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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전자상거래 플랫폼 경쟁과 국제결제 경쟁력

서봉교 소속/직책 : 동덕여대 글로벌지역학부 교수 2024-02-20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공습

최근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해외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이용하는 사용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지난해 알리바바의 국제 전자상거래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AliExpress)’가 돌풍을 일으킨 이후, 최근에는 테무(Temu) 역시 엄청난 물량 공세와 할인 이벤트를 앞세워 한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테무는 공동구매를 경쟁력으로 급성장한 중국 핀둬둬(拼多多) 산하의 글로벌 온라인 전자상거래 플랫폼이다.

한국에서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이 급부상하면서 기존에 한국의 전자상거래 플랫폼 시장을 선점하고 있었던 네이버나 쿠팡 등 한국 전자상거래 플랫폼이나 글로벌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 아마존과의 경쟁은 매우 치열해지고 있다. 비록 현재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에 대한 한국 소비자들의 신뢰 수준이 높지 않아 일반 소비자들의 심리적 장벽이 높은 편이지만, 가성비와 편리함을 중시하는 젊은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중국 플랫폼에 대한 선호도가 빠르게 높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전 세계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중국 플랫폼의 급부상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급부상은 한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현재 진행되고 있는 현상이다. 글로벌 데이터 전문 컨설팅회사인 Statista의 통계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전 세계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시장 점유율 기준으로 1위는 미국의 아마존(27%)인데, 2위인 중국의 알리바바가 17%로 추격하고 있다. 3위는 미국의 이베이로 9%이며, 4위는 여성 패션 전문 플랫폼인 쉬인(Shein)인데, 쉬인은 중국계 전자상거래 플랫폼으로 2010년대 초반부터 유럽을 중심으로 해외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온라인 패션 쇼핑몰이다. 5위는 미국의 WISH로 5%를 차지하고 있다. 이 외에도 유럽을 대표하는 전자상거래 플랫폼 Zalando(3%), 동남아시아의 라자다(Lazada), 쇼피(shopee), 일본의 라쿠텐(Rakuten) 등 수많은 전자상거래 플랫폼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동남아 전자상거래 플랫폼 역시 중국이 공격적인 인수합병을 진행하고 있다. 동남아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라자다는 2016년 이후 56억 달러를 투자한 중국 알리바바가 지분 83%를 확보하였다. 텐센트는 2017년 동남아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Sea 그룹 산하의 쇼피(Shopee)의 지분 39.7%를 확보하였다.


글로벌 전자상거래 플랫폼(eWTP)과 플랫폼 락인, 선점 효과

이처럼 글로벌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중국 플랫폼의 급부상이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① 스마트폰과 함께 부각되고 있는 글로벌 전자상거래 플랫폼(eWTP: Electronic World Trade Platform)의 소비자 락인(lock-in) 또는 선점 효과 문제와 ② 미국이 선점하고 있던 글로벌 전자상거래 플랫폼 분야에서 중국의 급부상이 마치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의 일환으로 해석될 수 있는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수년간 스마트폰 기반의 국제 전자상거래 플랫폼은 기존의 무역 질서를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간단한 절차만으로 본인 인증이 가능한 스마트폰은 국제결제의 안정성과 국제결제 수수료의 저렴함, 맞춤형 광고, 무료 디지털 콘텐츠 경쟁력 등을 앞세워 소매판매(retail sales) 영역에서 기존의 오프라인 무역 시스템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Statista의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 소매판매에서 전자상거래의 비중은 2015년 7.4%에서 2022년 18.9%로 급증하였다. 전자상거래 무역 규모로는 같은 기간 1.55조 달러에서 5.72조 달러로 증가하여, 해당 기간의 연평균 증가율(CAGR)이 20.5%에 달했다. 이는 같은 기간 전체 (오프라인)무역 증가율을 압도적으로 상회하고 있는 수치이다.

이제 전 세계 사람들, 특히 젊은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스마트폰의 앱을 통해서 글로벌 전자상거래 플랫폼이 판매하는 전 세계에서 가장 싸고 가성비 좋은 상품들을 구매하는 것은 매우 일상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급부상을 어떻게 해석하고 대응해야 할 것인가?


