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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크차이나와 2024년 중국경제 문제의 본질

이지용 소속/직책 : 계명대 교수 2024-02-28

‘피크 차이나’는 할 브랜즈(Hal Brands)와 마이클 베클리(Michael Beckley)가 미국과 중국 간의 패권전쟁 가능성에 동의하면서도, 그 패권전쟁은 성장의 정점(peak)에 도달한 중국에 의해서 발발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1) 브렌즈와 베클리는 개혁개방 이후 중국의 고도성장은 ‘일시적’인 4가지의 유리한 조건으로 가능했으나, 이제 그 4가지 요인이 정반대의 조건으로 전환하고 있는 시점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2) 그 4가지 요인은 첫째, 지정학적 휴식기, 둘째, 개혁개방 정책, 셋째, 인구보너스, 넷째, 풍부한 자원이다. 4가지 요인 중 첫 번째 요인인 지정학은 미국을 위시한 자유서방 선진국들의 대중견제 심화로 역전되었고, 두 번째 요인인 개혁개방 정책은 시진핑 집권 이후 국진민퇴 정책으로 대표되는 당·국가 권력 강화와 사회·시장·민간에 대한 통제와 억압의 심화로 전환되었으며, 세 번째 요인인 인구보너스는 산아제한정책으로 급속히 소멸하면서 중국은 더 이상 저렴하고 수준 높은 노동력을 공급할 수가 없고, 네 번째로 식량과 자원 모두 전세계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산업화 과정에서 심각한 수준으로 오염된 자연환경은 향후 중국에 사회경제적으로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그 근거로 들고 있다.

한편 ‘피크 차이나’에 대한 반대 논리도 전개되고 있다. 주요 반대 논리는 중국이 경제성장의 정점에 도달했지만, 중국은 중국공산당 일당독재 체제로 경제력을 독점한 당·군·국가는 향후에도 상당 기간 자본을 동원할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3)  이와 같이 ‘피크 차이나’ 주류 논쟁의 핵심은 중국경제가 성장의 정점에 도달했느냐에 대한 찬반론이 아니다. ‘피크 차이나’ 논쟁에서 찬반론이 공유하는 문제의식은 중국이 정치경제 및 군사적으로 매우 위험한 수위에 도달했다는 경고이다. 즉, ‘피크 차이나’ 논쟁은 중국경제 문제가 정치 및 안보에 어떠한 결과를 가져올 것인가에 대한 논의이다. 특히 국제안보에 주는 경고가 그 핵심이다. 

이 ‘피크 차이나’ 논쟁과 관련해 현재 진행 중인 중국경제 상황을 짚어보자. 2023년도에 이어 2024년 벽두에도 중국과 관련해 들여오는 소식들은 우울한 쪽에 가깝다.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경제 분석 기관들뿐만 아니라 중국 내부의 경제 및 통계 당국자들도 향후 중국경제 성장률의 지속적 하락을 예상하고 있다. 4) 중국 경제 성장 통계는 2020년 글로벌 팬데믹 이후 부침을 반복하는 것으로 발표되고 있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통계 결과 자체보다도 중국 경제 성장세가 장기 우하향 국면에 놓여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더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2010년대에 기정 사실인 것 같이 발표되던 중국경제의 미국경제 추월 분석보고서들은 이미 옛 이야기가 되었다. 5) 1956년에 설립된 ‘아시아사회정책연구소(Asia Society Policy Institute)’의 중국분석센터는 2024년 중국이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매우 안타까운 한해를 보내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6)

2024년 1월 홍콩법원은 중국의 부동산 대기업 헝다(恒大·Evergrande)에 파산선고를 내렸다. 물론 홍콩에서의 선고가 중국에 실효적 효과를 갖지는 못한다. 하지만 헝다에 대한 공식 파산선고는 그렇지 않아도 추락하고 있는 중국의 부동산업에 가공할 여파를 끼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채무 불이행을 선언한 비구이위안(碧桂園·Country Garden)과 디폴트 위기에 빠진 완다(萬達)나 위안양(远洋)그룹 등 중국의 대표적 부동산 대기업들에 강력한 압박요인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을 대표하는 부동산 대기업들의 실정이 이 정도이면 여타 중소 부동산 개발투자 기업들의 상황은 말할 나위도 없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중국 부동산 구매심리에 악영향을 주면서 부동산 산업 위축을 더욱 가속화하는 효과도 발생한다. 이는 현재 중국 경제의 버팀목임과 동시에 시한폭탄으로 알려진 요인 중 하나인 부동산업의 실상을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다. 

