에너지 소비 증가속도가 계속 떨어지고 있기는 하나 여전히 전체 에너지 소비에서 무시할 수 없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점을 고려한 조치였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를 녹색 프로젝트로 볼 것인가 있어서 글로벌 기준과 중국의 기준에 차이가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계속해서 거론되어 왔다. 이에 《녹색채권지원프로젝트목록》 2021년판은 일단은 녹색 프로젝트의 기준에 있어서 국제사회의 인식에 보다 부합하는 방향으로 수정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국제기후채권기구(CBI)는 매년 각국의 녹색채권 발행량을 집계하여 발표하고 있는데, 이 집계에 포함된 채권은 국제기후채권기구(CBI)의 기준을 통과하여 녹색채권으로 공식 인정되었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2022년 기준 중국이 발행한 녹색채권 중 절반이 조금 넘는 55%만이 국제기후채권기구(CBI)에 의해 녹색채권으로 인정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5) 


절반에 가까운 중국 발행 녹색채권이 국제기후채권기구(CBI)에 의해 녹색채권으로 인정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글로벌 가이드라인이 규정하는 녹색 프로젝트와 중국의 가이드라인이 규정하는 녹색 프로젝트 간에 여전히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중국의 가이드라인이 규정하는 녹색 프로젝트는 글로벌 가이드라인이 규정하는 녹색 프로젝트보다 훨씬 광범위해서, 다른 나라에서는 녹색 프로젝트로 분류되지 않을 프로젝트 역시 녹색 프로젝트로 분류되는 경향이 있다.6) 


그밖에도, 중국이 발행하는 녹색채권은 관련 정보 공개가 불충분하여, 조달된 자금이 적격 녹색 프로젝트에 사용되었는지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이유도 있다.7) 이렇듯 녹색 프로젝트에 대한 상이한 범위 규정과 정보 공개에 있어서의 상대적인 불투명성은 글로벌 투자자가 중국의 녹색채권에 투자하는 것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8) 


의문 2 : 조달 자금은 전적으로 녹색 프로젝트에 활용되는가?


현재 중국의 녹색채권은 발행 기관에 따라 그 종류가 녹색금융채, 녹색공사채, 녹색기업채 등으로 분류되며 각각 관리 부처와 관리 규정이 다른 상황이다.9) 녹색채권 발행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사용하는데 있어서 글로벌 가이드라인은 조달 자금 전액을 적격 녹색 프로젝트에 사용할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경우는 녹색채권의 종류에 따라 달라서, 녹색금융채는 조달 자금의 100%를 녹색 프로젝트에 사용하도록 하고 있으나, 녹색공사채는 조달 자금의 70% 이상, 녹색기업채는 조달 자금의 50% 이상으로 그 기준선이 낮다. 


특히 녹색기업채는 조달 자금을 50% 이하 수준에서 단순 은행대출 상환이나 운영자금 보충에 사용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실제로 녹색기업채 발행기관은 조달 자금 총액의 거의 절반, 즉 허용되는 최대치를 은행대출 상환이나 운영자금 보충에 사용해온 것으로 나타났다.10) 


이렇듯 조달 자금의 녹색 프로젝트 사용 비중에 대한 상대적으로 느슨한 규정은, 녹색채권 발행을 통해 녹색 프로젝트에 대한 융자 수요를 만족시킨다는 본연의 취지를 무색하게 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국제기후채권기구(CBI)는 조달 자금 전액이 적격 녹색 프로젝트에 사용된 채권만을 녹색채권으로 인정하기 때문에, 낮게는 50%까지 내려가는 녹색 프로젝트 사용 비중은 중국이 발행한 녹색채권이 국제기후채권기구(CBI)에 의해 녹색채권으로 인정되지 못하는 또 한 가지 원인이 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조달한 자금을 관리하는데 있어서도 글로벌 가이드라인은 조달 자금을 별도의 계정을 개설하여 관리하고, 자금 배분 상황을 연도별로 공개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이 역시 중국은 녹색채권의 종류에 따라 달라서, 녹색금융채와 녹색공사채는 조달 자금을 별도로 관리하고 관련 정보를 정기적으로 공개하도록 하고 있으나, 녹색기업채는 이와 관련한 규정 자체가 없는 상황이다.


이렇듯 녹색기업채는 중국 내 다른 종류의 녹색채권과 비교할 때 전반적으로 규정이 느슨하거나 아예 없는 등, 상대적으로 그린워싱(greenwashing, 실제로는 환경 친화적이지 않지만 마치 환경 친화적인 것처럼 위장하는 행위)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은 구조에 있다.