자발적 참여자로 형성된 플랫폼의 디지털 경쟁력

이 현상에 대해 스마트폰으로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이용해보지 못한 기성세대들에게서 제기되는 대표적인 질문은 ‘어떻게 중국 플랫폼을 신뢰하고, 자신의 개인정보, 결제정보 등의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는가?’라는 것이다. 심지어 필자는 아마존 플랫폼에 자신의 국제신용카드 정보와 주소 등의 개인정보를 제공한 경험이 있는 기성세대조차(혹은, 일수록)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데이터 안전성에 대한 불신이 높다는 경험을 하게 된다.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들은 개인정보를 불법적으로 밀매(trafficking)한다거나, 지금은 중국 플랫폼이 물건을 싸게 판매하지만 시장을 선점해서 나중에 독과점을 할 것이라는 (억지) 주장을 하기도 한다.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에 대한 불신은 한국 사회 전반의 플랫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높아지고 있는 현상과도 무관하지 않다. 한국에서도 2021년을 전후하여 카카오 택시의 과다 수수료, 자차 우선콜 배정 문제 등 플랫폼 갑질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등장하기도 하였다. 코로나 펜데믹으로 배달 수요가 급증하면서 플랫폼의 배달 수수료가 과도하게 책정되거나 반대로 플랫폼 배달 노동자들에 대한 갑질 문제도 주목받았다.

이러한 플랫폼의 갑질 문제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설명이 “플랫폼이 시장을 선점하고 소비자들의 데이터를 독점”하기에 락인 효과(lock in effect)에 의한 지배력을 가진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플랫폼이 참여자들에게 대해 독점적 시장 지배력을 가질 수 있는 경쟁 원천이 많은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한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들은 디지털 데이터는 한계 비용이 제로(0)에 가깝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economy of scales)에 의한 독과점이 불가피하다는 디지털 경제에 대한 과도한 환상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Rong(2022)은 디지털 경제와 관련된 광범위한 연구 안건(agenda)을 정리한 논문에서 “플랫폼이라는 새로운 생태계에 연결”되어 보다 유연화된 공급과 수요의 매칭(또는 중개)을 통해 디지털 경제 전체의 경쟁력을 (1) 플랫폼, (2) 디지털 인프라, (3) 데이터 경제, (4) 외부경제 환경이라는 네 가지 측면으로 구분하면서 각각의 경쟁 우위를 설명하고 있는데, 이러한 분석은 디지털 데이터의 비용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첫째, 플랫폼은 지속적으로 참여자들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여 자발적으로 참여자들을 확대하는 역량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한다. 둘째, 플랫폼은 하드웨어(서버, 반도체 등), 소프트웨어(OS 운영체제, 데이터 처리 알고리즘 등), 클라우드, 네트워크 등 디지털 인프라 경쟁력을 확보하여 데이터 관련 비용을 줄여서 경쟁력을 확보한다. 셋째, 플랫폼은 데이터 표준화, 상업적인 데이터 활용 모델, 데이터 생태계 등을 통해 데이터 관련 수익을 확보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플랫폼은 각각의 국가가 직면한 경제발전 정도, 디지털 결제 환경, 고용과 관련된 제도 환경 등 외부경제 환경의 경쟁력에 의존한다.

결론적으로 플랫폼이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단순히 데이터를 많이 확보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혁신을 통해 자발적 참여자들을 확대하고, 투자를 통해 데이터 관련 한계비용을 낮추고, 데이터 관련 수익 모델을 창출하고, 제도적인 제약을 극복하는 혁신을 추진해야만 다른 플랫폼과의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고 성장할 수 있다.

글로벌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모바일 국제결제 경쟁력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이 최근 전 세계적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현상 역시 앞에서 설명한 경쟁 요소로 구분하여 분석해 볼 수 있다. 첫째, 중국 플랫폼은 소비자들에게 한국이나 미국의 플랫폼보다 나은 혜택을 제공하면서 소비자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둘째, 이를 위해 중국 플랫폼은 모바일 앱이나 클라우드 인프라, 모바일 네트워크, 데이터 알고리즘 등 디지털 데이터 인프라에 대한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인터넷 플러스 정책, 신형 인프라투자 정책 등 디지털 산업에 대한 투자 지원이 이러한 디지털 인프라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고 있음은 분명하다. 셋째, 중국의 플랫폼은 글로벌 유통 시스템, 글로벌 콘텐츠 산업, 글로벌 국제결제 시스템 등 모바일 데이터와 연결된 플랫폼 생태계를 구축하여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내고 있다.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글로벌 생태계 혁신은 너무 광범위한 주제이기에 이 글에서는 그 중 플랫폼의 모바일 국제결제와 관련된 혁신과 경쟁 우위에 대해서만 우선 설명해보고자 한다.

