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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중국 전기차 및 배터리 견제와 우리나라의 대응방안
구기보 소속/직책 : 숭실대학교 교수 2024-01-10
1. 문제 제기
트럼프 정부에서 본격적으로 시작한 미국의 중국에 대한 견제는 바이든 정부에 이르러 적용 범위와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트럼프 정부가 일부 기업을 제재하는 수준이었다면 바이든 정부는 제재 기업을 확대하고 우호국(지역)을 끌어들여 중국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중국에 전략적으로 중요한 반도체에 대한 통제를 통해 중국의 군수용뿐만 아니라 산업용으로 사용되는 것조차 제한하고 있다. 반도체 통제는 반도체 칩에 대한 통제뿐만 아니라 반도체 제조설비에 대한 통제를 포함하고 있다. 중국은 이에 대한 대응으로 희토류 등 반도체 칩 생산에 필수적인 소재 수출을 통제하고 있다. 반도체 통제는 미국의 국가안보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대중국 견제는 반도체 외에 전기차와 전기차 배터리까지 확대되고 있다. 그렇다면 미국은 왜 중국산 전기차와 배터리를 견제해야만 했는가, 그리고 미국의 대중국 전기차 및 배터리 견제는 우리나라 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2. 미국의 대중국 전기차 및 배터리 견제 이유
미국의 중국산 전기차 및 배터리 견제는 반도체 통제와 달리 직접적으로 통제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중국을 염두에 둔 것이라 할 수 있다. 전기차가 군사용으로 사용될 가능성도 거의 없고 미국의 국가안보를 침해한다고 보기도 어려운데, 미국 정부가 중국의 전기차를 견제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선 중국 전기차의 급부상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존재감이 없던 중국 자동차 기업들이 가솔린차 시장에서 전기차 시장으로 전환하는 상황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중국 비야디는 전기차 시장에서 최강자로 군림하던 테슬라를 넘어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1위를 기록한 후 테슬라와의 격차를 벌리고 있다. 그 외에도 상하이자동차와 지리자동차, 광저우자동차도 각각 3위, 5위, 8위를 기록하면서 중국 전기차 기업이 10위권에 4개나 진입하였다. 반면, 미국 기업은 테슬라를 제외하면 10위권 안에 드는 기업이 다국적 기업인 스텔란티스 정도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중국 전기차가 중국 시장을 장악하는 것을 막기 위해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견제를 강화한 것으로 판단된다.
둘째, 미국 정부는 향후 탄소 배출 감축을 위해 자동차 시장을 가솔린차에서 전기차로 전환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2032년까지 신규로 출시하는 자동차 중에서 전기차 비중을 67%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제시하였다. 이 같은 정책은 EU가 2035년부터 내연기관차 판매를 금지하겠다는 것과 맥락을 같이하고 있다. 가솔린차에서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가지고 있던 미국은 전기차 중심으로 전환하면서 국내 시장을 외국기업에 내줄 경우 자국 자동차 기업의 위축을 가져올 것을 우려하고 있다.
셋째, 미국 기업은 주로 원천기술, 내지 핵심기술을 개발하고 필요한 경우 해외 위탁생산을 통해 제조하였다. 이런 과정에서 미국이 세계 제조업에서 점하는 비중은 2008년 17% 정도로 중국과 비슷한 수준이었으나 2021년에는 15% 이하로 떨어진 반면, 중국은 31%로 대폭 증가하였다. 단순히 미중 양국 간 제조업 격차만 벌어진 것이 아니라 중국이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전기차, 이차전지 등 첨단 제조업에도 경쟁력을 갖추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전기) 자동차와 같은 대표적인 제조업 부문의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고부가가치 제조업을 육성하고자 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3. 미국의 대중국 전기차 및 배터리 견제와 중국의 대응
미국 정부는 인플레이션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 이하 IRA)을 통해 글로벌 전기차 및 배터리 기업이 자국 내에서 자동차와 전기차 배터리를 제조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동시에 IRA는 미국의 대중국 전기차 및 배터리 기업에 대한 견제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IRA의 전기차 세액공제 세부지침의 내용은 주로 다음과 같다.