2022년 7월 중국은 국제자본시장협회(ICMA)의 《녹색채권원칙(GBP)》을 참고로 하여 《중국녹색채권원칙(中国绿色债券原则)》을 발표하였는데, 여기서 조달 자금의 100%를 적격 녹색 프로젝트에 사용해야 한다는 조항을 추가하였으며, 반년 또는 분기별로 관련 정보를 공개할 것을 권고하였다. 그러나 문건의 성격이 어디까지나 "참고"로 활용하는 "자율"적인 것임을 전제로 하고 있어, 이것이 얼마나 구속력 있게 시행될 지는 미지수이다. 심지어 《중국녹색채권원칙》을 보급하기 위해 각급 정부와 관리감독 부문은 또 다른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11) 


나가며


국제사회에서는 “환경오염 정도가 심하고 인권보호 수준도 낮은” 중국이 녹색채권의 최대 발행국가로 등장한 것에 대해 여러 가지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녹색채권을 발행할 자격이 안 되는 나라가 일반 채권을 녹색채권으로 위장해서 발행하며 이득을 취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12) 실제로 한 연구에 의하면, 2009~2019년 각 성 및 직할시에서 녹색채권 발행이 탄소배출 저감에 미친 영향이 대부분 미미하였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일부 지역에서는 녹색채권 발행을 통해 과도하게 조달된 자금의 일부가 실제로는 친환경적이지 않은 프로젝트로 흘러들어가 오히려 해당 지역의 탄소배출 저감 효과를 떨어뜨리기도 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13) 


이러한 상황 속에서, 중국의 녹색채권 발행을 일차적으로 지도하는 녹색채권 가이드라인이 "무엇이 녹색 프로젝트인가"에 있어서 국제사회와 인식을 달리하고 있다는 점, 녹색채권 조달 자금의 사용 규정이 느슨하여 일부는 녹색 프로젝트가 아닌 기업의 재무구조 개선에 쓰이고 있다는 점, 그리고 조달 자금의 관리 규정에 공백이 있어 충분한 정보 공개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 등은 중국이 발행하는 녹색채권에 대한 신뢰를 더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이를 개선하지 않는 한 국제사회에서의 중국 발행 녹색채권에 대한 의구심은 완전히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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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中国绿色债券原则》解读", 中央财经大学绿色金融国际研究院, https://iigf.cufe.edu.cn/info/1012/5636.htm

2) “녹색채권, 믿고 투자해도 되나? 발행 열풍 속 발행처 자격 논란”, ESG경제, 2021.12.3

3) 尤志婷 외, “绿色金融发展对区域碳排放影响研究”, 绿色金融 2022年 第2期, 2022, p.70

4) 기존의 2015년판은 2. 오염방지 2.3 석탄청정이용 2.3.1 장비/시설 건설운영에서 '석탄채굴업'을 포함하였으나 2021년판은 이를 삭제함.

5) 『中国可持续债券市场报告2022』, Climate Bond Initiative(CBI), 2023, p.5

6) 张郁, “国内外绿色债券市场发展的比较研究”, 黄河科技学院学报, 第24卷 第12期, 2022, p.41

7) 국제기후채권기구(CBI)는 조달 자금 사용 정보가 충분히 공개되지 않으면 이를 일단 별도의 항목으로 분류하고, 관련 정보가 모두 공개된 이후 기준을 준수하였음이 확인되면 비로소 녹색채권에 포함하고 있음, 『中国绿色金融政策2021分析报告』, 气候债券倡议组织 · 商道融绿, 2022, p.6

8) 林梦瑶, “国内外绿色债券标准的比较研究”, 金融与经济, 2018, p.50

9) 녹색금융채는 금융기관(정책성 은행 및 상업은행)이 발행하는 녹색채권, 녹색공사채는 국유 또는 민영기업이 상하이 또는 선전 증권거래소에서 발행하는 녹색채권, 녹색기업채는 주로 국유기업이 발행하며 은행 간 시장 또는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녹색채권을 의미함. 녹색금융채는 중국인민은행, 녹색공사채는 중국증권감독관리위원회, 녹색기업채는 중국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관리함

10)『中国绿色债券市场概览及有效性分析』, 中央财经大学绿色金融国际研究院, 2020, p.11

11) "《中国绿色债券原则》解读", 中央财经大学绿色金融国际研究院, https://iigf.cufe.edu.cn/info/1012/5636.htm

12) “녹색채권, 믿고 투자해도 되나? 발행 열풍 속 발행처 자격 논란”, ESG경제, 2021.12.3

13) 尤志婷 외, “绿色金融发展对区域碳排放影响研究”, 绿色金融 2022年 第2期, 2022, p.70


[참고문헌] 

『한국형 녹색채권 가이드라인』, 환경부, 2022.12.

“녹색채권, 믿고 투자해도 되나? 발행 열풍 속 발행처 자격 논란”, ESG경제, 2021.12.3.

『The Green Bond Principles』, 국제자본시장협회(ICMA) 홈페이지, https://www.icmagroup.org/

『绿色债券支持项目目录』, 중국인민은행 홈페이지, http://www.pbc.gov.cn/, 2021

『中国绿色金融政策2021分析报告』, 气候债券倡议组织 · 商道融绿, 2022

『中国可持续债券市场报告2022』, Climate Bond Initiative(CBI), 2023

『中国绿色债券市场概览及有效性分析』, 中央财经大学绿色金融国际研究院, 2020

林梦瑶, “国内外绿色债券标准的比较研究”, 金融与经济, 2018

尤志婷 외, “绿色金融发展对区域碳排放影响研究”, 绿色金融 2022年 第2期, 2022

张郁, “国内外绿色债券市场发展的比较研究”, 黄河科技学院学报, 第24卷 第12期, 2022

“《中国绿色债券原则》解读”, 中央财经大学绿色金融国际研究院, https://iigf.cufe.edu.cn/info/1012/5636.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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