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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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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질생산력(新质生产力) 의미와 중국의 산업정책

김동수 소속/직책 : 산업연구원 산업통상연구본부장 2024-04-25

신질생산력이란 무엇인가?

지난달 초 중국 양회에서 언급된 신질생산력(新质生产力)의 의미에 대하여 최근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시진핑(习近平) 주석이 지난해 9월 7일 <신시대 동부 전면진흥 좌담회>에서 처음 언급한 용어로 알려지면서 앞으로의 중국의 산업정책 키워드로 지속해서 언급될 것이기 때문이다. 9월 8일 헤이룽장성 업무보고 자리에서 시 주석은 “과학기술 혁신자원을 통합하고, 전략성신흥산업과 미래산업을 선도하며, 새로운 질적 생산력을 촉진(整合科技创新资源,引领发展战略性新兴产业和未来产业,加快形成新质生产力)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김재덕, 2024). 그러나 아직 중국 정부 관계자 및 연구기관 종사자들조차 구체적이고 뚜렷한 의미를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설명에 따르면 신질생산력은 첨단기술, 고효율, 고품질의 특성을 보이는 선진적인 생산력이다. 사전적인 의미로만 살펴보면 신질생산력은 ‘새로운 질적 생산’이라는 표현 속에 두 가지의 개념을 지니고 있다. 하나는 ‘질적 생산’이고, 다른 하나는 ‘새롭다’라는 개념이다. 질적 생산은 중국 정부가 최근까지 사용한 고품질 생산’이라는 용어와 유사하며 결국 제품의 품질 제고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새롭다’라는 개념은 기존의 단순한 품질 제고가 아니라 첨단과학·첨단산업기술을 활용한 품질 제고를 말하는 것으로 짐작된다.

신질생산력이란 용어는 어떻게 탄생하였나?

신질생산력이란 용어의 탄생은 두 가지의 배경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첫째는 중국의 산업정책 목표의 변화에서 기인하였다. 중국은 제12차5개년계획(2011~2015년) 시기에 제조업 정책 목표가 ‘제조 대국’을 위한 역량 강화(capacity building)이었다. 2001년 WTO 가입 이후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러내면서 제조 역량을 확대하였다. 이로 인한 생산력의 증대는 공급과잉으로 이어지면서 이후 시진핑 주석의 제1기(2013~2017년) 출범과 함께 제13차5개년계획(2016~2020년) 기간 중 품질 강화를 통한 ‘제조 강국’의 면모를 갖추어 나가려 하고 있었다. 제조 대국에서 제조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하여 중국 정부는 산업 분야에서 ‘혁신(创新)’과 ‘고품질’을 강조하였다. 이 시기까지 중국의 산업발전에 있어서 대외적인 견제는 크지 않았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과 함께 통상갈등이 시작되어 전략경쟁으로 심화하고, COVID-19로 인한 글로벌 팬데믹이 발생하면서 중국의 산업발전에 대외적인 요인이 커다란 변수가 되기 시작하였다. 이로 인하여 시진핑 주석의 제2기(2018~2022년)에서 중국의 산업정책 목표는 제조업의 자립화가 되었다. 첨단산업 기술의 자립화는 물론 공급망에서의 자립화가 필요한 상황이 결국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제조업의 자립을 위해 ‘신질생산력’이란 용어를 만들어 낸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제14차5개년계획(2021~2025년) 기간과 시진핑 3기(2023~ 2027년)에서 본격적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또 다른 배경으로는 미국과 중국 간 전략경쟁의 영향에 따른 중국 내 외국인 투자의 감소에 있다. 그동안 중국의 성장에 커다란 기여를 해 온 외국인 직접투자가 최근 급격히 감소하고 있고, 이미 진출해 있던 외국기업의 철수·투자금 회수가 시작되었으며(이자연, 2024), 첨단산업 분야에서의 대중 투자가 크게 감소함에 따라 중국 내 위기의식이 확산하였다. 아래의 그래프에서 볼 수 있듯이 세계은행 자료에 따르면 대중국 직접투자는 2010년대 초반까지 가파르게 증가하였다가 전략경쟁이 시작된 2017년과 2018년 크게 감소하였고, 팬데믹의 영향으로 대기 및 지연되었던 투자가 2021년에 회복되는 듯하였으나 2022년 다시 큰 폭으로 하락하였다. 중국 상무부는 2023년의 대중국 직접투자(실제 외자 사용금액)는 1조 1,339억 위안으로 전년 대비 8% 감소 1) 하였다고 발표하였다.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중국 정부는 자립 자강을 지속해서 강조하고 있으며, 그 근간에 기술 자립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신질생산력’이란 용어를 사용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외국기업의 빈자리를 중국 국내기업의 디지털전환 및 인공지능 활용으로 메꾸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신질생산력의 의미와 중국의 산업정책