미국 정부는 2023년 4월 18일부터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에 세액공제 방식으로 최대 7,500달러(중고차 최대 4,000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하였다. 그러나 상업용 리스차는 북미에서 최종 조립되어야 한다는 조건의 예외를 인정하여 한국에서 생산한 경우에도 보조금을 수령할 수 있다. 보조금은 배터리 부품과 배터리 핵심광물의 두 분야로 구분하여 지급한다. 배터리 부품에서 보조금을 수령하려면 북미에서 제조・조립한 부품을 사용해야 하는데, 2023년 기준 50% 이상에서 단계적으로 인상하여 2029년까지 100%를 달성해야 한다. 또한, 배터리 핵심광물에서 보조금을 수령하려면 미국 또는 미국 FTA 협정국에서 채굴・가공한 핵심광물을 사용해야 한다. 2023년 기준 미국 또는 미국 FTA 협정국 핵심광물 비중은 40% 이상이지만 단계적으로 인상하여 2027년까지 80% 이상 충족해야 한다. 단 미국과 FTA를 체결하지 않은 국가에서 채굴하여 수입한 재료를 FTA 협정국에서 가공해도 보조금 지급대상이 된다.
한편, 2023년 12월 1일 미 재무부와 에너지부는 친환경차 세액공제 조항 요건 중 해외우려기관(Foreign Entity of Concern, FEOC)에 관한 잠정 가이던스를 발표하였다. ‘친환경차 세액공제 조항’ 잠정 가이던스에 의하면 FEOC에서 추출·가공·재활용한 광물, 제조 조립한 부품이 들어간 배터리를 장착한 친환경차는 세액공제에서 제외한다. FEOC로 간주하는 외국기업은 ①해외우려국에서 설립 또는 소재하거나 주요사업장을 두는 경우, ②해외우려국 정부에 의해 소유·통제·지시를 받는 기업이다. 구체적으로 해외우려국 정부가 지분의 25% 이상을 보유한 경우 FEOC로 간주한다(기획재정부, 2023).
중국이 미국과 FTA를 체결하지 않았으므로 중국산 전기차는 당연히 미국의 보조금 지급대상에서 제외한다. 또한, 중국산 부품이나 광물자원이 일정 수준 이상 포함된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도 보조금 지급대상에서 제외한다. 중국 전기차 및 배터리 기업은 미국의 견제에 대응하기 위해 타국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우선 보조금 수령 요건인 북미 제조를 위해 중국 CATL은 포드와 합작기업 설립을 추진하고 있으며, 지분 비율을 조정할 경우 합작기업을 설립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중국 기업들은 한국 기업들과 활발하게 합작사를 설립하거나 추진 중이다. 그런데 합작사 중에서 중국측 지분이 25% 이상인 경우 FEOC로 간주되어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된다. 그러므로 한국측은 중국측과 지분 조정을 위한 협의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중국 기업의 미국 진출이 어려워지면서 중국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유럽과 동남아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비야디는 2023년 11월 헝가리에 생산 공장을 설립하기로 하였으며, 2025년 신차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홍우리, 2023). 또한 2022년 9월 태국에 전기차 생산 공장을 설립하기로 하였다(양지혜, 2022).
4. 우리나라 기업에 대한 영향 및 대응방안
4.1. 우리나라 기업에 대한 영향
미국 정부의 자국 중심의 전기차 및 배터리 관련 보조금 정책과 중국의 대응은 우리나라 전기차 및 배터리 산업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선 인플레이션감축법이 발표된 후 2023년 4월 전기차 보조금 지급대상을 40종에서 16종으로 축소하였는데, 현대차와 기아차의 그 어떤 차종도 보조금 대상에 포함되지 못하였다. 그러나 금년도 1월 2일 미 에너지부의 발표에 의하면 한국산 배터리를 사용하는 차량의 절반 정도인 15종의 차량은 보조금 지급대상인 반면, 중국산 배터리를 장착한 차량은 모두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따라서 미 인플레이션감축법으로 인해 한국 배터리 기업이 반사이익을 누릴 전망이다(권준호, 2024).