상기한 내용은 단순히 중국 부동산업 침체만의 문제가 아닌, 중국 금융권의 부실로도 직결될 수 있는 문제이다. 이는 다른 국가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문제는 중국 특색 사회주의 시장경제 모델의 구조적 특징상, 중국 부동산업과 금융업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그리고 국유기업 등과 연동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중국의 금융업은 약 90% 이상이 사실상 당·국가 소유와 다름없다. 중국의 금융과 관련해 심각한 문제 중 하나인 ‘그림자금융’은 당·국가가 독점하다시피 한 중국금융이 지닌 문제의 부산물임과 동시에 당-(지방)정부-부동산기업-국유기업-국유은행으로 연결되어 있는 문제이다. 7) 부동산 기업 부실에 따라 2023년 파산한 중즈그룹 (中植集团)이 대표적 예이다. 다시 말해 부동산 기업 위기는 지방정부와 중앙정부의 위기이며, 국유은행을 포함한 금융위기이며, 중국경제 및 기업의 중심인 국유기업의 위기인 것이다.

이와 함께 글로벌 팬데믹 이후 외국 기업과 자본은 글로벌 공급망  다변화를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더해, 중국 공산당이 서방 선진국 기술 탈취를 통한 세계패권 장악 의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는 판단 하에 미국과 유럽 선진국들은 최첨단 반도체, AI 등 4세대 첨단산업분야에서 중국 견제에 나서는 ‘디리스킹 차이나’ 정책에 시동을 건 상태이다. 상기한 움직임은 중국의 입장에서는 향후 ‘세계의 공장’으로 알려진 중국 위상의 소멸을 의미하며, 중국으로부터 기업과 기술, 자본의 이탈을 의미한다. 또한 신성장동력 산업에서 중국이 더 이상 선진국을 추격할 수 없게 됨을 뜻한다. 이는 양적 경제대국에서 질적 경제강국인 선진국으로 도약한다는 중국몽이 ‘몽(夢)’으로 끝날 가능성을 내포하기도 한다.   

중국경제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반영하는 것 중 하나가 사람과 돈이다. 최근 몇 년 간 중국에서는 외국의 자본, 기술, 사람의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 외국자본 이탈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2023년 말에 이르면 중국 주식시장에서는 지난 3년간 약 6조 달러(약 7,995조 원)의 가치가 증발하기도 했다. 주식시장 자본 규모가 정점대비 약 1/3로 축소된 것이다. 8) 또한, 2024년 1월 15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기자는 중국 현장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전하는 르포기사를 게재해 중국에 거주하는 외국인과 외국자본이 대거 이탈하고 있음을 보도하고 있다. 9) 

총체적 난관에 봉착한 중국경제의 실상을 보여주는 상징적 지표 중 하나인 청년 취업률의 경우 중국 명문대 중 하나로 알려진 푸단대의 취업률이 2023년 18.07%로 발표되었고, 칭화대의 취업률이 20% 내외인 것으로 발표되었다.10) 베이징대의 장단단 교수는 2023년 7월 중국 청년 실질 취업률은 약 46.5%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한 바 있다.11) 실제로 중국 공산당은 2023년 여름을 기점으로 관련 통계 발표를 중단했는데,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중국공산당이 청년 실업의 정치사회적 파장을 우려해 발표를 중단했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또한 중국 공산당은 ‘반간첩법’을 강화함으로써 중국경제 상황에 관한 데이터 수집도 사실상 제한하려 하는데, 이는 역설적으로 중국의 실상을 드러냄과 동시에 중국경제에 대한 국제적 신뢰를 대폭 떨어뜨리고 있다고 해석될 여지가 존재한다. 한편, 중국 당국이 발표한 2023년 경제성장률 5.2%는 중국 공산당이 설정한 목표에 수렴하고 있다. 2023년 경제성장률 발표와 관련해 중국의 통계는 현실을 숫자로 집계한 것이라기보다는 당이 설정한 목표에 맞추어 왜곡되는 경향이 매우 강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상기한 중국통계 수치의 왜곡유무에 대한 논쟁과는 별개로, ‘피크차이나(peak China)’는 이미 현실로 다가온 셈이다.

그런데 보다 본질적인 원인을 살펴보면, ‘피크 차이나’는 중국 특색 사회주의 시장경제의 필연적 귀결이라고 볼 수도 있다. 중국은 자국의 정치경제체제를 이른바 ‘중국 특색 사회주의 시장경제’라고 부른다. 중국 정치경제 구조의 특수성, 예외성, 우월성을 부각시키는 개념이다. 그 구조는 당·군·국가가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에 독점적 지위를 갖는 중국 특색의 국가자본주의라고 간단히 정리될 수 있다. 상기한 구조가 계속 유효함에 따라 권력에서 소외 되어 있는 민간 시장과 사회는 상대적으로 저발전하게 되었고, 그 결과 당·국가가 시장을 과도하게 장악해 기형적이라고 비추어질 수 있는 ‘당·국가 자본주의’가 형성되었다. 이에 대해서는 시장화 초기에는 고도성장을 견인할 수 있었으나, 시장과 민간기업을 통한 생산력 발전을 억제하면서 왜곡된 시장구조를 형성하는 과정이라는 평가가 존재하기도 했다.