일반적으로 개발도상국이 선진국을 따라잡거나 추월하기란 매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현대사에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여러 개발도상국이 새롭게 선진국 대열에 올라서고 있다. 요소 투입형 경제에서는 연구개발을 통한 생산성의 제고가 산업경쟁력을 초래하였다. 컴퓨터를 활용한 자동화는 또다시 비약적인 생산성의 향상을 가져오면서 디지털 사회의 도래를 예고하였다. 이렇듯 이른바 기술 변혁기에서 후발주자는 선행주자를 추월할 수 있는 계기를 얻게 된다. 최근 인공지능을 활용한 스마트화는 이러한 기술 변혁기를 구성하고 있다. 중국은 2015년 3월 정부업무보고 2) 에서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언급한 인터넷 플러스(互联网+)를 언급하였다. 이는 중국 제조업을 한 단계 고도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사물인터넷을 제조업에 활용함으로써 제조업의 생산력과 경쟁력을 높였기 때문이다. 얼마 전부터 미국과의 전략경쟁 초입에 본격적으로 들어서고 있는 중국은 그동안 축적하여 온 디지털 기술을 제조업에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리창(李强) 총리가 2024년 3월 5일 정부공작보고 3) 에서 인공지능 플러스 계획을 발표한 것이다. 중국은 이를 계기로 제조업에서 추격자가 아니라 선도자로 올라서기를 기대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지금까지 중국은 자발적인 목표설정을 기반으로 제조업을 육성하였다기보다 외부여건 변화에 생존하기 위한 전략적 판단이 이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제조업의 패권을 지키기 위한 미국의 대중국 견제와 COVID-19로 인하여 중국은 오히려 디지털 기술을 개발하고 상용화를 서두르게 되었다. 미국과 중국 정부의 상호 배타적인 디커플링(de-coupling) 전략은 오히려 중국의 플랫폼 경제 및 디지털 경제의 대미의존도를 낮추는 효과를 초래하였다. 그로 인한 중국의 자신감은 인공지능을 제조업에 빠르게 활용하려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고, 이를 축약한 것인 인공지능 플러스 계획이라고 볼 수 있다. 신질생산력은 바로 이러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생산성의 향상을 의미하는 용어이다. 양제(杨杰) 정치협상회의 상임위원이자 중국이동통신(China Mobile) 회장은 2024년 양회에서 인공지능은 제조업의 도약 및 고도화를 돕는 수단(+AI)이 아니라 그 자체가(AI+) 디지털 사회를 이끄는 필수 인프라이자 핵심역량이라고 주장하였다(박소희, 2024). 이는 슈퍼컴퓨팅과 거대언어모델의 대규모 응용 그리고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 등이 제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임을 강조한 것이다. 

중국 정부가 추진하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제조업의 고도화와 그를 통한 새로운 질적 생산력의 향상이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것은 기술 변혁기에 중국의 산업경쟁력이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을 넘어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아직은 제조업 전반에서 추월하는 것이 아니겠지만 중국의 디지털 기술 수준을 고려하면 매우 위협적이다. IMD World Competitiveness Center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2023년 디지털 경쟁력 종합 순위는 19위로 나타났다. 영국이 20위, 독일이 23위, 프랑스는 27위, 일본이 32위인 점을 고려하면 중국의 디지털 경쟁력 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 중국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대만은 9위 그리고 홍콩은 10위를 차지하고 있어 실질적인 중국의 경쟁력 순위는 더욱 높을 수 있다. 종합 순위는 지식(Knowledge)과 기술(Technology) 그리고 미래 대응력(Future Readiness)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중국은 각각의 요소에서 21위, 22위, 13위를 기록하였다. 미국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14억 명의 인구와 동남아시아 중화권을 시장으로 배타적인 디지털 기술 상용화 및 산업화를 이룰 수 있어 인공지능 플러스 계획이 우리에게 새로운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고, 실현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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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https://www.kita.net/board/totalTradeNews/totalTradeNewsDetail.do?no=78720&siteId=1%logGb=(무협, 10개 해외지부 수출 전략회의…"한·중 FTA 개정 필요"), 검색일 : 2024.3.15.
2) 中国政府网, 2015年政府工作報告 (https://www.gov.cn/guowuyuan/zfgzbg/2015zfgzbg, 검색일: 2024.4.5.)
3) 中国政府网, 2024年政府工作報告 ( https://www.gov.cn/yaowen/liebiao/202403/content_6939153.htm, 검색일: 2024.4.5.)


[참고 문헌]
● 김재덕 (2024), “2024 중국 양회의 주요 정책 내용과 시사점”, 산업연구원 중국산업경제브리프, 통권 114호, p5-11
● 박소희 (2024), “중국 ‘AI플러스’ 이니셔티브를 통한 새로운 질적생산력 발전 강조”, 산업연구원 월간KIET산업경제, 2024년 3월호, p102
● 이자연 (2024), “대중국 FDI 30년만에 최저치 기록”, 산업연구원 월간KIET산업경제, 2024년 3월호, p103
● IMD Competitiveness Center(2024), IMD World Digital Competitiveness Ranking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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