둘째, 중국 외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해가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이 미국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 전기차 및 배터리 기업들은 유럽이나 일본차에 비해 경쟁력이 뒤지지 않지만 중국 기업에 비해 가격경쟁력에서 열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중국 기업들이 유럽 시장과 동남아 시장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면서 미국 외 시장에서 중국 기업의 점유율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셋째, 미 정부가 중국산 부품이나 광물자원을 일정 비율 포함하는 경우 보조금 지급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으므로 한국 기업들은 중국산 부품이나 광물자원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넷째, 미 정부가 중국의 전기차 및 배터리와 관련하여 제재를 강화하면서 중국 정부는 중국 내 생산 비중이 높은 갈륨, 게르마늄, 구상 흑연 등 소재의 수출을 제한하고 있다. 한국은 동 소재의 중국 의존도가 높아 대체 구매처를 찾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4.2. 우리나라의 대응방안
우리나라 전기차 및 배터리 관련 기업은 미 정부의 보조금 지급 요건을 맞추고 분주하게 미국 기업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첫째, 미 보조금 요건에 북미에서 조립된 전기차를 규정하고 있어 우리나라 전기차 및 배터리 기업은 국내 생산보다는 북미 생산을 강화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국 전기차 기업과 배터리 기업의 협력 외에도 한미 전기차 및 배터리 협력이 증가하고 있다. 현대차와 SK온은 미 조지아주에 합작 공장을 설립하기로 하였으며, GM과 삼성SDI도 미국에 합작 공장을 건설하기로 하였다. 또한 삼성SDI는 스텔란티스와 미 인디애나주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둘째, 미 인플레이션 감축법에서 중국산 배터리 부품과 배터리 핵심광물이 포함될 경우 보조금 지급대상에서 제외되므로 한국 배터리 기업은 미국 또는 미국과 FTA 협정국에서 광물을 조달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해당국가와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중국 이외 국가에서 광물자원을 조달할 경우 비용이 상승하여 배터리 가격경쟁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한편, 다행히 80% 이상 중국에서 수입하는 음극재나 양극재는 부품이 아닌 소재로 간주하므로 중국과의 소재 협력을 유지해야 하며, 미중 무역분쟁으로 동 소재가 수출제한 대상에 포함되지 않도록 정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셋째, 중국에서 생산한 전기차 및 배터리가 미 보조금 지급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중국 기업들이 한국 내에서 한국 기업과 배터리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그런데 한중 합작사 중에서도 중국측의 지분이 25% 이상인 경우에는 보조금 제외 대상이므로 합작사의 지분을 조정하여 보조금 요건을 맞출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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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 강희종, [배터리완전정복]⑭"포드-CATL 합작엔 축복"…中견제 그물망의 숨은 허점, 아시아경제, 2023.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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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준호, 中배터리 전기차, IRA 세액공제 ‘아웃’… K배터리 반사이익?, 파이낸셜 뉴스, 2024.01.02.
https://www.fnnews.com/news/202401021828325778 검색일 2024.01.05.
- 기획재정부, 미(美)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해외우려기관(FEOC) 잠정 가이던스 발표, 2023.12.02
https://www.moef.go.kr/nw/nes/detailNesDtaView.do?searchBbsId1=MOSFBBS_000000000028&searchNttId1=MOSF_000000000066642&menuNo=4010100 검색일 2024.01.02.
- 안지혜, 비야디, 테슬라 제치고 전기차 점유율 1위, 뉴시스, 2023.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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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지혜, 中 전기차업체 비야디, 6800억 투자 태국에서 전기차 생산, 글로벌이코노믹, 2022.09.07.
https://www.g-enews.com/article/Global-Biz/2022/09/202209071655079724c4c1a19e2e_1 검색일 2024.01.02.
- 이재윤, 김민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전기차 세액공제 세부지침 주요 내용(종합), 연합뉴스, 2023.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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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우리, "비야디, 헝가리에 유럽 첫 전기차 공장 건설 계획", 뉴스핌, 2023.11.06.
https://www.newspim.com/news/view/20231106000039 검색일 2024.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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