그리고 성장의 한계에 도달한 2000년대 후반 이후, 생산력 발전의 뒷받침이 부족할 수 있는 중국의 성장중심 정책은 과도한 지대추구와 비효율 과잉투자로 이어지면서 부채를 통한 성장으로 귀결된 것이다. 그 결과 ‘부채의 만리장성’을 쌓아올리는 악순환을 반복해오고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급격히 누적된 부채규모와 유동성 과잉은 현재와 같은 경제위기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화폐정책과 재정정책을 전개할 수 있는 여지를 급속히 축소시키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당·국가를 중심으로 한 금융독점-부동산·인프라-지방정부-국유기업-그림자금융-부채 등이 하나로 엮인 중국 특색 사회주의 시장경제 구조에서 경제적 타당성이 없는 과잉중복투자와 지대추구가 부채규모를 증폭시켰다. 이에 한 부분의 부실은 전체의 부실로  직결되는 구조적 문제가 현재 중국이 당면한 경제문제의 본질이다. 즉, 현재 중국경제의 문제는 경기순환의 문제가 아닌 정치경제 구조의 문제이며, 여기에 정치적 요인이 추가되면서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고 불 수 있다. 다시 말해 중국경제가 당면한 문제는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향후 방향성이 결정되어 있는 문제라는 것이다. 중국경제 문제의 심각성이 여기에 있다. 따라서 한국이 고려해야할 2024년 중국의 키워드는 ‘중국위험,’ ‘중국위험관리,’ ‘중국위험회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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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Hal Brands Michael Beckley, 2021, “China Is a Declining Power—and That’s the Problem,” Foreign Policy, September 24, https://foreignpolicy.com/2021/09/24/china-great-power-united-states/; Hal Brands and Michael Beckley, 2022, Danger Zone: Coming Conflict with China (New York: W. W. Norton & Company). 
2) Ibid. 
3) Oriana Skylar Mastro and Derek Scissors, 2022, “China Hasn’t Reached the Peak of Its Power: Why Beijing Can Afford to Bide Its Time,” August 22, Foreign Affairs.  https://www.foreignaffairs.com/china/china-hasnt-reached-peak-its-power(검색일: 2023년 1월 17일).
4) ELAINE KURTENBACH AND ZEN SOO, “China’s economy is forecast to slow sharply in 2024, the World Bank says, calling recovery ‘fragile’,”  December 15, 2023, AP, https://apnews.com/article/china-economy-property-adb-791934f7f9b83de455e8f8aa7178b628(검색일: 2024년 1월 17일). 
5) RUCHIR SHARMA, “China’s economy will not overtake the US until 2060, if ever,” OCTOBER 24 2022, Financial Times, https://www.ft.com/content/cff42bc4-f9e3-4f51-985a-86518934afbe(검색일: 2023년 1월 20일); Jasmine Ng, “China Slowdown Means It May Never Overtake US Economy, Forecast Shows,”  September 4, 2023,  Bloomberg, https://cc.bingj.com/cache.aspx?q=china+economy+takeup+us+economy+declingin&d=4737246205606388&mkt=ko-KR&setlang=ko-KR&w=mGesBMGub9hqQEw-ZbDcWbRQCc0G5zDH(검색일: 2023년 11월 20일). 
6) Center for China Analysis, “China 2024: What to Watch,” January 2024, https://asiasociety.org/sites/default/files/2024-01/China2024_webreport_fin.pdf(검색일: 2024년 2월 2일). 
7) 김기수. 『중국경제의 추락: 경제·정치 모순의 분출』 (서울: 세종연구소, 2018).
8) Laura He, “Chinese stocks have lost $6 trillion in 3 years. Here’s what you need to know.” January 23, 2024, CNN, https://edition.cnn.com/2024/01/23/investing/china-stock-market-losses-explained/index.html(검색일: 2024년 2월 1일).
9) Sylvia Ma, “Why foreigners who endured China’s Covid lockdowns are now leaving,” Jan 15, 2024, South China Morning Post, https://www.scmp.com/news/china/diplomacy/article/3248369/strangers-started-telling-me-go-home-why-foreigners-who-endured-chinas-covid-lockdowns-now-say (검색일: 2024년 1월 25일). 
10) 唐缘媛, “复旦大学应届毕业生直接就业比率不到2成,” 2024년 1월 10일자, rfa, https://www.rfa.org/mandarin/Xinwen/6-01102024142140.html(검색일: 2024년 1월 17일); “复旦大学应届毕业生直接就业率不到两成,” 2024년 1월 10일자, 联合早报, https://www.zaobao.com.sg/realtime/china/story20240110-1461139(검색일: 2024년 1월 17일).
11) Wang Yun, “INTERVIEWS: 'I don't know how I'm going to survive this winter',” 2023년 12월 28일자, rfa, https://www.rfa.org/english/news/china/migrant-workers-12282023100847.html(검색일: 2024년 1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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