정보통신업, 특히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국제결제(cross-border payment) 영역에서 기술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빅테크 기업들은 기존 금융기관들의 강력한 경쟁 대안으로 성장하고 있다. WU 외(2022)는 디지털 모바일 결제플랫폼은 정형화된 프로토콜, 규격화된 인터페이스, 무료 서비스 혜택을 제공하면서 사용자의 평소 디지털 결제 계제와 연계된 스마트폰 기반의 결제를 제공하여 미지급 리스크를 완화시켰기 때문에 매우 빠르게 성장하고 있음을 설명하고 있다. 특히 개인의 소액 국제결제 영역에서 페이팔(paypal), 알리페이(Alipay), 구글페이(Google Pay) 등은 국제신용카드나 오프라인 은행 시스템의 발전이 느린 제3세계를 중심으로 매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Statista의 통계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동남아 시장에서 필리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베트남, 싱가포르에서 디지털 국제결제 시장에서 미국 페이팔은 50% 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였다. 그 뒤로는 국가별로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중국의 알리페이, 월드퍼스트(WorldFirst) 등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특히 월드퍼스트는 2006년 영국에서 시작된 중소기업을 위한 국제결제 핀테크 플랫폼이다. 월드퍼스트는 기존 은행의 국제결제 수수료에 비해 최대 50% 이상 저렴한 수수료 비용 경쟁력을 앞세워 전 세계적으로 급성장을 하였다. 특히 국제결제 처리 과정에서 해외 주소나 사업자 등록, 은행계좌가 없이도 전자상거래 판매 수익을 달러화, 유로화, 파운드화, 엔화로 수취하여 플랫폼 참여 사업자가 원하는 통화로 송금받을 수 있는 국제결제 핀테크 플랫폼이다(서봉교, 2022).

하지만 브랙시트 이후 영국 경제의 침체, 코로나 펜데믹 등의 악재로 어려움을 겪다가 2019년 9월 알리바바에 의해 인수되었다. 알리바바는 월드퍼스트 인수 이후 알리익스프레스 이외에도 아마존, 라쿠텐, 라자다 등의 글로벌 전자상거래 플랫폼에 참여하는 중국 온라인 쇼핑몰 사업자에 대한 대금 수취(gathering)와 대금 지급(payment)과 관련된 원스탑 국제결제 금융 서비스 솔루션을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특히 월드퍼스트의 중국 홈페이지에는 ‘국제결제 플랫폼 서비스를 통해 중국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Statista의 통계 데이터에 따르면 한국의 전자상거래 국제결제에서 월드퍼스트는 56%를 차지하고 있다. 물론 한국의 소비자들은 국제결제에서 국제신용카드의 사용에 익숙해져 있지만, 월드퍼스트 모바일 국제결제 서비스가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과 연계되어 더 저렴한 수수료, 충전형 선불결제라는 안전한 국제결제 시스템 등을 발전시키면서 혁신을 거듭하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한국의 소비자들은 아마존, 알리익스프레스와 같은 글로벌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사용을 확대하고 있다. 한국의 중소 기업들에게 이러한 글로벌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활용은 기업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전략이 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글로벌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 한국 금융사들의 국제결제 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다. 한국의 플랫폼이 다른 글로벌 전자상거래 플랫폼들에 비해 경쟁력을 잃어버린다면, 결국 한국의 중소 기업들은 저렴한 수수료 경쟁력을 앞세우는 글로벌 국제결제 핀테크 솔루션 플랫폼의 문을 두드리고, 소비자들은 아마존, 알리익스프레스, 테무의 이용을 더욱 확대할 것이다.

한국은 2017년 외국환거래법 개정으로 비은행 소액해외송금업에 대한 규제를 일부 완화하였고, 카카오가 영업점 방문 없이 24시간 모바일 앱으로 5천 달러 이내의 모바일 해외송금을 5천 원의 수수료로 제공하는 국제결제 서비스를 경험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2023년 제기되었던 디지털 국제결제 관련 외환법 개정은 여러 정치적인 이슈들에 밀려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한국 내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급성장에 대항할 수 있는 로컬 플랫폼의 성장을 기대하는 필자로서는 매우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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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Rong, Ke, “Research agenda for the digital economy”, Journal of Digital Economy, (2022, No.1)
WU, Mian, Yulong Liu, Henry F.L. Chung, Shoujia Guo, “When and how mobile payment platform complementors matter in cross-border B2B e-commerce ecosystems? An integration of process and modularization analysis”, Journal of Business Resarch, (2022, No. 139)
서봉교, “중국 비은행 국제결제의 발전 경과와 한국의 외환거래법 개정에 대한 시사점”, 『현대중국연구』, (2022, 24권3호)
서봉교, “플랫폼경제와 디지털경제의 구분을 통해 도출한 한중 플랫폼 데이터 인프라 경쟁력”, 『현대중국연구』, (2022, 25권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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